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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1/03 2010 인터넷 미디어 시장 인사이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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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타이밍 잡기

Column Ring 2010/01/10 12:29 Posted by 그만
국내 유일의 공영방송(MBC도 가끔 필요할 때만 공영방송이라고 하는데 보통 MBC는 공영방송의 범주에 약간 걸쳐 있다고 봐야 한다)KBS 한국방송이 수신료 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팔 걷고 나섰다. 이번엔 분위기가 좋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정부나 국회나 호의적이다. 심지어 수신료 인상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보수 언론까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용인하는 분위기다.

좀 뜬금 없긴 하다. 지난 수년 동안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 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KBS의 수신료 징수 행위는 준조세 형태로 가뜩이나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함께 포함되면서 전국 가구의 98%가 알게 모르게 방송 수신료를 내고 있다.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수신료가 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되면 대략 매월 375억원의 수익원이 생긴다. 주위 사업하는 사람 있으면 물어보기 바란다. 이 돈이면 은행에만 넣어놔도 앉아서 수억원의 이자가 꼬박꼬박 생긴다. 연간으로 따지면 4800억원 정도의 순수입(이것저것 다 빼도 그냥 잔고로 남는 돈)이 된다. 월 수신료가 6000원이 되면 연간 6720억원의 순수입이 생긴다.

이 순수입은 당연히 지난 해 KBS의 흑자분이 쓰여졌듯이 KBS 직원들의 후생복지와 영리 자회사 투자에 쓰여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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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만평 캡처(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265)

예전에는 'TV시청료'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다.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수납을 국가가 인정, 보장해주고 국가 지원금이 나오는 구조여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었다. 광고방송까지 행했던 KBS로서는 국가기간방송(사실상 국영방송)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해도 정부가 임명하는 사람이 사장이 되는 구조였으니 끊임없이 '낙하산' 논란에 싸일 수 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 1981년부터 징수(?)되기 시작한 KBS 수신료는 그동안 몇 번의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언론기관의 권력화를 견제하기 위해서였고 국민들은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가 'TV 보지도 않는데 돈 뺏어 간다'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시청하고 말고는 상관 없이 TV 수상기 있으면 내는 돈'이라는 뜻으로 수신료라는 말로 바꾸는 우여곡절도 거쳤다.

더구나 KBS1은 광고 없이 운영된다고는 하나 시청률이 제법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KBS2에 몰아주고 상업광고로 떼돈을 벌고 있는 상업 방송사나 다름 없는 공영방송에게 수신료를 인상해줄 이유는 없다는 항변도 있었다. 특히! KBS 자회사들이 수신료 재원으로 만들어진 방송 프로그램을 영리목적으로 재판매하는 과정 자체가 부당 이득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TV 수상기를 들여놓지 않으면 한국전력에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고 납부를 거부해도 하등의 불이익은 없는 상태다.

그런데 하필 왜 이 시점에서 다시 이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일까. KBS 입장에서는 향후 공영방송 확대 KBS2 광고 중단, 디지털 전환 투자 등의 이유를 들며 수신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데 보수 언론들까지 그동안 까칠했던 분위기에서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인상이 쓰여진다. 모종의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라서 그렇다.

문제는 광고 물량이다. 지난 해 한국방송광고 공사의 독점 대행권한이 위헌 판결이 나면서 방송광고대행 시장이 변혁을 맞게 되었으며 이어 미디어법 '난리'를 거쳐 신문들도 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방송광고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KBS의 퇴장은 그야 말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 경쟁력이다. KBS가 공익에 치중하면 할수록 당연히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떨어질 것이고 방통위의 판단이 적중한다면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이 누가되든 10번 이내 채널 번호를 당연히 부여받게 되면 새로운 종편은 안착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KBS로서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준조세로서의 수신료를 인상해 놓아야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앞으로 어떤 사장이 오든 직업적 안정성을 해치지지 않는 '준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KBS의 50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스스로를 '언론인'으로 포지셔닝 할 만한 기자와 PD가 1000명 내외라는 점 때문에라도 KBS 노조가 왜 요즘 저러나 싶은지 이해가 갈만 하다.

그렇다고 KBS 수신료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기도 힘들다. 어차피 무한 방송 경쟁 시대에 적어도 공익과 시민의 방송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 상업적인 컨텐츠의 물결 사이에서 고집을 지켜줄 수 있는 '빅 마우스' 하나쯤은 시민의 편에서 있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재도 많이 모일 정도로 안정적이어야 하며 재원도 필요하고 조직 운영의 안정성도 담보되어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 높은 다큐멘터리와 지속적인 질 높은 교육방송, 해외 홍보 매체로서의 영향력 등도 국가적으로 필요하다.

신뢰나 공정성, 또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 이면에는 이렇게 복잡한 '전략적 포인트'가 숨겨져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 KBS 수신료 인상 추진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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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1/10 12:29 2010/01/10 12:29

2010 인터넷 미디어 시장 인사이트

Column Ring 2010/01/03 13:44 Posted by 그만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난 10년은 산업사회를 정리하는 기간이었다면 향후 10년은 산업사회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굳이 정보사회라는 용어를 꺼내지 않아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변이될 것이라고 봅니다. 며칠 전 회사에서 향후 미래에 대한 작은 워크숍이 있었는데요. 제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 두 장을 꺼내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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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부에도 와닿듯이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장 환경은 물론 인간의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 자체가 새로운 차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거창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종말을 맞이 해야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리듯이 시장 역시 기존의 강한 세력이나 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이상 새로운 차원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전기차 실용화가 이미 40년이 넘었음에도 석유 체제의 산업 구조로 인해 전기 산업은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리고 있는 지금은 몇 가지 종말을 가늠하는 현상이 보입니다. 바로 산업사회의 가치가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이며 대량 표준화, 매스미디어가 종말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공격을 받고 인간의 능력으로 모든 지식을 수용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암기력을 천재의 기준으로 삼았던 전통적인 가치 역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산업사회가 만들어 둔 '대량 생산을 위한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시스템'의 대명사인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은 이제 인간들에게 더이상의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이나 잘 하라는 국가와 사회의 명령은 지극히 일방적이었으며 폭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명령으로 인해 개인들이 얼마나 짓밟히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깨닫고 있는 상황에 국가 권력의 마지막 수단인 '법'으로 산업사회의 마지막 가치를 근근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죠.

새로운 리더십은 아마도 '컨베이어벨트'의 거부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사회적인 변화 흐름의 중요한 논점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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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터넷, 특히 인터넷 미디어 시장은 올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많은 전망을 내놓겠지만 제가 이 시장에서 바라보는 핵심적인 흐름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터넷 미디어 시장이라 함은 포털을 비롯해 기존의 온라인으로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모든 매체사, 그리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 회사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 Globalization : 의미 있는 규모화를 위한 국내외 미디어의 생존법
세계화는 곧 지역화를 의미합니다. 산업사회에서 세계화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내수 시장의 포화상태임을 역으로 반증한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화 추세가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시대를 열었던 것이고 이 끔직한 세계화는 전쟁과 기아, 빈부격차를 낳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반대로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인 자본주의의 확산과 민주주의의 확산이나 관심 확대로 이어진 측면도 있어서 역사를 완전히 부정하기도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세계화의 추세는 드디어 마지막 영역, 문화산업보다도 더 세계화에 뒤쳐져 있는 미디어 매체 영역에서 언어장벽 해소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트위터 바람과 페이스북의 바람이 그것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국내 네이버의 해외 진출 역시 이런 관점에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세계화의 다른 말은 지역화입니다. 해당 국가에 토착화되고 지역화 되지 않는다면 플랫폼의 세계화는 요원한 길이 될 것입니다. 아이폰이나 노키아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영역에서의 세계화 역시 우리가 편입되거나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세계 단일 시장의 흐름은 당분간 유지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 Open Standard : 개방형 플랫폼 활성화 및 매시업 플랫폼의 진화
지난 2년 동안 지도 플랫폼을 열어놓거나 몇명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오픈 플랫폼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픈 플랫폼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장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라는 자괴감 섞인 푸념을 들어왔습니다. 기가막히게도 이 오픈 플랫폼은 상호 호환성을 담보로 특정한 세력이나 영역에서의 표준화가 일정부분 진행되었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표준화 논의를 배제한 채 각 사업주체들이 자기들 멋대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플랫폼을 외부 개발자들이 쓰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꼴입니다. 그렇다고 어떤 것을 표준으로 만들고 지키고 따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상당히 지난하고 정치적으로도 피곤한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오픈 스탠다드, 시장이 선택하는 사실상의 표준을 따르거나 개방된 구조에서 자연스런 흐름으로 개방형 표준을 차차 만들어가는 데까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2010년은 이러한 흐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주목받는 계기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새롭고 다양한 개방형 플랫폼의 시대가 개화되는 시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시간이 필요했단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방형 표준화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사실 제 관심 영역 밖입니다. 이 플랫폼과 표준의 영역은 이미 독과점 형태를 띄고 있으며 상당부분 시장 지배자들에게 종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떠오르겠지만 오늘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 Cost Cut : 성장성 정체에 따른 비용절감 압박 전방위 확산
아마도 올해는 인터넷 미디어 시장에 있어서 가장 잔인하면서도 가장 기회가 많은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퇴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설명을 하기 전에 인상적인 차트를 하나 소개하지요.

CHART OF THE DAY: The End Of Newsp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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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 시장의 고용 변화 추이 그래프입니다. 정권이나 정치적, 사회적인 탄압에 의한 것이 아닌 시장에 의한 자연스런 퇴출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신문산업의 빙하기가 닥쳤다고 봐야 합니다. 매스미디어는 산업사회가 만든 스타라는 점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물론 정보 수용자들의 24시간을 나눠먹어야 하는 '미디어 패러독스'에 의한 이직이나 전직 기회가 늘고 있기 때문에 신문산업의 몰락이 이어지는 것이지, 미디어나 저널리즘, 또는 뉴스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또 다른 차원의 소식 전달 매체들이 생겨나고 있을 따름이지요. 산업사회의 종말과 함께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은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미국의 예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신문 종사자들의 이직 러시는 벌써부터 있어왔구요. 신문산업은 겉으로야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전반적으로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신규 산업으로의 진출은 더디고 힘에 부치겠죠. 그렇다고 기자들이나 글쓰는 사람들, 또는 소식 전달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이미 우리나라 인터넷신문을 비롯한 언론인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매체수는 당분간 폭증할 것으로 봅니다. 딱히 이런 흐름의 범주에 블로그를 포함시키냐 마느냐를 고민할 필요가 없겠죠. 블로그는 새로운 차원의 매체로 자리를 잡은 상태니까요.

문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곧 '비용절감'이라는 경영상의 요구 때문이라는 점인데요. 신문이나 방송, 또는 케이블, 잡지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쳐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비용 절감 추세가 포털이나 IPTV, DMB 등 뉴미디어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콘텐츠 생산과 편집 유통에 있어서 절대 강자인 포털 역시 비용 절감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과연 어디서 어떻게 줄이게 될지 조금은 걱정이 되는군요. 비용 절감과 비용 효율화에 대한 화두로 인해 대행업과 파견 등 미디어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은 점점 열악해질 것으로 봅니다.

또한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비용 절감 속에서도 새로운 뉴미디어 진출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고용 시장은 전혀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방송 영상이 당장 눈에 띄지만 결국은 다시 인터넷 플랫폼과 기술력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인해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멀티형 콘텐츠 제작에 대한 요구가 다시 증가할 것입니다.

◆ Community : 소셜미디어 부각을 통한 온/오프 커뮤니티의 재발견
2005년에서 2009년까지는 웹 2.0을 비롯한 플랫폼 쪽의 개방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이는 곧 커뮤니티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트위터는 새로운 흐름에 관심이 많은 사회적 영향력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점차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커뮤니티들이 온라인에 둥지를 틀거나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매머드급 여론 주도층의 등장을 의미하며 이는 세력간 다툼을 준비하기 위한 규모의 경쟁에 치달을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나 서울시장 등 지방 선거가 있으며 축구나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형 이벤트들이 세력간 규합을 원할히 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측면으로 미디어들이 이제는 일방향 메시지 전달(매스미디어)이나 단순한 메시지 유통(포털)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부활이란 말을 쓴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라는 점, 활동성이 높고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한번 둥지를 틀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어렵고 팬으로서 입소문을 내주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든 인터넷 매체든 이러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특정 관심사나 특정인을 지지하는 등의 정치사회적인 활동을 비롯해 최근 아이폰 열풍 처럼 자신이 신뢰하고 자신이 확신하는 바를 온라인으로 강하게 주장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이에 대한 반발 역시 커지면서 온라인은 그야 말로 소셜미디어를 두고 치열한 이슈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형성은 자연발생적이며 다음 아고라 청원 처럼 분산되고 비상설화된 커뮤니티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입니다.

◆ Reengineering : 사이트 중심에서 캐릭터 중심 네트워크 구조로 재설계 바람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제가 떠들던 말입니다. 인터넷이 재설계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기존의 인터넷이 사이트, 즉 URL 중심이었으며 사람들이 방문해서 활동해야 하는 공공재 영역이고 광장이었다면 지금의 인터넷은 개인중심적이며 개인을 중심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생산자가 만들어둔 지식과 정보를 찾아다녀야 했다면 새로운 차원의 인터넷은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가 저절로 취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인터넷은 어쩌면 산업사회의 끝자락을 반영한 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인터넷이 사람들을 마을 회관에 모이게 하는 작용을 했다면 이후의 인터넷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마을회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CCTV 화면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설치해주는 모양새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적극적인 관여보다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관여로 인해 시간과 관심, 주의에 대한 여유를 확보하고 더 많은 정보를 훑어보기를 원할 것입니다. 물론 특정한 시점이나 특정한 요구가 생기게 되면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집중화된 검색과 컨텐츠 생산, 메시징,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표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메일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을 지나 행동하는 네티즌과 반응하는 네티즌, 그리고 관람하는 네티즌의 영역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인해 페이스북이 메인 페이지에 뉴스를 배치하지 않아도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구글(한국 빼고)이 메인 페이지에 억지로 편집된 화면을 배치하지 않아도 세계 최대의 방문자를 갖출 수 있었고, 야후닷컴이 편집된 화면을 최소화하고 개인화 모듈(개인 애플리케이션, PA)을 배치하며, 트위터의 사이트 방문자가 고작 30%에 나머지는 API 연동을 통한 사용이 늘고 있으며, 유튜브가 메인페이지에 방문자를 감지하고 알아서 컨텐츠를 배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특정한 사이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보통 PV로 측정되는)이 가치 척도가 아니라 개인(또는 다중적인 캐릭터 하나하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인터넷 구조로 변화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모바일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이 이야기의 뜻이 좀더 분명해질 것으로 봅니다.

2008/04/30 페이지 뷰를 안락사시켜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아마도 지금 당장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현실은 달라'와 같은 이야기를 하겠죠. 대답은 이겁니다. '명퇴 5년 남겨두신 분이라면 관심 끄고 사셔도 됩니다. 단 5년 이상 앞으로 이 바닥에 더 있으려면 신경 곤두세워서 살아남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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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1/03 13:44 2010/01/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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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 전 이야기군요. 2006년 말에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그만은 블로그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위에 블로그를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다녔지요.

당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시작해서 힘을 발휘하면서도 정작 현실적인 파워는 없다고 자조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더구나 블로그를 매우 가볍게 보는 경향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드는 것이 그만큼 쉬웠지만 그런 자조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기 딱 좋은 시기였다고 봅니다.

블로그가 즐거운 도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힘을 발휘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블로그로 무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에는 블로고스피어 자체가 각 플랫폼 단위로 나뉘어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었죠. 솔직히 블로고스피어라고 부를만한 토양도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각 포털들은 자사에 컨텐츠를 헌납해주는 '이용자'로서만 블로거를 대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짠 작전은 이거였습니다. 어떤 플랫폼에도 종속적이지 않은 독립형 미디어 블로그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취재보다는 칼럼을 위주로, 그리고 가볍고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좀더 집중화된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 성공했었죠. 작년까지 매년 이어졌던 결산에서는 당해년도의 성과를 말했습니다.
 
http://www.ringblog.net/search/결산

네이버나 다음(티스토리), 이글루스, 구글 등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아서 약간 외롭기도 하고 메타 블로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글이 노출되고 누군가에게 읽히고 영향을 주어야 현실적인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머릿 속으로 어떻게 해야 더 많이 읽힐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블로그가 이미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이 링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온라인미디어뉴스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온라인저널리스트 5위에 올랐습니다.

온라인미디어뉴스는 지난 5부터 19일까지 2주간 63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벌여 102명의 회신을 받았다. 답변은 복수 추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1. 시사IN 고재열 기자(지난해 1위)
2. 전자신문 서명덕 기자 (지난해 2위)
3. 중앙일보 노태운 기자 (新)
4. MBC 김주하 앵커  (新)
5. 태터앤미디어 공동대표(전 야후코리아 차장) 명승은 (지난해 8위)
    블로거 미디어몽구 (新)
7.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김훤주 기자 (지난해 10위)
8. 태터앤미디어 이성규 팀장(몽양부활) (지난해 8위)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 (지난해 6위)
10. 일간스포츠 송원섭 기자 (新)
IEF 2009 수원 정보과학축제에서 선정하는 Blogger 'Best of Best'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전히 제 이름이 고쳐지지 않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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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부터 조용히 알려지기 시작했던 PC사랑 선정 베스트 블로그 100 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에 인기상 후보로 올라가 있네요.(시간 되시면 추천도 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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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설치형이자 독립 호스팅으로 기타 플랫폼 종속성을 벗어나서도 블로그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뛰었습니다. 웹의 개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좀더 개방형 플랫폼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게 보면 작은 성과일 수 있겠지만 '네이버가 대세야', '티스토리를 이용해야 파워 블로거지', '제대로 된 글은 이글루스에서 볼 수 있지'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와중에 저는 외롭지만 블로그 검색에서 만큼은 모든 포털이 서로를 검색할 수 있게 되어 도움을 받았고 올블로그나 믹시, 블로그코리아 등의 메타 블로그에서 열심히 글을 홍보했습니다.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제 블로그에 올라가는 여러가지 글들은 이제 야후, 파란, 이버즈 등으로 제공되며 뉴스로, 또는 칼럼으로, 또는 블로그 미러링 계정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설치형이라서 더 개방적인 플랫폼 대응이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더구나 제 글은 절대 누구도(경찰이나 검찰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법에 따라야 가능합니다) 제 허락 없이는 임의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설치형 블로거로서, 가급적이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로, 어찌보면 불친절할 정도로 길고 빽빽한 글로만 승부를 보려했던 저로서는 블로그 산업 전체의 발전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이룬 거 같습니다.

몇 가지 목표 단계가 남아 있겠지만 그것 역시 제가 직접 체험하고 뛰고 구르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블로그가 아직도 우습게 보이시나요? '당신 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나' 등의 핑계를 대고 싶으신가요? 올해는 절반은 일부러, 또는 절반은 너무 바빠 블로그 운영도 뜸했고 뜬금 없는 서평이나 여행기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블로그는 여전히 발전중입니다. 강의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했고 기고 역시 지난해보다 더 많이 행했으며 각종 행사 참여도 많아졌습니다. 블로그로 인한 수익도 커졌으며 아시다시피 직업 자체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저는 블로거라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온라인 브랜딩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다 직접 해보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체험해보는 것, 그리고 제시된 이론과 거꾸로 가도 몇가지 핵심만 지켜진다면 원하는 성과를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자, 뭐가 더 필요하신가요?

새해 계획에 블로그 하나쯤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독자 여러분, 즐거운 성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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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2/24 18:40 2009/12/24 18:40
지난 12일 통신업계와 신용카드업계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일대 변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 의지를 공표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비단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기로 소문난 두 업종의 대기업의 인수합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향후 미래 이동통신과 신용카드 및 금융 시장의 지각변동의 전조 처럼 받아들여져서일 것이다.

SK텔레콤의12일 하나카드 지분 인수 발표로 인해 KT의 비씨카드 인수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SKT-하나, KT-비씨의 양대 축이 형성되면 덩달아 기타 국민과 우리, 신한 금융 등 우리나라 금융권을 대표하는 곳들은 저마다 대비책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얼마 전 합병을 의결한 LG 역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가맹점과 융합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짚어주었으므로 건너띄기로 하자.

내수 균등 분할 시장 시나리오
일단 이들의 움직임은 사실상 초대형 내수시장을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해외 수출이나 제품 개발이 아닌 순수한 융합 서비스에 의한 새로운 상품 개발이 목적이고 그 뒤에는 분명 수수료 기반의 수익을 생각하고 있을 터다.

이렇게 되면 내수는 제아무리 뻗어나간다고 해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이미 통신과 가계 신용 소비가 정점 근처에서 경기 순환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이런 식의 초대형 합병 및 인수로 인한 융합 서비스는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을 택하게 되고 거대 자본에 의한 시장 분할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SKT와 KT가 거의 유사한 시기에 카드사에 눈독을 들이는 비슷한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마침내 내수 시장은 1위 사업자가 절반, 나머지 사업자군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균등 분할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으로 봐야 한다. 어쩌면 통신사업자들의 이러한 속내를 유도해주고 있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일 가능성이 높겠다. 갖가지 규제와 육성 정책을 혼합하여 통신사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곳이 바로 방통위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결국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고 이는 암묵적으로 상호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한 공동 진출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위성 DMB나 IPTV,  유무선 진출이 상호 엇갈렸던 SKT와 KT로서는 전략적으로 차라리 큰 싸움을 벌여 시장을 단박에 키우는 것이 전략상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프리코노믹스, 금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통신사들의 속내를 좀더 복잡하게 말하자면 융합 서비스나 결제 서비스에 대한 신규 진출을 노린다기보다 어차피 그동안 통신사들이 매월 통신료를 내는 회원들의 결제비용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포인트 제도와 각종 제휴 서비스를 운영했던 경험상 직접 신용 거래를 일으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봐야 한다.

프리코노믹스는 공짜경제를 일컫는 말로, 재화의 가격이 제로로 수렴되어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재화의 가격을 낮춰 소비를 극대화시켜 궁극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모습을 말한다. 이런 프리코노믹스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IT인프라가 잘 깔려 있고 각종 업종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제권을 갖추고 있는 나라인 경우가 많다.

2008/10/28 불황, 프리코노믹스에 주목하라
2007/12/10 대머리 경제학? 프리코노믹스

즉, 이리저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신용거래가 일어나는 순간 다른 모든 연계된 제휴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IT 인프라를 쥐고 있는 곳은 통신사이고, 이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조합하여 수수료를 넘지 않는 선에서 고객들의 주머니를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환상(그것이 돈이든, 경품이든, 기타 부가 서비스든)을 심어줄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곳 또한 신용카드사라는 점이다.

둘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우리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통신사 제휴카드와 신용카드를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두 세 장의 카드를 하나로, 또는 그 하나도 아예 휴대폰 속에 넣어 놓는다면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재하는 순간의 메뉴 구조 몇 개만 만들어도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무엇인지 따져볼 것이고 가맹점을 찾을 때도 모바일 결재가 가능한 곳을 찾아다닐 공산이 크다는 것 쯤은 통신사나 카드사 모두 알고 있는 기본적인 프리코노믹스의 순환 구조라는 점이다.

깨질 수 없는 초대형 공룡 경제의 서막
공기업에서 출발하여 초대형 통신사가 된 KT와 달리 SKT는 기본적으로 유통, 물류를 기반으로 한 민간 기업이었으며 인수합병으로 인한 고속 성장을 해온 곳이다(그것이 특혜였든 아니든 여기서 논할 사안은 아니다).

SK그룹은 전략적으로 한몸으로 움직이기보다 손발이 따로 놀더라도 결국 한 몸뚱이란 사실만 인지하면서 움직이는 동시다발적인 스탠스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카리스마나 관리능력으로 이끌어나가던 현대나 삼성 등의 전통적 기업관과는 차이를 보이는 행보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SK의 모든 계열사들은 결국 재계순위 4위의 그룹사답게 각종 후광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주유 포인트가 되었든, 쇼핑몰 할인 포인트가 되었든, 휴대폰 통신 서비스 할인이 되었든 SK그룹 계열사들이 쏟아낼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은 '대세' 지향의 소비자 특성상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KT가 서둘러 몸집을 키우는 이유는 이것이다. KT로서는 2009년 재계순위 15위, 그것도 지난 해에는 13위였던 것이 한진과 금호아시아나에 밀려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최첨단 인프라를 자랑하는 KT로서는 내수 기반의 통신 서비스에서 조금은 벗어나더라도 몸집을 키울 이유가 여러모로 있었던 셈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KT와 SKT는 해볼만한 게임이지만 KT그룹과 SK그룹과는 비교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이다.

SKT로서는 자신이 강한 그룹사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고 KT로서는 자신의 몸집을 키워서라도 SKT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의 이러한 치열한 경쟁은 최근 조용히 불고 있는 N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쉽게 말하면 기존 사업자의 망을 임대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망임대사업자 허용 움직임과도 관련돼 있다. 임대사업자를 유치하는 경쟁이 벌어진다면 결국 얼마나 고품질의, 더 다양한 서비스 조합을 갖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SKT와 KT는 이렇게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육식 공룡 처럼 서로를 견제하면서 몸집을 키우는 것이 생존의 수단이자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과연 이들의 거대한 움직임이 내수 시장을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기회의 땅이었던 IT와 통신 업종에서 어중간한 몸집으로는 이도저도 안 되는 거대 공룡 기업시대가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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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2/13 23:41 2009/12/13 23:41

미디어가 바뀌고 있다는 말은 이제 식상한 축에 속한다. 이미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 체감할 정도면 어지간히 깊숙한 곳까지 미디어의 변화는 진행됐다고 무방하다.

기업이 변하고 광고업계가 변하고 홍보업계가 변하고 나서야 매체 종사자들이 바뀌고 있으니 위기 의식은 그 반대로 진행될 것이다.

변화의 큰 흐름은 <미디어 2.0 : 미디어플랫폼의 진화>에서 많은 부분 언급한 바 있다. 이 책을 쓸 때 몇 가지 염두에 두었던 아이템 가운데 넣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직업적인 비전이었다. 미디어 업종의 전문화와 다중역할의 진행 방향은 언뜻 산발적이어서 흐름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디어 플랫폼이 진화되면 그에 맞는 스킬을 연마하고 각 부문마다의 재능을 발휘하는 역할(role)이 등장하거나 기존의 역할이 변화되거나 강화된다.

이는 기존의 소설가들이 잡지 기자를 병행하다가 잡지 기자의 고유한 역할이 생겨나고 다시 일간지 기자가 편집과 취재, 사진 기자로 분화되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TV 방송에서 뉴스를 읽어주며 진행 역할을 이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으로 분화되고 기자. 작가, 카메라, 조명 등으로 분화되는 모습도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던 직종이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언론인의 한 부류로 편입되는 과정도 목격할 수 있다. 흔히 PD라고 부르는 프로듀서, 또는 프로그램 디렉터 등의 방송 직업은 보통 프로그램의 연출과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요즘에는 이들 역시 취재 등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아젠다세팅에 동참하면서 어엿한 '언론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심지어 예능 PD까지.

역할이 뭉쳐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1인, 또는 소수가 촬영과 취재를 동시에 한다는 뜻의 비디오자키, VJ 등이 그런 직업이다. 직업적인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독자적인 취재를 행한다는 의미에서 젊은 층에게 주목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직업들은 언제까지 유효하고 어떤 새로운 직종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인가. 요즘 들어 인터넷 기자, 또는 웹 기자들이 늘고 있고 블로거가 새로운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말만 붙이면' 모두 언론인 행세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언론인은 자격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여기에서 약간의 제약사항을 말하자면, '언론사 종사자, 또는 관련자로 사회적인 이슈와 정보의 생산, 유통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직업'을 언론인으로 제한하고 새로운 직종을 설명하기로 한다.

1. 콘텐츠 코디네이터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더 깊이 있는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예전 처럼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통적 범주가 아니다. 트렌드 키워드와 전문 분야, 관심사에 따라 각 분야의 콘텐츠는 상호 연결성을 갖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거칠게 생산된 콘텐츠를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중간의 조정자이자 요리사 역할이다. 이는 기존 언론사 조직에서 편집자 역할과 비슷하지만 중요한 것은 각 언론사, 또는 다수와 복수의 콘텐츠 생산처에서 수집된 내용으로 기반으로 새로운 차원의 매시업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콘텐츠 코디네이터는 일견 포털의 뉴스 서비스 에디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더 콘텐츠 내용을 손질하고 형식을 정리하여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전달해줘야 한다. 모바일과 TV 등 이종 플랫폼으로 전달되는 콘텐츠의 경우에도 각자의 버전에 맞도록 정리하고 패키징과 코디네이션 하는 역할 역시 콘텐츠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2. 융합 미디어 플래너(전략가)
미디어들이 융합되고 있는 상황에 종합적인 전략을 통해 이종 미디어 종사자 사이의 통합과 융합을 주도해가는 전략가를 말한다.

정보통신에 유능해야 하며 미디어 정서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조직 내 인원들의 적절한 배치는 물론 조직 외부의 미디어 인력과 미디어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의 수급 및 파트너십 관계 구축에도 유능해야 한다.

전체적인 미디어 시장의 조율자로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업계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며 전체적인 미디어 전략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융합미디어 트렌드가 견인될 수 있어야 하므로 상징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많다.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역할자로서는 조직이나 집단, 또는 네트워크의 형태로 존재가 드러날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 언론사 안에는 이런 아키텍트 수준의 존재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CIO나 CSO로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는 이런 사람들은 독자적인 컨설팅 그룹이 될 수도 있다.

3. 미디어 에이전트
대행사(인)의 의미로 에이전트는 많은 역할을 수행해준다.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콘텐츠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고 나머지 부분의 역량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새로운 콘텐츠 판로를 확보해주며 사회적 기여 및 활동을 위한 주선자 역할도 한다. 수익을 배분하며 1 대 N 또는 N 대 1의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서 생산자 단의 미디어 주체(회사든 개인이든)에게 충분한 네트워크 능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콘텐츠의 개발을 독려하고 기획에도 함께 참여하며 필요할 때는 독점권한을 갖고 유통 및 소비자들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한다.

클라이언트(개인든 단체든)의 역량을 평가하고 그 역량 평가에 맞는 역할과 시장성을 부여해주고 전략적으로 콘텐츠 생산자인 클라이언트의 역량을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멘토링'을 수행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부 블로거를 주부 블로거가 아닌 프로 와이프로거로 변신시켜주는 역할이 이들의 일이다. 가장 연예 매니지먼트나 스포츠 에이전트와 가까운 직종이 될 것이다.

4. 미디어 플랫폼 디자이너
미디어 플랫폼이 기술적인 완성도를 논하기 전에 이미 다방면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 전파 기술은 물론 유무선 인터넷 기술, 인터페이스 및 기타 맵, GPS 등 부가 정보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런 발전들을 꿰뚫고 기술을 새로운 차원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구성해 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또는 조직)이 미디어 플랫폼 디자이너다.

블로그와 유튜브 다이렉트, 트위터, 야후 버즈, 네이트 커넥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매시업시켜 새로운 차원의 소셜 미디어를 탄생시키고 이를 분화시키고 융합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광고 및 유료화 플랫폼을 구상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수익에 대한 중요한 키는 콘텐츠의 확산성과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 흐름을 구상해서 실현시키는 일이다.

단순한 엔지니어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과 소셜 파급력을 감안한 플랫폼을 구상하고 구현해야 하며 이 플랫폼을 통한 미디어 역할 수행을 교육시키는 것 역시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5. 미디어 이벤트, 부가판권 프로듀서
미디어가 있는 곳에 이제는 이벤트가 있다. 거의 모든 미디어들이 오프라인 및 온라인 이벤트를 개최하고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쓴다. 여기서 이벤트는 콘텐츠 소스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형태의 부가 콘텐츠 시장을 말한다. 스타 마케팅이나 CF, 기업 스폰서, 강연, 오프라인 행사, 출판, 시나리오 부가 판권 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기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이벤트들이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콘텐츠 산업의 수익률이 0으로 수렴해 가는 상황에서 이벤트와 부가 콘텐츠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의 문제이기도 하다.

음반수익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과 오프라인 행사 등에 불려나가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며 음반보다는 음원 수입에 치중하는 음반사의 속내도 이와 같다.

원천 콘텐츠 소스를 골라내는 안목과 다양한 멀티 콘텐츠로 분화시켜 수익성을 접목시킬 수 있는 전략가여야 한다. 또한 각종 부가 콘텐츠와 이벤트를 기획하고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콘텐츠는 미래 미디어에 대한 단상 가운데 하나로 2009/10/01 요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키워드 [조직 2.0] 에 이은 두 번째 구상입니다. 세 번째는 오픈뉴스 운동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겠습니다. 마감은 정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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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2/01 12:33 2009/12/01 12:33

조금은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끝나지 않는 개똥녀 사례'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고 언론에서 흔히 전가의 보도로 사용되는 마녀사냥이란 단어를 끌어와 '온라인 마녀사냥 끝나지 않는다'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자경단'이란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마녀사냥'이 아니라 왜 '사이버 자경단(또는 인터넷 자경주의)[위키백과]'이란 이름을 붙이는가. 용어에 대한 이해부터 하고 넘어가자.

모종의 잘못을 한 특정인이나 특정 대상에 대해 사이버상에서 신원을 밝혀내고 모욕과 집단적인 언어 폭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모습으로 연상되는 사이버 자경단은 이제 거의 '개똥녀 사건'의 아류작 처럼 들린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식으로 반응하게 마련이고 나중에 이어지는 후속 처리나 상황 역시 다른 식의 풀이가 이어진다. 자경단이란 처음부터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갖지 않는다.

처음에는 '불의'와 '비상식', 또는 '비윤리' 등 사소하거나 감춰져 있는 진실에 대해 '분노'와 '비판', 그리고 '비난'을 퍼부음으로써 사회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근거 없는 폭력과 강압과 강제가 난무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파괴적인 면을 부각하는 '사이버 반달리즘(파괴주의)'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아예 처음부터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이며 근거도 희박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특정인을 궁지로 몰아 넣는 '마녀 사냥'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둘다 '확신범'이라는 점은 같지만 처음 참여자의 참여 근거가 최소한의 보편적 상식이라는 점에서 마녀사냥과 구별해 사이버 자경단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사이버 자경단, 마녀사냥이나 사이버 파괴자와 달라
사이버 자경단 사례로 개똥녀 사건을 들 수 있었던 것은 개똥녀의 행위는 상식선에서 비난 받아 마땅한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초기의 '비난'과 '비판'은 정의감의 기준으로 봐도 공평하거나 공정해 보인다. 개똥녀의 행위가 누가 봐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기까지가 우리네 정서에서는 남을 비난할 때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쩜 저렇게 뻔뻔할까. 쯧쯧' 하고 멈추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특성상 무작위성에 근거하고 나의 일부분만 활동하거나 발언하게 되는 다중인격적인 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건의 초기에 말리는 사람보다 함께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고 거기에 앞장서서 특정인이 누구인지 호기심에서 밝혀내고 이를 공명심으로 다시 공개하는 상황으로 번진다. 여기서부터 이전과 전혀 다른 사건으로 발전된다.

여기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와 넘치는 언어 폭력, 심지어 전화와 주변인을 함께 괴롭히는 파괴적인 모습까지 발전하게 된다. 반대로 한 축은 어느 정도 선에서 사건이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본질이다. 사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적정한 수준에서의 '흥분'이 누그러뜨려지면서 침묵하는 사람은 더 많아진다.

온건한 이들의 침묵은 눈에 보이지 않고 강경한 이들의 과격 행동만이 남고 이 과격 행동은 '상식'을 넘어 비이성적인 면을 갖추게 된다. 이 때가 바로 언론이 네티즌을 반격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오프라인의 작은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면서 그 문제의식에 동참했던 네티즌을 결국에는 떼어내고 언론 자신만 마치 중도를 지켜내고 정의의 편에 있었다는 식의 보도가 사건의 종결 이후에 쏟아진다는 점이다. 언론들은 마치 관조하면서 사건의 흐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긴다.

아니다. 단연코 주류 언론은 사이버 자경단의 활동에 씨앗이 되거나 최소한 집단 린치의 행위자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비겁하게 나중에 빠져나가는 행위는 배신이다. 그럴려면 초기부터 다루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이버 문화 해석에 대한 새로운 분기점, 개똥녀 사건
더불어 개똥녀 사건과 다른 유사 사례를 살펴보자. 어느 지점까지가 나의 참여 수준이었으며 언제 많은 사람들이 발을 빼내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참여자의 성향이 언제부터 온건주의가 배제되면서 강경주의자로 교체되기 시작했는지 유추해보자.

아마도 여러분도 '네티즌'을 제 3자나 타인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다. 다만 사건의 흐름 속에 등장하는 네티즌의 범주에 들었던 사람들이 실제로 교체되고 있다는 것을 제 3자인 척 하는 언론과 우리만 모를 뿐이다. 우린 클릭 한 번, 검색 한 번, 추천 한 번만으로도 사건의 확대에 기여를 한 참여자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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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국립국어원은 '개똥녀'를 신어(새로운 말) 자료집에 포함시킨다. 개똥녀 사건은 2004년 벌어진 사건이지만 워낙 유명해서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이나 해외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건이기도 하다. 영문으로는 Dog-poop Girl[위키백과], 또는 'Dog Poo Girl', 'Dog shit girl', 'Gea-ddong Nyeo'라는 (사건)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사이버 수사대'라는 말까지 유행시키며 단 몇 장의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은 현장의 모습과 사진을 찍은 촬영자의 몇 가지 단서만으로 특정인을 유추하기에 이른다. 놀라울 정도의 '집단 추리'의 촘촘함은 그녀를 비롯해 그녀의 부모와 친척까지 찾아내 공개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원본 사진에 찍혀 있던 개와 그녀의 옷차림, 시계만 보고도 특정인을 골라낼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주류 미디어에게도 소개되고 급기야 개똥녀는 다니던 학교까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미국 블로거 돈 박에 의해 미국에까지 알려졌으며 이어 상황에 대한 논란거리와 화제성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초대형 블로그인 보잉보잉에까지 소개된다.

(재미 교포 돈 박의 블로그에 올랐던 글은 Don Park’s Daily Habit – Korean Netizens Attack Dog-Shit-Girl 라는 제목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그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찾을 수 없다.)

미국의 주류미디어인 워싱턴포스트 에서도 Subway Fracas Escalates Into Test Of the Internet's Power to Shame라는 글을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미국의 주류 미디어가 이 사건을 인터넷의 무자비함을 강조하기 위한 사건으로 개똥녀 사건의 정황을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언론들도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처럼 사건을 화제성으로만 보도하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호들갑을 떨며 제어되지 않는 '네티즌의 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이런 개똥녀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법대 교수가 사이버 규제 쪽에 무게를 심어주는 <Future of reputation>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온 책은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라는 제목을 걸고 있다.

혹시 2006년 '캐나다 강사' 사건은 기억하는가. 캐나다 교포인 한 여성이 국내에서 영어 강사로 일을 하던 중 학생들이 모 음란물에 등장하는 여인과 동일인물이라고 인터넷에 제보하고 급기야 이 여성의 신원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그녀는 사건 직후 한국에서 하던 모든 일을 접고 캐나다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이 사건 역시 주류 미디어가 연일 보도해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사건이었다.

다시 최근으로 돌아오자.

미국 교포로 살아오던 한 청년이 국내 그룹가수 활동을 하다가 느닷없이 수년 전 자신이 온라인에 남겨둔 몇 마디 말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2PM의 박재범 사건은 논란의 발단과 결과까지 단 4일이 걸렸을 뿐이고 이로 인해 다시 온라인은 제어되지 않는 '네티즌의 힘'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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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건은 또 어떠한가. 이른 바 '로우킥' 사건이다. 인터넷 동영상으로부터 발단이 된 이 사건 역시 공분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사법 당국은 이 사건 속 주인공들을 실제 사법 처리하기에 이른다. 동영상이 유포된 것은 요즘이었지만 발생은 3년 전이었다. 동영상이 유포된 지 한 달도 안 돼서 경찰은 고등학생 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역시 이 사건 속 주인공은 이미 누구인지 인터넷에서 신원이 밝혀진 상황이었다.

우리나라만 이럴까?

중국판 개똥녀 사건도 요즘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 여성이 마오쩌둥 조각상에 올라가 기념 사진을 찍는 장면을 다른 사람이 찍어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 일이 있었다. 중국의 네티즌들 역시 이 여성의 신상을 캐내는 한편 끊임없이 욕을 해댔다.

중국판 개똥녀 사건 사례는 대학생 동아리의 산행에서 있었던 쓰레기 무단 투기 사건도 있고 자신의 아내와 ‘푸른 수염’이란 닉네임을 쓰는 한 대학생의 혼외관계를 공개하면서 시작된 '푸른 수염' 사건도 있다.

네티즌의 극히 일부의 지나친 행동을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어
일본의 흥미로운 소식을 종종 들려주는 붉은매의 일본 엿보기 블로그에 7일 올라온 日 '인터넷 탐정'들의 응징과 마녀사냥 역시 사실은 '사이버 자경단 사건', 또는 '개똥녀 사건'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처음 지점은 '선의'나 '정의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생활 유포 등의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극단적인 비난을 일삼는 지점은 이미 '선의'가 배제되어 '악의'가 더 크게 작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자경단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금은 복잡해 보였던 글을 정리해야겠다. 자경단은 결국 '사적으로 공적인 제재를 가하는 이들'을 말한다. 대부분 집단화되어 있고 군집 속의 익명을 이용하여 힘을 발휘하고자 한다. 초기에는 '선의'로 제재 활동에 들어서지만 나중에 '악의'를 품어 공적인 제재의 수위를 넘어 사적이고 감정적인 제재까지 합리화하는 데까지 발전하게 되면 그 때 그것을 '폭력'이라 부를 수 있다.

이쯤 되면 또 다른 범죄이기 때문에 역시 비난이나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 정도 수준에 다다르는 순간 적절한 공적인 제재 수준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은 점차 무관심층이나 방관자, 관람자로 빠져 있게 된다.

언론이나 학자들 일부는 마지막 지점에 와 있는 이성을 잃은 자경단원 몇 명을 보고 '네티즌'이란 이름의 수천만명의 사람들로 일반화시키고 모욕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자신도 네티즌이면서 다른 네티즌의 수준을 논하는 이율배반형 네티즌 역시 많은 것은 사실이나, 역시 그들도 네티즌의 부분 집합에 불과하다.

** 관련 글 :
2009/09/12 웹소통도구 진화 속 소셜 미디어의 의미
2009/09/07 내 안의 문제 다른 곳으로 돌리기
2009/09/06 소셜서비스는 시한폭탄, 2PM 박재범 사례
2009/05/11
열린 인터넷 광장이 혼란스러운 이유
2007/03/12 한국의 UCC 문화 진화 과정과 시사점
2006/12/02 그만이 보는 캐나다 강사 사건
2006/09/26 ‘롱테일을 주목하라’ 웹 2.0이 올드 미디어에게 주는 교훈
2006/08/21 인터넷은 원래부터 UC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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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1/07 23:49 2009/11/07 23:49

한글.한글 도메인이 도입된다는 소식이다. 일견 환영한다는 소리가 대세고 일부는 기업들의 도메인 선점을 서둘러야 한다며 호들갑이다.

세상사 마냥 비뚫어지게 보려면 어느 것 하나 정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한글.한글' 도메인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 추종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한글.한글'이라기보다 자국어 최상위 도메인에 대한 이야기는 ICANN에서 심심하면 다뤄지던 주제다. 예를 들어 '中國.中國'이나 기타 아랍권 등 소위 제 3세계 나라에서도 최상위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행사 진행 기간 동안 우리나라 언론들은 다들 미적지근하더니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폐막식 이후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의 역사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한결같이 '한글.한글' 도메인이 마치 우리나라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증거인 마냥  신기해 하며 보도하고 있다.

물론 언론의 보도대로 '한글.한글' 등 자국어 최상위 도메인이 도입된다는 소식은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렇구나' 정도이지 대대적으로 환영할만한 '사건'이라고 보긴 힘들다.

독자 입장에서는 왜 '인터넷 40년 역사상 최대의 혁명적 변화'라는 조치에 이렇게 시큰둥한지 이상하게도 보일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지역간·국가간 정보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인터넷진흥원의 일방적인 해석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세와 다른 시각을 강조해볼까 한다.

ICANN, 중국의 독자 행보에 화들짝 놀라다.
지금까지도 '한글.com' 등을 자국어 도메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한 자국어 도메인을 갖추려면 최상위 도메인을 자국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물론 비영어권 국가, 그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입김이 가장 거셌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비영리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인 ICANN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상위 도메인을 각국의 언어로 쓸 수 있게 되면 도메인 체계가 언어 수의 몇 제곱 만큼 복잡해지게 되어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점이 이유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5년 ICANN의 영어 중심적 사고방식에 일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된다. 바로 중국의 도발이었다. 중국의 인터넷 관리 최고 기구인 CNNIC는 2005년부터 '.CN' 도메인 최고급 연결점에 대한 개선작업을 추진하여 2006년 3월 '.cn', '.com', '.net'의 도메인 명을 중국어 '.中國', '.恭喜', '.網絡' 등으로 호환 연결시키는 작업을 마치기에 이른다.

이 사건으로 자국어 도메인의 도임에 미온적이던 ICANN의 기술적 상황적 변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중국을 따르자니 다른 나라의 언어 모두를 인정해줘야 하고 인정 하지 않자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모양새여서 ICANN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당연히 ICANN 입장에서는 중국을 아우르는 전세계적인 중립 기관으로서의 위치로 되돌아 와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런 순서로 부랴부랴 자국어 도메인의 허용을 기정사실화 하고 실무적인 처리를 위해 그동안 논의를 해왔으며 지난 달 그 오랜 동안의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실행 단계에 이른 것이다.

여차 하면 미국의 상무부 주도로 세워진 ICANN의 권위에 먹칠을 하고, 아예 별도의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준 중국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도발이었던 셈이었고 그동안 ICANN만 붙잡고 자국어 도메인을 도입해 달라고 했던 주변국들만 머쓱하게 된 것이다.

ICANN의 미국 기업 편향적인 정책 결정
ICANN의 움직임은 국제 정치질서는 물론 경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2006년 4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에서 .xxx 최상위 도메인에 대한 승인 여부가 회의석상에 올랐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물론 세계 최대 도메인 레지스트라(최상위 도메인 등록 관리권 위임인)인 베리사인 등 미국 기업의 반대에 봉착했다.

.xxx 등록 승인이 그동안 막혀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com' 도메인을 관리하고 있는 베리사인 입장에서는 포르노 업체들이 모조리 자신들의 관리 대행이 가능할지 모르는 .xxx 도메인으로 이전할까봐 우려했던 것이었다. 포르노 업체들의 막대한 도메인 등록 비용은 이들에게 낙전 수입과 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2006년 3월 ICANN은 2012년까지 베리사인의 닷컴 도메인 운영권을 보장하고 향후 4년간 닷컴 도메인 등록 도매가격을 매년 7%씩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합의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xxx 도메인을 둘러싼 복잡한 논쟁에서 이미 ICANN은 권위를 실추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기업들 도메인 관리 부담 가중, 도메인 등록업체들 보관 수수료 장사
물론 음모론적인 시각일 수 있겠지만, 자국어 도메인까지 가세하면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와지고 있는 도메인은 글로벌 기업에게 있어서 재앙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도메인 등록업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점'이 우선이라고 도메인 등록을 부추켜왔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넷피아와 디지털네임즈의 자국어 주소창 키워드 방식 특허 분쟁이나 KT돔, 파란의 열린주소창 등 한글을 사용한 도메인 전환 서비스들이 난립하면서 표준화보다는 장삿속에 속는 중소 상인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어 왔다.

더구나 ICANN은 틈만 있으면 도메인 주소의 부족 사태를 들어 최상위 도메인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내년 결정이 나겠지만 ICANN이 심사를 하고 도입을 결정하게 될 최상위 도메인은 현재 사용 가능한 .com, .net 을 포함한 21개 최상위 도메인 외에, .film, .love, .food, .news 등의 일반명사는 물론 .samsung, .lg, .sk 등 기업 브랜드까지도 신규 최상위 도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상상해보라. 이게 기업들 입장에서 몇 만원짜리 도메인 하나, 또는 사용자의 오인으로 인한 유사 도메인 몇 개로 해결되던 것이 앞으로는 수십개, 또는 수백개를 등록해 관리해야 한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이라면 자국어 도메인은 물론 예상 가능한 경쟁사나 기타 악의적이든 상업적이든 도메인 선점 회사들과 도메인을 놓고 선점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부분은 대표 도메인 이외에는 포워딩용으로 방치되기 일쑤인 도메인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득일 것인가. 여기서 답을 굳이 말하진 않겠다.

다만 대기업이면 모를까 중소기업들은 물론 소상공인들까지 도메인 선점 경쟁에 뛰어들 정도의 매력이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인터넷 사용자들은 도메인 주소를 기억해 직접 입력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러한 도메인 확대 정책을 지금껏 미뤄오다 중국과 아랍 등 제 3세계의 인터넷 인구가 폭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 허용하고 있는지 역시 생각해 볼 일이다.

◆ 링블로그의 도메인 관련 내용.
2006/09/06 유사 도메인 서비스 난립 '복잡하네~'
2006/07/13 '한글.한글' 도메인 도입 곧 된다
2006/05/11 .xxx 도메인 도입 무산 '美 정부 입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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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1/02 02:03 2009/11/02 02:03
#001
재작년 초였다. 그만은 기자였고 인터넷 분야를 취재하고 있었다. 물론 블로그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무심코 네이버에 접속했는데(당시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포털 뉴스를 한번 훑는 것이었다) 접속이 이상했다.

블로그에 올렸다.

"네이버 접속 오락가락"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현재 그만이 근무하는 지역(충무로)에서 네이버 홈페이지를 제외한 나머지 섹션에 대한 접속이 오락가락 하네요..
이같은 현상이 11시부터 계속되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그런가요?^^;;
뉴스, 지식인, 지역.. 등의 서비스가 원활치 않아 보이는데...? 여러분은 정상인가요?"

라는 첫 포스팅을 올렸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희한하게 대형 포털 서비스에서 오류 메시지를 보게 된다. 아래는 시간 단위로 기존 글에 글을 덧붙여 저장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했다.

11: 03 뉴스, 지식인, 지역 등 접속 불가

(네이버에 다른 일로 전화하며 덤으로 물어봄. 분당 네이버 본사에선 문제 없다고 함..)

11:17 지역은 안 되고 나머진 되고..

11:19 일부 댓글 열어보니 '삭제된 기사'로 표시되거나 '찾을 수 없는 페이지'로 나옴. 물론 삭제된 기사 아님.

11: 22 전문자료, 지역 안 됨. 나머지 느리지만 접속 가능.

11:24 뉴스 또 접속 불가. --;; 이상하네..

(식사하고 왔습니다..^^; 밥은 먹어야겠기에..)

아래 댓글을 보아하니 서울 지역에서 유난히 그러는 것 같기도 하구요.

옆의 동료는 FF 사용자이며 브라우저 문제는 아닌듯. 같은 현상이 저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12:41 좀 전까지 뉴스 안 됐다가 됐다가.. 또 안 됨. 지역과 전문자료 계속 접속 불능.

12:51 전문자료(지식시장) 쪽에서 오류 메시지 뜸. 뉴스 오락가락. 지역 접속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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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 네이버 블로그 페이지도 이상해짐.
resize

13:02 네이버쪽에 전화함. "일부 지역에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 정도의 답변. 아직 원인을 찾고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함.

다른 블로거도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함.
네이버 뉴스 됐다 안됐다... 뭔일이지..[커피향이 나는 *NIX]

13:00 네이버 공지를 통해 정상화 됐음을 알림.
http://nboard.naver.com/nboard/read.php ··· id%3D270

네이버측에서 전화를 해옴. "IDC측의 장애로 추정되며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중임", "1시를 기점으로 완전 정상화됐음"이라고 알려옴.

상황 종료?^^;

13:11 현재 정상화 된 것으로 파악됨.

별 일 아니면 이 포스팅 삭제됩니다.(삭제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됐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포스팅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나는 기자라는 사실을 구태여 밝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내 블로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내 블로그 글에 반응을 해줄 이유가 사실 없었다.

하지만 이런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1. Heungsub

    조금 느린 것 같긴 하지만 접속은 다 잘 됩니다. 인천 부평.

    2007/01/24 11:10
  2. 정신병자

    블로그, 메일은 되는데, 뉴스홈 등 네이버서브페이지는 접속이 안 되네요. 서울 종로3가

    2007/01/24 11:20
  3. jmirror

    삼성동 FF로는 잘 됩니다.

    2007/01/24 11:24
  4. ls

    영어 사전 일부가 접속이 안 되네요. 검색까지는 정상적으로 되는데 해당 단어 정보를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나와요.

    2007/01/24 11:39
  5. Silvester

    뭐, 서울은 아니지만, 대구는 정상입니다 ^^;

    2007/01/24 11:41
  6. anddyshon

    충무로 10분 전까지 계속 그러다가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2007/01/24 11:44
  7. 카로스

    서대문쪽도 뉴스가 잘 안되다가 지금은 잘 됩니다.

    2007/01/24 11:47
  8. blue

    메인페이지에 스크립트 오류가 나네요.. 현재 11시50분이구 목동입니다.

    2007/01/24 11:48
  9. SEEMS

    수원 접속 잘되네요.

    2007/01/24 11:54
  10. 비닐봉지  

    지금 네이버 전체가 오락가락...
    기획자,운영자도 지금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개발쪽에서 원인을 아직 알려주시지 않네요 ㅠㅠ

    2007/01/24 11:55
  11. 유승인  

    사당역 됐다 안됐다 합니다.

    2007/01/24 12:23
  12. mYsToRy  

    서울 용산입니다. 뉴스는 들어가는데 서브들은 전부 안 들어가지네요.

    2007/01/24 12:57
  13. 좀비

    서울 논현동 쪽인데, 왔다갔다 접속 불량이네요..

    2007/01/24 12:59
  14. BrightListen

    경북입니다.
    리더로 받아보는데 포스트반만 받아오네요.
    요약글처럼.. 나머지 글을 못보겟지만.

    2007/01/24 13:16
  15. 그만  

    여러분 너무 감사드립니다. 현재 네이버측의 공지가 나왔고.. 추후 해명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네이버 측의 사태 파악이 더 쉬웠을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1/24 13:34
자, 여기까지는 블로거로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자였다. 확인 취재를 들어갔다. 확인 취재라고 해봤자 여기저기 전화해서 지금 상황이 정상적인지, 문제가 있다면 왜 그런지, 어떤 원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이런 사례는 왜 생기는지, 그리고 비슷한 사례는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그리고 매우 건조한 문체의 기사로 송고했다.


오늘 오전 11시부터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www.naver.com) 서비스 일부에 접속되지 않는 장애가 빚어졌다.

매경인터넷에서 11시부터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의 접속 장애에 대한 상황을 인지한 직후, 약 두 시간 가량 서울 일부 지역에서 네이버 메인 페이지 및 일부 하위 서비스 페이지들이 열리지 않거나 오류 메시지가 뜨는 등 이상 현상이 계속됐다. 특히 네이버 뉴스 서비스와 지역 서비스, 전문지식 서비스 등이 빈번한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는 오후 1시경 공지를 통해 "금일 11시경부터 간헐적으로 일부 서비스 접속지연 현상이 발생하였으나 오후 1시 현재 서비스 정상화 되었다"고 밝혔다.

네이버 사과 공지 : http://nboard.naver.com/nboard/read.php ··· id%3D270

한편 네이버의 이 같은 일시적인 접속 지연 현상은 서울 지역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네티즌들의 실시간 제보를 통해 종로, 충무로, 서대문, 목동, 사당, 용산, 논현동 쪽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서울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수원, 대구 등 지방 사용자들은 장애를 느끼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관련 포스팅 : 네이버 접속 오락가락 - '1시 정상화'[Updated] (14) | 13:00:42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원인을 파악중이며 인터넷데이터센터(IDC)측에서 일부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1시를 기점으로 완전히 정상화 됐다"고 밝혔다. ⓢ
네이버, 오늘 2시간 동안 접속 장애

당시 가장 먼저 나온 기사는 연합뉴스 기사였다.

네이버, 일시 서비스 장애[연합뉴스] 2007.01.24 (수) 오후 12:03

블로그로는 내가 앞서서 먼저 움직였고 속보로 쓰는 것은 늦었지만 다른 기자들은 쓸 수 없었던 독자들의 제보 내용, 즉 어느 지역에서 문제가 구체적으로 있었는지를 그만은 쓸 수 있었다. 물론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이 사건이 모종의 악의적인 DDoS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또 다른 기록이 되었을 것이다.

#002
어제 퇴근 시간이었다.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할 일이 있어서 꿈에 그리던 '칼퇴근'을 위해 전철역으로 향했다.

직장이 선릉과 삼성역 중간에 있어서 서쪽으로 가기 위해 선릉역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저녁 6시 10분 정도. 선릉역에는 정말 입추의 여지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 차 있다.

"오늘 유난히 사람이 많네요 ㅠㅠ 선릉 인산인해"

LG인사이트폰에 얼마 전부터 설치해놓은 트위터 애플리케이션 'PokeTwit' 프로그램으로 트위터 이웃들의 글을 보다가 무심결에 입력해 놓은 글이다.

전철이 한참 지연되다가 사람들이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할 때 쯤 이미 승객들로 가득찬 열차가 플랫폼에 진입한다. 직장인의 투지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지만 옴짝달싹할 수는 없는 상태. 그러나 휴대폰 하나 달랑 눈 앞에 올려다 놓을 수는 있었다.

역삼역을 지나 강남역으로 가는 도중 안내 방송. 응급환자가 발생돼서 강남역에서 잠깐 멈추겠단다.

다시 무의식적으로 트위터에 이 이야기를 알린다.

"지하철 응급환자발생 약간 정차"

강남역에서 문이 열린 채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응급환자'라는 말에 흠칫 큰 사고를 당했거나 질식에 의한 혼절한 승객을 상상하며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탄 자리 주변은 아닌지 두리번 거린다. 물론 주변에 사건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휴대폰을 들이밀어 사진 한 장 남겼으리라. 그리고 트위터로 전송했겠지.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냥 상황 종료.

"강남역 응급환자 처리 종료"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일 지하철에서 응급환자 발생이 아닌 화재 등의 대형 사고였다면 내가 남긴 트윗은 역사의 기록이 되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난 이제 기자도 아닌데 지하철에서 왜 이런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일까?

2009/09/12 웹소통도구 진화 속 소셜 미디어의 의미
2009/08/26 자기과시와 자기중심적 사회화의 다른 말, 소셜허영

#00x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미디어 플랫폼을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미디어의 미래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만은 그동안 블로그에 심취해 있었다기보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런 과정의 후속 과정이 다시 반복적으로 보여지고 카페, 미니홈피, 포털 뉴스, 블로그 플랫폼 등 미디어 플랫폼들이 겪었던 우여곡절을 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반복해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트위터다.

저자 이성규 팀장이 태터앤미디어 미디어팀을 이끌며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겪었던 트위터 이야기가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위터, 140자의 매직>은 그래서 그만에게 너무 재미있는 또 한편의 뉴미디어 여행기였다.

 

트위터, 140자의 매직 - 8점
이성규 지음/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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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9 09:20 2009/10/09 09:20

지적 재산권이 재앙이 되는 순간

Column Ring 2009/09/22 16:41 Posted by 그만
사람들은 참 이중적이다. 오죽하면 극장에서 음악 저작권을 보호하자고 하던 음악 관계자가 영상물을 복사해서 돌려보는 장면을 보여주겠는가. 그러더니 이것을 '이중인격보고서'란다. 아이러니한 녹음실 장면도 모순이지만 이 광고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느낄 '죄책감'도 모순이다. 사실은 큰 죄책감이 들지 않지만 남들이 죄라고 하니까 죄라고 ‘인지’하기 때문이다.

지적재산은 말만 쉽지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를 포괄하는 의미다. 지적재산권에 포함되는 권리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을 포함한 산업재산권과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포함하는 저작권, 요즘 새로 등장한다는 신지적재산권으로 구분된다.

당장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이 글도 저자에게도 저작권이 귀속되지만 고료를 주고 발간한 출판사도 갖게 된다. 아마 나중에 이 잡지 내용 가운데 몇 개를 모아서 책을 낸다면 또 다른 지적재산권자가 하나 둘씩 들러붙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생각을 통해 유형이든 무형이든 뭔가 만들어내고 이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남들이 '아니라고 반증하지 못하면' 내 재산이 된다.

산업사회란 것이 집단화하고 표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구조이다 보니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과 그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것이 집단(기업을 비롯한)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 시켜주는 배타적 권리이자 기술개발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중간에서
산업사회의 이기주의는 사실 약과에 불과했다. 내가 하나 개발한다고 해서 남들이 따라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이란 것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많은 기술 업계가 몇 년 후 카피(따라하기)를 문제삼지 않았다. 청바지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남들이 청바지를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었고 ‘블루진’이란 말을 처음 썼다고 해서 ‘블루진’을 상표로 등록해서 다른 사람들이 쓰지 못하게 배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는 산업사회의 그것과 차원을 달리 한다.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내가 아는 것’을 ‘남이 안다고 말하기 전’에 얼른 등록시켜야 한다. 그래야 남이 안다고 말해도 그것마저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적재산은 농작물을 어떻게 기르느냐에 대한 방법까지 포괄하게 됐다. 튤립 한 송이에 1달러의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네덜란드를 생각해보라. 외국 장미품종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한해 76억원씩이다.

몰라서 그렇지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40억 달러씩의 해외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수지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수출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원천 기술에 포함돼 있는 모든 특허기술 및 개념, 심지어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대한 개념(소위 비즈니스 모델이라 한다)까지도 지적 재산에 들어간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얼른 우리 지적 재산을 확보하자며 특별기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각국 정부는 타미플루 생산자인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홀딩에 다급하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우리는 넋 놓고 바라봐야 했다. 다행히 신종플루의 확산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자 로슈홀딩의 특허권이고 뭐고 일단 국민을 살리기 위해 복제약 생산을 위한 강제실시권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반 연아의 햅틱에 이어 손담비를 앞세운 AMOLED(아몰레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미 삼성전자는 이 기술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남들은 똑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그 기술을 설명하려면 다른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닥칠지 모른다.

공유해도 되는 것들과 공유해선 안 되는 것들
고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애국가 저작권이 아내였던 고 로리타 안 여사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네티즌과 정부의 패닉을 기억한다. 그동안 전국민에게 불려지고 각 공공 행사 때마다 울려퍼졌던 애국가가 외국인의 소유권이었고 국가는 저작권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었다. 더구나 왜 국가에 헌납하지 않았냐고 비난했던 네티즌의 반응이란 ‘저작권’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결국 유족들이 이 문제가 불거지자 마자 무상으로 한국에 저작권을 헌납했다.

쥐를 귀여운 캐릭터로 형상화한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원래 우리나라 기준인 저작자사후 50년이 지난 2016년에 저작권 보호가 풀리게 되어 다른 회사에서도 이 캐릭터를 사용한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저작권법에 준해 20년 동안 저작권 인정 기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인어공주, 노틀담의 꼽추, 미녀와 야수 등 인류의 지적 재산을 변형하여 2차 저작물로 돈을 벌어온 디즈니에게 20년의 특권을 더 준다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업체들로부터 고소장을 받아든 경찰과 검찰 등 사법 당국의 태도도 아이러니하다. 도둑질한 물건을 도둑질했다고 해서 도둑이 피해자일 수 없다는 통상적인 법리를 적용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6만여 명을 검찰의 기준에 맞게 추가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적법하게 유통되는 음란물이 베른 협약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물을 내국인의 저작물에 준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근래에는 아예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부른 딸의 영상을 올린 한 네티즌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포털이 게시물을 삭제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앞서 작년 7월에는 미국에서는 아기의 옹알이를 찍는 배경음악으로 프린스의 '렛츠 고 크레이지(Let's Go Crazy)'가 흐른다는 이유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이 차단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저작권자의 과도한 저작권 보호 행위에 대한 항의로 재판을 진행중이다.

지적재산은 분명 보호되어야 할 재산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물의 공정이용과 광범위한 2차 저작물의 허용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다면 인류는 ‘지식’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마치 과도한 저작권 보호에 대해 비판하면 공산주의자 처럼 흘겨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이러한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에서 멀리 있지 않다. 교류 전기를 발명한 니콜라테슬라가 특허권을 사회에 헌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효율적인 직류전기를 쓰거나 엄청나게 비싼 교류전기를 써야 했을 것이다.

인류의 지적 자산인 종이학 접는 법과 저작권을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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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모 잡지에 기고된 내용으로 무단 전재를 금지합니다.
이 글 내용은 9월 초에 쓰여진 것으로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랜만의 기고문인데요.

좀 늦게 공개하려다 오늘 좋은 행사가 있어서 같이 소개할 겸 해서 공개합니다.

새 저작권 구상은 복제와 전송이 자유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저작권 권리자와 이용자의 상생을 모색,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저작권 상생협의체와 포럼은 구체적인 대안을 찾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문화부 '새 저작권 구상' 추진(종합)[연합뉴스]

저작권을 이제 단순히 '특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서로 나누고 공유하면서도 상대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의 전환에 깊이 공감합니다.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것 네것을 갈라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 '우리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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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9/22 16:41 2009/09/22 16:41

지난 주 미국에서 SNS 통합 서비스 하나가 시작됐습니다. 아직 '베타'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지만 이 사이트가 소셜 이코노미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판단에 잠깐 언급하기 위해 소개합니다.

Vreebit rewards users for social networking[CNET News.com]

CNET 기사는 ZDNet Korea에서 독점 번역 권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래와 같이 번역본이 있습니다. 상관 없나 모르겠네요.(하긴 이제 ZDNet Korea는 라이선스매체가 되어서 항의를 하기도 뭐하겠네요)

뭐 어쨌든, 국가기관의 콘텐츠라서 저작권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일부 내용을 인용해옵니다.

이렇듯 단일 품목 (서비스 to 서비스, 실물재화 to 실물재화)간의 거래가 아닌 교차교환 및 구매가 가능하기에 사용자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에 제한이 없어진 것에서 혁신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웹서비스들이 신규서비스 개발보다는 이미 성공한 웹서비스를 표방해 참신한 아이디어가 결여된 서비스들을 시장에 내놓아 과포화상태가 된 웹서비스 시장에서 서로간의 사용자 쟁탈전 및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이윤창출 실패 및 사용자들의 흥미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현 시점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신개념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브리빗,` 사용자 보상구조 접근시도[NDSL 글로벌동향브리핑]

이 이야기의 핵심은 실물재화와 가상재화 사이의 교환 가치, 즉 화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를 처음에는 실물화폐로 구매하게 돼 있지만 각종 SNS 활동을 통해 가상화폐끼리의 교환 가치를 실험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모델은 이미 우리나라 서비스인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라는 가상화폐가 있죠. 문제는 이 도토리를 쌓아놓고도 실물화폐로 꺼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른 바 캐시백 문제인데요. SK의 OK캐시백 같은 포인트는 보통 '범용 마일리지'로 '준화폐'로서의 자격을 갖습니다.

2006년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OK캐시백’ 처럼 2개 이상의 업종에서 사용되고 발행자 이외 제3의 장소에서 사용될 수 있는 범용 마일리지를 ’준화폐’로 간주,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정했다.
OK캐시백 등 범용 마일리지 지급보증 의무 [조선일보]

이렇듯 기존 산업에서 나온 마일리지를 '준화폐'로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그리고 지급 보증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가상화폐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며 화제가 되었던 두 가지 경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게임 아이템 거래의 문제입니다.

리니지 같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 아이템을 지닌 계정이나 아이템 자체를 남들과 현물로 교환하는 경우를 '아이템 거래'라고 하는데요. 여전히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는 괜찮지만 이용자끼리 시장을 이뤄 교환 가치를 매기고 이를 기반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은 금지(업자에 의해)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아예 국회 내부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실종돼 있는 상황이고 대다수 아이템 거래 업체들이 미국과 중국 업체들에게 인수 합병돼 있는 상태이지요. 이제는 합법화시킬 수도, 그렇다고 불법화시킬 수도 없는 회색(Gray)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에스크로(거래 확인시까지 지급 유보)와 같은 안전한 전자결재를 위한 장치는 업체들끼리 알아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는 세금을 떼고 있죠. 그래서 업계와 정부, 그리고 정치권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죠.

두 번째로, 세컨드라이프의 린든 머니 이야기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던 세컨드라이프 열풍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이 뒤떨어진 그래픽 시스템에 지나치게 자유로운 플레이 방식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기자들이 쓰던데요.

2008/04/12 모니터 속 또 다른 인생 ‘세컨드라이프’
2007/09/19 세컨드라이프, 몇 년 못 갑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죠. 린든머니의 실물경제 편입이 아예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통용되는 린든머니와 실물 화폐였던 달러화가 각각의 환전비율을 갖고 있어서 이를 통해 실물화폐가 가상으로, 가상화폐가 다시 실물화폐로 교환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안에 건축물을 지어 팔고, 홍보관을 운영하고 영화관 시스템과 폐쇄형 광장을 만들어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의 가상경제가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가상화폐를 많이 모은 부자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컨드라이프의 SNS와 홍보관 등의 낮은 차원의 활용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사용자들이 린든머니가 환전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큰 호응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돌아가서 덤덤하게 바라보면 새로와 보일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브리빗'의 개념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SNS가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사회적 폭발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권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의 등장이 화폐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아마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화폐의 유통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실물 화폐로 '인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P2P 금융의 관점으로 봤을 때 팝펀딩이나 머니옥션에 만일 게임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몇 천만원의 투자를 요청하고 사람들이 실물로 투자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은 이 계정 사용자가 투자 받은 돈으로 아이템을 잘 선택하고 캐릭터를 잘 키워서 결국에는 큰 돈을 쥐거나 큰 돈을 받고 팔게 되었을 때 투자금에 이자까지 쥐어주는 제안을 하게 되겠죠.

지금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누군가 시도해서 성공만 한다면 또 다른 투자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 앱스의 성공 요인은, 닫힌 플랫폼이냐 열린 플랫폼이냐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물 경제권에 가상 경제가 포함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매우 실질적인 고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문제를 손쉽게 풀어주기 위해 고민하는 국가가 없네요. 거창하게 말한다면 불법 자금의 자금세탁원이 될 수도 있고 가상화폐 경제권이 생겨난다면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와 디플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실물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로 전량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리니지에서 아덴이 마케팅용으로 무차별 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또는 세컨드라이프에서 린든머니의 교환 가치를 린든랩이 결정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가상화폐를 실물화폐로 적은 수수료를 떼고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국가가 있다면 전세계 마일리지 환전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사이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발상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실패한 인터넷 왕국 만들기의 허황된 망상일까요?

어때요? 가능해 보이나요? 최근 페이스북이 소액금융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SNS는 생각보다 복잡한 질문을 던져주는 또 다른 사회입니다.

▶이 글과 관련된 내용 참고 글 :
페이스북의 최대 경쟁상대는 아마존?[하이컨셉 & 하이터치]

아래는 브리빗에 간단하게 가입한 화면입니다. 사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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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9/21 15:07 2009/09/21 15: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종종 소셜미디어 관련 강의 나갈 때마다 사용하는 그림부터 설명해야겠다. 개인들이 사용해온 웹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변화를 흐름으로 설명한 자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범주화하고 도식화 하면서 그 연관성을 주목하기보다 범주화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폐쇄형과 개방형은 그 서비스의 생태적 흐름을 이야기한다. 인터넷의 초기 존재 이유이기도 했던 이메일은 여전히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보편화된 개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으며 이메일 내용을 공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매우 개인적 도구라고 봐야 한다.

클럽과 카페의 기원은 뉴스그룹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개인에서 자신과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공간을 찾았고 그 도구로 클럽을 만들었다. 폐쇄형 공동게시판이라고 불린 CUG라거나 현재의 카페, 서클, 클럽 등의 서비스는 다수에 의한 서비스였지만 여전히 공적이라기보다 폐쇄적이며 소수의 사교적인 공간이다.

이메일과 클럽/카페의 특성은 나와 상대방이 최소한 아이디를 알고 있다는 것이고 비동기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급한'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하고 싶어했다. 채팅 서비스가 있었지만 그것은 그 서비스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만의 소통방식이었다. 따라서 동기식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생겨났는데 그게 바로 지금은 즉시(인스턴트)라는 말이 생략될 정도로 흔해진 메신저 도구였다.

메신저 도구는 사적 영역의 문제를 사회화시키는 도구로도 일부 사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02 월드컵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전세계 월드컵 관련 예상 인터넷 설문에 참여하길 독려하거나 다양한 패러디물을 메신저로 안전하게 실어나르기도 했다. X파일의 유포지로 사용되면서 부정적으로 사용도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전히 안전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동기식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 사회적 이슈나 공통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특수기호를 사용해 리본(▶◀)모양을 사용했다. 이런 경우는 도구의 기본 기능을 넘어선 사회적 변형 사용의 한 형태가 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단순히 자신의 생활 주변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바로 블로그의 출현이 그것이었다. 블로그는 너무나 자유롭고 단순한 도구여서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쓰는 목적에 따라 아주 개인적인 생활이나 생각을 외부로 발행(Publicing, 즉 출판)하기도 하고 블로그의 특성과 이슈와 정보 중심의 검색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신성을 유지하는 놀라운 정보 미디어 도구로의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개인이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쏟아낼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것이었고 이 도구로 쓰여진 글은 검색엔진이 '아주 잘' 찾아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블로그의 변화 과정은 누누히 강조했듯이 그 파괴력과 영향력은 이제 기성 미디어들이 결국 배제하거나 무시하다가 협업을 선택하게 만들 정도가 되었다.

새로운 변화는 SNS에 있었다. 블로그의 매력이라면 글의 내용, 즉 콘텐츠가 더욱 중심이 되어 평가받고 웹으로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상호 작용을 하게 되고 그 상호 작용의 범위가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급격히 성장하게 된 것이다.

개인들을 모아 놓은 거대 사이트 중심의 웹 생태계가 각각의 개인들을 중심으로 한 조립식 웹 생태계로 바뀌는 과정에서 오픈API나 AJAX, 개인화, 앱스 등의 기술적 상업적인 난제들도 하나씩 해결되고 있었다.

결국 '개인'이 원한다면 '사회적 영향력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개인의 웹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마이크로 블로깅이면서 SNS 요소를 가미한 '트위터'는 어디쯤에 위치할까. 역서 다시 발상을 다시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분명히 흐름이라고 했음에도 사람들은 트위터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의 하나인 마이크로 블로깅 도구를 그림 어디나에 점으로 따로 찍어두고 싶어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미니홈피'는 또 어디에 있지?라는 질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답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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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 글 :
2009/09/10 기상청의 댓글 대응 '긁어 부스럼'
2009/09/06 소셜서비스는 시한폭탄, 2PM 박재범 사례
2009/08/26 자기과시와 자기중심적 사회화의 다른 말, 소셜허영
2009/07/07 언론사가 직면하게 될 또다른 미디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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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9/12 00:00 2009/09/12 00:00
나는 가끔 인지절약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여기서 인지절약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구두쇠'와 같은 말이다. 또는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인지압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인지적 구두쇠 심리란, 사람들은 특정한 대상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정보를 다방면에서 취합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빠르고 안정적인 정보 취득 방식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나온 인터뷰나 자신이 신뢰하는 이가 하는 평가를 곧이곧대로 준용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정보를 취합해서 모여진 정보들의 관계를 추정해내고 의미를 분류하여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대상을 평가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준다.

선거에서 포스터에 나온 외모만으로 평가한다거나 새로 들어온 동료의 출신 학교로 나머지 모든 것을 평가하거나 타인의 블로그를 보고 자신이 구매할 노트북을 정하는 식이 바로 이런 인지적 구두쇠 심리 때문이다.

인지적 구두쇠는 세상 만물을 개인이 모두 판단하기 힘들고 경험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낸 효과적인 사고 방식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상을 '띄엄띄엄'보게 되는 단점은 감내해야 한다. 또는 시시 때때로 자신이 내린 판단의 근거가 잘못되었을 경우 자신의 판단을 재점검하고 수정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의 근거가 완전히 틀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믿음을 지켜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띄엄띄엄 보고, 자신이 틀려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심리적 맹점
이런 고집스런 현상을 <설득의 심리학>에서 '일관성의 법칙'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종말론을 주장하던 종교 집단이 자신들이 정한 날짜에 종말이 오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종교를 바꾸려 하지 않는 모습을 사례로 들었다. 이른 바 광신도들인 셈인데 대부분 이것은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을 잃었을 때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자신을 위로하고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수단을 새롭게 동원하는 자기방어 심리적 기재들이 동작한다는 점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어제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라는 글을 썼다. 상당히 의식적으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내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까지 고려하며 약간은 물러터진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글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에서 한 독자는 "글중에 양측다 논리적 근거가 있다고 하시는데, 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단정지었다. 개인적인 주장이다. 또한 다른 한 독자는 "'레밍스네, 자기확신'이네 뜻도 제대로 모르는 말 써가며 그대가 두려워 하는 "민의"를 오도하는데 많은 정력을 소비"했다고 반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어느 대상에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내 글이 그 대상을 옹호하는 것 처럼 비쳐졌다는 것이다. 절대 나는 그 대상을 옹호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다만 서술방식과 근거와 사례가 뒤섞이면서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 심리'가 작동되어 '이 글은 내 의견과 달라'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는 불쾌해 하며 정작 자신들의 의견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같은 입장의 사람인 나를 비난한 것이다.

세상은 '선과 악'이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며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과도 한데 어울려 살아야 함에도 남을 타협할 수 없는 '악'으로 몰아세우고 상대방을 깎아 내리면서도 자신들의 편협함은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쉽게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는 뭔가 보이지 않는 '맹점' 때문에 어이없이 편협한 사고에 빠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제 글에 대한 반응은 어제 마지막 장을 덮은 책 <블라인드 스팟>의 서평에 소개할만한 소재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종종 뻔히 눈앞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바보같은 논리 오류에 빠지는 상황을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특히 입장의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논리적 '맹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심지어 9.11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미국인들이 "그들은 왜 미국인을 싫어하는가"라며 어이 없이 바보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장면을 들어 자신들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가 없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앞에 소개했던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라는 글에서 느꼈듯 진영논리에 의한 극단적 상대 폄하에 대해서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8장 돌아보기
비판적 사고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명확한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막상 증거를 평가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우리는 검증해야 할 증거 자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우리와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무조건 거부해버리곤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불분명한 증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려면 이용 가능한 증거들을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조차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봄으로써 이런 맹점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우리의 세계관은 더 정확하고 완전한 것으로 수정될 것이다.
-267p


이외에도 바로 눈 앞에 있는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라거나 범주화의 오류에 빠져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늘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 손해나는 '하던대로, 보던대로'
예를 들어 내가 홍보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방송사 기자, 신문사 기자, 온라인 기자' 따위로 범주화를 시도한다거나 '메이저 신문 기자, 잡지 기자, 지방지 기자' 등의 분류법으로 인해 간과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듯 이 책은 갇힌 '패턴식 사고'의 맹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파헤친다.

해군 엔지지어인 리처드 제임스는 항해 시 민감한 항해 도구들이 배의 속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여러가지 형태의 스프링을 실험하면서도 그 스프링이 놀이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에게 그 스프링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 스프링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생각했고 이를 응용한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슬링키'라는 스플링 장난감이다.(189p)

책의 아이템인 심리적 사회적 논리적 '맹점'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우수하지만 아쉽게도 서술방식이 지루하고 사례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 또한 주제에 집중되어 반복 강조라는 느낌보다 중언부언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책 자체로는 매우 아쉽다.

이 주제로 더 좋은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블라인드 스팟 - 10점
매들린 L.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 근조, 어제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맹점을 많은 부분 극복하신 분입니다. 자신을 살해하려던 인간들을 용서해줬고 끊임없이 패배의식에 빠진 진보진영을 일으켜세워 결국은 정권 교체를 이뤄냈으며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한국인이 되셨죠.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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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09:47 2009/08/19 09:47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

Column Ring 2009/08/18 13:36 Posted by 그만
지난 연말부터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경제용어들이 의외로 재미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펀드런이란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펀드 가입자들이 인출하기 위해 객장으로 뛰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만든 것으로 펀드런 현상은 펀드가 부실해질 때는 물론 요즘처럼 펀드 수익률이 급락했다가 원위치로 회복했을 때 한 번 더 일어난다. 원금을 회복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재산을 분산하거나 교체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펀드 가입자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다보니 공격적이고 장기적 펀드 운영보다는 기계적이고 안정적인 펀드 상품이 양산되고 돈이 몰리는 곳만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지 않는 곳은 투기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투자금이 부실해지는 현상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악순환이다.

누구나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 누구든 괴로워지는 게이머가 되어 남을 더 괴롭혀야 자기가 덜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레밍스 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사람들이 집단군중심리에 의해 주식시장이 오른다 싶으면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특정 종목이 수익률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다시 그쪽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다. 이렇게 유동자금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보면 레밍스라는 군집생활을 하는 작은 동물들이 떼지어 다니는 모양이 떠오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앞세워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업 자금 흐름에 장애를 준다. 더구나 이렇게 소문과 뉴스에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겨냥해 과대 과장 공시를 한다거나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일부러 띄우기도 하고 역정보를 통해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사기극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게 과연 누구 잘못인가.

레밍스 처럼 누군가를 쫓아 몰려다니는 쏠림 현상

온라인은 '편향적'이고 '편협'하며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자신도 그러한 부작용의 희생자 내지는 가해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보다는 이슈 쏠림현상에 의한 부작용이 더욱 부각되어 느껴진다.

이런 부작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미디어 플랫폼의 근본적인 특성 차이다.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라는 책에서도 주장했듯이 정보를 수용하는 양태가 오프라인에서는 밀어내는 정보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쌓아둔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내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손쉽게 생각해보면, 황우석 사태, 디워 논란, 신정아 논란, 광우병 사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든 사건에서 우리는 미디어의 아젠다세팅(의제설정)에 기꺼이 동의했지만 그 진행 상황에 동의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사람들은 황우석 사태 때 놀라운 지식의 공유와 함께 넘쳐나는 의견과 맞닥뜨렸고 일부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나머지는 이 공방 사이에서 쌓여가는 정보를 소비하기에 이르른다. 행동하는 사용자들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적극적으로 쌓여 있는 정보를 찾아 재생산하고 다시 이를 자신의 의견을 공고히 하는 근거로 삼게 된다.

광우병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단순히 '논란'에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와 행동을 보여준다. 이 때 오프라인에 나와 '시위'를 한다는 행동은 상당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과연 그 전부터 이들에게 '광우병은 무서운 병이다'라는 인식이 있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미디어의 아젠다세팅과 함께 정부의 정보 제공에 초기에 노출되었고 중간에 다양한 의견 제시를 관망했다.

오프라인 미디어는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온라인은 자기 확신을 위한 정보를 찾게 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망하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저마다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남들에게 자기 확신을 줄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쌓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공고하게 받쳐줄 근거와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그저 온라인에서 찾아서 읽고 남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면 되었다. 네트워크 효과는 극대화되었고 사람들은 '자기 확신'에 가득 찼으며 이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럼 이렇게 쏠림 현상을 놔두어야만 할까? 사람들은 남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디지털로 기록된 발언과 글과 영상에서 꼬투리를 잡아 맹공격하는 자료로 삼는 것을 놔둬야 할까. 이쯤에서 민주주의와 사회를 좀먹는 패거리 의식, 엘리트주의가 싹트기 시작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만 하면 욕먹는 모 논객이 '지적 수준'이나 '자격' 등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봐주어야 한다. 불편하지만 남들의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봐주어야 내 행동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나는 상대를 봐주는데 상대는 나를 봐주지 않는가. 정보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권력의 불평등에 대한 견제가 없다. 온라인은 끊임없이 논란과 논쟁을 산더미 처럼 쏟아내지만 정작 '실질 권력'은 이런 정보를 획득하지 않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력 차이는 여기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영향력 크기의 차이라기보다 영향력의 온도 차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오프라인 미디어는 정보 수용에 있어서 수동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것은 오프라인 미디어가 역사적으로 만들어 놓은 객관성과 종합성의 결과물이다. 반면 온라인 미디어는 생산자와 수용자가 구분되지도 않고 서로의 영향력의 저울이 수평으로 맞춰질 리 없는 상태다.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심어줄 정보를 능동적으로 재조합하거나 자신의 의견과 같은 성향을 보이는 매체나 타 이용자(또는 블로거)에게 동감을 표시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배가시킨다.

정보의 흐름 자체가 플랫폼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므로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에 따라 여론과 사회적 논란의 진행 상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진다. 너무나 편협한 시각(적어도 내가 보기에)을 봐야 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공방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진영논리가 판치는 온라인,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필요하다

사회적 아이러니는 양 극단은 서로 어느 정도 정비된 이론적, 논리적 무장을 한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서로 상대방에게 논리적 설득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만을 물고 늘어지고 이런 모습이 다시 '편협함'으로 비쳐져 꼬투리 잡히는 양상을 보인다. 이래가지고서는 토론이란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서로에게 인정할만한 논리가 있어도 상대방이기 때문에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 진영 논리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온라인의 집단지성을 신봉하면서도 자칫 진영논리에 빠져 허우적 거릴까봐 쉬엄쉬엄 가는 이유는 이런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에 이은 사회적 갈등구조 고착화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런 현상에 뛰어들기보다 관찰하고 레밍스 처럼 몰려다니는데 동참하기보다 관망하며 자기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방면의 책을 탐독해야 '정보 몰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잠시 멈춰서 모니터를 벗어난 세상을 주목해봐야 한다. 모니터 속 세상에서 내가 칼을 들고 다니며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니터 밖 세상에서는 이웃과 서로 어깨동무하고 술 한잔 걸치고 싶은 친구들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라인에서 자아 증폭 현상으로 인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부딪히더라도 오프라인 세상에서 그는 의외로 정감 넘치는 이웃이고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가학 충동'에서 약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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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18 13:36 2009/08/18 13:36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당의 미디어 관련법 변칙 강행 처리는, 마치 공기 처럼 흔한 '미디어'의 복잡한 구조를 사람들로 하여금 공부하게 하고 무엇이 옳은 언론의 길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미디어법을 놓고 전공자나 관련자들조차 정치인들이 짜 놓은 사고틀에 갇히는 현상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미디어 산업 중흥'이라는 산업적 논리를 여당에서 꺼냈고 '민주주의 후퇴' 등의 사회적 논리를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면서 미디어법 논의는 노를 저어 산으로 올라가는 어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디어법 관련 논란의 본질은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서 풀면 의외로 자신의 입장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먼저, 현재 미디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가. 그것도 다른 민생법안이나 시급한 경제현안보다 더 중차대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미디어법이 개정되면 대기업과 언론사는 방송진출을 통해 현재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가. 실제 그럴 능력이 되고 그럴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가.

또한, 미디어법이 개정되어 신문과 대기업의 새로운 방송진출이 이루어지면 실제로 일자리가 늘어나는가. 언론사간 인수합병이 손쉬워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보다 투자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소위 '조중동'과 '삼성'은 방송업에 진출하여 성공시킬 것이고 여론 독과점이 심화될 것인가.

그런데, 이런 논의는 사실상 정치권과 서울을 기반으로 한 중앙 언론들이 제기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 문제이지 현업의 눈높이는 아니다. 더구나 학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블로거들 역시 이런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고착되어 정치권의 논란에 한데 뒤엉켜 있을 뿐 어느 부분 하나 진전시키지 않고(못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미디어법 때문에 지방지가 위기라는 현업 지방지 기자의 하소연
지난 11일 <PD 저널에 실린 글에 이어 13일 몇 가지 사진과 추가 글이 담긴 블로그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역 신문 현직 기자의 시선으로 본 미디어법 강행 처리 후폭풍이 결국 지역지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란 불길함을 담은 글이다.

서울일간지의 공습, 지역신문의 운명은?[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이 글에서 지역지 종사자로서 느끼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대개 지역신문의 인력은 100~150명이다. 그런데 서울지가 지역신문을 함께 발행하면 10~20명, 많아도 30명이면 가능하다. 1면부터 4, 5면 정도만 지역기사로 채우고 나머지는 전국공통의 본지 기사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편집이나 인쇄, 배포는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 된다.

20여 명의 인력으로 지역신문을 제작, 운영할 수 있다면 100% 흑자를 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방 언론사 현업에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라면 이게 왜 문제인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글은 서울일간지들이 지방 자회사를 만들거나 지방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지방의 광고 시장마저 가져가 지역 토착 신문들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를 담고 있지만 정작 왜 지방지들이 살아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방의 정서를 담고 중앙에 편중돼 있는 관심사를 분산시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 언론사들의 생존이 필요하다고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서울일간지들이 지방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방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 지방지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사실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권에 의한 언론 통폐합의 기억을 갖고 있을 뿐 시장이 자율적으로 지방지의 경쟁력을 높여주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작 지금 지방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황임에도 지방지들끼리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지 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어도 스스로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담보된 경영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에 강준만 교수가 기고한 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제고 이 글을 보면서 몇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때를 놓쳤는데 앞의 블로그 글과 병행하여 읽으면서 좀더 본질에 들어가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소개하는 것이다.

전국지의 지방지 계열화, 신문사 간의 인수・합병 등을 허용하는 정책....지역언론 간의 통폐합...우리는 이 두 제안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국지의 지방지 계열화와 지방신문사 간의 인수・합병 등은 당사자들 모두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폐업과 실업이라는 결과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무보수라도 그냥 버티겠다는 기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 건 기자 최저임금제의 법제화였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많아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그리드락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가?
지방신문의 ‘그리드락’_강준만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PDF]

여기서 강준만 교수가 소개하는 '그리드락'이란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을 쓴 미국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 마이클 헬러가 말하는 현대 경제사회의 모순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다. 즉, 사거리에서 차들이 꼬리물기를 하다가 자신은 물론 남들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그리드락이라 표현한 것이다. 너무 많고 세분화된 소유권으로 인해 오히려 가치 생산 활동을 제약받는 상황(저작권 때문에 UGC나 2차 저작물 생산이 위축되는 등의)을 설명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용어를 들이밀자면 '자유시장의 역설', 또는 '시장의 실패', '공유재의 비극' 등의 현상이 이런 그리드락으로 인해 복잡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지방지 시장의 그리드락, 원래부터 문제가 많았다
강준만 교수는 '도대체가 경쟁력도 없는 지방 신문사가 서로 살아남아야 한다는데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경쟁력을 갖춘 신문사의 대형화가 과연 우리 사회 전체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역시 깔려 있다. 이것은 강 교수만의 걱정이 아니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많은 학자들이 중소신문사는 물론 지방지를 살려야 한다면서 경쟁력이 있는 신문사가 살아남을 것이라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쯤에서 지방지 시장까지 중앙지들이 넘보는 것은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문사 복수소유 금지 규정 등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서 이미 무효화되었으며 지금 논란중인 방송법 개정안 무효화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반박할 명분은 충분해 보이지만 현실 시장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블로그 글에서 미디어법 개정으로 인해 지역 언론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걱정하는 김주완 기자의 우려는 결국 '현업의 걱정'이라고 봐야 한다. 시장의 논리라면 100~150명이 만드는 신문을 2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전국지와 함께 배달하여 광고주에게 좀더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줄 수 있다면 결국 명분이 어찌되었든 시장이 재편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문제점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소비자, 곧 독자들이 지방지를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다면 아주 심각하다.

정말로 김주완 기자가 <PD저널>에 쓴 기고문에서 지적하듯 "서울 중심구조 속에서도 그나마 남아 있던 게 지방자치단체의 공고와 축제·행사 광고, 그리고 향토기업의 광고였다. 그런 광고가 서울로 가지 못했던 것은 광고단가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낸 세금으로 차마 서울지에 광고를 낼 순 없었던 것"이라면 광고주들은 적어도 효과는 둘째치고라도 '명분'도 있고 '규모'와 '실리'가 있는 중앙지의 지방판에 관심을 둘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렇게 다 앉아서 지방지들은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지방지 종사자라면 지금 상황을 좀더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상태인지, 그리고 경쟁상황에서 내가 최소한 도퇴되지 않을만큼의 차별화된 경쟁력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겉으로는 서로 울고불고 땅을 치면서 이놈의 나라에서 마이너 언론이 얼마나 힘든줄 아냐면서 읍소하는 수많은 신문사들이 이상하게 간판을 쉽게 내리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앙지는 고작해야 11개, 경제지 6, 7개를 합치면 20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국 일간종이신문의 수는 2008년 말 기준 무려 275개다. 이는 2002년 125였던 것에 비하면 2배가 넘게 더 생긴 것이다. 기타 일간지(331개)와 주간지(2,788)까지 그 수는 산업계 동향과는 달리 크게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엄청나게 불어났다. 인터넷 신문은 2008년 말 현재 무려 1,282개에 이른다. 이미 우리나라 언론 산업은 과포화 상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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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정기간행물 등록현황[e-나라지표]

우리나라 언론시장이 '대마불사'라 하여 큰 기업일수록 죽지 않는다는 대기업보다 더 생존력이 길다. 알고보면 '대소불문 불사산업(좀비)'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장이 이들의 퇴출을 도와주기는 커녕 언론사들을 근근히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부채가 넘쳐서 이미 부도 상황을 맞았던 수많은 언론사들이 기업이나 기타 금융자본으로부터 긴급수혈이나 자금회수 유예로 살아남아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후진적인)기자들도 아직 많다.

중앙지도 이럴진대 하물며 지방지야 월급 없는 계약직, 2, 3개 매체와 계약한 기획(광고성 기사 전문)기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물론 지방정론지까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부실 기업을 퇴출시키지도 못하는 구조인데다 시장 참여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경쟁만 치열해지고 나눠먹을 파이 자체가 줄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방 이슈의 발굴과 심층 취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네트워크 구축이 관건
그런데 약간 발상을 달리해보면 일단 규모의 시장을 갖추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중앙지에 맞서 지방지는 반대로 자신들의 시장을 좀더 세밀화하고 타 지방 신문과의 인수합병이나 교차소유, 지분 공유 등의 방법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 2의 통신사에 공동지분참여(또는 설립)를 통해 전국뉴스 풀을 늘리거나 지역지 기사풀 제도를 도입해 공동 뉴스 생산 비용 절감과 지역 심층 취재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블로그와 지역 시민들과의 소통과 각종 행사 개최 및 후원을 통한 존재감 확보 역시 멈추지 말고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지방지들끼리의 합종연횡이 서로에게 절실하다는 공통인식 속에 단단한 결속력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말뿐이라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김주완 기자가 사례로 든 '인천경향신문' '중앙일보 천안·아산'보다 좀더 적절한 예는 <내일신문>이 아닐까 한다. 독자주주와 사원주주제도 등을 과감하게 동원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다져가면서 자리를 잡아 나갔다. <내일신문>은 종이신문이 암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중앙지들이 정치인들을 붙잡고 특혜를 요구할 때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지금은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치인들 데려다 놓고 민주주의니 언론의 산업화니 떠들어대도 정작 중요한 것은 언론사 종사자들의 처지다. 지금 신문사는 물론 방송사와 포털 틍 인터넷 미디어를 비롯해 모든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이 좌고우면할 상황이 아니다.

더 거대한 쓰나미가 미디어 산업의 뿌리를 뽑을 기세로 달려오고 있다. 블로그와 마이크로블로깅을 앞세운 시민 저널리즘과 일상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이 그 쓰나미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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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블로그의 미디어 관련 글 :
2009/07/29 국민이 오해하는 언론법?
2009/07/27 미디어법, 미래를 대비한 법이어야 한다
2009/07/24 미디어법의 비즈니스적 허구성 [동상이몽]
2009/07/07 언론사가 직면하게 될 또다른 미디어 변화
2009/06/17 단일 소비 시장 & 전체 소비 시장
2009/06/04 잡지가 인터넷으로 이사하는 방법
2009/05/07 백악관, 신문 도울 방법? 잘 모르겠는데요.
2009/03/24 신문에 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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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13 02:27 2009/08/13 02:27

국민이 오해하는 언론법?

Column Ring 2009/07/29 09:46 Posted by 그만
오늘 오전에 언론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또 한마디하셨군요. 언론들은 대통령의 발언에서 두 가지 정도의 키워드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하나는 '오해' 하나는 '결과'이지요.

이 대통령 “국민들 언론법 오해하고 있어”[한겨레신문]
이명박 대통령, "미디어법, 결과로 보여줘야"[YTN]

먼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옮겨와봅니다.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
“이런 선입견을 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언론관련법이) 국민들에게 채널 선택권을 넓혀주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줄 법임을 알려줘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평이한 말이고 국가 수장이 해야 할 언급이며 그 수위나 지시 내용에 크게 흠잡을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발언 자체가 문제는 아니죠. 그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 지금 시점에서의 국민 정서가 더 중요하겠죠. 저 처럼 온전히 미디어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마저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데 미디어를 정서의 영역으로 보고 민주와 반민주 진영의 권력다툼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이번 미디어법 강행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오해라고 하면 안 되죠.

그럼 왜 지금 미디어법이 그 개정의 필요성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되고 산업계 역시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인한 활로 모색의 기회를 잡고 있음에도 이런 부정적인 '오해'들이 발생하는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 미디어법을 고치면 투자가 활성화 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굽쇼?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인해 투자가 활성화 된다는 의미는 투자할 투자자와 투자를 받을 투자 대상, 그리고 이러한 투자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거나 기존 시장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포화상태라는 것은 결국 마케팅과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남의 시장 빼앗기, 또는 경계를 무너뜨려 규모를 확대하여 과점 시장으로 진입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자,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이 포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기만 하면 됩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어서 투자자들이 맘 놓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투자해서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이 포화됐다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심지어 10~30세까지의 세대별 매체이용 우선순위 1위는 인터넷입니다. 향후 5년만 지나면 40대까지도 인터넷이 1위가 될겁니다. 방송 시장은 그야말로 시간때우기 매체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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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책 당국자나 정치인들이 이것을 모르지 않겠죠. 그러니 신문사와 대기업의 참여를 동시에 허용했겠죠. 노골적으로 콘소시엄을 구성하라고 요구하면서 말이죠.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멀티소스멀티유즈의 시장이긴 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무형의 재화 시장이라는 점에서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 수 없는 시장이란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기본적으로 M&A 활성화가 일자리를 늘려준 사례가 없습니다. 또한 신규 시장 진출 당시에 사람들이 많아졌다가 이후 노령화되는 종사자들을 구조조정하기 바쁜 곳 또한 미디어 시장입니다.

더 심각한 이야기를 해보면요. 고작 언론계 모든 종사자 수가 2008년 기준으로 4만6천명입니다. 여기에는 언론단체, 언론관련학과 종사자도 포함돼 있지요. 지금 이 수를 10만명쯤으로 두 배 정도 늘릴려고 이 난리를 피운 겁니까? 그리고 두배 늘어나는 거 맞습니까? 2002년 40개였던 지상파방송사(지국포함) 종사자의 수가 12,941명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현재 104개로 늘어난 지상파방송사 종사자수는 14,460명입니다. 어떻습니까. 엄청나죠? 종사자수가 무려 1500명이나 늘어났네요. 방송사가 40개에서 104개로 늘어났는데 말이죠.

이는 미디어 비즈니스가 기본적으로 외주 용역의 시장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직장만 양산될겁니다. 한 번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은 주구장창 10년을 울궈먹는 시장이 된다는 말이죠. 라이브 방송은 고작해야 연예계 뉴스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만 난무하겠죠. 채널선택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의해 저질 방송만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는 정치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황인 '정치 무관심'을 유도하는 것이겠죠.(물론 이런 수동적인 수용자 시나리오를 일부 동의할 수 없긴 하지만)

2. 방송을 특정 세력이나 조직에 넘길 생각이 없다굽쇼?
방송을 특정 세력이나 조직에 넘길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는군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엇그제 했던 말의 뜻을 짐작하게 합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덧붙여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면, 새 방송사업자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론사나 기업의 '이름'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24시간 뉴스’로 보도채널의 새 지평을 연 CNN과 같이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사업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성공적인 미디어 빅뱅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정치적인 성향은 배제하겠다는 것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안배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업계획과 자본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오랫동안 방송진출을 노려왔던 곳의 사업계획과 이를 뒷받침해줄 대기업의 자본력이 결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죠. 이것도 오해라구요? --; 왜 이러세요. 아마추어 같이.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신적인 존재의 독창적인 사업기획이 나오더라도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은 수익이 아예 없을 것을 예상해야 합니다. 그 안에 투자 되어야 할 돈은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2조원을 넘을 것입니다. 보도전문채널만해도 1조원 정도는 들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시장성이 있고 성장하고 있고, 독보적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에 경쟁자가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공중파의 예능프로그램은 종류별로 각종 케이블에서 재방, 삼방, 사방씩 하고 있구요. 각종 연예 예능 코미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케이블 점유율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구요. 더구나 YTN과 MBN 양 보도채널과 유사채널인 경제증권채널들은 앉아서 놀겠습니까? 만만치 않은 시장입니다.

공중파를 장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른 수준의 개정이 이뤄진 것은 지난 번 글에서 지적했습니다. 물론 MBC의 민영화 플랜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만, 사실상 정부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굳이 MBC를 섣불리 민영화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방문진 이사들만 성향에 맞게 교체하면 될 것을 굳이 민간 시장에 지분을 불하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MBC나 SBS를 잡지 않는다면 지역민방을 기대해야 하는데 이 역시 지방을 워낙 싫어들 하시는 대기업들로서는 중앙에서 다시 전국채널로 개국될만한 디지털 추가 채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자, 그리하여 이러한 상황을 모두 인지한 다음에도 사업기획을 열심히 짜고 있는 우리의 선수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싸움은 대기업에게 많은 약속(워런티라고 하죠)을 하고 대기업 독점 채널을 만들던가, 대기업들 몇이 방송을 주무를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가 유력하겠습니다. 저는 누가 참여할 것인지 주목해볼 요량입니다.

일단 조선일보는 좀 난감해 하고 있을 것입니다. 누가 조선일보와 방송을 같이 참여해서 만들고 싶을까요? 정말 많은 기업들이 있겠지만 내심 반기진 않을 것 같습니다. 서로 코꿰는 상황이 올테니까요. 조선일보는 일단 놔둬 봅시다. 케이블에서 갈고 닦은 방송 프로그램 수입 능력을 보여줄 생각인 것도 같네요. 제가 아는 모 대기업 관계자는 신문쪽에서 컨소시엄 구성하자고 달려들면 무섭다고 말하더군요. 한 회사하고만 하면 광고 나눠먹던 습관을 가진 신문사들이 여기저기 들러붙을 거 같아서 겁난다는 것이죠. 더구나 수익성이 담보되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이야 말로 종편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합니다. 이미 다큐멘터리 Q채널을 QTV로 바꿔놓고 종편을 기대하고 있죠. 아마 외자를 유치받고 사주 관계 회사인 CJ(tvN의 흡수합병도 점쳐지고 있죠)와 삼성 등이 뒷돈 대줄 회사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꿈은 해외로의 진출일텐데요. 당장은 국내에서 기반을 잡고 해외로 합작 진출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말 그대로 10년이고 20년이고 상당한 투자를 감행할 여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동아일보는 내심 MBC의 민영화를 기다렸다가 지지부진하고 생각보다 지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자 아예 지상파 진출을 2013년에 시작될 새로운 공중파 디지털 채널 확보에 주력하는 인상입니다. 이 역시 자신들의 돈으로 하지 않겠죠. 대기업이 돈을 대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대기업들은 아마도 민간 기업이 아닌 공기업들이 출자 형태로 돈을 대주는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또는 SKT나 KT 등이 콘텐츠 수급을 위한 생산 기지로 동아일보와 동아일보가 만들 방송에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매일경제입니다. 이미 국내 유일의 신방겸영(비록 보도채널이지만) 체제를 실험해오고 있으며 보도채널로서의 MBN의 위상은 많이 떨어지지만 수익성은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입니다. 먹고살만해졌다는 이야기이구요. 적어도 방송에서도 ROI를 따져가며 비용을 적게 들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곳이 되겠습니다. 사옥도 넉넉해서 방송국을 운영해도 지장이 없구요. 아마도 중앙일보와 함께 종편의 쌍두마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매일경제만큼 재벌과 친한 신문도 없으니 노골적으로 기업과 짝을 맺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을 뿐더러 대기업중에서 금융쪽과의 짝짓기 가능성도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이란 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자, 현실적으로 이들 말고 가능성 있는 곳을 대주세요. 없죠? 그러니 그냥 이들을 놓고 누구에게 줄까를 고민하면 끝입니다. 그렇죠? 이게 특정 세력에게 줄 생각이 없다는 말과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 것인지는 초등생들도 붐업게시판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한겨레도 방송 진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경향과 한국 역시 고민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역시 보도전문채널 진출에 뜻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누가 이들에게 돈을 대줄까요? 아마 모금을 해도 자금력과 안정적 재원조달 방안 등의 항목에서 누락되겠죠. 안 그렇습니까?

나머지는 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이어서 쓰겠습니다. 죄송.. 업무가 바빠설.. ^^;
3. 국민들의 채널 선택권이 늘어난다굽쇼?
4.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다굽쇼?


**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쓰는 글은 제가 외국계 포털 종사자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 주관에 따른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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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7/29 09:46 2009/07/29 09:46
종이신문이 죽어간다고 난리다. 그런데 누누이 강조했듯이 종이신문이 죽는다고 해서 저널리즘이 죽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란 다수 인간들의 시간과 주목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빈 자리는 채워진다. 다른 종이신문이든, 다른 형태의 매체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공적 자금 2조원을 투입해 종이신문을 살리자는 최문순 의원의 발상에 적극 반대했던 것이다. 사적 미디어는 절대 좀비 처럼 살려두면 안 된다. 좀비처럼 살아남은 일부 지방지들이 계약직 기자로부터 선입금을 받고 영업을 뛰게 하는 행위를 보면 화가 날 정도다. 이들을 살려 놓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절대 아니다. 기존 체제 그대로 가고 경영진의 배만 불려 놓고 폐업과 재창간을 거듭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것이다. 기자들은 영업과 취재를 혼용하는 생계형 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저널리즘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 공적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떠 안기는 사회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중 매체들이 '사명감을 가진 준 공적 기관' 역할을 해왔다지만 사실상 '영리 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언론의 대형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럴 것이면 시민사회가 직접 신문을 공짜로 펴내면 될 것을 왜 자꾸 신문사의 칼럼을 놓고 배 놔라 대추 놔라 하겠는가. 그러나 또 반대로 영리 기업에 무조건적인 공적이고 중립적인 역할만을 기대한다는 것도 억지에 불과하다. 아무리 남 이야기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제한돼 있는 상황을 도외시 하면서 비난하면 안 된다. 그건 등록금이 없으면 장학금 타면 되지 하는 소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대중매체의 비극적인 모순은 시작된다. 사적 기업의 공기관화를 부축인 것은 국민의 요구라기보다 사적 기업인 미디어 기업 스스로가 생존을 위해 공기관처럼 행동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것은 자발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사회가 욕하는 최소한의 덕목이기도 했고 그것이 '생존'과 '번영'을 약속해주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호외'를 무료로 발간하는 등의 행위를 생각해보면 이 모순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호외를 뿌리는 행위는 '사적 기업'으로서의 행동이라기보다 사회적 요청을 받아들인 '공적 기업 역할'로 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대중매체를 지탱해 온 힘은 시민사회의 요구에 얼추 맞춰가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우리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선언적이고 명시적인 원칙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매체의 광고 및 수익 영업이 확대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시장의 광고 및 수익 영업의 축소가 먼저 왔고 이는 신뢰를 약간 희생하는 선에서 생존을 갈구하던 신문에게 더 큰 위기로 다가왔다. 신문은 살아 남아야 하고 규모를 키워서라도 생존의 하안선을 확보해야 한다. 남의 밥그릇이라도 빼앗든가 서로 나눠먹어야 할 처지다. 그걸 비난해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해 하는 노력마저 비난하면 그건 '인간 된 도리'가 아니다.

여기서 '조중동 방송'이 사람들을 세뇌시킬 것이란 일방적인 구호는 잠시 멈추고 담담하게 현재 미디어 시장의 모순들을 바라보자. 좀더 이해한 다음 공격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미디어법의 본질을 옆으로 미뤄두고 이들의 입장은 수면 아래 감춰두고 온갖 말도 안 되는 구호들이 난무하면서 미디어법은 이미 갈피를 못잡을 운명이었다. 찬성과 반대의 영역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적으로 현실 미디어 상황을 법안에 반영할 것인가를 놓고 출발했어야 했다.

종이신문은 '다매체' 확보가 절실하다, 근데 사회적으로 그다지 급하지 않다
이 역설적인 문제제기에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 종이신문의 비용 구조에 대해서는 누누히 말했듯이 '장치산업'에 준한다고 봐야 한다. 대규모 윤전기를 돌려서 대량으로 찍어야 광고 단가를 맞출 수 있다. 배포되는 절대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광고주의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넓은 커버리지(사람들에게 접촉되는 범위)의 매체를 선호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중앙집중형 사고는 지역 광고주들마저 종합 전국 일간지에만 광고 물량을 주게 된다. 모든 자원과 정보가 서울을 중심으로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소위 '읽을 거리'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다시 서울로 집중된다. 지방지에서 서울에서 일어나는 소식이 1면 머릿기사가 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우리나라 미디어 현실을 보여준다. 서울방송은 지역 방송으로 태어난 회사이지만 정치권은 물론 시청자와 시민, 그리고 언론인들까지 모두 전국방송 취급을 해준다. 심지어 포털 뉴스도 지역 뉴스의 비중은 너무 작다. 사이버 시민저널리즘의 원류라고 생각됐던 오마이뉴스마저 지역소식은 도외시한 채 중앙 정치 싸움 중계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지 시장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 넘치는 잔 효과를 받아야 먹고 사는 지방지는 이미 고사 직전 단계다. 이 때 종이신문은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다. 프레시안이 그랬고 시사인이 그랬고 오마이뉴스마저 이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대형 자본의 지원이 아닌 독자 자본의 지원은 이들 매체를 좀더 선명한 매체로 만들 것이다. 물론 대중 매체는 선명성이 강할수록 외면받으며 니치 미디어로 전락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이른 바 '독자 편향이 주는 기회와 함정' 같은 것이다.

대형 종이신문의 경우 그 비즈니스 규모가 독자에 의지하기 힘들다. 대중은 매체 충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주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그런데 광고주는 종이신문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종이신문이 기획하는 것이 '다채널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다양한 매체를 만들어 원소스 멀티유즈(불가능하지만)를 기본으로 '종이' '전파' '케이블' '인터넷' '무선' 등의 다양한 매체들에 자신들의 생산력과 유통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종이신문은 결론적으로 '종이'를 근간으로 하는 생존 전략을 포기해야 살 수 있지만 만일 다매체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종이'를 버릴 수 없는 모순에 빠져 있는 상태다.

결국 종이 신문의 힘과 브랜드를 이용한 사업꺼리를 광범위하게 벌리게 된다. 이런 경우는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더 성행하는데, 예를 들어 히트상품 선정이라거나 광고주 유치를 위한 포럼, 컨퍼런스, 00페어, 전람회 등등... 온갖 군데에서 '지면을 통해 알려주겠다'며 부대 사업을 펼친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업, 취업 중개, 교육업, 문화원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멀티 브랜드 사업을 펼친다.
신문에 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링블로그]

문제는 종이신문의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사업 전략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고 종이신문의 생존 전략과 사회적인 요구가 상충되는 지점에 대한 예측이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신문이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이런 독과점 구조에 다매체 전략을 허용해줄 경우 여론 시장은 몇몇 대형 보수 언론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부담감 때문에 종이신문의 '현상유지'나 적극적이 아닌 '최소한의 참여' 정도가 시장의 정서가 되어 있는 셈이다.

종이신문들은 급한데 사회는 타 매체 이용률이 올라가면서 종이신문들과의 정서적인 거리가 워낙 먼 상태다. 잘 나가면서 왜 그리 서두르냐는 것이고, 서두르는 이유는 딴 데 있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인 거다.

결국 '종이'신문이 이뤄온 과거의 여론 독점에 대한 성공이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종이신문의 종사자들로서는 신문을 구성하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고작 20%의 내용 때문에 사업적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사회적 저항으로 인해 포기해야 한다면 이 역시 억울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통합 미디어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가 심한 보혁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주요 대형 매체들의 성향이 보혁으로 갈리고 비즈니스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에도 이를 설득할 기반 역시 편향돼 있으니 어떤 식으로 바라봐도 종이신문의 변신은 환영받지 못할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종이매체라는 우물 안 강자, 장년층의 영향력 매체인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신문의 경우 애매하게 됐다. 신속하게 다매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지 못하고 인터넷과 TV의 영향력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사업적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타 매체 시장을 키울수록 자신의 전통적인 영향력 기반인 '종이' 매체의 임종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신문은 이제서야 그 상황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회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공중파 TV는 이미 영향력 시장의 강자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도 그리 밝은 것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사양 산업 두 곳의 장벽을 허문다고 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가 활성화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산양 산업간의 벽이 허물어지면 기업 인수합병이 활성화되다가 결국 독과점 시장으로 흐르고 이는 다시 효율화란 명목으로 자원 재분배와 함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막장 자본주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으 포화시장이다.

이런 상황에 여당은 정권창출을 도와준 신문에 뭔가 줘야 하는데 뭘 주어야 좋을지 모른다. 그래서 멍청하다는 것이다. 여당이 신문에 선물을 주려면 그 이상의 사회적인 선물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래야 상호 호혜평등한 것처럼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를 대폭 신장시키고 시민저널리즘, 풀뿌리 저널리즘의 육성책을 도와야 했다. 또한 재벌이 들어올 길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미디어 기업들의 '경영'과 '편집권'의 분리에 대한 확실한 보증 위에 사적 자본의 미디어 기업에 대한 투자의 길을 폭넓게 허용해야 했다.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여 종이신문의 새로운 변신을 오히려 방해하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규제가 약한 인터넷으로의 이주를 도왔어야 했다.

지상파 시장은 이미 급속도로 매체별 시간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전파당 매체수를 늘리면서도 반대로 방송에 사용되는 전파를 회수하여 새로운 무선 네트워크의 출현에 대비해야 했다. 지상파 방송 시장은 대규모 자본의 투입으로 인해 시장의 과점 선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공중파를 무한경쟁시키겠다는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반면, 지금 상황에서 야당은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미디어법을 '악법'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구호만을 남발하고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선도하는 혜안을 전혀 보여주지도 않았다. 프레임 경쟁에서도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말꼬리 잡기로 작게 성공했으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려 결국엔 졌다. 아니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수준 이하의 논쟁으로 미디어 시장을 헤집어놓기만 했다. 이건 결국 '정권' 차원에서 미디어를 이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싸우는 100년 전 사고의 재판이 아니고 뭐겠는가. 진영논리로 풀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단 한 건도 없다. 총체적으로 보든가 구체적인 사안별 접근이 필요했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면 오히려 미디어의 정의를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구체화하다 보니 영역별 장벽이 생겨 지금과 같이 그 영역별 교류를 방해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열리면서 디지털 미디어 융합 현상 및 다매체화는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고 반대로 미디어 영향력을 다시 쥐게 될 생산자 집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드세질 것이다.

지금의 '미디어 악법 반대' 'TV 영향력 과점 해소' '신군부 미디어 체제 해체' '여론독점' 등의 구호만 난무하는 싸움이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을 건강하게 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서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정서적 구호만 난무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미디어 시장' 또는 '언론 시장' 자체가 왜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시켜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는가.

후기 산업사회 전략 논리를 미래 정보사회 전략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니 정서적 괴리감만 생기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존의 미디어 관계법을 모조리 폐지 및 통합 대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최소한 1~3년 동안 통합 미디어법을 위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조되어 억지로 통과시킨 미디어법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미디어여도 납득이 될만한 민주주의 미디어 통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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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7/27 00:57 2009/07/27 00:57
여러모로 복잡하다. 방송법 처리 과정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외하고도 미디어 관련 법 전반적으로 합의 과정이나 논의 과정 속에서 초점이 벗어난 겉돌기 때문에 핵심적인 문제를 짚고 가지 못하고 있다. 하다 못해 당연히 바뀌어야 할 항목마저도 모조리 싸잡아서 악법이 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조문을 하나씩 들여다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디어가 디지털화되면서 겪게 되는 융합현상을 별개의 법으로 규제하고 또 다른 법으로는 진흥하려 하니 모순 관계가 하나 둘이 아니다.

여당의 안이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통과(됐다고 우기니 일단 다 인정한다고 치고)됐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안도 아니다. 법안 조문의 구체성은 더구나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향후 100년 동안 단 한 신문사도 나올 수 없는 가구 구독률 제한 규정을 넣었겠는가.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해 가구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은 방송 진출을 금지했다는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보를 모두 합쳐서 중복자를 빼면 20%도 안 나온다. 게다가 ABC 부수 인증체계도 제대로 잡혀 있지도 않고 주요 신문사 모두 자사 유가부수 공개를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는 마당에 어느 조사기관의 어떤 기준으로 가구 구독률을 조사한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더구나 절대 수치인 가구구독률과 비례수치인 시청점유율을 합하는 산수도 안 되는 의원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일단 정치적인 함의는 놔두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방송 미디어 비즈니스를 이야기해보자.

일방적으로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한 것이다?
절반만 맞다. 신문의 방송 진출도 허용됐지만 반대로 방송의 신문 진출도 허용됐다. 일단 이번에 규제가 전반적으로 풀리면서 미디어 영역 사이에 놓여 있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들 신문과 재벌의 방송사 소유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지만 방송사가 신문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렸고 신문끼리의 교차소유의 길도 열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분인데, 방송사 어디도 신문을 소유하고자 하는 니즈가 없다. 왜 그럴까. 당연히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규모도 적고 지나치게 많은 전국지들과 너무 많은 지방지,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인터넷 신문들과 특징 없는 텍스트 전쟁을 벌이려면 수지타산도 안 맞는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의 수를 헤아려보니 2009년 3월 17일 현재 1,399개에 이르니 지금은 1500개에 육박한다.(이중 절반 정도는 이름만 올려진 유령 언론사다)

이런 상황이라면 영향력이라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방송사와 인터넷의 겸영이 시너지가 더 크다(그래서 해외에서는 대부분 인터넷과 방송사의 짝짓기가 대세다). 언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 이미 '동시보도시 영향력' 부문에서 인터넷이 신문을 앞질렀다. 1위는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TV 였다.

그러니 신문쪽에서 유독 방송쪽으로의 짝사랑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문은 미래의 먹이인 인터넷 영역에서 이미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에게 플랫폼 전쟁에 임해 10년 동안 완패를 당해왔다. 심지어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을 당하고 있으니 100년 자존심이 오죽하겠는가. 방송은 그나마 조직 구조도 비슷하고 수익구조도 비슷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저에는 '영향력 시너지도 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신문의 방송 진출은 사업적으로 타당성이 있나?
그러나 신문의 매출액도 줄고 있고 공중파 TV 매출액도 줄고 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경기회복? 그럼 그냥 투자 없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하다. 종합편성채널 하나에 예상되는 초기 투자비 3000억과 연간 4, 5000억원의 비용. 더구나 이 채널이 흑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아주 낙관적으로 잡아봐야 5, 6년 후다. 냉혹하게 말하면 10년이 지나도 초기 투자비도 못 건질 수 있는 비즈니스가 미디어 비즈니스다.

KBS와 MBC의 지난해 실적은 정말 끔찍할 정도였다. KBS는 765억원의 적자를 MBC는 28억원을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민영 방송이라 좀더 수익성에 치중할 수 있었던 SBS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고작 77억원이었다. 경제 탓도 이었지만 지난해의 끔찍했던 상황을 탈출하고자 방송사들은 올해 너나 할 것 없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형 신문사들은 종합편성채널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보도를 망라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운운하면서 신문과 재벌의 방송 진출을 허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소형 신문사들에게는 보도채널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선, 중앙, 동아, 매경(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신방 겸영하고 있는 매체다) 정도가 공중파 방송 소유와 함께 케이블 TV 신규 종합편성채널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나머지는 보도채널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지독하게 사수하려 했던 소유 지분 30%는 사실 '경영 참여'의 최소 수치라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의 지분 20%(신문과 재벌이 10%씩 나눠 갖는다고 했을 때)는 경영상 애매한 숫자로 비쳐진다(이 부분에 신문들의 불만이 크다). 신문과 재벌이 손발이 맞아서 10%씩 나눠갖는다고 해도 20%는 '소유'와 '경영권' 확보에는 불안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에는 아예 합쳐서 60% 지분을 소유하는 재벌+신문 컨소시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신규 채널을 만든다고 해도 재벌과 신문이 일단 자본금을 확보해도 우호 지분을 다방면에서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옛날 처럼 은행장실에 기자들 몇 대동해서 무이자 대출 받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이 조중동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다?
말로는 이렇게 쉽게 %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입이 떡 벌어진다. MBC가 시장 추정가가 약 10조원 정도의 시장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MBC의 20%를 소유하려면(사실상 소유가 불가하지만) 2조원이 있어야 한다. SBS홀딩스가 30%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있는 SBS의 경우 시가 총액이 7812억(23일 종가 기준)원 정도인데 지분 투자 들어올 경우에는 통상 프리미엄 30~50%를 더 얹는다고 해도 20%를 소유하는 데 드는 돈이 2000억원 이상 들어간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연매출 규모가 3000억원 가량 된다.

물론 최근 중앙일보가 1000억대의 판형교체를 위한 윤전기 투자를 한 바 있긴 하다. 윤전기의 경우에는 임대도 가능하고 기존의 인쇄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여러모로 위험하긴 하지만 납득은 되는 과감한 투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공중파 방송의 소유의 문제는 2012년까지의 경영금지를 비롯한 여러 제약상 그다지 메리트 있는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동아일보가 생뚱맞게 MBC는 줘도 안 갖겠다고 한 것이다.

KBS는 원래 한국방송공사법에 의해 설치된 공영방송 기관이어서 민간 기업의 투자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MBC인데, MBC의 소유지분구조도 사실상 이번 방송법상으로는 20%의 지분참여가 가능하나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이사와 감사 1인이 모두 원칙상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선임을 받는 임기 3년의 이사들이기 때문에 정부가 MBC를 민간에 불하하려면 방송문화진흥회법을 이참에 바꿨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난장판 통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더구나 방통위가 왜 MBC의 방문진 이사를 2, 3년 안에 모두 교체할 수 있는데 피곤하게 지금 소유구조에 변화를 주겠는가. 또한 나머지 30%의 지분을 소유한 박근혜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역시 특정 신문사나 재벌에 넘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SBS가 남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경영권도 지분도 협상에 의해 취득도 하지 못하고(실소유주인 태영그룹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장중매수는 실익도 없을 뿐더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관과 영혼 없이 움직이게 될 방통위의 '심의'와 '승인'까지 받아가며 SBS의 소유 지분을 당장 탐낼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 결국 지상파에 대한 군침 도는 이야기는 사실상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정말 이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다면 그 조직이야 말로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언론의 영향력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여론을 장악하고 싶은 부류들일 것이다.

방송 참여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신문사들이 이번 난리통 통과에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 때문이다.

신문사 홀로 꾸는 꿈
사실상 신문사들이 꿈꾸는 시나리오는 이런 것이었다.

일단 신문사와 재벌의 지분 소유 가능 구조를 법을 통해 확보한다.

어떻게든 둘이 합쳐서 51% 이상을 획득하도록 한다. 물론 제작 인력 및 운영은 신문사가 일단 맡고 돈은 재벌에게 대라고 한다. 실질적으로는 운영은 신문사가, 지분 투자 자금 거의 대부분은 재벌이 대는 구조를 만든다. 재벌은 다시 자회사로 방송광고 미디어랩사를 만든다. 재벌은 방송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 및 광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고 신문사는 보도 및 편성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한다.

좋은 시나리오임에 분명하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이 약하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할 수나 있나'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재벌이라면 지금도 광고를 통한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미디어가 출연하든 자본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데 굳이 기대수익률도 떨어지고 정치적 사회적 명분도 없이 시끄러운 동네에 발을 담그겠는가.

지금 모든 상황은 '신문사가 홀로 꾸는 꿈'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종의 검토는 모두들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밝은 표정이 떠오르진 않는다.

누군가 신문사와 재벌의 조직 안에서 방송 진출에 대한 기안을 올리며 향후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면, 적어도 그는 거짓말을 하거나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도 폭스와 같은 미디어 그룹이 생길 것이라는 매경 기사가 그래서 더 안타깝다.

** 이 칼럼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제가 속한 조직이나 기타 배후 조직이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

** 관련해서 짚어볼 문제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몇 개 글로 나눠 올리겠습니다.

** 관련 글 하나 더 적었습니다. 미디어법, 미래를 대비한 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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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4 01:11 2009/07/24 01:11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갖고 있던 딜레마는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알고 정보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력을 다해 뛰어들 수 없는 상황 자체였다.

쥐고 있는 하나를 놓아야 두 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 개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지금 갖고 있는 하나는 일단 쥐고 놓을 수 없는 절박함을 말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위기는 장치산업의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산업사회 유물이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성장의 정점에서 무너지면서도 화재가 나도 탈출이 불가능한 창문 없는 거대한 타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과 검색의 시대에 언론사는 자신들이 플랫폼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잘못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파란의 스포츠신문 독점에 대한 사례를 통해 뉴스 콘텐츠의 희소성이 얼마나 시장에서 무가치한 것인지도 확인했다. 다만 희망은 아직까지 '브랜드'와 '권위', 그리고 '신뢰도'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마저 무너질 위기다. 이미 언론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똑같은 사안을 놓고 보도가 되었을 때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신문에서 일방적인 정보를 보는 것보다 훨씬 신뢰가 간다고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의 위기까지는 가지 말아야 하지만...
'신뢰도'의 위기마저 맞닥뜨리고 있는 시점에 마지막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언론사의 '브랜드'와 '권위'다. 문제는 이 브랜드와 권위는 상당부분 범용성을 잃게 만드는 점이다. 즉 대중성을 희생하여 브랜드와 권위를 이용한 소비자 충성도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신봉하던 언론사들에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논조로의 집중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다시 소비자 충성도를 높여주면서도 산업적인 가치를 가질만한 규모를 축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최근 언론 산업이 구조적으로 미디어법의 개정을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신문사를 살리기 위해 방송시장으로의 일방적 진출을 허용(쌍방향 허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방향 허용이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문사 독자적으로는 신문사보다 더 규모 있는 장치 투자가 필요한 방송 시장 진출에 있어서 협력할 대기업(대기업도 방송 진출은 원한다는 의미에서)의 진출 허용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신문사에게 은공을 입은 현 정권이 미디어법을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다.

그런데 미디어법이 변화된다고 해서 신문사가 살아날 것인가. 적어도 신문사의 미디어 그룹화는 진척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작은 실패가 아닌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실패를 유도해 아예 신문사의 잔재조차 사라지게 할 것인가. 말 그대로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신문사와 방송사는 이렇게 골치아프게 정치권과 상호 부딪히며 싸우고 있지만, 사실 변화는 또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벌어지게 될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는 지난 20년 동안 포털의 시대와 검색의 시대를 거치며 언론사(올드미디어)들이 겪어야 했던 굴욕을 다시 겪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정보원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의 객체와 대상으로서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하든 안 하든, 늘 그래왔듯이 언론사의 의도대로 세상은 움직이지 않으며 특히 인터넷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단, SNS의 변신에 주목해봐야 한다.

소셜 미디어의 근간이 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변신이다. 여기서 변신이라 표현한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본래의 기능인 개인과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만남, 그리고 안부와 일상 전달에 이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무엇'으로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미 수많은 연예인과 정치인의 일상적인 말 한마디한마디가 인터넷 매체의 수집과 전달 기능, 그리고 검색과 블로거들의 확대 재생산 등의 과정을 거치며 사회적 의제로 올라서는 모습을 쉽게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아젠다세팅(의제설정)을 주도해왔던 데스크(편집자) 중심의 언론사의 영향력을 빼앗아 갔던 포털의 시대와 검색의 시대보다 더 심각한 경우다. 친구의 이야기, 또는 뉴스의 중심이 되거나 뉴스를 직접 체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믿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이것은 영향력 뿐만 아니라 권위까지 빼앗아가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언론사가 확인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언론사로서는 등골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장하는 웹을 막지도 못했고 따라가지도 못했는데 SNS으로 암약하게 될 영향력자 역시 언론사들에게는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상상해보라. 스포츠 스타가 SNS를 통해 특정 언론사보다 더 큰 구독자와 팬을 거느리고 있다면 그는 그의 존재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취재원과의 가까운 거리, 구체적인 팩트 확보에서 블로거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던 언론사들에게 취재원이 SNS의 새로운 영향력자로 등장하는 상황 설정은 그다지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결국 언론사는 SNS의 새로운 객체로 등록되거나 스스로 SNS 네트워크 안의 영향력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게 과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로, Apps의 다양성과 변이성 증가는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다.

보통 모바일(휴대폰, PMP 등)과 멀티 디바이스(다중 장치)로의 이식 정도로만 이야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통의 또다른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유통의 말단까지 웹이 진출하게 될 수 있다. 야후 위젯을 채용한 인터넷 TV가 나온다는 소식은 이미 식상하고 모바일로 특정 CP의 동영상 뿐만 아니라 웹에 올려진 영상, 즉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모바일 안에서는 뉴스 위젯이 나올 것이고 킨들 같은 전용 기기들은 웹에 올려진 특별한 콘텐츠를 등록해 보여줄 것이다. PMP는 영상 뿐만 아니라 와이브로나 와이파이 등을 통해 내비게이션 및 음악, 영상, 그리고 뉴스를 보여줄 것이다. PC 위젯은 물론 웹 위젯 등도 손쉬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고 단문 블로그 등은 모바일로 소식을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며 포털 메인 화면들은 각 사들이 제공하는 위젯 형태의 위젯을 사용자들이 선택하는 개인화에 집중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용자들이 채택하는 기기와 그 안의 SW, 즉 Apps(애플리케이션)를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네이버 뉴스 캐스트는 이런 일련의 웹의 진화 과정의 초기에 불과하다.

껍데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이제는 뉴스를 신문이란 종이를 들어 펼쳐야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공기 처럼 어디에나 있을 것이고 내가 찾으려고 맘 먹지 않아도 세상의 소식은 나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정보 소비자들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손쉽게 찾을 것이다. 인터넷은 이제 거대한 정보 허브가 되어 단말기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로서는 종이라는 매체와 전파라는 매체를 독점하여 유통했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새로운 껍데기들이 판치는 와중에 알맹이를 만들어 팔면서도 예전보다 수익이 좋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유통업자(MCP)들과 껍데기를 만드는 개발자(기획자)들에게 일정부분 수익을 나눠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스 주변의 광고를 배치시켜 수익을 내었던 기존의 지면 영업 방식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는 전면 디지털화와 함께 블로그 등 시민 저널리즘을 부활시켜 뉴스 유통과 생산에 동참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비용구조를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나머지 뉴스가 보여지는 영역에 대한 상상은 이제 IT 산업이 가져가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비용을 낮춘다고 해도 수익을 늘릴 방법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광고가 보여지는 것을 꺼리면서도 정보를 무한대로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의해 광고는 배제되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다시 PPL 형태의 노골적 광고, 홍보성 콘텐츠들이 범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난감한 상황이 바로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언론사들의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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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7/07 13:35 2009/07/07 13:35

기자 아닌 블로거로 살아남기

Column Ring 2009/07/06 09:40 Posted by 그만
이 글은 3회 연재로 기획되었습니다.

1회 : 블로그 어떻게 만들나?
기자 블로거, 블로고스피어에 다이빙하다
2회 : 블로그 스토리텔링, 기사와 다르다
스타 기자 블로거로 가는 글쓰기
3회 : 기자 아닌 블로거로 소통하기.
기자 아닌 블로거로 살아남기

오늘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는 기본적인 팁을 알았다면 이제 본격적인 소통을 하는 방법과 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귀가 솔깃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의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면 ‘기본에 충실하면 모든 것이 뒤따라온다’는 순진한 생각이 아직까지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경계인으로서 기자 블로거로 소통하기
대다수 블로깅을 시작한 기자 블로거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귀찮다’와 ‘재미있다’. 일단 시작하고 보면 재미도 있고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어서 쉽게 멈출 수도 없다는 증언을 하는 기자 블로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템 고갈에 시달리고 억지로 등 떠밀려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 기자 블로거나 다른 블로거들에게 공격을 받거나 댓글로 악플을 종종 받아보는 기자 블로거로서는 블로깅 자체가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의 반응을 알고 싶을 뿐 안티들의 스토킹을 경험하고 싶어서 블로깅을 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죠.

그런데 의외로 사람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격과 지식을 전면에 내걸고 하는 블로깅이니만큼 약간의 잡음은 감수해야 합니다.

일단 기자가 아닌 블로거가 되려면 아래와 같은 블로거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으로 보면 기자가 아닌 블로거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기자적 특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기자들, 너무 객관적인 척 하면서 살고 있진 않나요?
 
<블로거가 기자와 다른 이유. 그들은...>
1. 감정적이다
2. 직설적이다
3. 중립적이지 않다
4. 객관성은 흉내일 뿐이다
5. 새로운 소식에 민감하다
6. 자기 이해하는 범위에서 해설해주기 좋아한다
7. 지엽적(구체적) 정보에 집착이 강하다
8. 적당히 솔직하다
9. 독자와 소통하려 애쓴다
10. 권력과 금력의 압력에 의외로 약하다

 
이는 블로거들의 대체적인 특성이며 이중 모든 특성을 가진 블로거도 있고 일부의 특성만 갖고 있는 블로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들이 금기시 하고 있는 여러 특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기자들에게는 상당히 문화적인 충격을 주는 특성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블로그라는 미디어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개인들이 사회적으로 결계로 묶여 있d어 금기시 하던 소통의 방법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거들은 대화하고 있고 기자들은 연설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블로거는 대화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것만 동원하지만 기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까지 동원하려니 되려 감추는 것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위의 특성을 잘 살펴보면 기자로서의 특성을 몇 개만 버리더라도 글이 재미있게 읽힐 수 있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척 하는 것은 일반인보다 기자들이 훨씬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소식은 그 누구보다 더 빠르게 알고 있으며 더 구체적인 정보까지 섭렵하고 있지 않습니까. 단지 그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길 뿐이지요. 블로그로 그 소식을 더 빠르게 전달하고 후속 기사에 그 소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보충한다면 블로거로 안착하기 훨씬 쉬울 것입니다.

기자가 온전히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어 어중간한 위치에 서는 이유가 바로 지나치게 ‘기자’라는 직업적 가치에 매몰돼 있기 때문입니다. 매스미디어 종사자로서의 기자와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가치는 분명 일치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언론사를 나와 독자적인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프리랜서 기자들에 대한 대접이 박한 환경에서 블로거들이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르게 되지요.

기자라는 자부심이 결국 블로거라는 역할이나 정체성을 깎아 먹고 있다는 말이죠. 누가 물어봐도 스스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와 ‘00언론사에 다니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의 심리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표보다 물음표, 글보다 그림
얼마 전 누군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문자를 사람들이 너무 씹어. 근데 휴대폰 문자를 보낼 때 답장을 주세요, 또는 00는 어떠세요? 라고 물음표로 끝내니까 답장이 오더라구.”

사람의 심리란 것이 그렇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고 막상 댓글을 달거나 반응을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글이 마치 자기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쓰여져 있고 대화하듯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혹시 다른 사례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와 같이 물음표로 끝내면 읽는 입장에서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거든요. 물론 독자가 최소 100명 이상은 되어야 이런 질문을 하더라도 한 두 분 정도가 반응하겠죠.

한번은 제가 국내 유명 포털의 접속이 이상하게 잘 안 되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해당 포털 업체 홍보팀이나 통신사에 물어봤자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할 것이 뻔했죠. 그래서 몇 번의 개인적인 테스트를 거친 뒤 블로그에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혹시 다른 곳에서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순식간에 이 글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전국 각지에서 ‘여긴 잘 된다’, ‘여긴 이상하다’ 등의 댓글과 이메일이 날라옵니다.

이런 독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해당 업체에 접속 장애 사실에 대해 시인을 받아내고 원인을 듣고 글을 쓸 수 있었죠. 취재 보조 도구, 또는 제보 창구로도 블로그는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독자들이 자신의 반응이 기사화되고 있음을 인지할 때는 당연히 기자 블로거인 여러분의 블로그 글을 꼼꼼히 보지 않겠습니까.

결국 온라인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하는 방식이 매체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신문에서 글로만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표와 일러스트를 동원하듯 TV에서는 똑같은 스크립트라도 보여지는 화면이 다릅니다. 당연히 인터넷에서도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글 안에 링크를 포함시키지 못하더라도 정보원에 대한 최소한의 인터넷 주소를 넣어주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수십 페이지가 넘는 특집 기사를 통으로 제공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도대체 외신을 번역하고도 검색만 하면 원문을 찾을 수 있는데도 원문 링크 하나 걸어주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소한 관행상 정식 기사로 풀기 힘들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블로그에서 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다음은 온라인으로 글을 쓸 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온라인 글쓰기 상식>
1. HTML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라. 링크 다는 법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2. DB를 이해하고 온라인 에디터의 기능을 충분히 습득하라. 에디터의 특성을 파악하면 좀더 깔끔한 글이 나온다.
3. 글이 전송되면 어디서 보여지는지 확인하라. 적어도 검색은 해보라.
4. 송고 전, 최종 인터페이스를 미리 확인하라. 미리보기 하지도 않고 오탈자가 전혀 없다는 자만심 때문에 망신당한다.
5. 문단은 3문장, 기사 길이는 2번의 스크롤을 넘지 말라. 충분히 심각한 내용이면 이 원칙을 무시해도 좋지만 별거 아닌 내용으로 길게 쓰지 마라. 온라인에서 맞춰야 할 분량은 없다.
6. 문장 속 링크는 너무 적거나 너무 많지 않도록 하라. 링크 하나 없는 페이지는 인쇄된 종이와 차이가 없다.
7. 관련 기사를 엮는 데 인색하지 말라. 옛날 사건을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보다 관련 기사를 엮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8. 중간 제목을 활용하라. 중간 제목 없이 텍스트만 빼곡한 글은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독자를 잠에 빠트린다.
9. 이미지, 도표, 동영상 등을 충분히 활용하라. 장사할 것이 아니라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하다.
10. 추고와 변경, 취소를 두려워하지 마라. 한 번 내보낸 글을 고친다는 것은, 온라인에서는 비겁한 행위가 아니라 친절한 행위다.

 
댓글은 계륵?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
기자는 준 공인으로 보는 분이 많습니다. 일단 대중매체에 종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반인과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블로거로서 약간은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이야기를 하면 주위 블로거나 독자들이 ‘기자가 어찌 이런 글을...’이라는 식으로 공격해올 때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비난이 달려도 품격을 잃지 않고 상대방의 욕을 욕으로 되받아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욕을 하고 사라져버린 사람은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하나는 자기가 어디다 악플을 달았는지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부류와 자기 악플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짜증내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를 즐기는 부류입니다. 이 두 부류 모두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뭔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서 이런 실례를 저지르는 것이죠.

이 때 기자 블로거로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댓글을 지워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겁니다. 스스로 댓글 관리 원칙을 고지하고 ‘사전 승인제’, 또는 ‘로그인한 사용자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면 웬만한 스팸이나 무개념 악플은 막을 수 있습니다. 대신 즉흥적인 소통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지요.

제 경우에는 바빠서 늦게 확인하더라도 거의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는 편입니다. 독자로서 블로그 운영자에게 댓글을 단다는 것은 대화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니까요. 이 대화 요청을 무시하면서 블로거로 주목받길 원한다는 것은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 것과 같죠.

실제로 모든 댓글에 감정을 억누르면서 답글을 달아주고 무의미한 욕설이나 스팸을 관리해주는 것만으로도 블로그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용돈벌이 도구 vs 개인브랜딩 도구
마지막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블로깅은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지요. 바로 수익 이야기입니다.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면 현금 수익이 아니라도 유형 무형의 이득이 과연 기자 개인은 물론 내게 봉급을 주는 언론사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독자와 네티즌 입장에서는 기자들이 블로깅을 열심히 해주면 풍부하고 신속한 콘텐츠가 넘쳐나게 되니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블로그 콘텐츠를 기자 맘대로 내다 팔 수도 없고 블로그 안에 광고를 실어봤자 언론사나 기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것도 아니니 금새 지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작으나마 블로그 운영에 대한 수익이 있다면 블로그 운영에 대한 동기를 북돋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내에서 기자들에게 블로그 운영을 잘 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포털 등과의 제휴로 독점적인 블로그 콘텐츠를 제공하면 회사와 기자 개인이 수익을 나눠 갖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하니 블로깅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득을 한 번 살펴 보기로 하죠. 이 내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전업으로 삼을 만큼은 안 됩니다. 반대로 보면 전업으로 일하지도 않으면서 전업만큼의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도 욕심이겠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광고 붙이는 방식, 써놓은 콘텐츠를 팔거나 주문을 받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 그리고 현금수익과는 다른 무형의 이익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광고수익형 소득>
구글 애드센스를 필두로 설치형 블로거들에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들어봤을 겁니다. 개인형 매체에 수익형 광고를 붙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블로그를 새롭게 각인시키고 새로운 사업형 블로그를 출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형태는 대부분 텍스트 광고나 배너 광고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스크립트 형태로 삽입하는 경우입니다. 최근에는 좀더 편한 위젯 형태나 블로그 스킨 편집기에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기능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출당 클릭의 비율, 또는 클릭을 통한 판매에 따른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수익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지만 한 달에 보통 몇 만원 정도의 용돈은 벌 수 있으니 설치형 블로거들에게는 호스팅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는 되겠죠. 물론 수백만원을 벌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블로그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콘텐츠생산형 소득>
기자들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주문형 콘텐츠 생산’(이라고 하면 욕할라나?)이 아닐까 싶네요. 뭔가 제목만 잡아도 글의 대강이 머릿 속에 정리되는 훈련을 해왔으니까요. 실제로 그 대강에 맞춰 취재하고 주변 자료를 정리하다보면 손쉽게 글이 뚝딱 나오니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글쟁이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죠.

아마 이런 전문성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곳이 많은가 봅니다. 특히 사용자들의 사용기를 목말라하는 쇼핑몰과 실제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하고 입소문을 기대하는 기업들에게 블로그는 그야말로 천상의 마케팅 도구이지요. 직접 뛰어들기도 하고 소위 파워 블로거들에게 글을 의뢰하고 일정 수준의 대가를 주기도 하죠.

일반인들이 보기엔 상업성이다 순수성을 훼손시킨다 말은 많지만 기자로서는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고액의 의뢰보다는 몇천원 단위나 많아 봤자 몇십만원 단위이니 기자로서 외고 의뢰 한 건 받아 쓰고 버는 돈에도 한참 못 미치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 되어 있진 않지만 이미 특별한 의뢰나 의도 없이 써놓은 글을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터앤미디어의 경우 120여 개의 우수한 블로그 글 가운데 수십개의 블로그 글을 패키징해서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나눠갖기도 합니다. 일종의 블로그 콘텐츠 신디케이션 같은 것이죠. 조만간 블로그 글을 사고파는 오픈마켓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무형의 이익 소득, 브랜딩 효과가 더 크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블로깅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주머니에 떨어지는 현금보다 블로그를 통해 얻게 되는 무형의 소득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아닌 블로거로 알려질 경우 자신의 취재범위를 벗어난 다양한 곳에서 행사 초청과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공개적으로 가질 수도 있구요. 틈틈이 지인을 통한 외고 아르바이트도 좀더 당당하게 할 수 있겠죠. 출판 의뢰나 강연 요청, 컨설팅 의뢰 등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전문성까지 인정을 받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부수입 통로입니다. 프로젝트 수행이나 창업과 관련된 일은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매력적이겠죠.

인맥 창구, 외고 소개, 출판 의뢰, 강연 요청, 컨설팅 의뢰, 프로젝트 수행, 창업은 블로그를 꾸준히, 그리고 단순히 트래픽이 아닌 좀더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자 블로거에게는 좀더 큰 브랜딩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난 세 달 동안 기자 여러분을 자극시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미 수차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에게 미디어 2.0의 시대가 왔음을 이야기 하고 준비하라고 말해왔습니다. 또 한 언론사 소속 기자로서의 시대를 뒤로 하고 이제는 개인 브랜딩에 좀더 신경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야박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블로거든 기자든 이제 자신의 브랜드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기회가 적게 돌아갈 것입니다. 예전에야 특정한 지위를 한번 획득하고 나면 평생을 그 지위 때문에 먹고 살았지만 지금, 적어도 앞으로는 개인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조직이나 사회가 알아서 먹여살려주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블로그가 그런 시대를 준비하는 유일의 도구는 아니지만 적어도 도움을 주는 도구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 모두 즐블(즐겁게 블로깅)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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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이라는 잡지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앞부분에서 밝혔듯이 3회 연재분이고 주요 독자는 '블로거가 되고 싶은 기자'입니다. 이미 블로깅을 하고 계신분들에게는 약간은 민망한 초보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이 글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5월 15일 경이므로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글의 편집본을 보고싶다면 <신문과방송>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PDF 파일로도 공개돼 있습니다.


2009/02/19 기자 블로거라면 참고할만한 글
2007/08/29 블로거는 무엇을 원할까?
2007/01/17 서기자-명기자, 블로거인가 기자인가

무엇보다 오래전 글이긴 하지만 이 글도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기자 블로그, 기회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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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7/06 09:40 2009/07/06 09:40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 - 8점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시대의창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적되는 양극화 현상은 50대 50으로 사회계층이 양분되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주주자본주의 종주국에서 나타나는 20대 80의 양극화를 넘어선 10대 90 나아가 5대 95로 양극화된 사회다. 국민 구성원의 90퍼센트 이상이 신자유주의 양극화로 현실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미래의 삶이 불투명한 것이 명백한데도 사회 구성원의 3분의 1 정도만이 진보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어떠한 현실적인 근거도 없다.
이렇게 볼 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보-중도-보수'라는 3분할 구도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구분법도 아니고 진보에게 유리한 분할구조도 아닌 것이 명백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399p

보혁 갈등, 진보 내 분열, 보수의 분파 현상. 여전히 우리 사회를 휘감아 도는 구시대 망령들이다. 정작 정치인들은 이런 망령을 떨쳐낼 생각은 애초에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극단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주체성도 없이 '중도 좌파', '중도 우파' 식으로 중도로 위장하고 상대를 극단주의자로 매도한다. 기가 막힌 것이 이런 모든 구분법은 인간을 나누고 인간의 사회적 관계와 사고의 변이성에 의해 단 1초도 가지 못해서 깨질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중도이거나 보수적이어야 자신들의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의 권위에는 끊임없이 도전해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생활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을 '보수화' 따위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택시 기사들이 종부세 논란 당시 '세금폭탄 때문에 우리만 고생이다'라고 욕하고 있을 때 '어찌 소수 부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나'라고 물어서도 안 된다. 택시 기사들에게 당장의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과 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이 그들의 고객이다. 회사에서 택시비를 대줄 정도로 경기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이들도 외곽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마음 놓고 모실 수 있다.

보혁갈등과는 별개로 경제적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이 더욱 첨예화되었던 지난 10년이었다. 아무래도 '민주화'가 완결되었거나 거의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로 관심을 돌렸던 것이다. 더구나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주주자본주의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기는 중산층의 안락함에서 '부자'가 되기 위한 경쟁을 시키고 누락되면 중산층으로 남겨놓지 않고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하향 해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화 <마더>의 엄마 처럼 정작 우리가 지키려던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결과적인 승리만이 모든 부정과 불합리를 덮어주는 만능 도구가 되었다. 허벅지에 '그래도 우린 살아야 하니까'란 침자리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의 대오 이탈과 사회적 약자들의 외침을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우리는 이 침자리에 침을 연신 놓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지난 번에 소개한 되도 않는 헛소리 경제 모음집 <경제학 프레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거시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냉혹한 현실 진단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씌운 신자유주의 찬양론으로 덧칠돼 있는 <경제학 프레임>보다 훨씬 더 냉철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이고 정치-사회-경제적인 복잡한 우리나라의 현재를 마치 엑스레이 비추듯 잘 조망하고 있는 느낌이다.

진보 진영을 향한 지속적인 비난에 대한 의식이었는지 대안 마련이나 대안 모색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 돋보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독자의 질문에 대해서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동자는 반신자유주의 국민적 의제의 선도자이자 주도자로서, 농민은 국민농업 부흥을 위한 농촌의 핵심 역량으로서, 학생은 학교내부에서부터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주요 역량으로서, 그리고 자영업인은 도시 지역에서의 새로운 주체 형성의 주요 담당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책, 404p
낡은 진보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척하면서 여전히 거대 세력에 대한 '반대 진영'임을 자처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한국의 진보의 현실일 수밖에 없겠지만 또 어쩔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내용도 좋고 분석도 좋고 대안도 나름 의미가 있는데도 이 책이 그리 강추할만한 책은 아니다.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도대체가 400페이지 넘게 일관되게 진지하고 서사적이면 어쩌라는 건가. 우리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작은 사례나 현실에 대한 통쾌한 비유도 없이 건조한 문체의 연속이다. 현실이 박제돼 있는 것만 같다. 이래가지고서는 <경제학 프레임>의 유려한 문체와 잡학다식한 듯 보이는 박스 구조의 생동감 있는 글쓰기에 당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가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정보와 숫자만 가득하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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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09:29 2009/06/30 09:29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은 2008년 1월 중순입니다.

지적재산권, 즉 저작권 보호가 새해벽두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무한 복제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각 저작권 단체는 물론 출판·언론사까지 가세한 저작권 침해 사례 수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대부분 이러한 저작권 침해 사례 수집은 소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적발될 경우 거액의 배상액을 물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속이 저작권자 스스로가 아닌 위임 단체나 법무대리인을 통해 저작권 침해 사례 수집이 이뤄지면서 갖가지 과도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 저작권 대리인들은 문서 파일은 물론 음악, 영상, TV 드라마 등을 인터넷에서 다운받거나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무단으로 게재할 경우 소송 전단계인 합의를 종용받아 성인의 경우 100만원 이상, 중고생은 80만원, 그 이하의 연령일 경우 60만원 정도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당사자나 부모들은 이러한 단속과 합의 종용이 충분한 계도나 사전 경고를 선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불법행위를 면책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결국 합의금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된다.
초기 인터넷을 바라보는 언론과 학자들은 한결같이 '정보의 보고(寶庫)'라는 말로 잔뜩 추켜세웠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정보의 불평등을 낳게 될 것'이며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거대한 지식 정보들이 가진 자들의 지배 도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함께 제기되어왔다. 정보 공개와 공유의 정신을 밀어내고 상업화한 인터넷은 이제 정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인은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음악을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였으며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사람들의 생활을 변모시켰다. 인터넷으로 하루를 시작해 '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잠이 드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탐험이며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보호와 개방의 논란
수많은 콘텐츠들이 인터넷에 쌓여가면서 산업적 기반이 마련되기도 전에 디지털 콘텐츠들은 무한 복제와 무한 공유를 가능케 했다. 이에 저작권자들은 예전의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붕괴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는 출판, 잡지, 신문, 방송, 영화 , 음악 등 지식 산업과 문화 산업을 송두리째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정책 당국자는 물론 콘텐츠를 생산하는 산업계 전반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게끔 했다. 이러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 움직임은 선진국일수록 더 강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들에게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약간 시각을 달리 보면 어떨까. 문명이 생겨나고 인류가 도서관을 만들었을 때의 지혜는 무엇이었을까. 지식은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유와 토론의 대상이었으며 그로부터 새로 생산되는 역사가 가르쳐준 지혜는 후대 인류를 발전시킬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식과 콘텐츠는 상품이기 이전에 인류 모두의 자산이다. 이것이 바로 저작권(카피라이트)에 대한 전면 부정을 부르짖는 카피레프트 정신이다.

언어적 유희를 즐기는 서양인들이 정보통신 세계에서 만들어낸 유행어가 저작권을 의미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의 개념을 뒤바꿔 놓은 카피레프트(Copyleft)라는 말이다. 카피레프트는 자유소프트웨어연합(FSF) 창설자 리차드 스톨먼이 창안하고 정립한 말이기도 하다. 이는 초기 인터넷의 확산에서 '정보독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개념으로 소유권은 저작권자가 갖지만 그것을 수정하고 자유롭게 배포하고 공유하여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자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카피라이트(저작권)가 배타적 이익을 추구한 반면 카피레프트는 정보와 소프트웨어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한 접근과 새로운 지적재산권으로의 재창출을 도모해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꾀한 전략이었다. 당시 이 주장은 저작권자들로부터 '이단'으로 내몰렸으며 일반의 상식으로도 '도둑질을 방치하자'는 의미로만 받아들여졌다.

저작권 허용범위의 합리화
지금 이런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지적재산권을 일부 포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픈소스라는 새로운 조류를 탄생시켰으며 UCC나 블로그처럼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기존 저작물을 새롭게 가공 편집한 2차 저작물의 폭발을 유도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카피레프트가 저작권자에게 너무 과격하게 보인다면 CCL은 어떨까. 저작권자 스스로 자발적인 저작권 이용범위를 사전에 공지하는 방식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CCL)의 기본 원리이다 .
CCL이 활성화된다면 이용자들도 저작권 이용범위에 대한 명확한 인지를 할 수 있고 기성 저작권법에 의해 불필요하게 콘텐츠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저작권자 스스로 콘텐츠의 제한된 범위내 활용을 장려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포털이나 커뮤니티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저작권 사전 이용 허용 범위 내에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인터넷은 현대 사회에서 떼어낼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되어버렸다. 역사를 되돌리지 않으려면 저작권자의 담대한 선언과 저작권을 존중하는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이 상호 합의가 되어야 한다. 사적 재산이면서 사회의 공동 재산이기도 한 저작물의 '합리적 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모 월간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무려 작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인데요. 제 블로그에 옮겨담지를 않았었네요. 우연찮게 찾아서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글을 쓸 당시보다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저작권자들의 극악의 피해의식이 새로운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죠. 저작권자들이 잔뜩 움츠러들면서 수성과 보호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다음은 링블로그에서 한때 집중적으로 쓰여졌던 저작권 관련된 글입니다.

2009/06/08 블로그 상업적 이용 괜찮은 겁니까?
2008/07/21 아기 동영상 배경음악, [공정 이용]인가?
2008/07/04 외신 번역 기사, 주의해야 할 몇 가지
2008/03/10 CCL, 저작권 지키기에서 공유로 '발상전환'
2008/02/20 방송사 로고 포함 캡처 화면 주의!
2008/01/14 누구를 위한 RSS 뉴스 전송권인가
2008/01/02 저작권자의 호탕한 선언 바란다
2007/12/10 대머리 경제학? 프리코노믹스
2007/10/09 음악 불법공유로 2억원 배상 판결 [너무해]
2007/08/05 디지털음악시장, 총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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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6/26 10:42 2009/06/26 10:42

사이버 망명, 선언에 불과하다

Column Ring 2009/06/22 11:01 Posted by 그만


장면 #01

사이버 망명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다음에 둥지를 튼 진중권 교수의 블로그의 게시물을 임시 차단하는 조치를 요청했고 다음은 지체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진중권 교수는 구글이 운영중인 블로그스팟으로 '망명'을 떠났다.

장면 #02

PD수첩 광우병관련 프로그램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검찰은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을 분석해본 결과 반정부적인 성향과 편향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다수 네티즌들은 검찰의 저열한 망신주기 수사에 어이 없어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생활 대화 내용을 정부가 멋대로 열어볼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해외 이메일로 계정을 바꾸어야 한다며 이메일 '망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메일 뒤집어까기, 실명제니까 가능하지
사이버 망명, 심지어 사이버 건국에 이르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인터넷 역사에 등장하는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부와의 적절한 선에서의 합의 규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논란이 봉합되곤 했다. 정부로서도 범죄와 음란물로부터 국민과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했고 사이버 시민들(네티즌)로서는 민주주의에서 '사적 통신'에 대한 제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기술적 개념은 하나이지만 나라와 사회마다 다양한 기준을 준용하고 있어 인터넷은 온갖 시련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거대한 방화벽을 쳐 놓아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통제해왔고 미국은 테러와 전쟁한다며 거대한 모니터망을 인터넷 안에 심어 국민들의 통신을 수시로 감청해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법적으로 영장을 청구하기도 전에 ISP들로부터 사적 통신 매개체인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놓았으며 상시적으로 범죄의 조짐이 보이면 감청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놓았다. 최근에 들어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감청대상자에게 서면으로 감청 사실을 통보해줄 것을 법적으로 마련해놓았으나 이마저도 검찰은 교묘하게 비켜가고 있다. 검찰은 개인의 이메일 압수수색 등 통신 제한 행위를 하면서도 형사소송법이나 전기통신법에는 서면 통보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은 무시한 채 형사소송법과 전기통신법만 준용하고 있는 상태다.

법이 얼마나 권력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주물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 덧, 댓글로 이 문제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 신설 내용을 알려주셨습니다. 이 조항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어 5월말부터 시행됩니다.

SadGagman 
법이 개정되어서 이제는 이메일 압수의 경우에도 통지는 해주어야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3 (압수ㆍ수색ㆍ검증의 집행에 관한 통지) ① 검사는 송ㆍ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하여 압수ㆍ수색ㆍ검증을 집행한 경우 그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의 제기 또는 입건을 하지 아니하는 처분(기소중지결정을 제외한다)을 한 때에는 그 처분을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수사대상이 된 가입자에게 압수ㆍ수색ㆍ검증을 집행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은 송ㆍ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하여 압수ㆍ수색ㆍ검증을 집행한 경우 그 사건에 관하여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의 통보를 받거나 내사사건에 관하여 입건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때에는 그 날부터 30일 이내에 수사대상이 된 가입자에게 압수ㆍ수색ㆍ검증을 집행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09.5.28]



물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의 온도 차이도 검찰의 일관성 있는 '이메일 뒤집어까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6년 당시 검찰은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33명의 이메일 5만여 건을 입수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다들 그것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메일 입수 경위나 왜 33명이나 되는 엄청난 사람들의 이메일을 들여다 봐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신정아 사건 때도 검찰은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적으로 흘렸고 언론은 신나서 인용 보도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주경복 후보의 이메일을 7년씩이나 뒤지는 검찰의 쌍끌이 방식의 수사에 입이 떡 벌어질 뿐이다.

사이버 망명, 그 허망한 이름이여...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검찰이 어떻게 개인의 이메일을 특정해서 압수수색할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포털 등 서비스 업체들이 보유한 개인 실명 데이터와 매치 돼 있는 계정을 특정해 복사해오면 끝이다. 그리고 수없이 주고 받은 내용 가운데 한 두개를 골라 언론에 슬쩍 흘리면 여론재판이나 여론물타기가 손쉽다. 이게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이 하고 있는 행동이며 이런 행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분들이 실명제를 찬성해주신 네티즌 여러분 국민이다. 물론 자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여기는 국회의원 나리들과 정부 관료들의 합작품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맘에 들지 않고 반대로 정부는 네티즌의 요리조리 빠져 나가기 식의 여론몰이에 심기 불편한 사이, '사이버 망명'이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이버 망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소용 없다'

일단 전 국민이 모두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이트의 국내 서비스 계정을 사용하거나 해외 계정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이메일을 보내고 받기를 내 계정에서 하더라도 결국 상대방과의 통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한 모든 통신 대상자들은 안전하지 않게 된다.

또한 진중권 교수 처럼 해외 사이트 블로그를 이용한다면 명예훼손 글로 인한 임시 조치는 피할 수 있을 지언정 '명예훼손' 행위 자체는 그대로 남게 되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상 글을 쓴 사람을 처벌하는 '속인주의'의 우리나라 법 체계상 망명이라고 불리기도 힘들다.

물론 해외 사이트에 글을 써 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 글이 아니었다. 남이 나를 도용한 것이다'라고 하면 빠져 나갈 방법이 생기지만 이마저도 처음부터 자기 글이 아니었음을 명시하거나 최소한 자기 글이라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이버 망명은 임시 조치를 피한다는 의미 외에는 법적인 처벌이나 인적 구속, 또는 규제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는 얼마 전 링블로그에서 소개한 아고라 망명 프로젝트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정부가 '작정하고 걸면 걸리게 돼 있다'

그렇다면 '망명'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안전한 소통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귀찮을 뿐이지만 없을 리가 없다. 이는 인터넷 전도사이자 구글 부사장이기도 한 빈트 서프가 인터뷰[한겨레신문]에서 말한 것 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정부의 모든 시도들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정부의 표현의 자유 제한을 피해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설 것이다."

새로운 방법이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초기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언뜻 생각해도 실명제 사이트에서 일단 모두 탈퇴하고 이메일을 해외 계정으로 하나 만들고 이메일과 IP를 수시로 바꾸며 통신하면 된다. 철저하게 익명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나라는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스패머나 해커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누가 선량한 네티즌을 사이버 유랑민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인터넷 실명제부터 왜곡되기 시작한 국내 인터넷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결국 국내 인터넷 산업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렇게 허망하다 못해 거의 쓸모 없는 '망명 선언'이라도 해야 속이 편한 상황을 누가 초래한 것일까.

인터넷 실명제 관련 글 :
2009/05/11 열린 인터넷 광장이 혼란스러운 이유
2009/04/10 구글 유튜브의 '반항'에 대한 그만의 단상
2009/04/08 당신들의 인터넷
2009/03/17 아고라 3인의 '여론조작'
2009/02/17 검찰, 신동아 오보는 수사할 계획이 없나?
2009/01/22 검찰 '미네르바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
2009/01/17 단지 블로거일 뿐이고...[미디어 2.0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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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한국 인터넷 후퇴시키는 요인 10
2008/06/20 포털 전방위 압박중
2008/06/19 더러운 실명제 논란... 또 시작하나?
2008/05/01 개인정보 유출, 원인은 과도한 실명제?
2008/04/22 해킹한 개인정보가 거래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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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6/22 11:01 2009/06/22 11:01

꼬투리 저널리즘, 가차 저널리즘

Column Ring 2009/05/18 12:17 Posted by 그만

온라인에서 이런 글 저런 글 읽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둘이 싸우는데 어느 순간 본질은 사라지고 둘의 말투나 말 한마디한마디가 논쟁거리로 변하는 현상이다. 또는 말실수를 치밀한 의도에 의한 것으로 둔갑시킨다거나 헤프닝에 불과한 사안을 침소봉대하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이를 두고 그만은 <미디어 2.0>에서 '참을 수 없는 사소함의 연속'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또는  '사소한 일상의 과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소한 것을 확대하거나 불필요하게 논의의 대상에 올려 놓는 것을 두고 보통은 가십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리얼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지는 가상의 관계와 말실수 등이 이런 가십 저널리즘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지겹게 해왔기 때문에 다음 글을 참고 하기 바란다. 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진 것도 없어서 업데이트할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2008/03/07 뉴미디어가 불러올 파국
2007/11/02 징글징글 이니셜 보도 A~F까지
2007/07/31 김연아, 이특, 그리고 싸이월드
2007/05/29 뉴스가 기가막혀

그런데 연예계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예계의 이런 가십은 산업적인 측면으로 볼 때나 사회적인 가치의 순환 측면으로 봤을 때 그다지 큰 규모의 파장을 일으키는 사안은 아니다. 제아무리 언론사들이 '논란'이라거나 '파장', '파문' 따위의 단어를 동원한다고 해서 연예인들의 사건이 사회적인 파장으로 옮겨오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진실 사건을 비롯해 장자연 사건에서 보듯 만만치 않은 파장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십 저널리즘의 차원을 뛰어넘는 뭔가의 사회적 변화가 있기 때문이란 것은 누구나 눈치 챘을 것으로 본다.

기록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의미
바로 '기록'과 '검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옛날의 기록은 '저장'을 의미했다. 이후 '전파'와 '교육'의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현대의 '기록'은 '꺼내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원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데이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데이터의 가치가 그 활용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활용의 가치가 사회적인 가치로 변환되는 상황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한 이야깃 거리, 그것도 누구나 알지만 소문낼 필요도 없는, 절반은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니면 말고' 식의 소문 역시 기록되는 순간 그 폭발성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장자연 자살 이후 그녀가 남겼다는 문서가 그런 사례다.

또는 예전에는 기록되지 않았던 '즉흥 발언'이나 '돌발적인 행동'이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쯤에서 가차 저널리즘을 소개해야 겠다.

가차 저널리즘, 헤프닝을 헤프닝으로 보지 않는 이유
가차 저널리즘이란 gotcha journalism 을 일컫는데, "I got you"의 연음 표현이다. 즉, 우리말로 풀이하면 '딱 걸렸어'이고, 다시 용어로 전환시키면 '꼬투리 잡기 저널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십 저널리즘과 가차 저널리즘이 본질적인 차이를 갖게 되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진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정치는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행위여서 특정한 부류의 집단 내부에 회자되는 이야기의 수준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이게 된다. 파급효과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디어의 '낙인찍기'는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이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

이 용어에 대한 자료는 2005년 발표된 연세대 언론연구소 김동률 박사의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탐색적 연구: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정치보도를 중심으로]란 논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연구에서 살펴보듯 기자들은 자신의 언론사의 주관이 다분히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소한 사건이나 발언'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이는 '정보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면피성 이유를 들고 다시 '낙종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따라쓰기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연예인의 경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이슈가 소멸되지만 우리나라 정보소비자의 '정치과잉의 나라'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합리화를 보여주고 있다.

기가 막힌 것은 공정성과 불편부당성, 그리고 객관성이 언론의 자부심임을 자각하고 있을만한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기자 개인의 주관과 언론사의 시각에 의해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연구에서는 1그룹(조선, 중앙, 동아)과 2그룹(한겨레, 경향, 서울), 그리고 3그룹(KBS, MBC, SBS)으로 나누어 정치 현장 취재 기자들을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정치권과 언론사와의 관계 변화에 의한 대결모드가 본격화되었던 노무현 정부 아래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3그룹 기자 : 노정권 출범 이후 조중동의 현 정권 인물에 대한 꼬투리 잡기식 보도는 정치투쟁으로 봐야 한다. 김두관 행자부장관, 이창동 문광부 장관,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이종석 NSC 부의장 관련 보도는 일종의 정권무력화를 위한 전략이다.

1그룹 기자 : 솔직히 고백하건대 현 정권을 한마디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정권타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권 무력화를 위해 흠집내기식 보도행태를 한다.(나머지 그룹 1에 소속된 대상자들도 대부분 같은 의견이었다)

2그룹 기자 : 보수언론의 현 정권 인사에 대한 가차 저널리즘은 하나의 정치투쟁, 또는 파워게임으로 봐야 한다. 소속 언론사가 친노냐 반노냐에 따라서 기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한 실수도 어느쪽에서는 실수로, 또 다른 어느 쪽에서는 치밀히 계획된 의도라고 매도당하는 현실이다.

<한국언론정보학보> 2005년 여름, 통권 29호, 한국언론정보학회 62p

지금 정권이 바뀌고 더 복잡한 문제들이 미디어를 흔들고 있는 요즘 과연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조직'으로서의 언론사와 '파워게임에 자의적으로 뛰어든 권력 기관'으로서의 언론사를 생각하게  된다.

본격적인 정치 노선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언론사로서는 이제 더이상 숨길 것도 없고 '객관적인 척'할 수 있는 기력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저널리즘 본연의 뉴스 가치에 의한 의제설정 기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마저도 놓쳐버린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것은 오히려 블로거들이 더 잘하고 있고 언론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비난해왔지 않은가.

사소한 것에 매달리고 있는 언론사들은 스스로 자신의 포지셔닝을 돌아볼 때다. 발끈하고 즉흥적인 소비자도 중요하고 미디어 산업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이 없는 정보 생산자, 정보 해설자는 영혼 없는 글쟁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여전히 우리 언론인들은 오늘도 '꼬투리' 하나 잡아 인터넷에서 화제 좀 불러일으키고 싶은가. "올커니 하나 건졌네, 오늘 딱 걸렸어" 싶은가. 진보든 보수든 뭐가 다른가. 황석영의 "광주사태" 발언 하나에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워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언론과 블로거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알맹이는 어디다 두고 껍데기를 놓고 싸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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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12:17 2009/05/18 12:17

올해로 우리나라에서 초고속인터넷이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을 맞았다. 인터넷이란 시스템 연결망이 처음 태어난 지는 40년이 되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생활 반경 안에 PC, 인터넷, 오피스 프로그램을 가르쳐 준다는 학원이 즐비했던 것을 기억하면 실소가 나올 정도다. 지금 그런 거 배우는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저장장치가 뭐고 CPU의 속도는 얼마고 램은 어떻고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컴퓨터 마니아들이 지식을 자랑하며 떠들어대지만 누구도 이런 복잡한 용어를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전세계 인터넷 사용인구는 10억 명을 돌파했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2730만 명으로 전세계 국가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10대~30대 사이의 인터넷 인구는 99.8%로 일부러, 또는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접속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을 빼고는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인터넷에 이렇게 '접속'하려는 욕구가 넘쳐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자유로움' 때문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뉴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궁금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도 있으며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지식을 쌓아갈 수도 있다. 자신이 내뱉고 싶은 목소리도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조차 알리지 않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한 시스템상으로는 평등하게 주어진다.
 
시스템의 평등이 자유의 평등이었을까
마치 하버마스가 말하던 '공론장'이 인터넷으로 구체화된 듯 싶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뛰어들고 수많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그림을 올리고 동영상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올려진 글에 반응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옮겨주었다. 네트워크에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 또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매스미디어는 정해진 소수의 전달 메시지가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지만 인터넷은 매스미디어를 비웃으며 정보 수용자에게 선택권을 쥐어주었다. 생산자와 수용자가 열린 마당에서 말하고 듣는 역할을 뒤바꿔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이것이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믿었고 이것이 열린 플랫폼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대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우리 가족과 친지와 이웃들이 마음 놓고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도둑이나 파괴자, 깡패 같은 나쁜 패거리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위험한 공간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너무 사소한 것에 들뜨고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사회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최근까지 한 연예인의 자살에 수천 건의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남발되는 사례를 목격하였다. 전직 코미디언이 영화를 만들어 개봉했는데 이를 두고 충무로 영화계와 인터넷 논객, 그리고 관람객들이 무의미한 충돌을 만들어냈다. 한 과학자의 잘못된 거짓말로 세상은 다시 떠들썩해졌으며 아무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 채 인터넷은 불타오르다 차가워지기를 반복했다. 이외에도 인터넷과 게임에 매달려 현실 세계와 등을 지는 중독자들은 양산되었고 개똥녀처럼 사이버 자경단 현상이 비일비재해졌다.

자유는 규제를, 규제는 통제를, 통제는 자유를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자구책을 마련해 입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특별한 목적, 예를 들면 인터넷 뱅킹 같은 민감한 정보가 유통되는 곳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따로 인증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선거철에는 상대방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남발하고 거짓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사용에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으로서 남에게 대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정밀하지 못한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민감한 금융거래 정보, 의료 정보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이들 정보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이제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른 바 모두가 수용되는 세상에서 일부를 막는 조치로 실명제나 선거법, 명예훼손 관련 법이 기능을 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가로막기'가 지나쳐서 개인의 의견 표시와 사상의 자유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수많은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인터넷에서 불거졌으며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은 인터넷을 비롯해 오프라인에까지 번져 작년 봄을 뜨겁게 불태웠다. 인터넷에서 큰 진실을 말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했다고 믿는 경제 논객 미네르바 구속 사태는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야 할지, 그리고 그것이 일개 시민과 전문가라 불리는 제도권 인사들의 발언의 무게가 얼마나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세상은 원래 복잡하다는 걸 깨닫기까지
복잡계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이 혼란스러운 글을 마쳐야겠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전세계가 농경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를 거치며 기능의 전문화는 당연시되었다. 기능의 전문화는 곧 이를 뒷받침해주는 지식의 전문화로 이어졌다. 인문과 과학, 경제, 의학과 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스스로를 전문가라 불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전문가들을 따랐다. 다른 모든 기회를 외면하면서.

그러나 지식사회로 세상이 다시 질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자연과 인간의 불가해성에 대한 깨달음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바로 복잡계 이론의 출현이다. 복잡계 이론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바로 '혼돈의 가장자리'라는 개념이다.

인터넷이 만들어졌을 때만해도 많은 것이 예측 가능했고 사람들의 참여의 프로세스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폭발적인 참여 이후에는 다양한 상황으로의 변이가 일어나고 질적 변화와 양적 변화가 급박하게 벌어졌다. 인터넷 안에서 자발적인 자정 움직임과 외부의 규제 움직임이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런 긴장관계와 아슬아슬한 균형 상태는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세력과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않는 세력간의 싸움이기도 하다. 다른 쪽에서는 열린 공간에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세력과 열린 공간에서 좀더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곳을 마지막 보루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간의 상호 견제 역시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인터넷 세상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 하지만 늘 질서를 거부하고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싶어하는 (생산적이기도 한)자기 파괴 본능을 지녔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 처럼 자기 파괴 본능으로 인해 불안한 쾌락을 얻으려 하는 존재는 의식을 가진 인간 뿐이다. 이게 바로 정보화 시대, 인터넷 광장이 본질적으로 혼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는 이유다. 말하고 싶은 자유를 얻기 위해 불편한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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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1, 사람을 보지 못하고 신호등만 보다가 사고 낸다. 세상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다시 시스템에게 저항하며 살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 이 글은 LG CNS 사외보에 5, 6월호에 실릴 글입니다. 일부 편집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기술적, 법률적 시각으로 풀이하기 위한 기획 중 '사회적 시각'으로 본 인터넷입니다.

혼란을 혼란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대단한 사람들이 정돈해둔 상태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분명하겠죠? 결국 혼돈 속에는 인간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고 봅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를 주었던 인터넷이 지금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던져주면서 권력자들과 식자들의 대대적인 반동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자고로 권력은 소수가 쥐고 있어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권력분산은 필연적인 혼란을 불러오죠. 그 혼란이 불편한 사람들이 여전히 주류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 주류를 많은 사람들이 진짜 주류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죠. 안정적이고 싶은 욕구 때문이겠죠.

** 덧2,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인터넷에서는 배우 설경구씨와 송윤아씨의 결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가운데 설씨의 전처 언니라는 분이 아고라에 글을 올려놓았나 봅니다. 청원도 등록돼 있고... 연예인의 사생활, 사소한 이슈의 과장, 타인에 대한 배려, 인터넷 자경단, 흑백 진영논리 등의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사람들 참.. 일부러 복잡하게 사는 거 맞나 봅니다.

저도 그렇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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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5/11 06:30 2009/05/11 06:30
혹시 이 문장을 본 적이 있는가. 흔히 '한국의 젊은이에게 전하는 칭기스칸의 편지' 따위의 제목이 붙어 돌아다닌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어려서는 이복형제와 싸우면서 자랐고,
커서는 사촌과 육촌의 배신 속에서 두려워했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 마른 나무마다 누린내만 났다.
천신만고 끝에 부족장이 된 뒤에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적진을 누비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나는 먹을 것을 훔치고 빼앗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벌였다.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유일한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꼬리 말고는 채찍도 없는 데서 자랐다.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인은 병사로는 고작 10만,
 백성으로는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다.
내가 말을 타고 달리기에 세상이 너무 좁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결코 내가 큰 것은 아니었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약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글이라고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고,
지혜로는 안다 자모카를 당할 수 없었으며,
힘으로는 내 동생 카사르한테도 졌다.
그 대신 나는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고,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나는 힘이 없기 때문에 평생 친구와 동지들을 많이 사귀었다.
그들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나를 위해 비가 오는 들판에서 밤새도록 비를 막아주고,
나를 위해 끼니를 굶었다.

나도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고,
그들을 위해 의리를 지켰다.
나는 내 동지와 처자식들이 부드러운 비단옷을 입고,
빛나는 보석으로 치장하고,
 진귀한 음식을 실컷 먹는 것을 꿈꾸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그 꿈을 이루었다.
아니, 그 꿈을 향해 달렸을 뿐이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양털 속에 하루 종일 숨어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고,
가슴에 화살을 맞고 꼬리가 빠져라 도망친 적도 있었다.
적에게 포위되어 빗발치는 화살을 칼로 쳐내며,
어떤 것은 미처 막지 못해 내 부하들이 대신 몸으로 맞으면서 탈출한 적도 있었다.
나는 전쟁을 할 때면 언제나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겼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극도의 절망감과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는가?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됐을 때도,
아내가 남의 자식을 낳았을 때도 눈을 감지 않았다.
숨죽이는 분노가 더 무섭다는 것을 적들은 알지 못했다.

나는 전쟁에 져서 내 자식과 부하들이 뿔뿔이 흩어져
돌아오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더 큰 복수를 결심했다.
군사 1백 명으로 적군 1만 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죽기도 전에 먼저 죽는 사람을 경멸했다.
숨을 쉴 수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흘러가 버린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나갔다.

알고 보니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스칸이 되었다.


칭기스칸의 리더십혁명의 저자 김종래를 칭기스칸 리더십 전문가로 만들어준 문장이다. 그는 실제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녹취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추측, 그리고 학자들이 유추한 정황들을 종합해 이같은 감동적인 문장을 완성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펌질'로 입증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문장인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것은 칭기스칸이 실제로 그렇게 살았으며 자신의 삶으로 자신의 말을 증명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줄 '자격'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 - 8점
김종래 지음/크레듀(credu)

오늘 책 이야기는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이다.

사내 e교육과정을 신청해서 받은 책이다. 내용이 간결하고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다. 대개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도 칭기스칸의 이야기가 절반, 그리고 현실 속에서 칭기스칸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반이다.

1998년부터 몽고와 칭기스칸에 대한 연구와 집필로 이름을 알린 저자의 그동안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의 이전 저서인 <유목민 이야기-유라시아 초원에서 디지털 제국까지>보다 훨씬 깔끔하다.

물론 이 책이 크레듀의 교육용 교재로 종합된 책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이 단순히 문화적, 역사적인 칭기스칸을 쫓기보다 지도자이자 동료, 아버지이자 아들인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 언어인 '리더'와 연결시킨다. 목차만 봐도 이 책이 리더십 교재임이 드러난다.

1. 리더는 순리를 좇는다
2. 리더는 비전을 제시한다
3. 리더는 길을 만든다
4. 리더는 프로마니아를 키운다
5. 리더는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다

칭기스칸은 체험형 리더다.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실을 앞에서 당기면 전체가 끌려오지만 뒤에서 밀면 실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흐트러진다"라는 비유로 리더는 앞장서서 달려야하고 같이 고민하되 앞에서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젠하워가 한 말 처럼 칭기스칸은 앞장 서 달리는 솔선수범형 리더인 셈이다.

8세기 전의 묘사는 현대의 도덕률과 국경과 국가간 영토점령전의 양상이 전혀 다르다. 몽골 제국은 끊임없이 전선을 확대하며 싸웠고 정복했으며 정복민을 새로운 시민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현대 글로벌 기업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현지인의 언어와 풍습을 존중해줬으며 일정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평등하게 대해줬다. 야만의 군대처럼 포장됐지만 그것은 적들이 하는 말로 '공포심'의 다른 표현에 불과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까지 칭기스칸은 알고 있었다.

여성의 감성적 표현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항복한 적군을 친구로 맞아들였고 기술자는 정복 전쟁에서 늘 살려두었다는 일화는 현대 리더십의 교본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요소다. 칭기스칸이 정복 전쟁에서 이 책이 말해주는 모든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발휘했는지는 약간 의아스럽긴 하지만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여도 충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800년 전 위대한 제국의 황제가 주는 교훈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

특히 칭기스칸이 꿈꾸는 세상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만 독식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 나라였다는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서 칭기스칸은 세 가지 중요한 정책을 시행한다. 그 첫째는 지연과 혈연 등은 철저히 무시하고 각 단위의 조직의 리더, 즉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을 조직원들이 스스로 뽑도록 했던 천호제였다. 두 번째는 케식텐이라는 교육제도를 들 수 있다. 엘리트들을 모아 전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교육을 시켰다. 세 번째는 코틸타라는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방식이다. 칭기스칸에게는 '독대'가 없었다. 독대가 없으니 야합도 없었다. 특히 전쟁이나 후계구도 같은 중대 정책은 모두 유력 지도자가 참여하는 코릴타에서 통과된 뒤에야 집행했다.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 김종래 112p

독대가 없으니 야합도 없다는 말은 늘 진리다. 현대를 살아가는 최고 권력자를 비롯해 현장 속의 리더와 부하 직원, 그리고 동료와 친지들 사이에서 늘 벌어지는 위험한 게임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독대가 반드시 야합으로 끝을 맺지는 않지만 적어도 독대가 없으면 야합도 없다.

이런 교훈은 이 책 앞부분에서도 소개했듯 일본 닛산 자동차 CEO 카를로스 곤의 '옵티마 계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닛산자동차는 매너리즘, 학력 지상주의, 연공 서여주의 등 기업을 실패로 몰아 넣는 요인이라는 요인은 모조리 갖추고 있었다. 파벌에 따른 차별이 만연했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원이나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 돌아가는 사원이나 똑같은 보수를 받았다.(59p) 당연히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고 눈치만 살폈다.

곤 회장은 이런 말로 당시를 회상했다. "집이 불타고 있는데누구도 불을 끄려고 하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더군요"라고. 이런 회사를 연공서열을 철폐하고 성과급제로 바꾸고 연구소 인원을 대폭 정리하고 사내 커뮤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닛산은 회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예로는 히딩크를 들 수 있다. 국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이 지역과 학교 연고주의, 선후배 파벌이 판치고 언론계와 축구협회의 쓸데없는 간섭을 외국인 감독이 히딩크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그런 데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고 그럴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판을 새로 보고 새로운 선수를 기용했다. 박지성과 김남일 등 신인들을 대거 등용시키면서 4강 신화를 일궈낼 수 있었다.

남의 실행에 참견하기는 쉽고 훈수로는 누구나 9단이다. 하지만 리더는 초단이어도 스스로 현실이라는 9단 앞에 돌을 자신 있게 놓을 배포가 있어야 한다. 옆에서 하는 말을 참고하되 결국 판단은 리더가 내려야 하고 그만큼의 책임도 질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리더를 믿고 따른다. 전쟁에 귀족들의 아들이 선봉을 서는 이유는 사회적 권위에 대한 자발적 추종의 근거를 보여주어야 사회적 진보가 담보되기 때문이다.

칭기스칸의 리더십 강의를 아직 모두 수강하진 못했지만 이 책을 읽은 소감부터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극복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하루하루 왜(Why) 내가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 내 안에 바꾸고 극복해야 할 것이 무엇(What)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How) 바꾸어야 할지 살핀 뒤, 실행(Action)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솔선수범형이라서 피곤한(?)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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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7 23:50 2009/05/07 23:50

스타 기자 블로거로 가는 글쓰기

Column Ring 2009/05/07 09:03 Posted by 그만

이 글은 3회 연재로 기획되었습니다.

1회 : 블로그 어떻게 만들나?
기자 블로거, 블로고스피어에 다이빙하다
2회 : 블로그 스토리텔링, 기사와 다르다
스타 기자 블로거로 가는 글쓰기
3회 : 기자 아닌 블로거로 소통하기.
기자 아닌 블로거로 살아남기

지난 시간에 이어 '블로그로 뭔가하기' 연재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호의 제목이 심상치 않지요? 기자로서 기사쓰랴 취재하러 다니랴 내부에서 시키는 일 이것저것 정리하랴 바빠 죽겠는데 거기에 블로그까지 해야 하고 더구나 ‘스타’가 되자니...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속물스럽나요?

사실 좀더 속내를 들어가보면 이런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수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을 변방의 블로그라고 소개하는 사람조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지간히 남들을 의식하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이 블로그의 세계입니다. 기자라면 이미 그런 글쓰기 의도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읽히지 않는 기사는 가치가 없다’라고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이왕 공 들여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렸으면 독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트랙백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블로그를 운영할 때 좀더 보람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내 글을 꾸준히 읽어줄 구독자가 계속 쌓여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경우는 없겠죠. 이런 의미에서 ‘스타 기자 블로거로 가는 글쓰기’로 정했습니다. 결국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목에 좌판 깔기

우선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을 조금 정리해볼까요. 기자 여러분이 지금 자의든 타의든 블로그를 하고 싶다면 얼른 포털이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계정을 만들어보세요. 그런 다음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도록 블로그 글을 모아 놓은 서비스인 ‘메타 블로그 서비스’에 자신의 글을 등록하세요. 사실 지난 호에 제공되었던 메타 블로그 말고도 국내외에 수많은 메타 블로그를 비롯해 즐겨찾기 서비스는 넘쳐납니다. 민망해 하지말고 가급적 눈에 띄는 즉시 자신의 블로그를 등록시키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요점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내 글을 펼쳐 놓아라’ 되겠습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골목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 주변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겠지요. 포털이든 메타 서비스든 시스템적으로 자동으로 내 글이 어디론가 계속 전달되고 내가 일일이 메일 보내듯이 보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떤 형태로든 유입경로를 타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솔직히 기자들이 메이저 언론사에 가려는 이유가 결국 그만큼의 영향력을 바라기 때문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경천동지할만한 대단한 소식이고 천지우주를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고고한 글이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영향력이고 공감이고 없는 겁니다.

또 하나 많은 초보 블로거들이 우리나라의 닫힌 검색을 탓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닫혀 있는 검색의 세계에서도 웹 검색을 제외한 영역 가운데 유일하게 광범위하게 열린 검색이 가능한 모듈이 바로 블로그 모듈이랍니다.

네이버 지식 검색에서 다음 지식 서비스 내용이 검색되지 않고 역시 네이트에서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내용을 볼 수 없지요.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 검색에는 다음, 티스토리, 야후, 네이트, 이글루스, 파란 등 외부 서비스 블로그를 비롯해 설치형 블로그 서비스까지 포괄해서 검색해줍니다. 다음, 야후, 네이트, 파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특정 주제에 대한 몰입도가 강한 블로그를 기획하고 있다면 검색 사이트의 블로그 검색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검색 등록 요청’을 직접 활용하기 바랍니다. 의외로 손쉽게 블로그 검색에 내 블로그를 등록시켜 검색 유입으로 인한 방문객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있답니다. 물론 조용히 블로깅하고 싶다면 오히려 피드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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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부분의 국내 검색엔진에는 블로그 검색을 할 때 하단에 [RSS 주소 등록하기]라든가 [블로그 등록] 등의 자신의 블로그를 등록시킬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초보 블로거로 아직 자리를 잡기 전이라면 초기 방문객 유치와 자신의 블로거로서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선택한 아이템과 비슷한 주제의 타 블로그를 열심히 구독하면서 댓글을 달고 트랙백용으로 글을 써서 상대방의 글에 트랙백을 부지런히 거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 역시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좀더 나아가서 이런 식의 댓글 달기와 트랙백만으로도 상대 블로거를 호의를 끌어낼 수 있고 말없는 다수 독자들로부터 특정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목 낚시질도 적절하면 약이다
인터넷은 ‘낚시 글’을 만들어 내는 낚시꾼(또는 강태공)들이 넘쳐납니다. 제목에 혹 해서 들어가 보면 영 뒷맛이 개운치 않은 글을 마주치게 되거나 아예 제목과는 동떨어진 허무한 내용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지요. 그런데 따지고 보니까 이런 낚시야 말로 우리 ‘기자’들의 전공 아닙니까. 여기서 솔직해지자구요. 여러분은 내심 누구보다 더 내용도 충실한 제목 낚시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잖아요. 그런 자신감도 없으면 사실 기자를 하지 말아야죠.

어쨌든 제목에 대한 중요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지요. 또는 남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나 새롭고 신기한 소식 등이 인터넷에서 뜨는 글이죠. 이런 특징들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블로그에서 뜨는 글의 패턴>
1.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글
2. 반박하거나 반문하는 글
3. 누구나 아는 유명한 대상에 대한 글
4. 기성 매체에 반발하는 글
5. 논리 정연한 글
6. 새롭거나 신기한 소식을 전달하는 글
7. 사회 현상에 대해 잘 정리한 글
8. 구체적인 개인 경험을 적은 글
9. 해외 소식을 전하는 글
10.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글

이 쯤이면 ‘어, 이건...’하고 느끼셔야 합니다. 기자들이 늘 생각하는 ‘기사꺼리’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기자와 블로그의 근본적인 차이는 결국 미디어 플랫폼의 차이일 뿐 인간 본연의 욕망과 관심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뉴스가치’에서 좀더 ‘나’를 중심으로 현실 속으로 내려오다 보면 특색 있는 블로거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특종이 반드시 좋은 기사가 아니 듯 블로고스피어에서 뜨는 글이라고 다 좋은 글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블로고스피어를 대변하는 메타 블로그 시스템은 주로 추천 시스템과 일부 병행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운영이 됩니다. 이 때 이들 각 메타 블로그 시스템마다 특성이 반영되어 서로 다른 기준의 추천이 이뤄진다거나 성향의 차이나 방문객의 관심도 차이로 인해 메타 블로그 서비스 사이의 정서상 차이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 하나와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중소형 메타 사이트를 중심으로 블로거들의 이슈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연아’와 ‘미디어법’이 이슈로 블로거들의 주목을 받고 실제 검색으로도 많이 찾는 키워드라면 기자적 감성으로 이 키워드에 접근하는 색다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낚시 취미 전문 블로거라면 ‘김연아가 좋아할만한 낚시터 10선’이나 ‘미디어법 개정되면 낚시터에서 한 이야기도 검열받을까’ 따위의 ‘묻어가기’ 글쓰기도 시도해볼만 합니다. 이른 바 ‘낚시질’인데요. 블로그를 처음에 운영할 때 이런 낚시질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처음에는 방문객들이 제목 때문에 들어왔더라도 글 자체가 충실하거나 내용과 부합하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글이란 것을 깨닫는다면 오히려 열혈 구독자를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호에 소개해드린 많은 기자 블로거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블로그 관심 분야를 고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 처럼 ‘이슈 키워드에 묻어가기’ 글을 쓰고 있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낚시라도 내용은 충실할 것’이란 원칙은 잊지 마시길. 최소한 독자가 글에 반대하거다 다른 의견이라서 화가 나는 것이 낫지 '허무해서' 화가 나게 만들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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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거의 모든 블로그 관련 사이트들은 주제별, 이슈별, 카테고리별로 관심 분야를 골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매일 바뀝니다.


기자 블로거로 책임감을 갖고 영향력 있는 글쓰기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은 단연코 트래픽과 함께 구독자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피드버너(feedburner.com)과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 RSS 주소를 받아보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어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로 내 글을 읽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를 확인해보는 것은 블로그 운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 경우 트래픽은 하루 1, 2천 명 정도이지만 오히려 구독자가 3천명이 넘지요.

보통 블로거의 경우 타 블로그의 RSS 열혈 구독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상호 구독을 한다는 것을 블로거들끼리의 의사소통의 크기로도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이 100명만 넘어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이쯤 되면 하루 수만명이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더라도 구독자를 기준으로 글을 어떤 내용으로 쓸지를 정하게 되어 블로그가 궤도에 올라설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초보 블로거 시절을 거쳐 구독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자 블로거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타 기자 블로거의 글쓰기 특징>
1. 현재 이슈에 적절히 대응한다.
2. 취재 뒷 이야기를 맛깔나게 재구성한다.
3. 객관적인 기사 외의 구체적인 개인 주관을 드러낸다.
4. 자기 기사 펌질보다 블로그만을 위한 글이 더 많다.
5. 댓글과 트랙백 응대가 폭넓고 신속하다.
6. 딱딱한 기사체보다 대화하듯 말하는 존대어를 주로 사용한다.
7. 외신이나 타 언론사 기사를 인용할 경우 링크와 자료 출처를 확실하게 밝힌다.
8. 사진과 도표는 양념처럼 꼭 필요할 때 넘치지 않게 사용한다.
9. 웬만해선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10. 명예훼손 등 법적인 문제 소지에 대해 남들보다 대처가 현명하다.

기자들의 장점과 일반 사회인이나 학생 블로거의 장점이 적절히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따라서 기자 블로거라면 기자란 직업이 주는 여러 가지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훌훌 털어버릴 준비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기자들에게 가급적 처음에는 ‘주관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훈련’을 권합니다. 기자들은 지나치게 객관적인 척, 중립적인 척, 이성적인 척 하는 글만을 써왔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훈련을 따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블로그에서 직접 짧은 글 긴 글을 써나가면서 댓글이나 트랙백이 달리면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또는 비슷한 주제의 다른 블로거 글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것입니다.

기자 블로그든 아니든 사실상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신뢰와 직결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할만한 출처와 믿음직스러운 스토리텔링’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친숙한 말투와 겸손한 댓글 응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블로거들이 동료로 인정하고 블로고스피어의 일원으로서 대해줄 것입니다. 기성 미디어 처럼 일방향의 매체가 아니라는 것은 댓글을 몇 번 받아보면 느끼기 시작할 것입니다.

블로그 글을 기사 쓰듯 하면 대부분 지칩니다. 또는 기획 기사 쓰듯이 스스로 마감을 정해서 쓴다거나 시리즈물을 기획하는 등의 무모함이 기자 블로거들이 단명하는 이유입니다. 블로깅을 일로 생각하면 재미도 없고 굳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블로고스피어를 오염만 시킬 것입니다. 블로거가 되는 순간 언론인으로서 행동하기보다 블로고스피어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좀더 꾸준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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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이라는 잡지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앞부분에서 밝혔듯이 3회 연재분이고 주요 독자는 '블로거가 되고 싶은 기자'입니다. 이미 블로깅을 하고 계신분들에게는 약간은 민망한 초보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이 글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4월 15일 경이므로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글의 편집본을 보고싶다면 <신문과방송>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PDF 파일로도 공개돼 있습니다

2009/02/19 기자 블로거라면 참고할만한 글
2007/08/29 블로거는 무엇을 원할까?
2007/01/17 서기자-명기자, 블로거인가 기자인가

무엇보다 오래전 글이긴 하지만 이 글도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기자 블로그, 기회와 함정

기자 블로거, 정책 블로거, 기업 블로거 육성이 제가 가졌던 지난 3년 동안의 목표였습니다. 요즘 들어서 대략 동기부여나 최소한 주의 환기 정도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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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5/07 09:03 2009/05/07 09:03

역시 블로깅은 순발력 아니면 차별화다. 유튜브의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엄청난 순발력으로 블로거들이 대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일부는 약간의 시니컬한 '손해 볼 거 없으니까 그랬겠지'라는 반응을 보여준다.

한국 국가설정시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합니다 [유튜브 공식 블로그]

4월 9일 하루에 쏟아진 관련 블로그 글만 해도 수십건이 넘고 포털의 펌질까지 합하면 인터넷 통제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으로서 손색이 없다.

하루 방문객 10만명 이상 사이트들에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강제한 한국의 법을 구글은 보기좋게 비웃으며 거부함과 동시에 오히려 이용자들은 그다지 크게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여기서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정통망법은 국내 업체만 괴롭히는 법
구글이 대놓고 반항하는데 정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강제하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대통령직속 방송통신위원회로서는 표족한 방법이 없다. 법 자체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본인인증을 강제하는 법은 결국 국내업체를 역차별하는 법이 되고 말았다. 해외 기업은 얼마든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정부의 엉터리 법적 강제책과 대응을 비웃으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하지만 구글처럼 국내 업체는 정부와 맞짱을 뜰 수 없다. 서비스가 당장 위태로와지기 때문이다. 검은머리 외국인(외국계 지사)은 국내법을 필요한 부분만 인정하고 인정하기 싫은 것은 영외에서 서비스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 업체로서는 그럴 수도 없다. 방법이라고는 해외에서 본사 설립하고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음란물, 도박 사이트 처럼 운영할 수도 있겠으나 이마저도 방송통신윤리위원회에서 정부법에 반항한다는 의미로 유해 매체물로 선정만 하면 국내에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관련 글 : 2009/03/21 아고라 망명 프로젝트?

이래저래 실명제법이란 애초에 국내 업체의 경쟁력만 상실하게 만든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촌극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개 외국회사가 한 나라의 정부와 법체계를 보란듯이 비웃어도 그 국민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한국과 중국의 이상한 규제에 대한 구글의 당연한 대응
중국에 대한 구글의 굴욕 사건은 꽤 오래 전부터 구글의 '악이 되지 말자'는 신조가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거론되었다.

2006/06/08 구글닷컴, 중국서 접속 불가 '구글의 굴욕'

사실 국내에서도 유튜브와 관련된 규제에는 반기를 들었지만 검색의 성인인증은 구글코리아가 또 받아들인 상태다.

여기서 유튜브의 업로드와 댓글 기능은 사용자의 직접 입력에 의한 정보가 남게 되고 이런 자료가 결국 직접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성인인증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일단 실명제를 받아들이면 정부와의 마찰이 반드시 생기게 될 것을 예상한 비즈니스 담당자라면 유튜브의 이번과 같은 결정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명분을 떠나서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모욕제니 임시차단조치니 따위를 들이대면 기계의 판단에 의존하는 구글로서는 그게 다 '비용'이다. 더구나 압수수색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수사 기법을 동원하려는 정부와 본사에 서버가 있어서 압수수색하려면 미국으로 가셔야 한다고 안내해야 하는 구글 입장에서는 참 오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유튜브는 현재 어차피 서버가 미국에 있는데다 실명인증을 하려면 그리드컴퓨팅으로 전세계에 캐시서버 외에는 따로 서버를 분배하지 않는 단일 시스템의 구글로서는 실명인증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것 자체가 '정말 비용대비 효용성 없는 잡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아직 유튜브는 비즈니스로서의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고 광고 사업 역시 동영상 애드워즈와 애드센스는 해외에서 서비스가 적용되어도 하등 상관이 없으니 한국 지역 설정이라는 기능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DNS 차원에서 구글 유튜브 도메인을 차단하면 모를까 유튜브 비즈니스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국내 언론사 및 영화사, 방송사와의 계약관계는 다시 검토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는 국적 서비스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이들 파트너사와 계약 변경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로 포지셔닝 하면 끝이다.

비즈니스 전략상 유튜브로서는 당연히 실명제를 받아들일 필요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명분으로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표현의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 것 뿐이다.

한국 시장이 작아서라거나 한국 인터넷 시장이 성장 매력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풀이는 그다지 신빙성 높은 분석은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로만 보면 한국 시장은 인구대비 시장성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래저래 충돌하는 인터넷, 정부의 이해도가 너무 낮다
정부나 정치권은 인터넷을 지나치게 미디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인터넷은 개방형 플랫폼이며 그 안에 오픈마켓은 물론 은행, 증권, 미디어, 포털, 검색, 채팅, 블로그,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들이 돌아갈 수 있는 전세계 통신망이라고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은 원래부터 정확하게 짜여진 폐쇄망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하면서도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사업군을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통신망이 인터넷으로 모여서 섞이고 융합되고 있으니 인터넷은 이제 전세계의 인프라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일부 부정적인 요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지나치게 구식 언론인들의 볼멘소리만 들었는지 '미디어 영향력'에만 집착하고 '역기능 차단'에만 몰입하다 보니 중구난방 제멋대로 규제만 남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실명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만능키'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사용을 정부가 실명 인증 방법으로 사용토록 하고 반대로 민간 기업들에게 보안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 높이라고 요구하는 2중 규제를 보란듯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저들의 글을 100% 모니터링 하면서 마음대로 삭제하고 차단하라고 하고 있으니 정부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민간 업자들에게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자조적으로 "우리가 쁘락치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4월 9일 구글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사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인터넷 기업의 입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요약하자면, 정부와 수사기관은 민간 기업들에게 사용자의 모든 움직임(심지어 GPS 정보까지)을 저장하고 기록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면 내놓으라고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수시로 국민들 뒷조사에 포털들이 알아서 정보를 갖다 바치고 알아서 껄끄러운 게시물은 차단시키고 삭제하는 마당에 이 법은 더 황당하다.

심지어 국민들을 감시하는 장비를 살 때 정부가 돈 좀 보태줄테니 운영하는 비용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민간기업에게 자기 비용으로 국민들을 도감청 하고 있다가 자료를 편하게 받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장비를 사고 운영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게 의무화하고 처벌규정까지 두는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이글아이'법안인 셈이다.

최근 있었던 저작권법 개정으로 인해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게시판 서비스를 어느 때라도 마음대로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 쥐게 됐으니 이제 한국의 인터넷이 이제 거대한 정부용 인트라넷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쥐어짜낸다고 해서 과연 국민들이 행복해지고 경제가 회생되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 될까?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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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10 00:34 2009/04/10 00:34

잘코사니 사회

Column Ring 2009/04/08 17:06 Posted by 그만
'잘코사니'라는 말을 아십니까?

오늘 저도 이 말을 처음 봤네요. 써보지도 못했구요. 오늘 회사 동료와 메신저를 하다가 이 말이 툭 튀어나왔거든요. 사실은 '잘꼬사니'라고 했는데 본디말은 '잘코사니'가 맞습니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지요.

잘코사니
[Ⅰ][명사]고소하게 여겨지는 일. 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이다.
[Ⅱ][감탄사]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에 내는 소리.
아, '쌤통이다', '고소하다', '잘 됐네' 따위의 말과 뜻이 통하는 우리말이죠.

요즘 드는 생각이 딱 이겁니다. 진보고 보수고, IT고 스포츠고, 정치판이든 미디어판이든 특정한 사건이나 논란 하나 터지면 당사자들끼리의 싸움과는 별도로 반대편의 비아냥과 이죽거리기가 넘실대니까요.

예를 멀리 댈 필요도 없습니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고 미네르바의 실명 이름을 버젓이 등장시키고 신정아의 누드 사진을 게재하던 언론이 오히려 자신들의 이야기가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꿀먹은 벙어리 처럼 입을 다물고 '익명'처리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걸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 가관이군요. 일단 이런 일로 곤혹스러워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삿대질하며 '잘코사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그 언론사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와 비리와 관련된 수없이 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공개적으로 '잘코사니'하고 있죠. 반대편 언론사는 또 엉뚱하게 경제가 곧 망할 거라며 현 정부에게 '잘코사니'라며 혀를 차고 있네요.

왜들 이러죠? 블로거들은 블로거들끼리 글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내 이럴줄 알았지' 따위의 댓글을 달면서 서로 상처내고 할퀴네요.

남이 잘 나갈 때 박수 쳐주고 혼란스러워할 때 격려해주고 힘들어 할 때 위로 한마디 해주는 게 사람된 도리일텐데요. 어찌 이렇게 삭막해지기만 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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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08 17:06 2009/04/08 17:06
이 글은 3회 연재로 기획되었습니다.

1회 : 블로그 어떻게 만들나?
기자 블로거, 블로고스피어에 다이빙하다
2회 : 블로그 스토리텔링, 기사와 다르다
스타 기자 블로거로 가는 글쓰기
3회 : 기자 아닌 블로거로 소통하기.
기자 아닌 블로거로 살아남기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블로고스피어로 안내할 '그만'입니다. ‘그만’은 제 블로그 필명입니다.
일단 첫 시간이니 제 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지난 1998년부터 잡지사 생활을 시작으로 2007년 매경인터넷까지 IT, 인터넷을 주로 취재하는 기자였답니다. 그러다가 2007년 뜻한 바(?) 있어서 기자 생활을 접고 국내 모 포털사로 자리를 옮겼죠. 그런데 이직의 비법 같은 거 놔두고 웬 뜬금없이 블로고스피어냐구요?

사실은 제가 기자 생활 막바지에 블로그에 빠져 살다가 블로그 때문에 이직까지 한 입장이어서 기자가 블로그를 운영할 때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기대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블로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좀더 나은 블로그를 꾸며보고 싶어하는 기자 여러분을 위해, 또는 내외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에 의해 ‘블로그 하나쯤은’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쭈뼛거리는 기자 여러분을 위해 이렇게 <미래형 기자되기>의 한 축인 '블로거 전도' 역할을 맡게 된 것이거든요.

이번호에서는 블로고스피어에 블로거로 뛰어드는 방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블로거로 영향력을 갖는 방법, 블로거로 즐기면서 살아 남는 법을 차례대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바래요. 이 글은 의도적으로 인터넷 글쓰기 방식을 사용할테니 당황하진 마시길~ ^^
 
기자 블로그, 좋은 점 7가지 & 나쁜 점 7가지
먼저 기자로서 블로그를 운영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정리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중간 제목을 잘 기억해두세요. 나중에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때 써먹을 아이템입니다.

먼저 기자도 취재기자, 현장 취재기자, 트렌드 전문기자, 증시 속보기자, 경찰기자, 사진기자, 편집기자, 방송기자... 헥헥... 이렇게 많은데 누구를 말하느냐구요? 이 글은 '언론사에 소속된 직업이 기자인 사람이라면 누구나‘를 독자로 특정짓겠습니다.

어쨌든 기자로서 블로그를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재원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좀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쓸 수 있고, 누구보다 글쓰기 훈련이나 사진 찍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남보다 돋보이는 깔끔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겠죠. 장점 외에도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기자에게 좋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자 블로거라서 얻을 수 있는 7가지 즐거움
1. 자신의 기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2. 자신이 종사하는 매체 외에 다른 독자와 만날 수 있다.
3. 충분히 취재한 내용이 데스크에서 차단당하거나 축소돼도 충분한 글을 올려놓을 수 있다.
4. 매체 이름과 함께 기자 이름을 브랜드화할 수 있다.
5.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직간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6. 내 팬을 만들 수 있다.
7.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고 격한 토론과 악성댓글에 익숙해지면서 성숙해질 기회가 많아진다.
 
억지 같다구요? 제가 직접 다 체험한 내용입니다. 믿으세요. ㅋㅋ 반대로 기자로서 블로그를 하면 나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자 블로거가 겪어야 하는 7가지 어려움
1. 내가 종사하는 매체의 일관된 논조나 방향과 다른 글을 쓰기 부담스럽다.
2. 독자들이 내 개인 글이 아닌 매체 기자의 글로 받아들여 선입견으로 대한다.
3. 조직 내에서 블로그 잘 하는 기자와 못하는 기자로 나뉘어 동료끼리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4. 어린 기자들일수록 실험적인 글쓰기를 하기 부담스럽다.
5. 직업적인 정보 취득을 사적인 블로그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6. 정식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들다.
7. 기자이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타 블로거보다 윤리성, 정확성, 객관성이 더 높아야 한다는 주문을 받는다.
 
블로그 계정, 어디든 일단 만들자
자, 이제 좋은 점 나쁜 점 다 이해하셨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 차례입니다. 아,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가 뭐냐구요? 블로그계(界)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쉽게 말하면 '블로거들이 뛰어노는(?) 세상', 또는 '블로거들끼리의 느슨한 커뮤니티'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엄청 대단한 것 같지만 이미 블로그 계정 하나 만들어 두면 그것으로 블로거가 되는 것이고 블로고스피어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쉽죠?

저런, 설마 아직까지 블로그 계정 하나 만들어 둔 것이 없다구요? 걱정마세요. 블로그 계정 만들기는 정말 쉽습니다. 네이버, 다음, 야후, 파란, 이글루스 등 국내 포털 대부분이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그인 해서 [블로그]란 하위 서비스로 들어가면 바로 블로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일 자기 도메인(blog.naver.com/0000 이 아닌 ringblog.net 같은)을 소유하고 있다면 티스토리(tistory.com)나 텍스트큐브닷컴(textcube.com)을 이용하세요. ringblog.tistory.com라는 도메인을 자신의 도메인인 ringblog.net으로 직접 연결시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좀더 자신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활용하고 싶다면 독립 호스팅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정도의 IT 지식을 갖고 있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겠군요.

요즘엔 회사에서 팀을 짜서 팀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자사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반강제적으로 요청받았다면 일단 그렇게 운영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자신의 콘텐츠를 편리하게 옮겨갈 수 있도록 같은 콘텐츠를 다른 개인 블로그로 퍼다 나르거나 원격 블로깅을 통해 두 개 이상의 블로그에 동시에 같은 내용을 올릴 수도 있으니 염려 마세요.
 
메타 블로그를 알면 블로고스피어가 보인다
이제 내 블로그가 있으니 내 블로그의 존재를 알려야겠죠? 기사라면 편집되어서 누군가 어느 면에 배치할 것인지 약속하지만 온라인에서 '약속된 노출'은 없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글을 홍보하러 열심히 다녀야 하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블로그 글을 읽기 위해 모이는 곳을 집중하면 최소한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바로 '메타 블로그(Meta blog)'라는 서비스이지요. 인터넷 초창기 시절에 심마니, 야후, 코시크, 정보탐정 같은 초기 검색 엔진을 모아서 한꺼번에 결과를 보여주는 '메타 검색'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메타가 그리스어의 '함께'란 개념이란 점을 알면 메타 블로그가 '블로그 글을 함께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라는 것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내 블로그를 직접 등록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가급적 지금 소개하는 메타 블로그 서비스에 반드시 등록해두시기 바랍니다. 이들 서비스는 한 번만 등록하면 자신의 글이 저절로 '송고'되는 서비스가 대부분이구요,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 처럼 필요에 따라 '송고'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필수 등록할 주요 메타 블로그
올블로그 : http://www.allblog.net
이올린 : http://www.eolin.com
미디어몹 : http://www.mediamob.co.kr
오픈블로그 : http://openblog.mediamob.co.kr/Meta.aspx
블로그코리아 : http://blogkorea.org
블로그플러스 : http://blogplus.joins.com
Colcol Meta : http://www.colcol.net
도깨비뉴스 : http://dkbnews.com
프리로그 : http://freelog.net
블로그정글 : http://blogjungle.stoo.com
파란 블로그스페이스 : http://blogspace.paran.com
뉴스로그 : http://www.newslog.com
브레인엔 : http://www.brainn.co.kr
Technorati : http://technorati.com
블로그이야기 : http://www.blog2yagi.com/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 http://bloggernews.daum.net

*덧, 이외에도 많은 메타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송고된 글은 제목과 약간의 요약문이 누리꾼 앞에 선보이게 되고 이 경로들을 비롯해 검색 등을 통해 누리꾼들은 내 블로그에 방문해서 글을 읽게 되는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일방적으로 쏘는 것을 독자들이 받아 읽는 방식이 바뀌어 이제는 소비자들이 여러 경로에서 쓰여진 글이 모여있는 곳에서 직접 글을 읽고 글을 평가하고 남에게 추천할 것인지를 판단하죠. 그래서 좀더 정보 소비자 입장에서 글을 쓰게 되지요.

이들 사이트에 등록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올블로그만을 대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자신의 RSS 피드 주소를 알아야 합니다. RSS 피드란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다는 소식을 자동적으로 외부로 알리는 기능을 갖춘 알리미 역할을 하는 블로그의 기능입니다. 요즘엔 뉴스나 게시판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요. 이 RSS 피드 주소는 내 블로그 어딘가에 있는 아래와 같은 그림을 눌러보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주소를 복사해둔 뒤 올블로그로 가서 회원가입을 한 뒤 ‘마이올블로그’ 메뉴에서 ‘블로그 추가’를 통해 자신의 블로그를 등록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여러 개의 블로그를 동일한 콘텐츠로 운영한다면 중복되지 않게 메타 블로그에는 하나만 등록하시기 바랍니다.
 
구관이 명관? 블로거 선배 블로깅 어깨너머 보자
이제 블로그 계정도 만들었겠다, 메타블로그에 등록도 했겠다. 블로고스피어를 시간 날 때마다 힐끗힐끗 한 번씩 쳐다보면서 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올려야 하는데 기존에 쓰던 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써야 할지 막막하죠? 그럴 때는 앞서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면 그만이지요.

제가 추천해드리는 블로그를 방문해서 이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법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전현직 기자이면서 블로거이기도 한 이들은 블로고스피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분들이랍니다. 살짝 제 블로그도 끼워넣었습니다. ^^
 
▲온라인 활동이 많은 전현직 기자 블로거
송원섭의 피라미드
http://isblog.joins.com/fivecard/
고재열의 독설닷컴
http://poisontongue.sisain.co.kr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http://ringblog.net
노태운 기자의 발가는대로
http://blog.joins.com/n127/
이정환닷컴
http://leejeonghwan.com
서명덕기자의 人터넷세상
http://itviewpoint.com
최진순 기자의 온라인저널리즘의 산실
http://onlinejournalism.co.kr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
http://limwonki.com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http://blog.hankyung.com/kim215

* 덧, 추가 [더 아시는 전현직 기자 블로그가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추가하겠습니다]
ozzyz review 허지웅의 블로그
http://ozzyz.egloos.com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http://2kim.idomin.com/
펄의 Feelings...
http://pariscom.info/
하이퍼텍스트
http://hypertext.tistory.com/
동아일보 정호재 기자
http://www.eastasia.co.kr/
전자신문 최순욱 기자
http://amulandpride.sshel.com/
헤럴드경제 권선영 기자
http://konglog.com
파이낸셜뉴스 한민정 기자가 영어로 쓰는 한국 금융 관련 블로그http://amandaminchung.blogspot.com/

한국 기자협회보 [기자 파워블로거] 검색결과
 
이들 블로그들의 특징은 모두 내용이나 주제에 있어서 개성이 넘치고, 기사체와 통신체, 그리고 대화체를 넘나들면서 자유로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호에는 실제로 이들 처럼 기존의 유명 기자 블로거들의 글쓰기 패턴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온라인 다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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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이라는 잡지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앞부분에서 밝혔듯이 3회 연재분이고 주요 독자는 '블로거가 되고 싶은 기자'입니다. 이미 블로깅을 하고 계신분들에게는 약간은 민망한 초보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이 글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3월 15일 경이므로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글의 편집본을 보고싶다면 <신문과방송>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PDF 파일로도 공개돼 있습니다.

2009/02/19 기자 블로거라면 참고할만한 글
2007/08/29 블로거는 무엇을 원할까?
2007/01/17 서기자-명기자, 블로거인가 기자인가

무엇보다 오래전 글이긴 하지만 이 글은 꼭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기자 블로그, 기회와 함정

* 그나저나 학교 다닐 때 <신문과 방송> 월간지를 보면서 기자를 꿈꿨던 제가 가끔 신문과 방송에 기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고 스스로 제가 대견스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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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02 10:22 2009/04/02 10:22
지난 몇 년 동안 블로그가 주목 받은 이유는 대부분 미디어적인 가치 때문이었다. 누군가 주장하고 싶어하고 어떤 새로운 소식을 남에게 알리는 수단으로 검색의 발달과 함께 멋진 메시징 도구로 블로그는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2009년, 우리는 블로그를 미디어 산업의 일부로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딱히 블로그란 산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응용한 산업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란 의미다. 예를 들어 공동 구매나 오픈마켓이 블로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언론사도 출현할 것이다. 더구나 능력 있고 이미 잘 알려진 소위 유명 블로거(일부에서 이들을 파워 블로거로 부른다)는 새롭게 진입하는 오프라인 시장의 유명인, 또는 유명 기업들과의 협업이 일상화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마케팅 도구로 블로그를 삼을 것이고 누군가는 미디어 영향력의 도구로 블로그를 이용할 것이다. 누군가는 물건을 팔고 소비자와 대화하는 창구로 삼을 것이고 누군가는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도구로 삼을 것이다. 미디어 플랫폼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콘텐츠의 지속적인 공급처로 블로그는 제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적인 성장은 정체 상태로 진입
지난 3년은 블로그가 양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블로그 계정 수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미 네이버에서 만들어진 계정수만으로 1200만개에 달하고 네이버를 제외한 블로그 계정 수가 그만큼 있다고 했을 때 이미 우리나라 블로그 개설 계정 수는 2400만개를 뛰어 넘는다. 변형 블로그, 또는 작은 홈페이지인 미니홈피까지 합치면 4000만개가 넘는 계정이 인터넷에서 저마다의 개성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단, 열성적인 블로그 개수는 이보다 훨씬 적어서 약 10% 정도(400만개)로 추산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고스피어라고 불리는 약간은 폐쇄적인 공간인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블로그 플러스, 믹시, 이글루스 밸리와 같은 곳은 이미 블로거들끼리의 커뮤니티화가 진행된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열성적인 블로거끼리의 커뮤니티는 단위별로 약 10만~20만 정도로 추산된다.

올블로그의 경우 이슈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지만 대략 15만에서 20만 명의 주간 순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우 열성적인 참여자, 또는 산업적 가치를 지난 콘텐츠를 보유한 블로그의 수는 1%, 즉 40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이 수는 전통 언론 미디어 업종에 종사자 수가 4만 6000여명(언론재단 2008년 통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할만한 수가 아니다. 속속 블로그에 뛰어들고 있는 기성 언론인과 연예인, 정치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소비면으로 보면 이미 블로그는 정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2007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티스토리의 경우도 지난해에 현재 월간 1800만 정도의 순방문수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순항중이지만 증가세는 이미 고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네이버의 오픈캐스트 효과가 이미 성장할대로 성장한 티스토리의 성장세를 가속화시키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블로그에 대한 소비는 이미 양적인 고점 근처라는 이야기다.
 
블로그 산업화 기회 확대, 양극화
콘텐츠 업계의 특성상 양적인 고점에서 일부 블로그에 주목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그래서 네이버, 다음, 야후를 비롯해 많은 블로그 서비스 기업들이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 'Top블로거' 등의 이름으로 유명하거나 가치가 높은 블로그를 선정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들에게 몰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바로 마이크로미디어이면서 매스미디어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는 1인 미디어가 출현하게끔 만든 분위기다.

이런 '영광'은 다시 블로거들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사회적 책임감과 산업적 가치, 정보소비자와의 소통 등을 요구하면서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이때 이 부담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들은 진정한 '파워 블로그'로 올라설 것이고 일부는 쇠퇴하는 등 블로고스피어에 생성과 소멸의 생태계가 좀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털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블로거들은 새롭게 쥐어진 권력을 순전히 자신의 만족으로만 여기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포털에서 폭 넓은 팬 층을 확보한 블로거들은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물품 공동 구매 등의 수익모델을 실현시키고 있다. 일부 블로그는 마케팅과 연계된 제품 리뷰에 치중하기도 하고 일부 블로그는 자신의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 재판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킨들에 이어 올해 킨들2를 내놓으면서 뉴스미디어와 함께 블로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일본에서도 블로그의 유료구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2007년 전후한 블로그 광고는 용돈 벌이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그동안 기업 블로그 구축의 장단점을 면밀히 탐색하던 기간을 거쳐 직접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기존 네트워크 영향력자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입소문을 활용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 물론 양자 모두 선택하는 기업이라면 올해는 블로그 운영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인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터넷은 그동안에도 그랬듯이 사소한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덩치가 힘이다? 미디어화 & 네트워크화
앞의 직접적인 산업화와는 별도로 언론사들의 블로그 진입도 눈에 띈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언론사는 블로그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기자들의 블로그 운영을 독려해 왔지만 사실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해 모 일간지 기자들의 블로그 필화 사건을 계기로 기자들의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가 양분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각종 검색사이트에서 뉴스보다 블로그 콘텐츠가 상위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고 메타 블로그의 파괴력이 높아지면서 블로그의 영향력 몸소 체험하게 된 오프라인 기자나 정치인, 또는 마케터와 홍보인들이 블로그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반대로 블로고스피어의 위험성, 일부 순결주의자나 반시장주의자의 도발 등을 부담스러워하며 블로그에 아예 관심을 끊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기자들이 모여 만든 팀블로그 형태의 언론인 블로터닷넷이라거나 블로그 네트워크인 태터앤미디어 소속 블로그 파트너인 블로거 2명이 모여 언론으로 등록한 야구타임즈 등은 국내에서는 이색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야구타임즈를 탄생시킨 태터앤미디어는 올해 안에 10여개의 전문 블로그 매체를 언론사로 등재시키고 취재 지원은 물론 포털에 콘텐츠를 재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의 블로그 미디어화는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이미 미국 등에서는 보편적인 사례에 속한다.

오바마의 당선에 인터넷의 역할이 컸다면 단연코 그 안에는 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com)라는 걸출한 정치 팀블로그 미디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4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블로거 기자들의 취재 범위도 14개 분야로 나뉘어 있어 전문적인 취재 및 기사를 제공한다.

정치 블로그인 TPM(talkingpointsmemo.com) 역시 조쉬 마셜이 웹 기반의 뉴스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뉴욕과 워싱턴에 취재기자 겸 블로거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이 있으며 비디오 촬영기자와 편집기자도 두고 있다.

이외에 9명의 저널리스트가 올리는 칼럼으로 유명한 앤드류셜리반의 데일리디쉬(Daily Dish, andrewsullican.theatlantic.com)나 음악을 좋아하고 좋은 음악을 소개해 주고 싶어하는 3인의 음악팬들이 모인 새드더그라모폰(saidthegramophone.com),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슬래시필름(slashfilm.com)도 10여 명의 대표적인 블로거들이 영화 뉴스와 평론, 등장인물의 가십과 연출자의 계획 등을 블로그 형태로 올리고 있다.

블로그가 언론이냐 아니냐는 이미 미국에서는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블로그를 언론으로 활용하느냐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기업의 자의적 선택만 있을 뿐이다.
 
정직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대세
이 같은 미디어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기성 대중매체들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조력자 같은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과 새로운 영역에서 소비자와 색다르게 만나고 있는 매체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마케팅과 홍보라는 분야가 솔직함과 정직함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매스미디어와의 메시지 합작과 지식인 댓글 알바 동원은 두고두고 마케팅업계 종사자들을 괴롭힐 것이다. 예전에는 대중매체와 함께 어떻게 메시지를 전파하고 강하게 설득할 것이냐를 고민했다면 이제 블로그를 대할 때는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자세로 청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블로그는 '소통'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산업사회의 논리로 보면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영향력도 없을 것 같고 예측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소통 방법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또한 기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어떤 캐릭터가 될 것인지 미리 예측하기보다 블로그를 통해 하나씩 쌓아가는 고된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스스로 정직하고 솔직한 것이 최대의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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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아이엠애드>라는 잡지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 블로그 트렌드'라는 기획의 첫 꼭지, 즉 여는 글 되겠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3월 10일 경이므로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오전에 올린 '쌀로 밥 짓는 이야기 2탄'쯤으로 생각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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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10:41 2009/03/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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