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인터넷

Ring Idea 2009/04/08 09:24 Posted by 그만

친한 내 친구들이나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선배, 그리고 정말 영특하다고 생각하는 후배들까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터넷이 문제야"

문제긴 문제다. 사실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그게 왜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는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해석의 차이가 정책의 차이로 나타난다.

세 가지 기사를 소개한다.

[단독] 구글 1주일째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 [한겨레]

촛불로 인터넷 내역 자료 제출 '급증' [아이뉴스24]

  ‘인터넷서 2차전’ 이종걸 의원 “비판글 왜 지우나” [한겨레]

이 기사들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면 일단 '인터넷은 통제 대상인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당연하지 않냐고 눈을 동그랗게 떠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한다. '인터넷을 통제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

어차피 인간 세계가 그다지 따뜻하지도,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더러운 구석의 쓰레기를 보고 애써 외면하고 코를 막고 얼른 지나간다. 그때 우리의 '순결주의자'들이 등장한다. 정의의 사도들이다.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자'라며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색출해서 팔목을 자르겠다고 선언한다. 쓰레기를 함께 치우자는 캠페인을 하느니 본보기로 팔뚝을 잘라 사대문에 걸어 놓으면 누가 그 쓰레기를 버리겠냐고 말한다.

이쯤 되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쓰레기 버린 사람을 색출해 팔목 자르기가 핵심 이유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조금은 지겹게 이 문제에 천착해왔지만 이제는 손을 좀 놓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위대한 가방모찌 출신의 아저씨가 푸른지붕 아래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먹을 만두는 건드리지 말라고 방점을 찍어둔 로고를 사용하는 당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

인터넷 실명제가 가져다줄 것은 '인터넷 정화'가 아니라 우리들의 잘려진 팔뚝임을 아직도 모르고 남의 팔뚝에 선을 긋고 계시는 멋진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인터넷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게 잘려진 팔뚝의 세상이 되었다.

이제 당신들의 인터넷이다. 당신들의 아름다운 인터넷에서 내가 팔뚝에서 뿜어 나오는 핏물을 보며 절규해본들 누구 하나 나에게 관심이라도 줄 것인가. 미네르바에 대해 기억하고 있기나 한가?

이쯤에서 예전에 추천했던 책을 다시 추천들어간다. 반드시 읽어두도록. 왜 인터넷은 신성불가침 지역이 될 수 없는지를 말해주고 이미 그렇게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터넷의 비운을 격렬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2007/04/11 [책] 인터넷 권력전쟁

그리고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 지겹도록 이야기 한 실명제 이야기와 우리의 말할 권리, 그리고 통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곁가지로 링크 건다.

2009/03/17 아고라 3인의 '여론조작'
2009/02/17 검찰, 신동아 오보는 수사할 계획이 없나?
2009/01/22 검찰 '미네르바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
2009/01/17 단지 블로거일 뿐이고...[미디어 2.0 선언]
2008/09/09 '과다 정보 저장'이 개인정보 침해 주범
2008/09/04 레진 사태, 전선을 분명히 하자
2008/07/22 블로그 인용권과 실명제 관한 글
2008/06/25 한국 인터넷 후퇴시키는 요인 10
2008/06/20 포털 전방위 압박중
2008/06/19 더러운 실명제 논란... 또 시작하나?
2008/05/01 개인정보 유출, 원인은 과도한 실명제?
2008/04/22 해킹한 개인정보가 거래되는 사회

**덧, 4월 9일 저녁 때쯤 긴 글을 쓰겠지만..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한국어 서비스에서 업로드와 댓글 기능을 폐쇄시키며 한국 정부의 제한적본인확인제(라고 읽고 바보 실명제라고 읽는다)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브라보 구글! 그러나 민망하잖아. 구글에게 발리는 대한민국이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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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잉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리꾼 이라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교류하며 만들고 있는 거미줄에 짜여진 틀을 제시하면 더이상 WEB이라고 부를 수 없을만한 것이 아니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ㅁ;

    2009/04/08 09:59
    • 그만  수정/삭제

      인터넷이 원래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기술의 완성도가 느슨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그런데 그 기술의 완성도와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어째 인터넷다운 맛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2009/04/08 13:47
  2.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마저 통제당하면 이미 기성미디어들이 다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멋대로 돌아가는 멋진 광경을 보겠지요.. -.-;

    2009/04/08 11:24
    • 그만  수정/삭제

      어차피 기존의 국경이란 개념 속의 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규제받을 수밖에 없지요. 이건 4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사이버 사회와 4000년의 국경 개념의 국가 사회가 본질적으로 동급이 될 수 없는 한계라고 봅니다.

      2009/04/08 13:49
  3. black_H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우리 국민들은 팔목자르기를 좋아합니다.
    만약 팔목을 못자른다면 그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든 안버리든 신경 안쓸겁니다. 아이러니하죠

    2009/04/08 11:37
    • 그만  수정/삭제

      그냥 상상해봅니다.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세상...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상이 아닐까요.. ^^

      2009/04/08 13:49
  4. 가슴시린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목을 자르는 대신,(예가 과격하군요) 벌금을 물린다고 해두죠. 그것도 한번에 10만원씩, 좀 세게. 자, 그렇다면 이제 "이쯤 되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쓰레기 버린 사람을 색출해 팔목 자르기가 핵심 이유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말씀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과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어한다는 핑계로 10만 원을 내기 싫은 것이 핵심 이유인지 헷갈리는 것이죠. 예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극단적이면, 그건 설득과 논리가 아니라 선동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완전하고 문제가 많지만, 그 세상을 근거 없이 비관적으로 보고 꼭 필요한 긍정의 정신을 잃기 시작한다면 결국 스스로 패배주의에 젖을 뿐입니다.

    2009/04/08 13:26
    • 그만  수정/삭제

      사념 속에서 아주 매끈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아서 팔뚝 자르기를 생각해냈습니다. 10만원쯤인가요? 내가 쓴 글이 나도 모르는 이유로 통째로 사라지고 있어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업체들은 내 주민번호로 장사해먹고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게시판도 무개념 펌족이 싸놓은 펌질 기사 몇 번에 몇 년 동안의 관계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입니다. 그래도 과하다면 그럼 100만원 쯤으로 하죠. 머. 그냥 바라보는 시각이나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 사념을 늘어놓은 글이긴 하지만 선동의 목적 있습니다. 그런다고 사람들이 선동되지 않을 것도 알죠.

      제가 패배주에 젖어 있다구요? ^^; 그런 얼토당토 않은 저에 대한 단정적 평가는 거부합니다. 전 패배주의란 것 자체를 싫어하거든요.

      가슴시린님 처럼 저 역시 긍정의 정신을 신봉하고 긍정적 사고의 힘을 믿고 있는데요...^^ 이 글 하나로 절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이고 선동가로 평가하시면 매우 서운하죠.

      2009/04/08 13:54
  5. 표순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같은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던때부터
    인터넷에 남기는 모든 글에 실명을 걸고 글을 남겨왔습니다.
    제가 남기는 글에는 제 영혼이 담겨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실명을 못남길 정도로 자신이 없거나 제 정체를 숨길정도로 부끄러운 글이라면
    차라리 글을 안남기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실명제를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토론과 여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분명히 익명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명을 남기고 싶은 분은 실명을 남기고,
    실명이 꺼려지는 분들은 실명을 안남기면 되는 것이고,,
    꼭 인터넷실명제를 강제할게 아니라,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민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거기에 대해 각자 올바른 책임의식을 가진다면,,
    그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요..

    2009/04/08 18:48
    • 그만  수정/삭제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익명의 폐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익명으로 나쁜짓 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증오스럽습니다만, 인간사 어찌 늘 천사처럼 화목하게만 살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는 강자라서 자기 이름 걸고 온갖 못된 짓 해도 괜찮고 누군가는 약자라서 화가나서 버럭 한마디 했다고 잡아가는 세상이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표순권님 말씀대로 저 역시 인터넷이 민주주의와 독자의 선택권이 강화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그 이용 방법을 좀더 통 크게 생각한다면 많은 부분 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익명과 실명은 그 글에 담긴 무게감과 진실성을 크게 차이나게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익명으로 욕하면 기분 나쁘긴 하지만 그다지 큰 타격은 없죠. 하지만 실명은 그 충격이 수백배입니다. ^^;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누가 댓글로 욕한다고 어디 다치고 피흘리고 그러냐? 아파? 그냥 냅둬. 그 사람 그렇게 스트레스 해소하고 싶은 거야"

      법으로 규정하고 자꾸 개념을 확립하려고만 하면 늘 기준이 어긋나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논란만 팽배해지고 그에 따라 진영 논리가 생겨 자꾸 사회가 이리저리 찢어지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ㅠ,.ㅠ

      2009/04/08 18:57
  6. 악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손을 잘라버리는 정부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소재의 포장지를 쓰게하고 청결한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는 정부 중에서 어떤 정부가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정부일까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2009/04/09 17:11
    • 그만  수정/삭제

      뭐랄까요. 이건 진영 논리를 떠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명제가 인터넷을 깨끗하게 해줄 것이라는 '효율의 환상'에 빠져 있지요. 꾸준히 우리의 인터넷 습관과 사회적 합의라는 절차를 기다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ㅠ,.ㅠ

      2009/04/09 17:31
  7. jef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름 걸고 싸우라는 것, 결국 "그만큼 힘이 없으면 떠들지 말 것" 이란 말이나 마찬가진데 왜들 그렇게 실명제를 선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팔자르기 비유, 저는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2009/04/10 17:05
    • 그만  수정/삭제

      진정한 실명제란, 투표도 이름 써놓고 투표하라는 거죠.

      2009/04/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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