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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후 수습을 하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지적되고 재난을 미리 예측할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불가항력'이다. 우린 일상을 살고 있으면서 늘 재난을 대비하진 않긴 때문이다.

지난 주말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최악의 재난을 보면서 일본의 놀라운 침착성과 반면 우리나라 언론의 호들갑을 보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재난이나 사고 보도에 있어서 늘 언론사는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과 일이 진행될 때는 반드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팩트(사실)'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어설프게 진단하지 말며 과잉된 감정 상태를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사들은 침착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쓰나미가 덥칠 때 헬리콥터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관조'하는 느낌이다. 자동차가 피하려다 휩쓸리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생방송에서는 그 장면을 중간에 멈추고 다른 장면으로 전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유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인터뷰하거나 시신을 붙잡고 통곡하는 장면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생필품이 사재기로 텅 비어 있었지만 '사재기'나 '약탈'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남들을 보고 행동하고 남을 의식하는 문화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현실 세계의 '관찰자'로서의 언론사 역할에 충실한 태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어떨까.

놀라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가판대에 올려진 신문들은 '일본 침몰', '사망자 9만명 넘을 수도' 등 자극적인 수사가 동원된다. '사상 최악의', '대참사', '혼란', '마을이 송두리째', '체르노빌 악몽' 등 감정 섞이고 판단이 섞인 형용사가 손쉽게 등장한다. 일부는 현실 그대로일 수 있지만 과장되고 선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파원들은 현지 기자들도 시도하지 않는 유족과의 인터뷰를 하거나 한국에 와 있는 일본 관광객의 눈시울이 적셔지기를 기다리며 클로즈업 화면으로 인터뷰를 시도한다.

누군가 과격한 표정과 힘들어하는 모습이라도 잡히면 반복적으로 그 장면을 사용하며, 부서지고 찢겨지고 무너지는 장면은 무한 반복된다.

더 황당한 것은 섣부른 판단으로 '위기' '대재앙' '대지진 전조' '한반도도 위험하다' 등의 확대해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부 잘못된 발언이나 어처구니 없는 망언들을 실어나르며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그리고 다시 그 발언의 비판을 싣는 등 악순환 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과학적이지 않은 지나친 예측은 미국도 방사능 영향권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등 만에 하나 한국에게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등 수많은 억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과의 비교는 없이 제목은 온통 '체르노빌'이 등장하여 수만명의 피해를 점치고 있다.

누군가의 인재임을 들춰내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재난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인데 놀랍게도 일본의 재난에서는 이처럼 인재임을 들춰내기 위한 노력을 하진 못하고 있다. 일부 원전 운영사의 비리 등을 들춰내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역시 외신에 의존해 수박 겉핥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체 취재 능력이 안 돼서라고 봐야 한다.

재난 보도의 가장 기본은 사건의 진행중이라면 반드시 사실에 기반하고 사건의 진행에 집중해야 한다. 지나치게 현상 분석에 개입하지 말며, 감정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까지는 참겠지만 구태여 '비탄에 빠진 유족'들 운운하며 그들의 눈물을 억지로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과 독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보도는 자제되었으면 한다.

유족 인터뷰 안 하고 시신 수습 멀리서 찍고 … 절제 돋보인 NHK [중앙일보]

일본 대지진에 '밑천' 드러내는 한국 사회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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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1/03/15 12:45 2011/03/15 12:45

실명제를 무덤으로 보내라

Column Ring 2011/03/10 10:07 Posted by 그만
구세대의 걱정과 신세대의 짜증이 한 곳에 뒤섞인 듯한 모양새다.

구세대는 더 풀어주었다간 세상이 온통 '쓰레기'로 뒤덮이고 '중독자'로 세상이 말세를 맞을 것만 같다.

신세대는 이대로 끊임없이 시키는대로 당하다가는 먹고 사는 문제부터 걱정인데다 누구 기준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명제법과 게임법 이야기다.

먼저 실명제법은 아주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기존의 실명제법이 얼마나 바보 같은 법이었는지 인정하고 싶어도 너무 멀리왔다고 생각한 것일까. 묘한 절충안을 내놓았는데 그게 더 바보같이 보인다.


사실 핵심은 소셜 댓글에 있지 않다.

방통위의 발표는 "2011년도 본인확인 적용대상 사업자 선정결과 공시"가 핵심이다. 실명제 적용 사이트를 매번 이렇게 정해오는데 쇼셜 댓글을 달고 있는 사이트는 실명제 적용 사이트이지만 댓글 게시판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판단이다.


멋들어진 향후 계획도 들어 있다. "소셜댓글 도입 웹사이트는 SNS특성 및 신서비스의 활성화 측면을 고려하여 적정기간의 이용실태 등을 분석, 본인확인제도 제도 개선 반영"이라는 말로 '두고 보겠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심플하지 않은가.

실명제가 무력화 된 것이라고 보는 언론사들의 시각도 있지만 법만 조금 고치면 소셜 댓글도 대상이 된다. 다만 소셜 댓글 서비스 상당수가 해외 서비스이고 최근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SNS 역시 해외 서비스인 점 때문에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유튜브 개망신을 기억한다면 섣불리 해외 서비스 영역까지 본인확인제를 강요할 수 없음을 방통위 관계자도 이젠 알테니까.

이참에 본인확인제가 얼마나 실효성 없는 정책이고 위험한 정책인지 알아야 한다. 링블로그에서 너무 많이 이야기 해서 예전에 써두었던 링크로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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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더러운 실명제 논란... 또 시작하나?
2008/05/01 개인정보 유출, 원인은 과도한 실명제?



그리고 두 번째, 일명 신데렐라법 역시 실명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행히 셧다운제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커서 여가부의 강경한 입장이 국회를 통과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아 보이긴 한다. 대신 오픈마켓에 대한 산업활성화에 대한 입장이 좀더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문제는 이런 개인의 신상과 프라이버시 영역이 연결되는 정책적 발상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갖고 있는 전국민을 '일련번호'로 분류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란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전자주민증을 도입한다며 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를 칩에 넣자고 제안하고 있을 정도이니 세상 참 편하게 사는 공무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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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1/03/10 10:07 2011/03/10 10:07
인지상정이랄까. 언론사들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기자들이 광고주에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들을 때 무덤덤한 경향이 있다.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들어 기자들의 의식조사에 나타나는 기사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주체는 정치권력보다 광고주를 우선으로 꼽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조금은 다른 관점이고 오래된 글이지만 왜 기자들은 자신의 신조와 다른 기사를 쓰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이 글은 <미디어 2.0 : 미디어플랫폼의 진화>에도 자세하게 인용되었고 개인적인 경험의 수준에서 가장 적절하게 기자 개인들의 심리적 환경 요인을 분석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앙일보 기자들이나 삼성 직원들은 왜 이렇게 사회적으로 명암이 분명한 사건에 있어서도 뚜렷한 입장 표명을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엉뚱한 사안으로 눈을 돌려 보도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았다.

이에 대한 좋은 언론계 자료가 있다.

영국의 미디어 학자인 허버트 갠즈는 1980년 "무엇을 뉴스로 결정하나(Deciding What's News, 1980)"이란 책을 통해 기자들은 왜 자신들의 양심을 지키지 못한 채 편집 정책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참고

1. 제도적 권위와 제재(Institutional Authority and Sanctions)
발행인은 통상 신문을 소유하고 있으며 순전히 사업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자신의 피고용인에게서 순종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발행인은 피고용인의 일탈을 이유로 해고나 강등을 할 힘이 있다...(중략)...제재를 원용하는 것보다는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기자들이 순종하는 한 이유가 된다...(중략)...부장들은 편집방향에 어긋나는 기사를 무시할 수 있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기사를 '안전한' 기자에게 맡길 수 있다.

2. 감사하는 마음과 상급자 존중(Fellings of Obligation and Esteem for Superiors)
기자들은 자신을 고용한 회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기자들은 기사에 관한 가르침을 주었거나, 보호막이 되어 주었거나, 온정주의적인 호의를 베풀어준 편집국(보도국) 간부들에 대해 존경심 경탄 고마움 등을 느낄 수도 있다.

3. 지위 상승 열망(Mobility Aspirations)
모든 젊은 기자들은 지위 상승의 희망을 갖고 있다. 그들은 편집정책을 위반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몇몇 기자들은 승진을 위한 좋은 방법은 1면에 큰 기사를 싣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것은 자동적으로 편집정책에 위반되는 기사를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4. 편집정책 반대 집단의 부재(Absence of Conflicting Group Allegiance)
기자들을 위한 가장 큰 정식 조직은 '미국신문조합(ANG)'이다. 이 조합은 편집정책과 같은 내부 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았다. 조합은 편집국(보도국)과는 무관한 조합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강조했다. 일단의 기자들이 편집정책에 관해 집단적인 반대에 나섰다는 증거는 없다.

5. 기자 직업의 즐거움(The Pleasant Nature of the Activity)
ㄱ. 편집국에는 집단적 소속감이 있다 : 기자는 편집자에 비하면 낮은 지위를 갖고 있지만 근로자로 취급당하지 않는다. 기자는 오히려 편집국 간부들과 함께 일하는 '공동 작업자(co-worker)'이다. 편집국 기자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기사를 수집하는' 업무를 놓고 서로 마음이 맞는 상태에서 협력한다.
ㄴ. 기자 업무 수행은 흥미롭다.
ㄷ. 비금전적인 특권이 있다.

6. 뉴스는 가치가 된다(News Becomes a Value)
기자들은 24시간마다 소위 '뉴스'를 생산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고 말한다. 뉴스는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생산돼야 한다. 뉴스 생산은 계속적인 과업이다. 기사를 중심적 가치로 중시하다 보니 편집방향과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객관적 보도에 대한 관심을 보류한다. ..(중략)...그들은 사호 구조를 분석하는 것 때문에 보상받는 게 아니라 뉴스를 얻는 것 때문에 보상받는다.


기자, 미네랄 캐러 생산되는 전투력 없는 SCV 운명

전직 기자인 그만에게 이런 냉철한 요인 분석은 매우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이는 여느 직장인들의 심정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를 욕하기 힘든 점이 이런 것이다. 중앙일보라는 태생 자체가 삼성과 떼어낼 수 없는 구조인데다 그 구조를 인지하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편집행위가 빈번한 곳에서 기자들의 독자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의심하기도 전에 기자들은 다시 뉴스를 수집하러 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미네랄을 캐내는 SCV 처럼 말이다.

기자라는 직업인의 비극은 이러한 편집 정책에 순응해가는 과정에서 자율성과 독립성 사회성이 점차 결여되어 간다는 점이다.

2007/11/10 기자들은 왜 편집정책에 동조하는가?

자, 그렇다면 조직이나 개인적인 목적의식에 의한 요인 말고 기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광고주와 기자들은 상호 어떤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그렇게 끈끈하게 맺어져 있을까?

아래 내용은 <한국언론학보> 54권 6호에 실린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배정근 조교수가 발표한 <광고가 신문보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그 유형과 요인을 중심으로>에서 발췌했다.

이 논문은 짧지만 직접적인 언론사 간부들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광고주의 영향력과 광고주와 언론의 결탁 내지는 은밀한 관계를 직접적인 인터뷰를 통해 증명해내었다.

일단 언론재단이 펴낸 <한국의 언론인 2009>에서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을 영향력에 따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는 조사에서 광고주는 종합 응답합계에서 60.8%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전제해둔다.

이 논문의 특징은 기자들과 광고주와의 인터뷰가 주요 내용이라는 점인데, 주요한 내용만 덤덤하게 옮겨와본다. 아쉬운 점은 내용에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들이 모두 익명이라는 점이다.

“메이저를 제외한 대다수 신문사들은 대기업 광고가 끊기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진보적이라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마저 삼성의 광고중단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은 것 아니냐. 심하게 말해 대기업의 시혜를 받아 살아가는 구조다.”(A국장)
“외환위기 이전에는 신문에 광고를 내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신문사들이 광고를 내달라고 애원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편집국 간부들의 광고 부탁도 잦아지고, 그러다보니 기자들의 태도도 매우 협조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다.”(T상무)
“광고주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사는 오너 관련이다. 그리고 기업의 범법사실이나 노사관계, 타사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기사의 경우에도 강한 압력을 가해온다.”(D부국장)
“대기업은 부정적 기사를 빼달라는 요구를 주로 하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은 홍보성 기사를 내달라는 부탁이 절대적으로 많다.”(N기자)
“원래 특집섹션은 먼저 기사의 테마를 잡고, 거기에 맞는 광고주를 찾아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 광고를 세게 한다는 곳이 있으면 그 기업에 맞춰 섹션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N기자)
“광고 특집은 부서마다 매달 할당돼 있다. 광고와 무관한 부서의 경우 광고 유치성 기사를 기획한다.”(I기자)
“자동차 회사로부터 3억원의 협찬을 받아 3회 시리즈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솔직히 기사를 쓰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G차장)
“회사 수익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해도 누가 높이 평가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후배들로부터 ‘기자의식이 없는 선배’라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회사 경영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G차장)
“광고주의 요구를 반영하다보니 경제면이 대기업 기사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로 채워지기 일쑤다. 중소기업의 활동을 소개하는 기사는 물론 대기업 횡포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정면으로 다루는 기사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F차장)
“신문의 생명은 신뢰다. 그런데 신문이 대기업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고 광고주에 편향된 기사를 쏟아낸다면 자멸을 자초하는 것이다.”(J기자)

이 논문은 "기자들은 광고가 언론 본연의 기능 수행을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로 인해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광고의 영향을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선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는 타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정리했다.

기자들이 원칙에서 한발씩 생존을 위해 물러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다. 과연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또는 누구든 생존하지 못하는 언론사 안에서 고고하게 저널리즘을 부르짖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기자들의 속성상 '남의 평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논문에서도 말하듯이 언론사의 재정상태와 경영여건, 그리고 소유구조와 이념적 성향들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또한 노조나 젊은 기자들의 문제제기 같은 내부 견제와 시민단체들의 지적 같은 외부 견제가 광고주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거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언론사들이 요즘 처럼 '생존'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발휘될 때는 다른 어떠한 사회적 요구도 그들의 합리화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외부에서 적절하게 언론사를 비판해주고 평가해주고 옳다고 느낄 수 있는 자료 제공과 의견 제공을 멈춰서는 안 된다. 언론사들을 '포기'하는 태도라거나 '의도적인 악을 행하는 집단'과 같은 이념적인 공격은 상호 설득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전업 언론사들은 사회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제아무리 소셜화된 사회라지만 정보 전달자로서의 기능의 중요성도 여전하다고 본다. 언론사들이 기존 '생산성'과 '효율성', '수익성'에 몰입하는 산업에 편입되면서 생겨나고 있는 최근의 '생존'을 핑계로 '저널리즘을 조각 파이처럼 팔고 있는 타협 행위'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어야 한다.

반대로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지금처럼 종편으로 나아가서 덩치를 키우는 방식의 '메가미디어'도 답이 아니고 '소셜미디어'에 천착하고 '마이크로미디어'로 변신하는 것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언론사'를 살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사회적 가치'를 존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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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10:12 2011/02/21 10:12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 단말기들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신문이나 잡지 등을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서 보고 있다. 이전에도 이러한 정보들을 지면보다는 웹을 통해서 보고 습득해 왔기에 이러한 단말을 통해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들이 단말에 따라 다르다면 어떨까?

통상적으로 미디어는 동일한 정보를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미디어의 성격에 따라, 다시 말해 일간지냐, 주간지냐 또는 월간지냐에 따라 좀 더 심도 깊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조금은 관점을 달리해서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 대에 각기 다른 디바이스에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의 사회가 SNS라는 다른 정보 채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존 미디어들, 신문, 잡지 및 방송 등이 제공하는 정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단말에 따른 정보의 분화현상은 해당 미디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심각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통념을 벗어나는 문제이고, 사람들이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때로는 심각한 정보 왜곡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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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여지는 매일경제 화면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아이폰 3GS과 LG Optimus 2X 안드로이드 폰에서 보여지는 앱 화면을 캡쳐한 내용이다. 화면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이는 단말 별로 다른 편집을 한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두 단말의 화면 크기가 달라서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면 같은 날 같은 시각의 다른 앱을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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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앱은 매일경제 앱과 달리 동일한 편집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다른 미디어는 화면 상의 크기(5인치 이하의 스마트폰 기준)로 인해 편집을 달리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경제 앱도 한국경제 앱만큼이나 이슈는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상단에 보여지는 증권 정보이다. 물론, 이 정보를 보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같은 시간대에 다른 정보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는 이를 처리하는 정보의 소스가 다르거나 프로그램 상의 이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가 이 둘 신문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같은 정보를 보며 같은 세상에서 살고있다고 할 수 있을까? 미디어가 신뢰할만한 정보의 확보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편집이나 편성을 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업이라고 본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적어도 우리에게 보여지는 세계가 같다고 생각했던 나의 관점에서는 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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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5 11:21 2011/02/05 11:21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스티브 잡스가 떠난 자리에 생긴 그늘, 극복할 수 있을까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영화 제목을 굳이 들이대지 않아도 지금 세계 IT 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기업들의 CEO 자리바꿈 소식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빌 게이츠에서 스티브 발머로 권력이 이동되었고 최근 구글은 에릭 슈미트에서 창업자 래리 페이지로 CEO 교체를 발표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면서 차기 CEO를 누가 맡게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물러났거나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세 CEO는 모두 55년생이다. 55세를 전후해서 컴퓨터의 황제들이 하나 둘씩 자의든 타의든 최고의 자리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의 경우 가장 아름답게 자발적으로 '박수칠 때 떠나서 다시 박수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던 빌 게이츠는 19살이던 1975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21살의 폴 앨런과 자본금 1500달러를 들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했다.

운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간혹 뒤섞어 놓고는 잔인한 승자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애플이 마우스로 아이콘을 콕 눌러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식(GUI,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방식)의 컴퓨터를 내놓았으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힘들었다. 1990년 윈도우 3.0이 발표되고 1992년 최고의 히트상품인 윈도우 3.1이 출시되면서 세계 컴퓨터 업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발전이 가능해졌다.

당시부터 빌 게이츠는 큰 성공을 상징했으며 천재 CEO로서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으나 시장 지배자에게 따라붙는 '巨惡'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다. 33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자로 일해오던 빌 게이츠는 2008년 6월 27일 은퇴를 발표하고 물러난다.

이제 빌 게이츠는 제 2의 인생을 돈을 좋은 곳에 쓰기 위해 살고 있다. 2000년에 설립한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공공 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 700만 달러, 대학생 장학금 5억 달러, 중국 결행 퇴치 3,300만 달러, 소아마비 퇴치 3억5500만 달러,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 1억7000만 달러, 빈민 지역 교육환경 개선 18억5000만 달러 등을 내놓으면서 가난한 나라의 한해 재정규모에 가까운 돈을 기부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미국의 거부 57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했거나 하기로 공개적인 선언을 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최대의 시련에 직면해 있다. 2007년부터 웹 2.0 트렌드가 미국을 휩쓸 때 인터넷 검색에 대한 대응과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대응, 스마트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대응이 모두 늦어서 고생하고 있는중이다. 구글과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수십년 동안 상호 우월감을 주었다가 빼앗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MS를 궁지에 몰아넣은 구글, 2인 창업자와 1인 CEO 체제 변화
최근 구글의 CEO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게 되는 에릭 슈미트 역시 55년생이다. 에릭 슈미트는 3명의 55년생 슈퍼 CEO 가운데 가장 '가방끈'이 길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릭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CTO를 거쳐 노벨의 대표를 맡고 있던 중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 구글의 CEO로 참여하게 된다. 그의 구글 CEO 참여는 자발적이라기보다 처음에는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가 강권한 결과였다고 전해진다.

에릭 슈미트는 애플의 이사회 이사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재임하기도 했다. 이후 에릭 슈미트는 애플과 구글이 사업 영역이 점차 겹쳐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이사회에서 사임하여 애플을 적잖이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에릭 슈미트의 사임 발표가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많다. 에릭 슈미트는 CEO였지만 창업자인 두 젊은이와의 의견 충돌이 최근들어 잦아졌으며 그동안 누적되어온 의견 차이가 에릭 슈미트의 사임으로 결론내려진 것이라는 소문이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에릭 슈미트가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검색 결과에 광고를 삽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처음에는 극렬히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광고를 싣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에릭 슈미트가 광고가 검색결과 상단, 즉 당시 오버추어 방식의 레이아웃을 주장했지만 두 창업자가 반대해 결국 우측으로 광고를 배치했다는 후문도 유명하다.

에릭 슈미트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을 해나갔으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인터넷 규제에 대한 대응을 놓고 격렬하게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처럼 가능성이 큰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로서는 못마땅한 것이었고 일부 해당 국가의 규제에 호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반면 두 창업자는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결국 2010년 초 구글 중국사이트 서비스를 홍콩으로 옮겨 검열되지 않는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에릭 슈미트는 내부적인 권위를 잃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하나의 일화로 유튜브 실명제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벌인 인터넷본인확인제 확대 시행의 대상이 된 유튜브에 본인확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에릭 슈미트는 '현지법을 준수한다'는 메시지로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준비작업 최종 단계까지 갔다가 창업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 본인인증 시스템을 얹지 말라'는 지시로 번복됐다는 일화도 있다. 구글의 스트리트 뷰 지도 서비스에서 길거리를 촬영할 때 벌어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에릭은 "걱정되면 이사 가라"는 언사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의 추격은 구글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겨냥한 SNS 플랫폼 서비스인 오픈소셜, 웨이브, 버즈 등은 모두 시장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에릭 슈미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으며 대외 협상, 계약, 대정부 관계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에릭 슈미트가 TV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와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에릭 슈미트는 창업자들의 순수성을 좀더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었는데 과연 대인 관계에 있어서 부끄러워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의 래리 페이지가 에릭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강 이상설만 돌아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지도층, 애플 스티브잡스. 그가 없는 애플은...?
55년생 슈퍼 히어로 CEO 가운데 요즘 이 사람만큼 '핫'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스티브 잡스다. 그는 3인의 CEO 가운데 가장 학벌이 딸린다. 1976년 워즈니악과 동업으로 애플컴퓨터를 설립해 '애플1'의 성공에 힘입어 80년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5년 창업자였지만 경영일선에서 타의에 의해 물러나는 굴욕을 당했다. 이후 넥스트사를 세웠으며 픽사를 인수해 3D 애니메이션 영화의 초석을 닦았다.

인생의 아이러니랄까. 1996년 적자에 허덕이며 기울어져가던 애플이 넥스트 사를 인수하면서 스티브잡스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당시 그의 직함은 '경영 컨설턴트'였다. 이후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컴퓨터 부문의 혁신을 주도하고 아이튠즈로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완성했으며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그의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는 거의 전설처럼 취급될 정도다.

하지만 그에게는 건강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그는 2004년 췌장암에 걸려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고 완쾌했다. 그러던중 2009년에는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의 건강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식 시장은 흔들렸고 최근 그가 갑작스러운 병가를 내자 주식 시장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절대적인 카리스마, 놀라운 혁신에 대한 통찰력, 할리우드를 비롯한 광범위한 산업계 친분을 보유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이제 애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그런 그의 공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현재 COO를 맡고 있는 50세의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메워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결국 '스티브 잡스가 있는 애플과 그가 없는 애플은 다를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이폰4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는 지금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는 상당히 커 보인다.

IT 업계를 삼등분하면서 서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애플. 이 세 회사는 걸출한 영웅 CEO에 의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반대로 그들의 카리스마가 없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동갑나기 55년생 슈퍼 CEO 3인의 다음 삶도 궁금하고 그들이 이끌었던 기업의 다음 행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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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177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마 길어서 꽤 편집됐을 겁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별 뜻 없이 쓴 글입니다. ^^ CEO 3인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이 없는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시점이군요.

한가지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처럼 '2세' '3세'가 뒤를 맡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겠네요.

설이니까요. 재벌이 아닌 부모님을 탓하기보다 이들의 열정을 입에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 학벌이 대학도 못 간 CEO, 대학을 중퇴한 CEO, 박사 CEO 모두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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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1 09:28 2011/01/31 09:28



미네르바法 위헌, 불안해? 소셜 인증을 믿어봐

2006년 말부터 시작된 웹 2.0 열풍과 검색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기세는 모든 구형 미디어를 전복시키고 낡은 세상을 뒤바꿔놓을 새로운 미디어 세상이 당장이라도 펼쳐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2010년 세상은 그로부터 더 진보하고 더 폭발적인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소셜 열풍이 그것이었다. 웹 2.0의 연장선으로 소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힘을 스마트폰 열풍을 통해 체험하면서 세상은 한 단계 더 앞으로 전진하는 듯이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이야기하고 더 다양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내놓으면서 짐짓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도 발견된다.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세상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상식이 비상식보다 더 많아야 정상이라 할 것이다. 정말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표현할까? 진짜 우리나라 국민과 국가를 걱정하는 보수 인사들이 걱정하듯 온라인은 '괴담'과 '거짓 선동'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일까?



2009/11/07 사이버 자경단, 어디까지가 정의일까


2010년 여름 SBS는 재미있는 조사를 한다. 이른 바 '대한민국 트위터 대분석'이 그것인데 여기서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타블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트위터 사용패턴이 주목할만 하다.


SBS는 타블로 사건을 전후로 트위터에서 타블로를 전수 조사하여 내용을 분류하였다. 조사결과 2010년 8월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5만 1천 612개의 트윗이 발생했고, 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2만 2천 9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MBC가 MBC 스페셜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방영한 이후 트윗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조별로 트윗을 분석해본 결과, 타블로의 옹호 세력이 7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타블로를 비판하는 세력은 9%에 불과했다. 중립세력은 17%로 나타났다.

걱정할만큼 타블로 문제를 두고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한 초기에는 음해론자들이 대세를 이루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반대 의견을 더욱 강하게 내기 시작하고 의혹 제기를 일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국면이 전환되더라는 것이다.


정작 타블로 사건을 삐딱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가벼운 이야깃 거리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타블로 학력 의혹 사건(?)은 어찌 보면 헤프닝 정도로 치부해도 될 일이었다. 오히려 이 사건은 언론이 조장한 '논란 장사 거리'였던 셈이다.

무엇이 이들을 치우치지 않게 만들었을까? 또는 이들에게 편향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주입하는 경우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을까.


2010년 지방 선거에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자 당국은 각 언론사에게 댓글 실명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몇 곳에서 아예 댓글을 막아버렸다. 당시 블로그 기반의 블로터닷넷이나 티엔엠미디어 소속 인터넷 신문들은 속속 아예 실명제를 시행하느니 댓글을 닫아 버리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선거 기간 동안 댓글 실명제를 전면 거부했다.


그리고 나서 이후 몇몇 언론사들은 '소셜 댓글'이라는 플랫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아예 댓글 플랫폼을 자사 플랫폼이 아닌 특정 서비스 업체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소셜 서비스와 연동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댓글을 자사 사이트의 기능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약 조건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았으며 트위터 등 해외 서비스에게는 실명제를 강제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업계에 따르면 댓글에서 욕설이나 일방적인 비난이나 비방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악플을 달게 하는 것일까. 트위터와 연동된 댓글이나 언론사 익명댓글이나 모두 실명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똑같은데 말이다.


2007/05/20 포털, 댓글 사건 패소가 주는 시사점


여기서 힌트가 나온다. '소셜'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노출돼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터무니 없거나 상식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발언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소셜' 서비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용성을 보이는데다 누적되어 쌓여가는 개인의 발언을 담아두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점에서 자신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영향력 있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이 그만큼 노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실명제와 뭐가 다르냐고 묻지 말기 바란다. 내가 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소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행위와 익명의 뒤에 숨어서 나약하고 의심스러운 수준의 비판이나 비난을 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행동들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용납받고 있는가, 아예 원천 봉쇄돼 있는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언뜻 보기에 실명을 달고 의견을 말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당한 방식으로 보인다. 그렇다면왜 실명을 걸고 '나 누구 찍었소'라고 말하는 것은 불법인 것일까.



익명은 현대 자유민주주의가 제시한 '당당하게 말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며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은 중학교 사회 시간에 졸지만 않았어도 알만한 내용이다.


2007/03/24 익명의 힘, 그리고 천기누설


웹 2.0의 자유로운 미디어가 대세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던 미네르바 사건이 2008년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로부터 2년 여가 지난 1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를 기소할 때 적용했던 법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1월 4일 검찰이 항소를 취하 하면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여기저기서 '온라인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인가 보다. 별도의 제도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0/04/08 실명제, 한국 인터넷 박제로 만들다


그들에게는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득실거리는 인터넷이겠지만 인터넷은 신뢰 있는 정보를 유통하는 자가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는 '소셜지성'의 단계가 막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익명의 다수가 말하는 것이 좀더 진실에 가깝다는 '집단지성'보다 한 걸음 더 진보된 개념이다.

결론은,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실수할 자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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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시사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무단 전재는 삼가해주세요.(사진은 뉴스뱅크 이미지에서 제공한 공유 방법으로 게재돼 있습니다)

오늘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무죄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군요.

검찰, 미네르바 항소 취하…무죄 확정 [뉴시스]

지난 해 말 Co-UP에서 'Sharing day' 형식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발표자 가운데 '번개장터'라는 소셜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장원귀 번개소프트 대표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거래라는 것이 불안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의 위치가 확인되고 파는 사람의 다른 소셜 활동을 보면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물건에 대한 일종의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소셜 인증은 아무도 자신임을 인증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인증하기 위한 노력이 들어갑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소셜과 해외 소셜에 대해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 요지는 이랬죠.

"우리나라 소셜은 '실명제'라서 오히려 온라인에서 자신의 모습을 과장되게 보이게 하거나(뽀샵)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가상의 캐릭터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해외 소셜은 자신이 자신임을 인증해야 할 시점에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생 얼굴 사진이나 친구와 찍은 인증샷을 주로 사용하게 되어 좀더 실제에 가깝게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그냥 일반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시비 걸지 마시라.. --;)


2010/05/24 SNS의 원조 한국이 왜 뒤졌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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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1/01/04 09:36 2011/01/04 09:36
숨길 것이 많은 권력자들을 향한 네트워크 저널리즘의 통쾌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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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전문 소셜미디어 위키리크스, 그리고 위키리크스를 2006년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의 경찰 출두가 연일 화제다.

미국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알리게 된 위키리크스(wikileaks)는 현재 마땅히 지목할만한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다. 각국정부가 이 사이트를 위험한 폭로라고 비난하고 무차별적인 정보 공개에 따른 파장에 대한 우려해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흔한(?) 일이지만 자유 언론에 대한 전통이 뿌리 깊은 서구에서도 사이트를 즉각 차단하고 위키리크스 설립자를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화제다.

지난 현지시간 7일 오전 런던에 있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가 경찰에 체포되자 누리꾼들도 그의 거취와 그가 폭로하겠다며 인터넷에 배포한 파일의 암호가 공개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이날 "어산지에 대한 체포는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그를 체포한 것이 비밀 문건에 대한 폭로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웹사이트가 완전히 보여지지 않게 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문서를 포함한 '최후의 심판 파일(doomsday files)'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공개된 비밀 정보 등을 담은 파일이 이미 배포됐으며 유사시에 이 파일의 암호를 공개해 관련 내용을 폭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줄리안 어산지의 행동이 과격해보이지만 본질적인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폭로 저널리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폭로되고 공개되는 정보에 대해 권력자들이 흔히 '괴담', '음모', 또는 '불확실한 사실에 근거한 일방적 주장' 등의 판에 박힌 반박만으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위키리크스가 공개하는 문서들은 모두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당혹해 한다.

또한 폭로하는 방법도 전통적이면서 지금은 미디어 자사 이기주의에 의해 쓰이지 않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등 세계 유수의 언론기관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문서를 공유해 함께 폭로하고 일시에 확산되는 효과를 노렸다. 이는 저널리즘 세계에 특정한 이슈를 함께 주목해야 한다는 기성 미디어와 네트워크 미디어의 협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대중매체가 외면하는 사안을 온라인이 끌어올려 다시 대중매체에 의해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방식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사례다.

오늘날 상업 대중매체는 저작권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자신들의 글이나 콘텐츠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사명을 뒤로 한 채 자사 사이트에 독점화시키고 무단 복제에 대해 가혹한 저작권료 지급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공식사이트가 차단, 폐쇄되고 기부금 통로가 막혀 운영 위기에 봉착한 위키리크스를 돕기 위해 전세계 누리꾼들이 미러 사이트(동일한 내용을 갖춘 복제 사이트)를 만들어 위키리크스의 자산인 폭로 문서를 분산시키면서 생존을 돕고 있다.

그리고 그가 폭로하겠다는 '최후의 심판 파일'의 경우 이미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했으며 어산지가 암호를 공개하기만 하면 열어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파일은 얼마나 퍼졌는지, 누구의 손에 들어가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도록 P2P 방식을 활용했다. 한때 인터넷의 자료 공유 방법으로 각광받았던 비트토런트 파일공유 주소를 올려놓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비트토런트와 호환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인터넷에 산재돼 있는 최후의 심판 파일을 받아 저장해두면 또 다른 익명의 사람들이 이 파일을 아무런 제약 없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된다.

2000년 초반 냅스터 등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P2P 방식 가운데 프리넷(freenet) 방식의 분산 저장을 활용한 것이다. 프리넷을 만든 이안 클락(Ian Clarke) 역시 표현의 자유에 절대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으로, 오늘날의 인터넷이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쉽게 규제될 수 있다며 통제할 수 없는 분권화된 네트워크를 구상했다.

프리넷은 중앙에 P2P 서버를 두지 않고 단지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고 원하는 파일을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이 그 파일을 찾아 받아오게 되는데 이때 파일이 거쳐간 모든 네트워크에 물려 있는 PC에 복제된 파일을 남겨두게 된다. 파일의 원본 출처를 확인할 수도 없을 뿐더러 파일이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매우 과격한 파일 공유 방식이다. 심지어 프리넷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어떤 파일이 남겨지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며 프리넷을 통해 공유된 파일은 어딘가에는 반드시 남아 있게 되어 결국 공개될 것이란 믿음을 깔고 있다.

호주 해커 출신인 어산지는 그는 "숨길 것이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말하고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단순한 루머는 다루지 않고 '팩트(사실)'만을 각국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전달받아 편집해 올린다는 원칙 역시 저널리즘의 실천이다.

지금 '팩트'를 공개해 고생하고 있는 어산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각종 의혹을 고발했다고 해서 법원에 끌려다니며 고생하고 있는 방송국 PD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가 뜬금없이 민간 통신 대기업 임원으로 낙하한 사람도 함께 떠오른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어디쯤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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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된 글이며 글이 쓰여진 시점이 12월 8일입니다. 다른 아이템과 중복을 막기 위해서 p2p에 대한 이야기로 풀었지만 위키리크스는 제게 저널리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신선한 충격입니다.

더구나 국내 언론의 속보 강화가 '위키리스크'라는 희한한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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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더 많은 소식이 전달됐고 그 와중에 위키리크스는 몇 가지 한국과 관련된 외교문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에릭 클랩튼 평양 공연 성사될 뻔..위키리크스 공개 한국경제 2010.12.13


해킹과 관련된 소식도 빠지지 않는군요.

위키리크스發 '사이버 전쟁'…지지파 vs 반대파 해킹 맞불 한국경제 2010.12.09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은 줄리안 어산지의 사상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위키리크스의 정신에는 동의하지만 줄리안 어산지의 운영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전직 위키리크스 직원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합니다.

위키리크스 라이벌 뜬다…‘오픈리크스’ 13일 창설 뉴시스 2010.12.11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위키리크스가 말하는 것은 '저널리즘'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 저널리즘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이며 이 행위가 기존의 미디어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며 몇 가지 대안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일단 '비영리'를 내세웠고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방식과 함께 언론사간 협업을 통해 일시 확산을 노렸다는 점이 매우 독특해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확산 방식과 함께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 또한 소수에 의한 의제 설정 기능의 보완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외교문서 폭로', '해킹전쟁', '북한의 암거래' 등의 부차적인 이야기로 화제입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논의는 '간첩죄'나 '강간', '콘돔' 등 자극적인 단어로 묘사될 사안이 아니라 우리의 '양심'과 '알권리', 그리고 판단할 권리를 보충해줄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지지 시위와 지지 성명 발표는 정당한 것입니다. 저 역시 위키리크스를 지지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위키리크스 간첩죄 기소 반대" MBN TV 2010.12.13


[김선주 칼럼] 국적없는 언론, 위키리크스 한겨레 2010.12.12


기자를 고용하고 광고와 행사로 돈을 벌면서 저널리즘을 구현해왔던 많은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권력화'와 '상업화'가 마치 어쩔 수 없는 것인 양 호도하는 자칭 언론인들은 위키리크스를 보면서 뭔가 깨달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널리즘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이자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위키백과 : 위키리크스

아직 살아 있는 위키리크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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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12/13 09:28 2010/12/13 09:28

숫자로 보는 2010 tnm & 브랜드 변경

Column Ring 2010/12/10 17:52 Posted by 그만
회사 이야기입니다.

어제부터 그동안 태터앤미디어라 불리던 법인명 (주)티엔엠미디어의 브랜드가 tnm 으로 단일화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을 결산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송년 파티를 보냈습니다.

송년 모임관련 후기는 지민파파님의 억울했던 후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blog.naver.com/myjiminstory/118037337


아래는 간단하게 어제 발표했던 자료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서 공개하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tn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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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간단하게 제가 갖고 있는 자료입니다.

숫자는 공개하기 뭐해서요. ^^; 올해는 잠정 추청치이고 2011년은 목표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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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tnm이 왜 태터앤미디어라는 이름을 버리고 tnm 이란 이름으로 통일해야 했는지에 대한 사연과 새로운 브랜드와 로고 디자인에 대한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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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상관도 없는 주체들과 브랜드가 섞이면서 혼란이 있었고 설명하기 힘들었고 연관성을 굳이 늘어놓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심플하게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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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파트너들이 생각하는 TNM에 대한 약자 풀이는 이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tnm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2010/10/20 당신의 TNM은 무엇입니까?


more..



새로운 브랜드가 의미하는 것은 완결의 숫자 3이며 이 3은 서로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정직하여야 신뢰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이 결국 다시 우리를 정직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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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가열차게 뛰어다니며 즐겁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수많은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조만간 tnm.kr 주소에 걸맞는 새로운 사이트로 개편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 해 tnm을 아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아래는 새스 고딘이 마치 tnm벤처스퀘어, 그리고 나누미 를 일부러 설명하는 것만 같군요. ^^ 한글 자막이 있습니다. 이보다 tnm의 정신을 더 잘 표현하는 발표는 없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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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7:52 2010/12/10 17:52
지금 한국의 방송시장은 커다란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다름아닌 종합편성 PP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적인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에 대한 정부 규제가 풀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자산총액의 변화와 더불어 신문/방송을 겸영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정보가 기존 미디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기존 미디어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것은 대단한 파워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기존 신문사 입장에서 보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신문의 구독자수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반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인다. 이미 많은 사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종편 채널에 6개 사업자, 보도 채널에 5개 사업자가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종편편성PP는 정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일까?

그렇다면 정말 종편 및 보도 채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문사들이 생각하는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말 그럴까 하고 의심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계산을 한번 해보자.

경인방송의 경우 1997년 개국한 뒤 약 5년만에 매출액이 정점을 이루었고, 2004년 이후 개국한 신규 CATV들도 평균적으로 3년 안에 시청률이 최고 정점에 도달한 뒤 채널간 경쟁으로 인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대략적으로 신규 채널들은 3 ~ 5년 이내에 정점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광고매출은 시청률과 정비례한다는 가정으로 계산을 해보면 대략적으로 시청률 1%를 기준으로 약 900억 원 정도의 매출액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상파 평균 시청률 7%를 고려할 때 종합편성 PP가 시장에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를 가정하여 4년 이내에 매년 1%씩 시청률을 상승시켜 4년 내에 시청률 4%를 달성한다고 보면 대략 4년간 약 9,000억 원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인데 4%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기 위한 방송국을 운영하기 위해서 투자되어야 할 비용은 연간 2,500 ~ 3,500억 원이라는 점이다. 이를 4년 동안 년간 3,000억 원 정도가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약 12,000억 원이 필요로 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다시 말해 4년 정도 운영을 하고 나면 3,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을 하게 되고 이럴 경우 자본잠식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이다. (종합편성 사업자 선정 시 자본금이 3,000억 원 미만이 될 경우 탈락을 한다는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금의 지상파 3사의 이익률을 살펴보면 대략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리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돈이 안 되는 이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국 등 해외의 사례를 볼 때 구독자 감소로 인해 신문사들은 파산을 하거나 M&A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고,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신문사의 미래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활로로 생각하고 있는 방송도 그렇게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이슈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청료 인상이 추진되었으나 1,000원이 인상된 3,500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KBS가 광고 비중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연출되어 신규 사업자가 차지할만한 광고매출 기대치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신문사들이 최초에 기대했던 종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은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과연 신문사들이 종편을 통해 무엇을 기대했을지 모르겠지만, 독자와의 관계를 외면하고 전혀 다른 활로를 모색한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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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8:27 2010/12/09 18:27
KBS 한국방송이 여야추천 이사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TV전파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는 40% 이하 수준을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수십년 동안 수신료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감안인지 무려 40% 일시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그것도 준조세성격으로 징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이다.

1년 동안 KBS가 수신료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은 약 5646억원 정도이며 이번 인상으로 인해 2258억원 정도의 추가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총 7904억원이다. KBS2의 연간 광고 수익이 5200억원 정도였다.

이에 대한 말이 참 많다. 특히 언론인이라면 한마디씩 꺼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국민들이 돈 내서 직접 먹여 살려주는 유일한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바뀐 법에 의해 국영통신사화 되어 버린 연합뉴스를 빼고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연간 총 광고비 규모가 1조 8000억 정도 된다.

정치인들도 한마디씩 거들어야 맞지만 이번 합의는 기가 막히게도 '여야 합의'다. 국회 동의만 거치면 국민들은 이제 이 안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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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
1,000원을 인상해주고 아예 광고 비율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야권의 절묘한 합의점이었던 셈이고 여권은 어찌됐든 KBS의 인상안을 통과시켜 숙원을 풀어주었으니 더욱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다는 명분을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만나본 KBS 직원들 가운데 수신료 인상에 대해 드러내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보면 KBS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얼마나 묘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KBS 방송수신료 인상과 더불어 벌어지고 있는 묘한 기류를 각 입장별로 살펴보면 왜 이 문제가 복잡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이번 인상안은 어찌보면 여권이 아닌 야권이 갖고 있는 안을 전면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BS 이사회는 여당 측 7명, 야당 측 4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 6월 23일 '수신료 6,500원 인상+광고 전면폐지안'과 '수신료 4,600원 인상+광고 비율 20% 축소안' 등 두가지 안을 여당 측 이사들의 일방적인 합의로 상정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여권은 여론 때문에 밀어부치기도 뭐한 상태에서 야권과 시민단체는 결국 수신료 인상이 광고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적극적인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야당 측 이사들은 이에 반발, '수신료 3천500원 인상+광고 현행 유지안'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그러다가 이같은 수신료 인상안이 상정된 지 5개월 만에 표결 없이 수신료 인상안(3,500원.광고비중 동결) 통과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절충안'이 아닌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생아' 신세가 되어버렸다.

진보 진영은 "낙하산 사장 안착, 양심적인 구성원 징계, 관제방송으로의 전락, 정권홍보방송의 문제들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종편에 매달리고 있는 신문들 입장에서도 이번 인상안이 KBS 광고를 줄이거나 없애서 신문의 종편 진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리게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KBS, 광고는 안 줄이고 수신료만 올렸다[중앙일보]
KBS, 1000억(상반기) 수익 내면서 수신료 인상[조선일보]

KBS에 시청료를 1년에 만원 더 내는 것을 크게 아까워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BS가 자신이 내는 시청료로써 종북좌익세력의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듯한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격분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겁하게 시청료를 전기세에 곁달아서 내게 법적으로 강요하는 징수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강제로 징수된 시청료를 가지고 이적과 반역의 선동질을 방송국이 해댄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KBS의 시청료가 월 1천원 오르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보다는 KBS가 시청료를 비윤리적이고 반국가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에 국민은 분노하는 것이다. 방송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면, 어떤 국민이 시청료를 아까와 할까?



전체적인 맥락은 어색(횡설수설)하지만 진보쪽에서도 이번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은 좌우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KBS 한국방송이 우리에게 어떤 방송이었는지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과연 공기업에 가까운 KBS 한국방송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상반기만 1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면서 10여 년 전부터 논의되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내세우는 것이 기분 상할 뿐이다.

준조세 KBS 수신료가 40%나 인상되는데 납득할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다
공중파를 통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화 되어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소유권은 또 누구것이고 또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BBC가 인터넷 동영상을 무료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일언반구 언급하지도 않는다.

포털에서 블로거들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몇 장면 캡처해서 올려놓았다고 방송 3사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수백억원의 돈을 내놓으라고 손을 벌려서 결국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방송사들이 다운로드 사이트를 뿌리 뽑겠다며 동영상 불법 공유의 온상이라며 비난하더니만 방송사들에게는 다운로드당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하니 이제 비난도 잠잠해졌다. 그 수익금이 외주 제작사들에게도 배분되는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일본의 조선총독부 시절부터 경성방송국의 재원 마련을 위해 걷었던 2원의 청취료부터 시작된 시청료는 노태우 정부 시절 당시 44% 대에 불과하던 징수율 때문에 고민하더니 '실질적으로 시청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를 수신할 수 있는 기기를 갖췄기 때문에 걷는다'는 전파 수신료라는 준조세 성격으로 바꾸고 이어서 전 가구가 한전을 통해 내는 전기 요금에 끼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2500원은 1981년부터였다. 이후 94년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하여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99%의 가구가 TV방송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참 오래된 가격인 것은 분명하다. 인상할 이유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KBS는 상반기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지금 광고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상하는 것은 더 이상하다.

그렇다고 광고를 버리면 국민들이 받아줄 것인가. 조중동 방송을 위해 광고를 포기하고 종편에게 살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불편해서인지 광고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KBS가 지난 몇 년 동안 전 정권에서는 좌파 방송으로, 지금은 친정부 홍보 매체로 전락됐다는 비난에서 수신료가 연계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또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파를 수신하는 것이 과연 '돈을 내야 하는 행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IPTV는 전파를 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돈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의 재전송에 과금을 하겠다는 민간 공중파 방송의 의지에는 별로 토를 달고 싶지 않은데 왜 KBS는 수신료(즉,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준 조세 성격의 비용)를 징수하며서 다른 공중파 방송과 입장을 같이 하는가.

KBS는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어떠한 혜택도 설득하지 못한 채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해 6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고 올해는 상반기만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면서 오랫동안 수신료가 동결되어서 돈을 제대로 못 썼다는 식으로 말한다. 전 정권에는 진보쪽 인사에게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고, 현 정권에서는 보수쪽 인사에게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갈대의 전형이 되어버린 마당에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독립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서는 일단 수신료부터 올려놓고 보잔다.

도대체 일주일에 단 2시간도 시청하지 않으면서도(그것도 돈 주고 IPTV로 시청한다) KBS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2,500원을 꼬박꼬박 돈을 내던 내가 지금에 와서 40%나 돈을 더 많이 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지상파를 공청안테나로 깨끗하게 보겠다는 다짐은 이미 20년 전에 접었다) KBS 노조의 9.5% 연봉 인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신정환 같은 도박꾼의 뒷돈을 출연료로 보조해주기 위해? 누가 설명 좀 해주기 바란다.

* 혹여라도 돈 1,000원이 아까와서 이러는거냐고 묻지 말아주시길... 그정도는 벌어먹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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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11/21 17:01 2010/11/21 17:01
얼마 전,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발언을 했다. 그것도 국내 굴지의 광고 대행사 직원들 앞에서.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힘들다구요?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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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곤두박질 치는 모습과 비교해서 그다지 나쁜 상태는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이미 미국 신문광고 시장은 1995년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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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지금 언론사의 상태를 굳이 비교하자면, (많은 언론사 종사자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좀비 상태다. 이미 이자를 갚지 않아도 사실상 은행에 빚독촉 같은 것을 잘 받지 않는 이상한 권력 집단임에도 자금의 선순환이 막혀 있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런 이런 좀비들은 누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바로 당신들이 좀비 언론을 만들고 있다"고 광고 대행사 직원들에게 말했다. 아니 지금까지 4, 5년 동안 수많은 언론 홍보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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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보다 나은 것이 없는 내가 이 말을 한 것은 사실 그들에게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 언론사 종사자들이 '떳떳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언론사 종사자라면 무슨 쓰레기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냉철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껏 애써 외면한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어렵게 몇 년 버티다 무너져 내릴 것을 알면서도 '기자'라는 허울좋은 권력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많은 내적 외적 희생을 치르고 있는가.

낮술에 쩔어 살면서도 언론사 기자라는 이유로 위안을 받고, 자사가 벌이는 행사에 수백만원짜리 입장권을 받아들고 홍보담당자들에게 멋적게 내밀면서 강매 아닌 강매를 한다. 형제 부모 집에 신문 몇 부씩 넣으면서 신문값을 대신 내주고 팀장 정도되면 50부 100부씩 업체 담당자들에게 돌아가며 밀어넣고는 부수확장대회 때만 되면 다시 전화를 들고 머뭇거리는 기자들. 광고가 끊겼는데 알고보니 경쟁 매체에는 광고가 들어간다며 그쪽 기자들은 힘이 센가보다라며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며 압박하는 광고부 직원들이 얄밉다가도 광고주에게 그 울분이 전이되는 일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지금 언론사들의 악순환 구조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면 좀비 언론만 양산하게 되고 그 좀비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정보 경쟁력을 파먹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국내 26개 종이신문사들의 총 부채규모는 1조8314억원으로 조사됐으며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3개사의 부채가 전체 부채규모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국정감사자료를 제출받은 자료의 일부다.

기가막힌 것은 작년 이들 전체 신문사의 총 매출 규모는 1조9685억원으로 부채규모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놀랍게도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사들은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선방했다고 자평해도 될만할까.

자료 : [2010국감]부채많은 언론사 `중앙-동아-서울順`[이데일리]

지난 주 15일 한국광고주협회와 광고학회, 광고단체연합회는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신문광고를 집행할 때 불합리한 광고 강요 및 협찬 경험 때문에 곤혹스러웠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0명의 광고 및 홍보담당자를 대상으로 '신문광고를 집행할 때 불합리한 광고 강요 및 협찬 경험이 있는가'를 묻자 응답자 모두 '있다'라는 100% 통계치가 나왔다. 그리고 50명의 응답자 가운데 '신문광고 집행 시 구매의사와 관계없이 집행 된다'고 답한 비율이 50.3%였다. 더구나 신문광고 거래관행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묻는 항목에는 무려 98%가 심각한 편, 심각함, 매우 심각함으로 답한 반면 '보통'이라고 답한 이는 단 한 명(2%)에 불과했다.

인터넷 광고에 대한 불만도 광고주들 사이에선 팽배하다. 광고주협회의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광고 및 협찬 거부 시 허위 및 음해성 보도 △왜곡·과장·선정적 기사로 광고 강매 △기사를 써주고 나서 광고 게재 권유 등의 다양한 광고 압박 유형이 제시됐다. 이런 광고 강매 현상의 원인으로는 △인터넷매체의 부실한 재정상태 △매체의 과도한 난립 △사주의 비윤리적 경영 등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 중 거래관행 폐해가 가장 큰 곳으로는 독립 인터넷신문(42.0%), 기타 인터넷신문(30.0%), 신문사 종속 인터넷신문(22.0%), 주요 포털사이트(6.0%)의 순으로 나타났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 바란다.

광고주 "신문광고·협찬 강요받아봤다" 100%[미디어오늘]

광고주단체 “인터넷 광고 폐해 심각”[기자협회보]


재미있는 것은 이런 내용은 광고주들이 언론사의 영리행위에 의해 전방위적으로 괴롭힘을 받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언론사의 지나친 광고 의존도와 광고 수주 관행이 온 오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언론사들의 눈은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광고주협회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의존할 따름이다.

광고주협회, 인터넷 유사언론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한국광고주협회]

어찌됐든 이런 불합리한 광고집행에 대한 관행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단순히 '협박하면 바들바들 떨 정도로 취약하고 허약한 기업'을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협박당할 정도로 뒤가 캥기는 기업'들을 오히려 흘겨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놔두고 볼 문제도 아니고 거꾸로 바깥에서 이 문제를 들고 후벼파기 시작하면 사이비언론을 때려잡는 시늉을 하며 언론을 통폐합시켜버려 수십년 동안의 골칫덩어리 문제를 만들어버린 언론 통폐합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광고주협회는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광고주협회가 제시한 대안은 △인터넷신문사 설립 및 진입요건 강화 △사이비언론 위법행위 평가 법률안 검토 △3진아웃제 등 민간차원 규제방안 등이다.

딱, 5공 정부를 다시 무덤에서 되살리자는 의견이다. 이런 건 대안이 아니라 그냥 인터넷 언론이 '귀찮다'는 식이다. 무시하기도 뭐하고 그냥 받아주기에도 스트레스 받는 양태인 것이다.

요즘 인터넷 언론사들, 특히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들어가는 언론사들의 클릭 장사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단가표도 돌아다닌다. 주요 매체 언론사가 포함돼 있고 네이버 등 포털에 광고성 기사를 같이 송고하는 조건이 단가를 올려 받는 조건이라며 언론사 출신 사장은 제안서를 기업 홍보담당자에게 들이민다.

클릭 장사를 못하면 '까기' 장사에 돌입한다. 기업들의 제품, 서비스, 사주 등과 관련한 악성 루머를 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또는 작은 사실을 크게 부풀리고 다른 경쟁사를 띄우면서 일부러 홀대하거나 장점을 축소하고 약점을 강조하는 등의 '기술'이 발휘되기도 한다. 일단 기사 검색에 걸리면 자사 기사를 모니터링하는 업계 담당자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업체 홍보나 광고 담당자들은 온라인으로 퍼지는 자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막거나 피하거나 희석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으니 당연히 그 기사가 거짓이어도, 심지어 조작되고 과장되었다고 기자들이 실토를 해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언론 앞에 당당한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담당자들의 소심함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응 방법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쉬울 수도 있다.

당당해지는 것이다.

차분하게 보도의 내용을 살펴보고 잘못된 것일 경우 직접적으로 자사 블로그에 반박하고 해명하며 스스로 반성해야 할만한 일이라면 얼른 인정하고 사과하고 후속 대응에 대해 계획을 밝히면 된다. 이러면 비난과 비판에 몰입하는 기자들조차 더 이상 꼬투리를 잡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논란' 정도만 있어도 업체나 대상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언론사들조차 '사과'와 '책임감 있는 대처'에는 딱히 꼬투리를 잡기 힘들다.

광고를 달라고 생떼를 쓰는 언론 기업에는 더욱 광고를 주면 안 된다. 비판기사를 싣는 곳에 광고를 미끼로 언론사를 길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거짓'과 과장 왜곡을 일삼는 언론사에게 광고를 주지 말고 고사하도록 눈 질끈 감고 놔두자는 말이다. 이건 언론탄압이 아니다. 왜 당당하게 그 일을 하지 못하는가.

무엇보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사이비 언론이나 어설프게 기업을 손보려는 언론과 정면승부를 보는 장면을 상상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사이비 언론이라도 활용해야 할만큼 홍보에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투덜대지 말자. 광고주 당신들이 좀비를 양산시켜왔다. 지금와서 좀비들이 귀찮다고 말하지 말자.

얼른 좀비들을 청산해주어야 제대로 된 기자들이 제값 받고 일하고 더 저널리즘에 충실한 언론사들이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더 미래지향적인 언론사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언론이 살아남고 쓰레기 언론사들이 무너져야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당당한 언론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래야 믿을만한 기업 활동의 일부로 광고가 집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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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10/19 00:37 2010/10/19 00:37

이 글은 영문 블로거들의 블로그 미디어 나누미(nanoomi.net) 편집장인 신시아 유(Cynthia Yoo)가 다음 열린 사용자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신시아의 허락을 받아 퍼오면서 제가 임의로 평문화 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글쓴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뜻을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글을 추고하거나 고쳤습니다)


[신시아 유 칼럼]


원제 : Building Bridges in Korea

한국의 민간 외교관을 자청하는 외국인들


흔히 하는 말로 현대를 정보화 시대(information age)라 부른다. 하지만 어쩌면 현대는 정보 폭식(information glut)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수도 있다. 이 처럼 정보를 "폭식"할도로 정보가 널려 있다는 것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손수제작물 (UCC)이다.


예를 들자면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210개 이상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고, 블로그 검색엔진인 테크노라티(Technorati)의 검색 대상인 블로그 글 수 가운데 일본어 글 수가 영어 글 수와 동일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중국어 블로그 콘텐츠가 영어 블로그 콘텐츠의 양을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하버드 버크맨 센터(Harvard Berkman Center) 에단 주커맨(Ethan Zuckerman)이 지난 2008년 두바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폴리글럿 인터넷(Polyglot Internet)”란 새 용어를 지었다. 폴리글럿(
Polyglot)이란 다국어 사용자, 또는 다국어 구사 가능한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예전의 영어가 중심인 세계였던 인터넷이 이제는 다국어가 서로 교차되는 곳이라는 뜻을 강조한 말이다.



각각의 언어가 고유한 영역에서 충분한 양의 정보를 공급하게 되는 폴리글럿 인터넷 환경에는 예전의 영어같은 "국제 공용어(lingua franca)”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세계 블로거 연대 글로벌보이스(Global Voices) 활동가인 데이비드 사사키(David Sasaki)도 동의한다. 2004년 글로벌 보이스 창립한 블로거들은 다들 영어로 블로그 활동했고, 각 지역에서도 영어로 소통했다고 한다. 그런데 4, 5년 후에 지역 블로그 커뮤니티가 충분한 수(critical mass)에 다다르면서 각 지역 블로거 멤버들은 자기나라 언어로 소통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국어, 아랍어, 포투르갈 언어 쓰는 이용자들은 자기 언어중심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정보를 교환하게 됐고 영어나 다른 언어 쓰는 이용자들과 교류해야 할 동기가 줄었다고 한다.


주커맨 등
인터넷 학자들은 이런 폴리글럿 인터넷에서 언어의 고립화(
linguistic isolation)를 우려한다. 이는 바로 인터넷의 본래의 목적이 열린 세계 사회의 "소통 도구"였는데, 반대로 이용자들이 자기 고립된 생각의 메아리 효과(echo chamber effect)를 내는 반향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들의 지역에서만 소통하면서 국제적인 시각이나 타 지역과의 정서적, 정치적 교류가 적어지면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자문화 중심주의 사고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당연히 번역이 필요하다. 구글, IBM 여러 기업들은 기계 번역(MT : machine translation, translation memory)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필자도 구글 번역(Universal Translator)을 잘 쓰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구어체나 문화적 뉘앙스를 번역하기엔 기계 번역만으로는 부족하.

그래서 편집자의 ‘시각과 센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 번역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유엔에서 전문 번역/통역에 사용되는 비용은 한 시간당 8천 달러이고 일년 동안은 1천만 달러나 된다.


그런데 유엔 관계자들은 전문 번역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완벽하고 정확한 번역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줄리어스 시저는 자기 통역자를 해고하고 사촌을 고용했다. 이유는 시저는 전문적 번역보다, 자기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달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번역자는 언제나 각 입장, 문화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개인의 역할이어야 한다.

문화 중개자로서의 번역가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이런 중개인 역할을 활성해야 한다며 주커맨, 사사키 등 많은 인터넷 활동가들은 소셜 번역(social translation), 브릿지 블로깅(bridge blogging)에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세계 블로거 연대 글로벌 보이스는 2004년에 스무명 밖에 안되는 블로거들 멤버들로 창간했고 이후로 브릿지 블로깅의 훌륭한 모델 커뮤니티가 되었다. 이 단체는 글로벌 조직이면서, 상향식, 협력업 조직 모델을 갖고 있다. 이곳 블로거들은 각 지역 뉴스, 블로그 포스팅, 댓글을 선정해서 영어로 번역해서 글을 올린다. 여기서 소셜 번역 프로젝트(Global Voices Lingua Project)에는 멤버들이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로 콘텐츠를 번역한다.

최근 다양한 소셜 번역 프로젝트들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잡지를 번역해서 PDF로 올리는 커뮤니티 에코 차이나 웹 포럼(Eco China web forum)도 있고, 이얀(Yeeyan) 같은 9만 명의 소셜번역 커뮤니티 웹사이트도 볼 수 있다. 이얀 5천 명 등록된 번역자들이 자발적 번역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작년에 영국 신문사 가디언, 미국 방송국 CBS, 콘텐츠 파트너들도 계약했다.

TED
번역 프로젝트도 중국에서 시작했다. 테드투차이나(TEDtoChina)란 소셜번역 프로젝트에서 중국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테드 강연(TED talks)을 중국어로 번역했고, 이 사실을 알게된 TED는 이들을 금지하지 않고, 아예 공식 TED 번역 프로젝트로 확산되서 올해 초에 2,500여 명의 회원들 75개의 언어로 6,500개의 번역물 생산했다.

한국에서도 소셜번역, 브릿지 블로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예전의 일본 만화 번역 프로젝트들처럼 현재 수 많은 미국드라마 소셜번역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다. 훌륭한 브릿지 블로거들을 한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팻맨서울(FatManSeoul) 제니퍼 플린(Jennifer Flinn)과 젠김치(ZenKimchi) 조 맥퍼슨(Joe McPherson)은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대사들이다.


코리아필름(Koreafilm) 다시 패켓(Darcy Paquet)은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를 전도해왔던 블로거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난 6년간 Gusts of Popular Feeling 매트 폰 볼켄버그(Matt Von Volkenburg)는 도시 재개발,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블로깅을 해왔다.

한국의 가장 인기 많은 블로거로 외국인 브릿지 블로거인 사야카가 있.

이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브릿지 블로깅이 그리 녹록한 역할은 아니다.

브릿지 블로거들은 잉여인이 아니라 한국을 향한 애정이 풍부한 '팬'이다
뉴미디어 전문가 클레이 셔키(Clay Shirky) 20세기에는 여가시간이 풍부해져서 거대한 "cognitive surplus" (인식의 의한 잉여물?)이 생겼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TV를 1년 동안 안 보면 위키백과에 2,000단어를 입력할 수 있. 이에 인터넷법 학자 조나단 짓트레인(Jonathan Zittrain)은 쉬운 도구들로 인해 보통 사람들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활동할 수 있는 "참여구조"(architecture of participation)가 생겼다고 평한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맞다. 우리에게는 블로깅이나 소셜번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가 시간과 쉬운 인터넷, 블로깅 도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들 모두가 위키피디아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브릿지 블로깅이나 소셜번역활동의 인센티브는 다양하고 훨씬 더 개인적이며 사적이다. 가끔은 여러 문화간의 끈을 만들기 위한 호의나, 아니면 물질적 동기나, 개인의 전문적 자존심에 걸린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브릿지-블로거들은 여러 제안들 때문에 더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블로거들은 가끔식 배타적 국수주의적 한국인들에게 시달리고, 이들 때문에 경찰, 회사/고용주에게도 신고,소송 받기도 했다.

사야까 역시 한동안 블로깅을 안 했다고 한다. 너무나 심한 악플에 시달려 스스로 왜 블로깅을 하는지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고도 한다. 처음에는 한국이 "상큼한 맛의 겉절이 김치"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서 외국인 생활의 어려움이 더욱 더 "신김치" 맛 같다고 느꼈다.

이런 "신김치" 맛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야까는 더 열심히 한국을 공부했다. 한국어, 한국사를 배우고, 한국 곳곳에 여행하고, 이런 경험들 대한 블로그를 시작했다. 드디어 사야까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신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보쌈에 싸서도 먹고 김치찌개나 청국장에도 넣어 먹고 고등어김치찜으로 먹고 회와 같이 싸먹는 방법도 깨달았다. 드디어 겉절이부터 신김치까지 모든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말이다.

조, 제니퍼, 다시, 매트를 비롯해
 사야까가 가진 한국의 음식, 영화, 정치와 사회 대한 열정 가득한 생각을 볼 때, 그들 모두 신김치 맛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모두 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고 그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쩌면 김치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겠지만! ^^



 신시아 유 열린이용자위원회 위원

 

* 이 글은 Daum 열린이용자위원회 4기 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신시아 유님의 칼럼입니다.

* 이 글은 Daum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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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10/08 14:30 2010/10/08 14:30
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미리 읽어두실 것을 권합니다. 소위 말하는 그루폰 서비스류의 소셜 커머스 서비스들의 특징이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칼럼과는 별도로 류한석 소장님의 몇 가지 첨언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소위 말하는 소셜 커머스, 또는 미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루폰 서비스는 아주 심플한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이 심플한 구조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충분한 유저들의 이해도와 유저들의 활동성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류한석 소장님이 말씀하시듯이, 이런 류의 서비스를 '카피캣'이란 분류로 비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오리지날이 없는 서비스 모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셜허브, 오리지널의 빈약함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먼저 소셜허브류의 '오리지널과 연결하는 모음 서비스'의 경우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으며 타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지면 자신의 포지셔닝이 희석되어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소셜허브는 '그저 편리함' 정도 이상의 오리지널 서비스라고 부르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루폰 서비스를 완전히 베낀 국내 소셜 커머스의 경우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비판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돈을 벌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훨씬 검증 가능하다는 뜻이며 예측 가능하고 이런 서비스들이 그룹지어져 트렌드화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안에서 움직이고 영업하는 사업자와 광고주, 그리고 유저의 경우 지역화 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런 류의 서비스가 고귀한 '철학'이나 '지향성' 따위를 갖고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일단 돈을 벌자'가 최우선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진 않습니다. 이 소셜 커머스 모델은 향후 다양한 서비스의 수익 모델로 결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루폰 서비스 자체가 아예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서비스를 우리는 이미 어디선가 봐왔습니다.

PC통신 시절 여러 명이 모여서 같은 물건을 좀더 할인 받아 구매하는 '공동구매'라는 것을 경험해본 것입니다. 10명을 채우기 위해 친구들을 커뮤니티에 가입시켜 본 사람들은 이 소셜 커머스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량 한정이란 기법은 홈쇼핑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심리 마케팅의 하나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원어데이'라는 시한제 판매 서비스 역시 우리가 충분히 겪어 보았으며 하루 정도 특별하게 깎아주는 기법은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50% 정도의 대폭 할인의 경우에는 현물이나 실물 제품의 할인율로는 너무 파격적이며 원가 개념을 생각해보았을 때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절반 가격을 실현하기 위한 갖가지 기법이 그동안 업계에서 시도되어 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이 가격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셜 서비스들은 '원가'가 낮고 '변동비'가 높은 상품군을 골랐습니다. 소셜 커머스의 대부분의 상품이 문화 예술 공연이나 음식점 등 서비스 상품인 이유입니다.

여기에 그루폰 서비스는 '수량 한정, 시간 한정'이란 조건에 '소셜'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는 요소를 접목한 것입니다. 바로 '판매'가 아닌 '홍보'와 '마케팅'이란 개념의 기업체 입장에서 '비용'으로 산정할 수 있는 항목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단순히 판매만 이뤄질 경우 '상품의 판매 수익' 정도에서 그 성과가 측정될 수 있겠지만, 소셜 커머스의 경우 판매가 이뤄지는 과정을 웹상에 남겨둠으로써 '상품의 홍보 마케팅'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법으로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상품을 내놓는 것을 마치 경품을 내놓는 것 처럼 하는 것이고 소셜 커머스 서비스들은 이 경품을 공짜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경쟁을 시켜 소셜 서비스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게 하고 '심지어' 판매 수익까지 광고주(상품 제조사)에게 되돌려주니 3자가 모두 이득인 윈윈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것이죠.

물론 이런 서비스는 순수하게 몇 가지 아이디어가 조합된 형태여서 특별한 스킬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독특한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하기도 힘듭니다. 어제 이 블로그에도 달린 소셜 커머스 메타 서비스도 등장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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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데이 (http://daoneday.com/)

제가 이런 카피캣 서비스를 주목하는 것은 버려져 있던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수년 전부터 제가 몇가지 시도를 통해 접근하려 했지만 사실상 온라인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시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미디어 시장'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네. 바로 소위 말하는 '광고 찌라시', '광고 전단지' 시장입니다. 특히나 '지역 특화 서비스'이기도 하구요. 조금 근사하게 말한다면 '하이퍼 로컬' 시장입니다. 상품군 자체가 아주 특화돼 있는 지역 매장이 주요 포섭 대상이지요. 국내 이 분야 시장규모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2년 여 전에 개략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전단지 시장은 2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더군요.(근거는 묻지 마세요. 오프더레코드라..^^) 물론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으로 이전될 경우 1천억 원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겠지만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 이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불보듯 뻔합니다.

하이퍼로컬 미디어와 하이퍼로컬 쇼핑의 새로운 결합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야후!의 거기 서비스를 비롯한 지도 기반의 지역 정보 서비스들은 플랫폼과 컨텐츠로 접근했으나 너무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하느라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롱테일 시장부터 건드리기 힘들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역시 이 정보가 '가치'를 생산한다거나 그 가치의 선순환이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안에 '신뢰'라는 장치 역시 아직 미진합니다.

1인 미디어, 마이크로 미디어의 미래는 어쩌면 이 소셜 커머스와의 결합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저 처럼 세상을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가치 선순환 구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소셜 커머스 시장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나 할까요.

소셜 미디어는 물론, 하이퍼로컬을 지향하는 마이크로 미디어들은 이 수익모델을 눈여겨둘 것을 권합니다.

* 어제 보니 티켓몬스터가 상표권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상표권을 포기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더군요. 얼렁뚱땅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나 상표를 날쌔게 가로챈 상표권자나 둘 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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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09:33 2010/08/17 09:33
골칫덩이다. 구글은. 막무가내다. 그냥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부친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구글이 하는 일은 사회적인 기존 질서와 사고를 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구질서가 있건 없건 더 거창한 엔지니어식의 '코드 앞에서는 만민평등'이라는 근원적 사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이 구글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구글이 길거리를 실사촬영하는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위한 길거리 촬영을 진행하면서 무선망을 통해 흘러다니는 개인정보들이 함께 수집되었다는 단서를 잡고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경찰의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전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구글이 테러를 위해 정보수집을 했다거나 스트리트뷰 촬영과 함께 해킹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기보다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판단과 해독을 위한 전문 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그림을 좀 맞춰봐야 할 것 같다.

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미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전격적으로 구글을 덮쳤는가. 이미 구글의 스트리트뷰 촬영시 와이파이망을 통해 '실수'로 이메일이나 개인정보 등이 수집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다. 따라서 방통위는 구글에게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리트뷰 촬영이 시작되었으니 어떤 정보가 얼마나 수집되었는지에 대해 '열람'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글은 직접적인 열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수집된 정보가 모두 미국 서버로 이관된다고 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방통위는 해외 각국의 반응을 취합하면서 자체적인 입장을 정리중이었다. 이미 유튜브의 국적 문제로 인해 역풍을 맞은 바 있던 방통위가 이번에도 무리수를 둘 리는 없었다. 더구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협조'하고 '협력'하려는 구글의 자세에 딱히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보다 상황을 검토하고 다른 나라의 대응 수준에 맞추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대뜸 뛰어든 것이다. 경찰의 이번 대응은 30여 개 나라에서 진행중인 구글의 스트리트뷰 촬영에 있어서 이례적인 일로 이미 외신들은 이번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구글은 표면적으로는 일부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수'로 수집되었고 '활용하지 않았으며' 경찰이나 당국의 판단에 의해 수집된 정보는 '처리'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 이상의 답변을 내놓기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만이 주목하는 것은 구글 스트리트뷰와 다음 로드뷰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인식이다.

다음 로드뷰나 구글 스트리트뷰나 길거리를 360도 영상으로 촬영해서 가상이 실물 화상의 조합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차이가 없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구글 스트리트뷰에서는 길거리를 다니며 촬영이나 할 것이고, 그 촬영된 영상에서 얼굴과 민감한 개인정보를 흐리게 처리만 하면 될 것을 왜 와이파이망 정보를 획득하고 와이파이와 연결돼 있는 개인 사용자들의 정보를 함께 수집한 것일까? 그리고 그 수집된 정보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아직까지 이것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늘 그런 식이었다. 무엇을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수집하고 보는 식이다. 그래서 구글은 '수집'하고 '가공'하여 '찾아서 보여주는' 일을 제일 잘 한다. 검색 회사의 본질적인 엔지니어적인 가치는 '풍부한 데이터'이며 이 데이터의 정확하고 빠른 분류와 검색이다.

이런 '풍부한 정보를 일단 모으기'로 비롯된 다양한 서비스는 나중 문제라는 것이다.

2005년 7월. 이런 일이 있었다. 미국의 정보통신 매체로 유명한 씨넷뉴스닷컴 기자가 30분간의 구글 검색만으로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의 재산 규모와 수입, 거주지, 파티 참석비용, 취미활동 등 개인정보를 얻어냈다며 이를 공개했다. 구글은 '과도한 정보 수집가'였다는 것이 논란이 되었고 이에 에릭슈미트는 씨넷의 구글 취재를 제한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얼마 전 그는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절대 웹에 기록하지 말라'는 식의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글이 책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 역시 이런 식이다. '전세계 모든 정보는 거의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일일이 스캔하여 서비스하겠다.' 출판계와 몇 년 동안의 신경전은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구글은 획기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구글 도서 검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700만권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메일 역시 지메일은 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를 택하고 지메일에서는 예전 이메일을 지우지 말라고 권한다. 이것은 이메일 전체를 통해 해당 사용자의 성향이나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메일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구글 광고가 놀라운 매칭률을 보여주며 실시되었다. 메일함 전체가 분석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계가 알고리즘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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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지도와 스트리트뷰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최고수준의 매시업을 위한 '데이터 집합'이다. 데이터 집합이 완전해지려면 '풍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 '풍부함'의 정도에 대한 사회적 허용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일이다.

가타부타 말을 하기 어렵다. 구글이 과연 스트리트뷰 화상 말고 더 어떤 정보를 얻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사실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일단 정보부터 쌓아보고 그 것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서 가상사회 게임을 만들든가 SNS와 하이퍼로컬을 바로 이어주는 가상 현실 검색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증강현실로 무선망에 접속돼 있는 사람들끼리 그룹지어 광고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들의 실험은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일단 모으고 보자' 주의가 일으킨 사고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는 '만민평등을 부르짖는' 엔지니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지니어에게 계정 하나는 똑같은 권한의 인격체 같은 것이겠지만 지역이나 나라마다 같은 계정이라도 성인과 남성과 여성, 연령별, 지역별로 구분하려는 사회적 개성은 있게 마련이다.

아마 구글은 IBM이 그랬던 것 처럼,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 HP가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엔지니어의 사회화' 과정에 자연스럽게 편입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벤처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사려 깊은 정책적, 법적 제도적, 심지어 정치적인 고려까지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세계 긱(Geek)이나 IT 마니아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구글의 엔지니어적 '야성'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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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1:04 2010/08/11 11:04

소셜허브, 오리지널의 빈약함

Column Ring 2010/08/10 10:11 Posted by 그만
소셜허브. 이것저것 모으자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는 발길을 붙잡아두자는 거다. 마치 찜질방이 도심속 작은 테마파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거기 가면 '이것저것'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찜질방이 테마파크는 아니다. 식당도 아니다. 안마 센터도 아니다.

소셜허브. KT가 소셜허브를 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휴대폰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미투데이 등 국내외 유명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이를 이용하면 싸이월드에 접속했다가 트위터를 쓰기 위해 싸이월드를 종료할 필요 없이 동시에 여러 가지 SNS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소셜 허브에서 작성한 글이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들 SNS에 한꺼번에 올려 놓을 수도 있다. 휴대폰에서 '**0001'을 누른 뒤 'SHOW 버튼'을 누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보 이용료 없이 데이터 통화료만 부담하면 된다.

왑(WAP)서비스다. 목적은 여기에도 있다. KT의 완전자유존에서는 데이터도 무료다. KT의 '데이터 플러스(부가서비스)' 'SHOW-i 요금제' 'SHOW 데이터 완전자유' 등의 가입자들은 완전자유존에 접속할 수 있다. 결국 완전자유존 홍보를 위한 미끼 상품 정도 되겠다.

그나마 최근 SK컴즈가 내놓은 네이트온 소셜허브 전략이 뭔가 더 있어 보인다. 일단 이 내용도 살펴봐야겠다.

기자의 '쌀로 밥짓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기사부터 보자.


여기서 단서를 몇 가지 유추해보자. 주형철 SK컴즈 대표의 인터뷰 발언에서 소셜허브 관련된 이야기만 따와보면 이게 전부다.

주 대표는 “1차 버전은 7월 중으로 선보이고, 연말까지는 소셜허브의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께는 기존 싸이월드보다 개방된 싸이월드 넥스트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상상 이상을 볼 것 같진 않다. 앞에서 기자가 상상한 것 처럼 이것저것 오픈 API로 연동된 서비스 붙이고 자사 앱스토어에 올려진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찜찔방 전략이다. 싸이월드도 개방하지 않고 네이트온도 개방하지 않고 외부의 개방돼 있는 모델을 우리 서비스에 붙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의 소셜허브도 누구는 기대한다고 하는데 사고의 수준은 똑같다.

삼성전자의 통합 메시징 서비스인 소셜허브(Social Hub)는 휴대폰 주소록을 중심으로 구글, 야후, MSN, AOL 등 해외 주요 포털의 이메일, 메신저 등을 실시간 사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메타서비스인 셈이다.

소셜허브에 관한한 가장 극강의 모습을 보여준 곳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다. 물론 온라인 전략을 내놓을 때마다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긴 하지만 이들의 10여년이 넘는 도전의 역사는 충분히 평가받을만 하다. 그나마 최근 빙의 선전이 고무적일 것이다. 어쨌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소셜허브의 원조 정도는 안 돼도 원년 멤버 정도는 될 듯 싶다. 패스포트 전략부터 따지면 사실상 큰 형님 뻘이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라이브를 소셜 허브로 업그레이드해 9월 22일 론칭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윈도라이브 에센셜' 시험판을 내놓기도 했다. 에센셜 패키지는 윈도라이브 메신저와 핫메일은 물론 사진을 저장 · 편집 · 공유할 수 있는 사진 갤러리,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무비메이커 등으로 구성했다. 애플리케이션 패키지이면서 각 서비스와 밀착된 연결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임에 분명하다. 소프트웨어의 품질 역시 괜찮은 수준이다.

물론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소셜허브하면 이곳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오픈 홈페이지'라는 개념을 내놓은 야후!다. 물론 미국은 일찌감치 소셜허브를 준비해서 사이트 리뉴얼을 1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해오고 있었는데 야후!코리아의 경우는 최근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를 다녔었고 해당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더 깊숙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일명 '메트로'라는 코드명이었던 오픈형 홈페이지 전략이 좌절되지 않고 야후!코리아의 첫 화면에 적용되었다는 데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의 구상이었다면 '개방'의 수준이 상당했어야 했다. 야후!코리아의 홈페이지 개편과 관련된 이야기는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 야후코리아가 닫힌 인터넷 생태계를 여나
야후!코리아, 오픈형으로 새롭게 Open하다 | jwmx
湘來's 空間 :: 야후!코리아 오픈형 홈페이지 런칭행사에 다녀오다
도움안되는 지식창고 :: 야후코리아 홈페이지 변신 기대된다
야후 코리아 오픈형 홈페이지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 씨디맨의 ...
젊은 날을 부탁해.... :: 야후! 코리아 홈페이지가 개편되네요.
야후!코리아의 세가지 전략 VS 다음의 부활?! - 포털의 변화와 개혁 ...
리더유의 작은세상 :: 야후(Yahoo) 코리아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야후 ...
야후! 코리아, 오픈형 홈페이지로 개편 - 종로타워 탑클라우드에서 ...
스마일맨의 정보창고 :: [Yahoo] 새로워진 야후 코리아를 만나보시죠~ ^^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1년 여를 준비한 서비스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개방'이란 것이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 없이 '열어두기'가 아니라 뭔가 받아야 열어주는 '대가형 개방'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 5일 네이버 관계자는 싱글로그인을 통한 자사와 야후 간 연동에 대해 “(야후 측에서)구체적인 제안이 안 들어온 상태다. 따라서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며 야후와의 확실한 온도차를 보였다.

특히 네이버 측은 야후와 싱글로그인을 맺으면 자사 측에도 돌아오는 것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후가 일방적으로 네이버의 정보만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만 여는 것이 아니라 야후도 여는 상호교환이 돼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서로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후코리아 오픈형 홈페이지 '갈 길 멀다'[서울신문]


네이버와 다음 카페, 싸이월드 등은 야후가 공략하는 개방화 대상의 최우선 순위였다. 하지만 이를 묶으려면 싱글사인온(SSO) 표준을 서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오픈소셜이었다.

예전에 블로그에서도 제기했듯이 네이버는 '대가형 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상호 개방성을 염두에 둔 '오픈소셜' 진영에 참여 여부를 확실하게 내놓고 있지 않다.

따라서 결론은 네이버가 하려는 것은 '네이버식 개방 정책'이고 이 것은 '오픈소셜'이라는 진영에는 공식적으로 참여한 바가 없다. '네이버도 오픈소셜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말은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오픈소셜식 개방을 우리도 추진하고 있다. 오픈소셜 방식을 적용했다' 정도의 표현이 적절했을 듯 싶다. 오픈소셜 재단과의 상호 정책적인 협의는 없었으니까.

2009/12/02 네이버가 오픈소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네이버는 일명 '네이버 소셜'을 가동할 계획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30일 2010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 네이버 소셜 서비스를 새로 도입한다"며 "이의 일환으로 네이버와 미투데이를 연동할 것"이라고 했다.

또 "네이버는 나만의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미투데이는 공개된 나만의 공간을 지원해 오픈된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것"이라고 말해 결국 네이버 역시 '소셜 허브' 전략을 갖고 있음을 천명한 셈이다.

이쯤되면 '소셜허브'가 마치 큰 트렌드인 양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소셜허브의 중심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자. 페이스북, 트위터다. 그리고 아이폰(스마트폰)와 플리커다. 이들 형제를 일컬어 TGiF라고 말한다. 누구는 TGyF라고 해서 아이폰 자리에 유튜브를 넣기도 한다.

결국 누가 어떤 구색을 맞추든 마이크로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동영상과 사진 공유, 스마트폰은 어떤 자리든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 소셜 허브 전략을 통해 드러난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많이 자주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남의 서비스를 내가 편리하게 동작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리지널의 부재함이 여기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과연 차세대 웹을 이끌어줄 가치 있는 '오리지널 서비스'가 있기나 한 것인가.

다시 한 번 10여 년 전의 전량 외국 서비스에 의해 장악되는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나오고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 그것도 돈도 많고 기획자와 개발자가 수두룩 한 곳에서 내놓는다는 것이 '오리지널'에 잘 연결시켜 주겠다는 것이 전부인 '소셜허브'라니...

검색 서비스는 국산이 대세지만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은 결국 야후가 인수한 오버추어 시스템이고 동영상 서비스는 아예 한국인으로는 업로드를 할 수 없도록 한 유튜브가 1위고 마케팅으로 열심히 띄운 미투데이는 반토막나고 트위터는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사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 100만명 고지를 일찌감치 찍었으며 아이폰의 출시는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전략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IT 외풍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오리지널'은 있는가. '소셜허브'가 대세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오리지널'이 빈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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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8/10 10:11 2010/08/10 10:11
얼마 전 법정스님의 유작 '무소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는데요. 정작 법정스님 스스로 자신의 저서를 재유통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하는데 이 것은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적극적 관리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인지 일반적인 종교적 무소유에 대한 신념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언급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논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먼저 법정스님의 저작권은 사후 50년 동안 유지됩니다. 그런데 정작 법정스님은 스스로의 저작권에 대해 '포기'라거나 '공유'라거나 하는 법적인 의사 표현이 없이 그저 '저작물의 연장 발간의 중단'을 말한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의 의지와는 달리 법은 법정스님의 저작물을 50년 동안 보호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저작권에 대한 분란'을 우려하며 출판사의 상술을 비판하면서 '절판'을 종용하기에 이르죠.

그런데 이런 과정 속에 완전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작물이 마치 저작자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 처럼 대하는 태도가 그것입니다. 저작물은 세상에 내놓는 순간, 소멸되지 않는 권리를 내포하게 되는데 이것은 사회의 공동 지적 재산이 되는 과정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작자가 살아 있을 때와 사후 50년까지만 그와 그의 유족, 또는 상속인에게 저작권의 권리를 부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재산으로, 유물로 남겨두게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중대한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아래 문장은 잘못된 문장일 수 있네요. 댓글도 참고하세요. 좀더 조사해보고 문장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겠습니다.
실제로 법정스님은 출가하신 분이고 소속이 종교계이긴 하지만 명시적인 저작권 상속인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그의 저작물은 '국가 귀속'이 되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공동 소유가 되었습니다.

"잘 보앗습니다 조계종스님의 경우 상속은 교구본사나 조계종단에 귀속됩니다 법정스님의 경우는 맑고향기롭게 재단에 모든 상속권이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귀속은 아닌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댓글 제보-

결국 무소유는 온라인으로 무상 배포가 가능해졌습니다. 사회적인 가치 공유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결국 저작권자가 사망하고 출판사가 절판했다고 해서 그의 저작물을 만날 기회가 없어졌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한 셈이죠.

법정넷 www.beopjeong.net

내가 쓴 글이므로 내가 마음대로 하고 내 맘대로 소멸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저작권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그 저작물을 창작해낼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되짚어 보면 우리가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빚지지 않은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이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작물, 창작물, 지적재산들은 사회적인 필요와 개인적인 욕구 충족에 의해 비롯된 산물이므로 사회적인 자산으로 그 기능을 이미 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작자들에게 좀더 통 큰 선언을 바랬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수년 동안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변화를 요구했으며 이는 저작물이 단순한 개인 소유가 아닌 인류가 함께 향유해야 할 유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링블로그에서 그런 글을 심심치 않게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작권 관련한 기고를 지속해오기도 했습니다.(특히 굵은 글씨는 시간 날 때 읽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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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2 저작권자의 호탕한 선언 바란다
2007/03/23 동영상 저작권, 10년 전쟁 돌입?

저작자에 대한 권리나 지적 재산에 대한 이야기는 산업사회가 지극히 미시적인 자본주의로 이전되면서 사회 공유의 영역에서 지적 산물이 재산으로 환원되는 길이 열리고 그런 과정에서 저작자가 소외받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매우 철학적으로 들리나 봅니다.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작자들의 수세적인 모습과 정책 당국자들의 저작자 위주의 정책, 경제 주체를 국가 단위가 아닌 개별 법인과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 보호하려는 경향의 극단을 보여주는 신보호무역주의(라고 불리는 신자유주의) 체계에서 '공유'를 외치는 사람은 마치 역도 처럼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벤처스퀘어'라는 신개념 미디어를 준비하면서 '기부'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물론 벤처스퀘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글은 CCL의 가장 강력한 단계의 공유 선언보다 한 단계 낮은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을 적용하고 있지요. 잘 보면 '상업적 이용'에 대해 금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매체는 콘텐츠 수급을 필진에 의한 자발적 기고와 재능기부 형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기적으로라도 벤처 자신이나 벤처에 도움을 주고 싶은 분의 글을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체 기사 제작을 하되 저작권을 최소한으로 한정시켜 놓았지요. 이는 '콘텐츠 소유의 미디어'가 아닌 이용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최대한 콘텐츠 배포와 전파가 쉽도록 하자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벤처에 대한 소식을 꽁꽁 묶어두어 소유하게 되면 결국 사람들은 그 콘텐츠로부터 소외되고 결국 소외받는 곳은 그 소식에 담긴 벤처들의 활약상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아야 그 콘텐츠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것이란 생각에 이른 것입니다. 벌써 이런 고민은 5개월 넘게 지속해야 했습니다. 기존의 미디어 체계로는 이런 방식이 '콘텐츠 무소유'에 가까운 개념을 필진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동안 저를 비롯한 공유저작물에 대한 광범위한 활용과 그 가치에 대한 재조명을 촉구하는 분들에게 화답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 자체가 사람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유저작물 사용이 자유로워진다! ‘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실행 전략’ 발표[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전문 보기..



구체적인 자료는 아래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cst.go.kr/web/notifyCourt/press/mctPressView.jsp

그나저나 이런 정책을 좀 진작에 시행했더라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말이죠. ㅋ

어쨋든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정책이지만 그 취지나 정책 방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미디어 발행인으로서도 적극 동참할 생각입니다. 근데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 자료만 갖고는 잘 모르겠네요. 또 무슨 근엄하게 차려 입은 인사들과 교수님들이 원탁에 앉아서 행사 한 번 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를 해봅니다. '공유 저작물'이 인류가 쌓고 있는 지적 재산을 좀더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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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7/29 09:16 2010/07/29 09:16

경찰의 월권, 포털의 반격

Column Ring 2010/07/01 01:29 Posted by 그만
복잡할 수 있다. 우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신하여 주장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

어떤가. 우리에게 기본권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 아니냐'고.

이런 경우를 상상해보자. 나는 진실을 모른다. 나는 또 다른 진실이라는 것을 들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내 안의 확신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거짓말이나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나의 확신은 잘못된 것이 되거나 다수에 의해 소수 의견으로 판명날 수 있다.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수많은 진실은 어떠한가. 수 차례의 쿠데타, 민간인 학살, 공권력 남용, 민간인 사찰과 감금 폭행. 의심만으로 우리는 이야기 할 수도 없었고 그런 의심을 한다는 것 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자, 나는 말할 수 있는가. 말할 권리가 있는가.

책임론자들은 '일단 입 다물라'고 할 것이고 인권 옹호론자들은 '일단 말하고 싶다면 말하라'고 할 것이다.

자기 안의 확신과 자기가 믿으려 하는 것(또는 굳게 믿는 것)을 발설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권리'라고 하여 '보호 받아야 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법은 이상하다. 이중잣대다. 말하는 것이 범죄인 경우의 수를 만들어 놓았다. '의견'은 말할 수 있으나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진 '허위의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공익을 해할 목적'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가. 그리고 그 '허위'가 밝혀지기까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그래서 전통적인 언론계 인사라면 '일단, 말하라'고 하고 '그리고 따져라'고 한다. '따지기만 할 경우', 우리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 모르는 복잡하고 숨겨진 사안의 경우 우리는 '현상'과 '사실'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 진실은 밝혀낼 가능성이 없는 일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자, 우리는 유추할 권리를 갖는가. 그 유추를 남에게 말할 권리를 갖는가.

말할 수 있는 자유는 기본권
분명히 말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말할 권리'는 '침묵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포털의 자율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 25일, 경찰청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불법콘텐츠'라며 삭제를 요청한 인터넷 글에 대해 자체 심의를 거쳐 "삭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스스로 '언론'임을 부정하면서까지 정부의 삭제 명령과 이용자 정보 제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포털 사업자들이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 높은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뉴스는 현재 노컷뉴스, 경향신문, 파이낸셜뉴스, 뷰스앤뷰스, 아이뉴스24, 디지털데일리, 이데일리 정도의 인터넷 언론사 위주로 보도됐다.

포털 뉴스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던 주요 신문들 조차 침묵했고 방송사들은 예외 없이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시각도 비추지 않았다.

이 결정은 향후 포털 및 인터넷 뉴스 유통사들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과 이용자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자율기구는 국가기관의 판단에 '옳고 그름'을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이는 이 자율기구가 출범할 당시에 다짐했던 '정부 기관의 무분별한 이용자 글 삭제 요청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고 말한 것을 지킨 셈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은 누가 판단하는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지난 해 이맘 때쯤 설립되었으며 설립 당시, "앞으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공인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이번 경찰의 천안함 관련 글에 대한 삭제 조치 요구는 민간 사업자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에게 그들의 소비자인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글의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라고 명령한 셈이다.

따라서 이런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으며 더구나 이들 글이 '명백한 허위'라거나 '공익을 해할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자의 글을 차단할 법적 구성 요건 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경찰의 요구를 거부키로 한 것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 기구가 밝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보면 다음과 같다.

<13건의 결정내역문>

[결정내역] 본 게시물은 천안함 관련 정부 당국의 조사결과와는 달리 ‘미 잠수함과의 충돌설’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심의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당없음’으로 결정한다.

본 게시물은

1. 해당 게시물이 ‘불법게시물’이라는 법적 근거에 대한 소명이 없다.
2.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에 의하더라도 해당 게시물의 내용이 ‘허위사실’일 뿐만 아니라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다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나, 이와 관련된 소명이 없었다.
3. 법원이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휴교령 문자메시지 사건 등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

<1건의 결정내역문>

[결정내역] 본 게시물은 단지 정치적 관점의 비난성 게시물에 해당하고 의견을 표명하는것에 불과하므로‘해당없음’으로 결정한다.


우리는 어제 MBC PD 수첩을 보면서 대한민국 현실이 마치 상상속의 어처구니 없는 가상의 나라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공권력의 힘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과연 우리 개인들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하고 피해자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역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말할 수 있는 권리'의 실체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고 알고 있고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선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권리이다.

경찰이 월권한 것에 대해 민간 업체들의 자율기구가 명확히 법적인 근거를 들어 거부한 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 평가가 너무 오바라구? 그동안 포털들이 기성 언론과 정부 기관에 이리저리 치이며 살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건 '사건'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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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1 01:29 2010/07/01 01:29
솔직해지자. 괜히 이러쿵 저러쿵 상황을 돌려 말할 필요 없다. 위성DMB는 실패한 사업이다. 사업이란 것이 실수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좀더 일찍 사업 실패를 선언했더라면 직원들도 마음 고생 덜 했을 것이고 주주들도 덜 속상했을 것이다. 최소한 위성DMB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가졌던 소비자들 역시 덜 실망했을 것이다.


무려 지난 1분기 기준 부채가 2천308억원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게는 1억원은 커녕 2, 3천만원도 아까와서 담보 내놔라 연대 보증 서라 말이 많은 은행이 이만큼의 빚을 내주었다는 말이다.

무엇때문에? 사업성이 좋아 보여서? 아니면 든든한 SKT가 있으니까?

아니다.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자. 위성 DMB 사업은 지상파 DMB 사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통부의 마지막 작품이다. 물론 IPTV 역시 그 유물로 남아 고전중이다.

처음부터 DMB 사업은 정통부에 의한, 정통부를 위한, 정통부의 사업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쳐지기 전부터 통신업자들에게 새로운 방송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작전이었고 사업이었다. (장비 내수 업체는 물론 해외 표준까지 인정받으면 순식간에 장비 수출업체에게도 엄청나게 좋은 일감이기도 했다)더구나 이동형 TV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던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DMB가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되었느냐를 따져보면, 방송사의 SD급, HD급 화질에 대한 논란의 여파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방송사는 채널을 확대하고 SD급으로 송출 화질을 낮춰 새로운 수익을 기대했으며 이동형 TV 송출 역시 함께 고려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 시장인 북미 표준에 맞춰 화질을 HD급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디지털 화질을 모바일로 송출하기 위한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 기술이 바로 DMB였던 셈이다. [참고]

일단 예전 이야기는 좀 제쳐두고 왜 위성 DMB는 이토록 어려운 지경에 빠졌는지 이유를 들어보자. 아마도 이 글을 읽기 전에 IPTV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함께 읽어주기 바란다.


예전에 위성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시작한 바 있었던 정부로서는 위성DMB와 지상파DMB의 동시 다발적인 사업군 형성을 통해 시장의 조기 안착을 바랬고 실제로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서비스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DMB와 IPTV를 통신과 산업의 입장으로 추진했던 정통부는 해체됐고 애초에 이 정부 들어서 IT 산업과 방송 및 통신의 융합은 주목을 받기 힘든 구조로 바뀌어만 갔다. 이미 이 때부터 눈칫밥 먹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위성 DMB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비스를 위한 전용 단말기 시장이 아예 제로(0)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성 DMB를 보려면 단말기가 보급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위성DMB 단말기는 결국 휴대폰과 결합된 종류여야 했다. 당연히 단말기 교체 주기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소비 패턴 상 유료 서비스를 그대로 연장해서 장기적으로 사용해줄 사용자도 별로 없었다.

더구나 특별한 콘텐츠, 유료로 봐야만 하는 특별한 화질의 특별한 내용의 콘텐츠는 애초에 기대부터 할 수 없었다. 또한 광고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짧고 분산된 단말기 시청 시간을 감안하면 수익성 있는 모델을 구상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지상파DMB 가 이미 공중파 TV의 확고한 서브 채널로 존재하는 마당에 위성DMB가 공중파 TV 재전송을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수였고 공중파 TV를 끌어와 유료 채널로 재방을 해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자, 결론 맺자. 그냥 위성DMB는 '돈질'이었다. 그런 돈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가 있었다. 정부가 뒷돈도 대주고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까지 약속했지만 그 담당 부처는 공중분해 되었다. 위성DMB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상품이었는데 뒤를 받쳐줄 응원군도 없는 상태다. 경쟁자인 무료 지상파DMB가 이미 절대적인 가시청권을 확보한 상태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어쩌겠는가. 그냥 접어야지. 그나마 돈 많은 모회사를 두었고,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갚아줄 것이란 한가닥 희망으로 엄청난 대출을 남발해왔으니 이거나 좀 정리해야 할 듯 싶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이란 기대는 SKT와 TU의 보도자료와 그 보도자료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기자들의 가슴속에나 존재하고 있었던 희망이었을 뿐이다.

* 지상파 DMB에 대해서는 따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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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4 13:08 2010/06/24 13:08

미디어 전략을 구상해본 적이 있는가?

그만은 개인적으로 외국계 IT미디어 편집장으로 일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인터넷 미디어 전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잡지사에서 잡지사 콘텐츠를 단순하게 담는 형태의 인터넷 사이트를 억지 기획을 했던 적이 있긴 있었지만 본격적이고 총론적인 기획은 IT 편집장에서부터였다.

그 다음에 국내 경제지 인터넷 사이트에 멀티미디어전략기자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달고 고민을 했었고 외국계 모 포털사에서 다시 전략적 제휴 등을 고민했었다. 지금은 태터앤미디어라는 회사에서 그 다양한 모델들과 또 다른 영역에서 미디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그만이 생각하고 실행한 미디어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현실성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게 뭘까. 무엇이 미디어 전략의 전반적인 흐름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구멍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기존 미디어들이 갖고 있던 요소를 일부러 배제하고 갖춰야 하는 것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미디어 전략에서 없애기 힘들지만 없애야 하는 5가지
1. 기자를 고용하지 말 것.
2. 내 브랜드를 내세우지 말 것.
3. 데스킹을 하지 말 것.
4. 콘텐츠 생산을 독려하지 말 것.
5. 영향력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


그래서 지금의 내 포지션은 다음의 5가지 중요한 요소와 발상을 기반으로 미디어 전략을 구상하고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지금의 태터앤미디어도 그렇고 앞으로 나오게 될 다양한 시도들 역시 다 마찬가지다.

1. 비용 요소를 줄여라. 최소화가 아니라 아예 공짜로 생산되게 하여라. 왜냐 하면 콘텐츠 소비를 위해 돈을 내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절대적으로 줄이면 콘텐츠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라. 종속 콘텐츠는 그럴지 몰라도 창발로 인한 콘텐츠 생산은 들이는 비용에 따른 품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2. 핵심은 신뢰다. 이것은 산업사회가 만들어 둔 규모와 권위에 의한 신뢰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간의 신뢰이며 이 신뢰는 곧 무료콘텐츠 위에 쌓이고 새로운 수익모델의 연결점이 될 것이다. 개인이 콘텐츠를 무료로 공유한 뒤 그 신뢰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콘텐츠 직접 유료화의 100배쯤 된다. 책을 쓰면 300만원을 벌지만 그 책을 무료로 뿌리고 강연을 하면 한달에 300만원씩 번다.

3. 영향력은 미리 계산에 넣지 말아라. 100% 확신한다. 영향력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특종과 단독 등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로 인해 매체 인지도가 높아간다고 한들 수익과는 별개다. 즉, 내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꾀하지 말라.

4. 콘텐츠를 모아서 다시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콘텐츠는 그 존재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그 콘텐츠는 더 많이 읽혀야 한다. 다만 서로 묶여야 하는데 브랜드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종류, 형식, 아이템, 저자군 등으로 폭소노미 형태로 묶여야 한다. 그것이 패키징이고 그것이 신디케이션의 예술적 경지다. 똑같은 것을 10원도 받고 100원도 받을 수 있는 비법이다.

5. 결국은 관계다. 핵심은 커뮤니티이며, 목표는 소셜이다. 미디어는 욕망의 비즈니스라서 콘텐츠 생산을 위한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관계와 커뮤니티 형성에 비용구조를 쌓고 그 관계 속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을 부과하는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쏟아 붓느라 들을 기회가 없었고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독자와 생산자가 드디어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관계가 바로 부가가치다.

태터앤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이런 미디어 전략을 바탕으로 시작된 미디어다. 당연히 어렵다.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뭐하자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파트너들의 글은 자발적일 경우 공짜로 생산되고 누구나 공짜로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야후와 파란은 비용을 들여서 블로거들의 글을 사간다. 물론 비자발적일 경우에는 철저하게 원고료를 받는다. 난 한 번도 공짜로 글을 청탁받은 적이 없다.

다음과 야후는 블로거들의 특화된 뉴스를 따로 구매한다. 블로거들은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성해 자신들의 이웃을 스스로 선택하고 투표함으로써 커뮤니티 품질을 유지하는 구조다. 컨텐츠 생산 구조가 중앙에서 독려하는 구조가 아니라 방임하면서 수집하는 구조다. 당연히 옥석이 쉽게 가려지고 스트레스도 적다. 비용은 관리와 관계, 그리고 시스템에 의한 프로세스 비용만 들어간다.

모통신사에 어플리케이션 100개를 납품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런 전략 하에서 우리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의 욕구와 유통자의 이익을 연결시켜주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이 될 것이다.

벤처 미디어를 만들면서 벤처와 관련된 글을 기부 받아 쌓고 그것을 다시 새로운 유통처에 납품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벤처들의 가치 상승에서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콘텐츠를 최초로 소유하지 않는 매체가 탄생할 것이다.

우리 파트너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보낼 수 있는 정책적 수단과 기술적 플랫폼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될 것이며 그들은 그들 이웃과 관계하면서 서로를 독려하여 더 나은 콘텐츠 진화를 꾀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 비즈니스의 출발이 정치와 영향력, 그리고 언론인들의 사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미디어의 본연의 역할인, 말하고 싶어하는 이들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만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낼 것이다.

그게 내가 태터앤미디어에 올인하게 된 이유다.

* 태터앤미디어가 등록 발행하는 매체가 7개, 가입돼 있는 파트너 블로그가 205개, 주간 트래픽이 UV 450만, 월간 PV가 2,100만, 월간 3천개의 글이 등록된다.
* 태터앤미디어 직원수는 고작 1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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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6/11 17:11 2010/06/11 17:11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사실상의 실명제를 강제 시행중인 우리나라에는 2가지 무서운 병이 있다.

하나는 남도 나와 같고 나도 남과 같다는 집단 의식이다.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면 나도 그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내가 불편하다면 남들도 불편할 것이라는 착각은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사람들은 어찌나 이중적인지, 남은 나와 같지 않고 나도 남과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묘한 개인 우월의식도 동시에 갖고 있다. 나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남들이 피해를 입을 것 같으면 불안해 한다거나 나는 남들의 잘못된 행동을 구분할 수 있지만 남들은 그 잘못된 행동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보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실명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아이핀도 뚫렸다 [서울신문]

요약하자면 해커들에게 또 다른 좋은 먹잇감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건 아예 환상적인 만능키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실명제는 해야겠고 보안 유출은 막아야겠고... 실명제는 당연한 것인데 보안 유지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구멍은 이미 뚫려 있었다.

국정원에서는 복도 문 앞에 방 번호를 기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상 위에 무엇인가 기록한 것을 놓아두는 것도 금기라고 한다. 이것이 보안이다.

'기록하지 않는 것'

수많은 보안 전문가들이 말한다. '비밀번호를 유추하기 힘든 것으로 만들고 절대 기록하지 말라'고.

그런데 자꾸 우리나라 인터넷은 '기록하라'고 명령한다. 그것도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무엇을? 국가가 국민을 일련 번호를 매겨 관리하는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넣으라고 한다.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그러니 생각한다는 것이 고작 '그럼 다른 곳에서 공통 아이디를 생성해서 사용하라'고 한다. 그것이 아이핀이다.

그런데 이 아이핀은 각 사이트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지 말고 하나의 본인 식별 번호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싱글사인온, 즉 공통인증을 말한다. 이 문제는 이 공통 인증을 하는 것 역시 주민번호로 본인 인증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타 주민번호 외에도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인증서 등의 보조 수단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민번호'가 필수다. 참 좋은 먹잇감을 만들어 둔 것이다. 해커들은 이런 대한민국의 공무원과 정치인을 좋아한다. 무개념 언론인은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하긴 오픈아이디를 한국화 한답시고 정책을 만든 것이 아이핀이니 더 뭘 기대해야 하겠는가.

몇 번을 말해야 들어먹을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해킹사고에서 왜 자꾸 피해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광범위해지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민간 사업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갖고 있다. 우리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는 기법인 행동타게팅(behaviour targeting)기법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 처럼 개인을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 패턴이나 기타 나이나 직접 정보를 자의에 의해 입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SNS에 주목했던 이유 중 하나 역시 개인의 행동 패턴을 특정시켜 연결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큰 기대가 깔려 있던 것이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에 대한 정책에 항의하며 탈퇴하는 등의 행동은 이렇듯 페이스북의 개인정보에 대한 제공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본인확인제(다시 말하지만 실명제의 다른 이름이다. 명칭 갖고 말장난 걸지 마라 짜증난다)는 '기록'하고 '인증'하고 심지어 '싱글사이온'까지 일사천리이니 얼마나 환상적인 제도인가. 해커는 나란 인물을 수천명을 만들어 어디서는 악플을 달고 어디서는 쇼핑을 하고 어디서는 누군가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기록되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또 지겹게 떠들었다. 그래봤자 변할 것 같지도 않다. 이젠. 민간 업자들이 관리를 허술하게 했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초점을 또 흐리겠지. 떳떳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며 정치적인 의사 표시를 익명으로 하는 것에 대한 자유조차 허락치 않는 이상한 세상에서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열심히 국가가 전적으로 관리 책임을 가져야 하는 주민번호를 민간 업자들에게 돌리면서 정보를 남기기 싫어하는 업체까지 본인확인을 강제로 하라고 등떠미는 정부는 보수니 진보니를 떠나서 '골빈 정부'인 것은 분명하다.

자신들의 머리가 비어 있으니 주민번호와 비밀번호를 적어놓고 다니라고 남들에게도 강요하는 것이다. 남들도 자신들만큼 머리가 비어있을 것이라고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신이 익명이 되는 순간 남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어본 적이 많았나보다. 남들도 자기 처럼 악플러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1명의 악플러를 색출하기 위해 오늘도 수천만명이 자기 주민번호로 로그인하도록 강제한다.

제목에서 물었다. 아이핀도 믿을 수 없다는데 실명제에 계속 기대는 이유는? 자신들이 불완전하고 악한 마음으로 가득 찬 만큼 남들 모두가 그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참~ 멋지고 스마트한 나라다.

* 충고하는데 절대 아이핀 같은 만능키를 만들지 마시길.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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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23:20 2010/06/06 23:20

미래 스마트 TV의 조건 5

Column Ring 2010/05/21 23:21 Posted by 그만

구글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구글TV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렸다. 물론 이런 식의 공략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온 웹 진영의 거실 점령전의 3차 버전 쯤 된다고 볼 수 있다. PC 진영에서 이미 거실 점령을 시도했지만 TV카드에 머물러야 했으며 반대로 통신 진영에서는 인터랙티브 TV를 셋톱박스를 통해 전달하기 위한 시도를 IPTV라는 형태로 진행했지만 너무 늦게 시작되어 그 가능성을 꽃피우기도 전에 허덕거리고 있는 시점이다.

3차 버전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끈질기고 가장 역동적인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거물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운영체제에 TV에 연결해서 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를 들이대 '윈도우 미디어센터'라는 저주받은 걸작을 내놓았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관 이름이 '홈'이며 거실과 주방은 신제품을 적용시키는 주된 공략 대상이다.

IBM 역시 인터넷과 TV와의 결합은 너무나 당연한 결합으로 믿고 지난 수년 간의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으며 TV에 새로운 PC와 유사한 두뇌를 공급하기 위한 인텔의 노력도 가전사의 입맛에 맞는 대량생산을 위한 '원가 절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거실 점령을 위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동안 시큰둥했던 가전사들의 마음도 움직이면서 삼성 야후!위젯TV 등의 시제품을 거쳐 삼성 인터넷@TV라는 새로운 진영을 갖추게 되었다.

2009년 인터넷과 TV의 만남을 보여주었던 [인터넷@TV 동영상]을 보면 인터넷과 TV는 이제 유기적인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또한 삼성은 여기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마켓인 앱스토어 개념을 더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진출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이미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닌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보여주게 되었다. 누구는 아이패드를 '킨들 킬러'라는 별명 처럼 역동적인 전자책 개념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 같지만 미안하게도 이 아이패드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디스플레이 개념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업계가 줄기차게 노력해온 디스플레이 단말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3년 사업을 포기하면서 그동안 태블릿 PC쪽으로만 진행되어 온 스마트 디스플레이 사업은 국내 삼보와 LG 등이 시도했다가 초라하게 막을 내린 바 있다.

애플 아이패드 데모 설명 때 주목할만한 영상이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데 이 장면은 TV와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스포츠 기록을 분석하고 스포츠 판타지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추후 애플 TV의 새로운 버전이 나와보면 아이패드의 역할이 좀더 분명해질 것으로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구글의 차례가 된 것이다. 구글은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스마트 TV의 개념을 총 집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트렌드 짬뽕'으로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구글의 확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충분할 것 같다.



구글 TV 보도자료를 요약한 뉴스 형식으로 풀어보면 이렇게 적을 수 있겠다.

구글TV, 거실 침공 본격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구글TV가 마침내 공개됐다. 구글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Google I/O Conference)에서 업계 대표 기업들과 공동으로 구글TV 개발을 위한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TV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인텔, 소니, 로지텍, 베스트바이, 디쉬 네트워크와 어도비 등의 협력사와 긴밀한 구글TV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구글TV의 개략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양을 공개했다. 먼저 최근 스마트폰에 사용되어 주목받고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하며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한다. 이른 통해 사용자는 기존의 모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도비 플래시 콘텐츠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플래시를 배격한 애플과는 차별화를 시도하게 된다. 또한 인텔사의 최신 가전제품용 칩인 아톰 프로세서 CE4100를 탑재하여 홈시어터 수준의 A/V 환경을 구현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소니와 로지텍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구글 플랫폼을 적용한 구글 TV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제품이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해 수백개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구글TV 보도자료 전문 펼치기..


일단 소비자로서, 그리고 콘텐츠 미디어 업계 종사자로서 이러한 거실 쟁탈전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만족할만한 스마트한 TV를 본 적이 없다. 또한 거실 속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기에 우리의 TV 시청 습관은 너무나 수동적이다. 검색 입력 방식 개선과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여러 명이 하나의 디스플레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 채널 돌리기 이상의 다른 조작이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다.

구글이든 어디든 사실 궁극적으로 거실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은 스마트한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TV의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 경험의 연속선에 자신의 서비스가 배제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아이템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자기방 PC와 모바일, 그리고 거실에서 같은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이란 상상은 서비스 사업자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TV를 점령하게 될 미래의 TV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스마트 TV'라는 용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용어를 사용해 미래의 TV 모습을 현재의 사업적 현실성과 접목해 상상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5가지 조건을 갖춘 TV를 스마트 TV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지역 차별 없는 전 지구적 콘텐츠
TV와 공중파는 전통적인 로컬 비즈니스다. 즉, 해당 지역, 국가에 한정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전파보다 광범위한 매개체가 없던 시절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그 광범위한 전파적 특성은 영향력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는 권력이 되었고 이는 '전파'라는 공공재를 활용한 것이어서 유한한 전파 자원을 국가가 관리하고 이를 활용할 권리를 부여받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집중도가 높고 타 지역과의 단절을 통해 안정적인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 그리고 감시를 받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중파의 영역을 넘는 전지구적인 매개체가 등장했으니,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전지구적인 전파 영향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유튜브가 인도의 크리켓 전경기를 중계하고 U2 공연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이미 영상 콘텐츠는 이미 국경이나 지역적 한계를 손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향후 나오게 될 모든 스마트TV는 이러한 전지구적인 콘텐츠를 실시간 중계해주는데 주력할 것이고 이는 기존의 공중파 TV 진영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 이미 유튜브에서는 HD 영상과 3D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2. 3D 공중 마우스 콘트롤러
이번 구글TV의 발표를 보면서 로지텍이란 회사가 들어 있다는 것을 보면 손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동안 PC와 TV를 구분짓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입력하는 도구'의 차이였다고 할 수 있다. PC는 키보드를 두고 직접 무언가를 입력하여 아웃풋을 받는 구조였다면 반대로 TV는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정하는 아주 단순한 채널 선택 정도가 '입력'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디스플레이가 그 특성을 잃어가고 타 매체적 특성들을 흡수하고 융합하면서 입력에 있어서만큼은 '높은 자유도'를 원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음성입력' 또는 무선 키보드와 '제스처 입력이 가능한 3D 공중 마우스 콘트롤러가 대중화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는 이런 양상을 닌텐도 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3. TV 앱스토어
삼성이 CES에서 야심차게 앱스토어 개념을 적용한 인터넷@TV를 선보였는데 허무하게도 우리의 기자님들은 3D TV에만 현혹되어 기사를 쏟아내셨다. 3D TV는 콘텐츠와 단말 산업의 합작품이라면 인터넷@TV 개념은 서비스와 콘텐츠, 그리고 통신과 단말 산업이 모두 포괄되는 광범위한 산업적 파급력을 가졌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단편적인 인상'은 3D에 꽂혀 있었고 마침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TV 앱스토어가 삼성전자의 당초 취지와는 별개로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대세를 이룰 것이 분명하다. 왜냐 하면 스마트폰에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 즉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이 빠르게 멀티 플랫폼화되고 있는 양상을 볼 때 TV로의 진출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4. 소셜 커뮤니티
소셜 커뮤니티, 또는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의 새로운 시프트업(단계도약)은 역시 TV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실 1 TV를 상정한다면 개인의 이용을 상정한 소셜 서비스와의 연동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사실상 우리는 1인 多TV 시대에 진입해 있다. TV 단말기는 개인화되고 있다. 따라서 거실 TV는 그 중심에 있는 홈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와 위룰 같은 서비스는 당장에 TV와 접목해도 어색하지 않은 서비스가 될 것이며 단체로 머리를 싸매고 하게 되는 역할 게임이라거나 단체로 몰입하는 캐주얼 게임 등도 소셜 커뮤니티와 엮이면서 TV를 다기능 단말기로 인식하게 해줄 것으로 본다. 콘텐츠의 개인화는 좀더 가속화되며 개인 방송국의 다수 출현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될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무엇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 주변 기기와의 결합 연동
무엇보다 스마트폰, 스마트디스플레이와의 연동, 그리고 계정을 통한 동일한 사용자 경험, 동시적인 콘텐츠 전송에 있어서 TV는 주변기기와의 연동성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IPv6의 보급이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할만한 상황이다.

각 기기가 독자적인 주소와 계정을 부여 받는 상황이며 이 기기들은 상호 간섭과 연동, 전달을 유기적으로 가져갈 것이다. 독자적인 플랫폼에 특정한 기기만 사용되는 상황보다는 소프트웨어든 서비스든 각 단말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환경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4스크린 전략은 데이터 전송량의 폭증은 물론 기기간 일관된 사용성을 제공해야 하고 콘텐츠의 유기적인 연결성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아마도 앞의 스마트 TV의 조건들과 달리 가장 길고 지루하게, 그리고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KT나 SKT 등의 대형 통신사들의 의지에 따라 의외로 쉽게 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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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1 23:21 2010/05/21 23:21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라왔다. 이 기가 막힌 상황을 맞이하면서 깊은 상념에 젖어든다.

오랜만에 오른쪽에 보이듯 '민주주의 UCC 공모전' 광고도 걸렸겠다, 비오는 5.18 30돌인 날에 민주주의 2.0을 생각한다.(여러분도 참여해보시길. 당신의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오늘은 5월 18일. 소위 말하는 5.18 광주민주항쟁 30돌이다. 누구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사실상 총격전을 벌이는 등의 실질적인 무력 충돌이 있었으므로 '항쟁'이라는 단어를 동원하기도 한다. 또는 여전히 지난 30년 동안의 우리 언어 습관은 종종 '사태'라는 지금은 불경스러운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언어는 그 시대를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여전히 '폭동'으로 색칠하는 사람도 있고 '숭고한 항쟁'으로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누구든 이제 그 당시 상황을 어렴풋이라도 이해하고 있고 최소한 그 상황이 국가 전복세력에 의해 권력이 총구를 시민들에게 겨눠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던 '사건'으로 인지하고 있다. 지금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TV 속 시위대와 군부대의 충돌 장면은 30년 전 그 날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대학 교정에서 봐야 했던 끔찍한 5.18 희생자들의 적나라한 사진들은 보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누구는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로 받아들이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민주화 운동과 연이은 민주주의가 뿌리 내려지는 과정을 거친 구호와 뜨거운 피로, 또는 최루탄을 뒤집어 쓴 몸으로 체험하는 시절이 지나갔다.

지금이 제아무리 예전의 독재시절이 그립다고 해도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21세기형 새로운 압제가 시작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또 사실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늘 반동은 있었고 반동의 세월이 지나면 다시 한 번 역사는 진전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향후 수십년이 이상하게 흘러가더라도 역사는 우리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을 것으로 믿는다.

내게 있어서 민주주의는 '쟁취해야 하는 그것'이다. 하지만 그 쟁취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내가 민주주의 시민으로 말하고 떠들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으로 뿌리를 내렸다. 다시 한 번 압제에 항거하고 화염병을 투척하고 돌맹이를 집어 들 수 있는 용기를 폄훼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투쟁 방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명분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도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은, 민주주의란 수십년을 바라보고 쌓아가며 완성해가야 하는 조각품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조각하는 역할이었다. 모가 나 있으면 모가 있다고 말하고 그 모난 부분을 정으로 쳐 내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 다른 누군가 비뚫어져 있다고 욕하기보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더 나은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일. 그것이 글쟁이에게, 또는 생활속 실천가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온건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되려 빨갱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누구는 내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편인지를 묻는다. 난 단호하다. 내 6살짜리 딸아이에게 떳떳한 아빠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 뿐이다.

누구나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듯이 나 역시 피곤할 때는 피했고 힘들 때는 숨었고 무서울 때는 외면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고 다시 일깨우고, 다시 지적하고 말하고 글을 쓴다. 내게 있어서 '글을 쓰기'와 '끊임 없이 말하기'는 민주주의의 생활 속 실천이다. 그것이 나의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그리고 공무원들에게, 거대 기업의 종사원들에게, 신입 기자들에게 외치는 것 중 하나가 '그들이 말하게 놔두어라'다. 그리고 '그들 처럼 뛰어 들어 말하고 섞여 이야기하라'였다. 소셜 미디어가 절대 선을 말해주진 않더라도 사회 각계의 다양성을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치밀한 관계를 형성해줄 것이란 믿음은 있다.

그것이 돈이 될 것 같아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것 같아서, 정적을 굴복시킬 것 같아서,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뛰어드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그들이 갖게 될 것은 결국 '사회 관계망'이 될테니까. 서로 어수선하게 떠드는 생활 속에서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쌓여갈 것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왜 분노하고 즐거워하고 아쉬워하고 기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것은 생활 속으로 들어가봐야 아는 것이다.

뛰어들자. 블로거로, 누리꾼으로, 트윕(트위터러)으로, 미친으로... 떠들고 어수선하게 자기를 나타내보자. 그리고 어울리는 방법을 느끼자.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는 순간 많은 오해와 반목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혼란스럽지만 괜찮은 민주주의 2.0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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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13:14 2010/05/18 13:14
뜬금 없지만 지금 핵융합과 소셜미디어가 '융화'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핵심은 연결성과 상호작용, 그리고 스토리텔링이다. 핵융합은 분자단위의 연결과 연결, 그리고 상호작용에 의한 무한 에너지 창출이다. 핵분열의 시대에서 청정 자원이자 고갈에 대한 고민이 없는 에너지원인 핵융합의 시대로 가는 길에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인 요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7일 대전 대덕특구의 과학전문 온라인 매체인 대덕넷(http://www.hellodd.com) 강연을 다녀오는 길에 국가핵융합연구소(http://www.nfri.re.kr/)를 들를 기회가 있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구 위에 태양의 에너지 발생 원리를 구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7개 국가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하는ITER 프로젝트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기술을 공급하고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ITER 프로젝트는 1985년 시작돼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는 핵융합 시설을 말하기도 하는데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방에 들어설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다른 참여국보다 늦었지만 국내 첨단 기술과 주요 원천기술로 지어진 KSTAR의 성공적인 시공과 운영으로 인해 단번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무려 3천억원에 달하는 건국이래 단일연구개발 예산으로는 최대 규모를 투입해 지어진 KSTAR는 미래 인류의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것에 의심이 없어 보인다.

핵융합 프로젝트 속 스토리텔링
과학자들은 수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래서 닫혀있고 타인보다 수와 대화하는 것에 능숙하다. 하지만 핵융합 프로젝트는 뭔가 좀 다르다. 과학자들은 이 끝도 보이지도 않고 가능성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존재하는지 여부 조차 의심스럽다. 그래서 핵융합을 이용한 에너지원 개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바로 국가핵융합연구소 이경수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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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직접 안내해주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처음 들어선 곳은 1979년 최초로 서울대에서 구리자석으로 만든 실험 핵융합로였다. 꽤 예전부터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지상 위에 태양을 올려 놓는 것을 연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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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핵융합로 건설 및 설계 운영 기술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은 드디어 KSTAR라는 실험 핵융합로를 보유하게 된다.

KSTAR라는 이름은 Korea Star, 한국이 만든 별이란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로고 디자인에서 'S'는 한반도 지도를 상징하고 그 중심에서 반짝이는 별 모양을 넣은 것은 바로 KSTAR 시설과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위치한 대전 대덕특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이 소장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기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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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의 보안 격벽을 지나 KSTAR 핵융합로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이 소장은 한쪽 벽을 가르킨다.

지난 10년 동안 총 4200억원이 들어간 KSTAR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없다는 비관론도 컸고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정밀도 높은 기술력을 축적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였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냐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확신이 없었던 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회사들이 있었다. 기업들은 스스로 난관에 부딪히면 현업에서의 해결능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기술력을 획득하고 플라즈마 기술력을 비롯해 청정 에너지인 핵융합로가 가동되면서 쌓여질 수많은 운영 능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핵융합로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생성 및 열차폐 기술, 토카막 제조기술 및 초전도 기술 등은 ITER 시설의 선행 연구장치로 선정되었다. 한국은 ITER 핵심기술인 초전도자석·진공용기·삼중수소 운송 및 저장, 적기 제작 납품을 위한 공정관리 및 품질관리 등 종합사업관리시스템 구축·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

어찌보면 근시안적인 투자 마인드로는 절대 투자할 수 없는 수십년의 투자를 각오해야 가능한 프로젝트에 뛰어든 기업들은 전세계가 부러워할 기술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그들의 투자에 대한 보답으로 KSTAR 한쪽 벽면에 참여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해두었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편 그들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간접적으로 홍보해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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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70여 개 참여 기업 왼쪽의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스토리텔링도 구상중이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개인이나 조직, 또는 학교 등 한국의 핵융합 기술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기 위한 의미있는 표시를 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ITER는 영어로 International tokamak experiment 를 의미하지만 라틴어로는 '길'을 의미한다고 한다. 미래 인류가 에너지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에 대한 고민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한다.

오는 6월 역사적인 플라즈마 생성을 위한 장기 실험 가동에 착수하게 되면 다시 핵융합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에 퍼질 것이다.

거북선 모양의 국가 핵융합연구소
새삼 국가핵융합연구소 건물 외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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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처럼 보이는가. 이 소장은 이 연구소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추격과 전개, 그리고 제압하고 추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순신 장군이 한산섬 전투에 투입한 거북선을 형상화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핵융합연구소는 우리나라보다 기술이 월등히 앞서 있었고 그들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이 너무 멀리 보였다.

이경수 소장은 연구소 건물 배치 역시 거북선이 앞장서고 나머지 판옥선들이 양옆으로 날개를 접은 듯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제 ITER 주요 참여국이자 주요 원천기술 보유국으로 양옆으로 나란하게 건물을 배치하고 앞으로는 향후 세계 최초의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립을 하면서 세계를 추월하고 선도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첨단 과학 기술 개발을 위한 과학자들은 역사에서 스토리를 가져오고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지금의 핵융합 기술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야머, 소셜네트워킹으로 소통하는 과학자
이경수 소장은 핵융합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트위터'와 '야머' 이야기에 쏟았다.

"과학자라면 연구한 것을 얼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편리하게 쓰도록 하고 다시 또 새로운 것을 연구하기 위해 매진해야 합니다. 숨기고 영역을 나누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꺼리는 사람은 과학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도 소통 이야기다. 유도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 소장(트위터 아이디 @gyunglee)이 오히려 내게 단발적인 홍보보다 소셜 미디어의 지속적인 소통과 내부 조직원들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국가 공무원 신분이기도 해서 가급적 근무 시간 외에 트위터를 하게 된다는 그는 야머(yammer)를 사용해 조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는 소통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조직원들도 SNS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직의 수장이 SNS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조직원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야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좀더 원할해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대덕특구 안에 있는 과학자들이 외부와 더 많은 소통을 하기를 원한다. 매스미디어와의 소통이 일부에 국한되면서 과학적인 성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국가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 걱정을 한다.

그는 재미있는 구상을 이야기한다.

"SNS는 마치 두뇌 시냅스 같은 소통 구조를 갖춰야 하죠. 그런 면에서 두뇌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시냅스가 더 단단하게 연결되듯이 대덕특구에 자리한 수많은 두뇌 인력들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아마도 얼치기 지식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 두뇌들끼리의 소통 방식이 열리기 시작하면 국가 전체의 지식 수준이 좀더 강력해지지 않을까요?"

누군가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대덕특구에 있는 연구원들만큼 정확하게 대답해줄 사람들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현재 한국과 프랑스, 일본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갖고 있는 상태이고 중국과 인도가 세차게 따라오고 있는 시점에 그는 "고갈되지 않을 에너지를 인류에게 선물한다는 인류사적 의미는 물론, 전세계 두뇌들이 모여 인류를 위한 지식을 공유해 만든 새로운 에너지, 지적 자원이라는 의미만으로도 핵융합 기술은 큰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은 '인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초적이고 단편적인 속물 근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게 또 다른 자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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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9 16:55 2010/05/09 16:55

지금쯤 조금은 과격해보여도 말해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실명제가 어떤 폐해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수년 동안 수많은 글에서 걱정과 우려를 통해 전달한 바 있다. 다시 언급하기도 싫을 정도로 인간의 본성까지 들먹이며 인터넷 실명제가 산업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사회 건전성으로든 그다지 유익하지 못함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그건 엘리트주의와 계몽철학에 경도돼 '우민'들의 '아무나 지껄이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웃자고 한 농담을 죽자살자 달려드는' 지금의 정책 당국자들의 귀에는 허무맹랑한 '도발'쯤으로 받아들여졌나보다.

그렇지만 이제 좀 귀를 기울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실익은 없고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만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8일 보도한 "실명제 효과 제한적, 소통위축 뚜렷" 기사에서도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가 최근 행정대학원이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실은 논문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이전에는 게시글의 13.9%가 비방글이었으나 이후에는 12.2%가 비방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시글에서는 실명제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셈"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가 실명제를 비켜가면서 오히려 국내 동영상 서비스 1위를 차지하게 되고 성실하게 정부의 정책에 따라준 판도라TV는 이용자의 활성도가 급감하고 있는 사실 역시 이런 상황을 역설적으로 방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도라 TV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국내 업체에 역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공개 질의서를 보내 항의하기로 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역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효성, 보편성, 적절성에서 낙제 정책, 본인확인제
실명제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해소하여 좀더 투명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고 역기능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발상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취지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도가 갖추어야 할 '실효성', '보편성', '적절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먼저, 앞에서 제기했던 것 처럼 모든 사람들이 '실명제'로 인해 압박감을 느끼지만 '범죄자'의 심리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이를 피해가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되고 실제로 차명이든 가명이든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을 숨기는 기술을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실명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게끔 유도하고 장려한다는 의미가 되어야지 이것을 강제한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익명으로 자기표현을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편성 측면의 문제는 산업적인 측면은 물론 국내외국민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근거로 실명제가 엉뚱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보편 타당한 서비스여야 하는 정책이 오히려 자국 법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해외 법인들은 마음대로 활개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트위터와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통제를 가할 수도 없고 서버를 통제하거나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예 현실성 자체가 없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야후코리아는 물론 국내 태생 기업들은 이런 불합리한 조건을 모두 맞춰야만 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적절성 부분 역시 제기할 문제다. 과연 실명제를 적용하는 기준이 개인의 식별번호, 그것도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한 일련 번호인 주민등록 번호를 기준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본인확인을 하게 만들어야 했는가에 대한 문제다. 국가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어야 할 '일련번호'를 민간업체에게 딱히 기능도 별로 없는 본인인증을 위해 관리하고 통제하라고 강제 위임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이는 길거리를 다니는 국민들에게 이름표 붙이는 것은 길거리 상인들이 할 몫이라고 떠넘기는 것과 같다.

이 외에도 보안성 부분도 문제다. 보안의 측면에서 발신자와 저장되는 데이터, 그리고 개인과 집단은 서로를 모르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보안이다. 상호를 연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남겨두고 이를 관리하고 회원들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보안 침해 사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실명제의 실익도 없는 중소 서비스사업자에게 실명제 강권하는 나라
얼마 전, 태터앤미디어는 지방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댓글 실명제 강제 실시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태터앤미디어는 현재 5개의 등록 인터넷 매체를 운영중이며 이 언론 매체 가운데 3개 매체가 월간 10만 방문자가 넘어서고 있다는 이유였다. 선거기간 동안 댓글 실명제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했다. 완곡하게 말하면 '사양'했다.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본인확인 시스템을 민간 매체 사업자가 구태여 적용할 필요도 없고 선거기간 동안 선거관련 댓글이 달릴 가능성이 높은 매체들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댓글을 익명으로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독자들과의 소통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길을 택했다. 선거기간 동안 댓글을 닫아놓겠다는 결정이었다. 유튜브 처럼 실명제 때문에 사업을 철수할 수도 없고 이 때문에 정책 당국과 논쟁하면서 규제 해소를 호소하고 말고 할 시간이나 여력이 없어서 우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미 우리 매체들의 필진들은 대부분 트위터 등 기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에는 큰 장애를 느끼지 않으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외 유수의 수준 높은 서비스들이 한국의 IT 인프라와 소비자들의 역동성을 보고 투자를 하러 온다고 해도 기가 막혀 다시 되돌아갈 판이다. 인증서버 따로 둬야 하고 불안하게 사용자 개인 정보를 관리해야 하고 해외에서는 통하지도 않는 갖가지 필수 장비를 구비해야 하니 구태여 그렇게 공들여 가면서 소비자들을 부자연스럽게 만들 가치나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다.

수년 전 잠깐 한국 지사로 들어왔다가 철수한 마이스페이스 이후로 우리나라에 투자하러 온 외국계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도 곰곰히 따져봐야 하지 않을가 싶다. 이런 한국의 이상한 규제로 해외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되돌아 갔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흔하게 듣는 이야기이다.

시대 착오적이고 효용성은 물론 명분도, 실익도 없는 실명제는 지금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추후 주민등록번호를 민간 사업자들이 취득하여 관리하고 보관 저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정책이다. 지금 국민들 입 막느라 실시한 법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1원에 팔려다닌다는 소식에 자존심 상하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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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4/08 10:25 2010/04/08 10:25

기자 이름을 기억할 필요 있나요?

Column Ring 2010/03/25 14:59 Posted by 그만
기자. 직업이다. 또는 직군이며 어떤이는 '역할'로 규정짓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기자'는 '메신저'다. 메시지를 전달해서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은 자의적인 관념보다 사회적인 통념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받는다.

공인에 준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나 그 사회적 위치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위치와 연계되어 있어 언론사에서 이탈될 경우 그 즉시 그들은 사회적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자격정지의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개인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브랜드가 과연 자신과 조직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여부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직접 겪어보았다.

기자협회보에서 네이버 '기자 검색' 서비스 얼마나 유용할까라는 기사가 어제자로 보였다. 여기서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굳이 이게 필요할까, 또는 이게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듯 보였다.

사실 네이버의 엉성해 빠진 검색 서비스가 하나 추가됐다는 의미를 파고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왜 이것이 필요한가' 또는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미디어의 진화 방향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어야 할 것 같다.

이 기사에 앞서 디지털데일리의 한주엽 기자는 기자별 기사 검색 시대, 기자님들 준비됐나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고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와 코멘트를 요청했다. 다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잘 요약해서 전달했다.

명승은 태터앤미디어 대표는 “기자들 생각이 깨어 있으면 자기 색깔을 띠고 브랜딩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인만의 색깔, 본인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능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네이버에서 '쓰지 말라고' 작정하고 만든 기능처럼 보이니까. 누가 일부러 보겠는가. 문제는 이 기능을 통해 '여차 하면' 기자의 성향과 의도, 취재 범위와 취재 능력, 글쓰기 스타일이 분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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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슷한 서비스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적 있다. 벌써 2007년 9월에 링블로그를 통해서 미디어 2.0 시대, 이슈는 독자가 정한다는 화두를 던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뉴스를 읽는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인 정보를 던져주고 한쪽으로의 여론몰이하는 기성 언론의 게이트키핑에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초점은 여기에 있다. 늘상 해오던 우리의 습관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정밀한 시스템이 보편화될수록 소비자(수용자)는 저항의 수단, 또는 역공의 수단을 만들어 놓을 것이고 그 역공은 의외의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런 수단이 공격받아 제 갈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세계 최초'라는 드문 딱지를 달고 있는 기자 평판 시스템(어찌보면 소셜뉴스 메타 시스템 같긴 한데)인 뉴스로그 시즌3에서 초기 '베스트'와 '워스트'로 나눴다가 언론사와 기자 개인의 항의를 받아 서비스가 온건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자와 블로그를 분리해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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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숨막히는 뒤태' 전문 기자를 아는가. 박성기 기자가 바로 그다. 박성기라는 이름은 흔하겠지만 기자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의 사진이 어떠한 패턴으로 생산되고 송고되고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의식적으로 메시지를 생산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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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비의 주민번호가 유출되고 포털에게 좋은 낚시 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성기 기자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꾸준했지만, 묘하게도 박성기 기자라는 사람의 '특성'이 보편적인 기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그를 '뒤태 전문 기자'로 부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연예인 가운데 '싼티' 캐릭터라든가 '돌아이', '비호감' 캐릭터를 자처하는 개그맨들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그속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콘텐츠 공급 업체로 개인형 브랜드를 채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에서 개인을 통한 콘텐츠 공급과 수급은 일상화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신디케이션 산업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역시 2년도 넘은 글이지만 네이버가 선택한 개인 CP라는 글에서도 미디어 산업의 수급 변화를 지적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무척 좋아하는 해외 언론사의 최근 별것 아닌 것 같은 서비스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바로 씨넷 뉴스닷컴(news.cnet.com)이다. IT 전문 콘텐츠로 유명한 이곳에서 최근 CNET River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종의 매시업 서비스인 셈이다. 그런데 잘 보면 이 서비스의 의도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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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트위터와 씨넷 뉴스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글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만일 이런 아이디어가 우리나라 언론사들로부터 나왔다면 처음부터 '우리가 직접 만들어놓은' 단문 서비스 하나 달아놓았을 것이다.

언론사들의 업그레이드가 이미 오래 전에 멈춰 있는 자체 블로그 사이트 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고 있고 독자들이 어떤 것이 관심이 있는지 잘 살펴보면 의외로 보기도 쉽고 기자들의 경쟁도 유도할 수 있는 매시업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결국 “개인브랜드를 키워내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앞으로 언론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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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14:59 2010/03/25 14:59

최근 우울한 소식 두 가지 때문에 마음이 매우 불편하군요.

하나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유인촌 장관의 환영 장면을 편집해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을 문화관광부가 고소한 사건이구요.

다른 하나는 김길태 팬클럽 카페를 운영한 누리꾼을 경찰이 형사 입건한 사건입니다.

둘 다 당사자가 잘못이 있었고 이에 대해 행정부 공권력이 사용된 사례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은 '정말 그 정도로 잘못했느냐'에 대한 경중의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먼저 일명 '회피 연아' 사건을 생각해봅니다. 먼저 김연아 선수를 반갑게 맞이하는 유인촌 장관이 마치 '성추행 하는 것 처럼 비춰지도록 편집'했고 이는 명백히 '명예훼손'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장관 개인의 명예훼손이겠죠.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 장관 개인의 명예훼손 문제를 정부 공무원이 나서서 정부부처 이름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입니다. 더구나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동영상을 접하고 게시판에 옮겨놓은 유포자들 역시 무차별적으로 출석시키는 바람에 당사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현 이명박 대통령 역시 명예훼손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례가 있지만 이 역시 명예훼손 당사자였던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내야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여하튼 권력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때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동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비쳐질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하는 행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게시물이나 기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할 자격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진 바 있기 때문이죠.

사법부는 유사한 소송 때마다 일관되게 가급적 정부 권력이 언론이나 비판하는 자에게 불평등한 권력 수단을 이용하여 억압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취지의 판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누리꾼을 소송할 주체인가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분명히 '조작하여 오해되도록 보여지게 한 의도'가 다분한 동영상 편집자에 대한 소송은 장관 개인의 이름으로 진행했어야 맞습니다. 소송이 마무리 되기 전에 임기가 끝날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따지고보면 그렇게 큰 명예훼손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 동영상을 본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그 동영상으로 인해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쿨하게' 해명을 보여주고 '실제 동영상'을 역으로 유포하여 동영상을 조작한 사람에게 사과를 유도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현 정부를 욕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여지는 진실에 반발하거나 억지를 부리기보다 차라리 편집자의 과욕을 나무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인터넷이 그렇게 우민들이 휩쓸려 다니는 것 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불처럼 일어나는 역동적인 심리의 광장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했을 것입니다.

지금 이런 식의 대응이 얼마나 더 피곤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느낀다면 소송을 취하하고 대신 편집자에게 정중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훨씬 쿨해 보입니다.

* 덧, ‘회피 연아 동영상’ 왜곡 조작 배포자 수사 의뢰와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명예훼손을 한 당사자에 대한 처벌에 대하여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숙고하여 결정할 예정입니다."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최근 대중매체 뉴스에서 거의 도배되다시피 하는 '김길태 성폭행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길태를 어이없게도 찬양하고 추종하고 마치 현 상황 뒤에 감춰진 음모가 있는 듯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길태 팬 카페 운영진에 대한 경찰의 형사 입건 소식입니다.

철없는 누리꾼 행동에 단체로 돌팔매질, 죄의 경중은 없나?
먼저, 언론의 무식한 '들이대기'에 좀 화가 납니다. 인터넷에서 종종 횡행하는 '가지치기 보도'의 흔한 사례인데요. 보통 큰 사건이 일어나면 관련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변 아이템을 샅샅이 훑는 보도를 말합니다. 김길태 팬카페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을 때 사실 이 카페에 가입해서 보니 회원이 고작 700명, 그것도 욕하러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난 뒤 보니 수천명씩 늘어나더군요. 대부분 보도를 접하고 항의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대로 낚시였죠.

여기서 문제는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폐쇄되거나 살아남더라도 평균인의 가치관과 워낙 동떨어진 정서여서 관심을 잠깐 받다가 사라졌을 것입니다.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종류의 희한한 가치를 품고 있는 카페는 부지기 수이며 기자들이 심심하면 카페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걸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관심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라지는 경우가 거의입니다. 오히려 관심이 먹이였던 셈이죠.

형사입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형사법에 의한 처벌을 염두에 둔 사건 조사의 시작이며 입건은 곧 검찰을 통해 기소 후 형사재판이 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입니다. 물론 중간에 검찰에 의해 기소유예나 불기소,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등의 중간에 방면되는 사건도 있겠지만 최소한 공권력이 인신 구속을 전제로 조사하겠다는 말입니다. 입건하는 주체가 공권력이어서 민사 사건 처럼 상대방이 고소를 취하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경찰의 형사입건의 사유를 보아하니 정신나간 소리 몇 마디 한 것을 두고 전기통신망법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사자에 의한 명예훼손을 걸고 넘어지는군요. 전기통신망법에 있는 허위사실 유포는 알다시피 미네르바를 형사입건해서 처벌하려고 들이댄 죄목이었습니다. 또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허위에 의할 것'이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보아하니 누가 봐도 헛소리인 게시물이고 해당 카페에 가입되어야 볼 수 있는 글들에 대해 과한 처벌이 아닐까 싶습니다.

헛소리할 자유까지 보장한 표현의 자유는 어디 갔나?
법감정에 준하는 처벌이라고 보기도 힘든 것이 김길태 팬카페를 개설해서 주목받고 싶어서 헛소리 몇 마디 한 것을 '범죄'라고 하기보다 '꾸짖어야 할 그릇된 행동' 정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언론에서 몇 천 명이라고 이야기하는 회원들 대부분이 꾸짖으려고 카페에 가입한 것이고 그들이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이 카페가 지속적으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능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몇 겹의 가식적인 가면 한 두 가지를 벗어던지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정상적이고 사회 규범과는 동떨어진 꾸짖음을 받을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웃자고 농담하는데 정색하고 죽자고 달려드는 분위기'도 어색할 뿐더러 철없는 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사회적인 규범의 잣대로 꾸짖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공권력부터 들이대려는 것은 자칫 인터넷에서 자기 표현을 하려는 이들에게 자꾸 자기 검열을 강제하게 될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꾸짖어야 하지만 경중없이 우루르 몰려다니며 '강력한 처벌' 운운하는 것도 위험하고 함부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만큼 공권력이 앞서나가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각박해지다보니 자꾸만 '독한 처벌'만이 능사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아쉽네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인심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일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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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00:12 2010/03/18 00:12

오늘 오전에 트위터에서 로이터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소식이 떴다. 많은 사람들이 못내 폐쇄적인 로이터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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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링크돼 있는 기사는 미국 매셔블닷컴 기사다.
Reuters to Journalists: Don’t Break News on Twitter

이 기사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으로 알려진 "기사 소스를 트위터에 미리 올리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은 다음의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Social media guidelines[Reuters]

사실 잘 들여다보면 트위터들이 우려하는 식으로 트위터에 대한 적대감이나 최소한 깊은 우려감을 발견하긴 힘들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또한 이런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은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이며 상식선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는 IBM에서 작성한 블로그 가이드라인을 간단하게 요약한 버전이다.

1. IBM 비즈니스 행동 지침(Business Conduct Guidelines)을 숙지하고 준수하십시오.
2. 블로그, wikis 등 모든 형태의 온라인 대화는 개인적인 상호작용일 뿐,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IBM 직원은 본인이 게시한 게시글에 대하여 개인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본인이 작성하는 글이 오랫동안 공개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십시오.
3. IBM이나 IBM 관련 사안에 대하여 블로깅을 하는 경우에는 성명과 IBM에서 맡은 직함 등을 밝혀야 하며 1인칭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본인이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일 뿐 IBM을 대표하여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4. 본인이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블로그에 게시글을 게시하는데 있어 그것이 본인의 업무와 관련돼 있거나 IBM과 관련된 주제에 관한 글인 경우에는, 이하와 같은 ‘경고문’(disclaimer) 문구를 사용하십시오. “본 사이트의 게시글은 본인의 것으로 반드시 IBM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5. 저작권, 공정사용 및 재무공시 관련 법률을 준수하십시오.
6. IBM이나 타인의 비밀정보, 또는 여타 고유정보를 제공하지 마십시오.
7. 고객, 파트너사, 또는 협력업체의 이름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용 또는 언급하지 마십시오.
8. 독자를 존중하십시오. 인종, 민족을 근거로 한 욕설, 개인적 모욕, 음란물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타인의 프라이버시와, 정치, 종교 등 반감이나 흥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주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9. 해당 주제에 대하여 블로깅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고, 그 사람을 인용하십시오.
10. 싸움을 걸지 말고, 실수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실수를 수정하십시오. 이전의 게시글을 표시 없이 수정하지 마십시오.
11. 가치를 증진하고자 노력하십시오. 가치있는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십시오.

역시 여기 내용에서도 IBM이 조직으로 가진 정체성과 일관성, 그리고 사회적인 위치에 대해 감안하면서도 개인들의 표현에 자유에 대해서는 특별히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내용이 아니면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 트렌드가 벌써 6, 7년 가까이 되면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는 조직(기업이든 관공서든, 공공 기관이든, 언론이든!)이라면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조직의 성격만큼 소셜미디어를 대하는 조직들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스스로 미국의 대표적인 미디어이면서 블로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초창기부터 내놓은 야후닷컴의 경우를 비롯해 일찌기 수백 개의 내부 블로그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오라클과 합병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역시 상식적인 선에서 소셜미디어 정책을 공표해 놓았다.

Internal Blog Guideline[야후 내부 블로그 가이드라인]

Oracle Social Media Participation Policy[오라클 소셜미디어 정책]

▶[인텔 소셜미디어 지침]

즉, 조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대할 때의 최소한의 상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상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를 담고 있다.

1. 조직의 이해나 견해를 개인이 대변하지 않으며 개인 책임임을 강조(조직과 개인의 견해 분리)
2. 비밀 유지, 업무상 취득한 정보의 불필요한 누설 금지(조직원 윤리 규정 준수)
3. 인종 및 남녀 차별, 성적 희롱, 과격한 언쟁 금지(사회적 규범 준수)
4. 저작권, 선거법, 재무공시, 음란물, 프라이버시 등 침해 금지(현행법규 준수)
5.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주제 정보 생산 독려(긍정적 콘텐츠 내용 권장)

이런 관점은 기본적으로 조직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며 이러한 의무 조항은 조직원으로서 갖춰야 할 품의와 규제 준수에 대한 범주 안에 있으므로 조직의 권고는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또한, 일부 권장되는 내용(recommendations)은 '규제'나 '강제'라기보다 '권고'이므로 '따라주면 좋을 것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는 위반시 가해질 명확한 제재수단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조직원으로서는 '강제'로서의 압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식적인 규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앞의 로이터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블로그가 짧게 요약한 것, 그리고 그것을 더 간단명료하게 단순화시킨 트위터 내용에 따라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림위즈 트위터 검색 [Twtkr]

라이브K 검색 [LiveK]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사에서 조직원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명시적으로 공개해놓은 곳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공개돼 있는 가이드라인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동아일보에서 공표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서도 위의 요소가 대부분 들어가 있고 몇 가지 '기자 윤리'나 '언론사 책임' 부분이 추가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사 우선'에 대해서 역시 조직이 조직원에게 '권고'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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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없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는 조직 1.0이 가진 한계라고 봐야 하는데 '조직'은 전통적으로 '획일성'과 '단일성', '통일성', '일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애초에 개인의 개성을 융통성 있게 허용하기 힘든 구조라고 봐야 한다. 법률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일관성'이나 '통일성'이 개인 몇 명의 돌출 행동으로 깨졌을 때 조직 전체가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의 경우 '논조의 일관성'이라거나 그 언론사 간부의 기준이겠지만 최소한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가이드라인은 자사 조직원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중앙일보에 재직했던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 사건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언론사의 필요를 증가시켰다. 논조의 다양성을 용납할 수 없었던 중앙일보는 조직원이었던 이여영 기자에게 제재를 가했고 편집국은 자사 논조에 반하는 글을 쓰지 말라는 식의 강화된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그 뒤에 감춰진 다양한 함의들이 있지만 일단 우리나라 언론사의 '다양성 무시'에 대한 명확한 사례라고 보여진다.

이렇게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분산화된 가치 다양성이 겹쳐지면서 조직 1.0과 조직 2.0이 충돌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이때 우리는 전통적인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고 최소한의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한 채 새로운 가치를 인정해주는 수준, 또는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가이드라인'이라고 봐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 조직이 갖고 있는 투명성과 다양성 존중에 대한 철학이 그 바탕일 것이다.

나 역시 강의 때마다 조직원들에게 조직이 '소셜미디어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알리라고 권한다. 이는 조직에 순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시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조직원이 조직에 해를 주면서까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면 조직으로서는 조직원의 거취에 대해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면, 조직원들에게 조직에서 몇 가지 정도의 금지 사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셜미디어 활동은 '적극 권장'한다는 인상을 주는 방편으로 이 '가이드라인'이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겼을 때다. 그리고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천착했을 때 조직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고민이 남게 된다.

여기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은 이미 예전에 써둔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2007/10/04 언론사에게 블로그는 무엇일까
2007/02/26 기자 블로그, 기회와 함정

결론적으로, 조직은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 아니라 권장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기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가이드라인을 조직원에게 제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조직에게 유리하며, 개인에게도 상식선의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이 개인들을 향한 일방적 족쇄로 작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우리 회사요? 가이드라인 그런 거 없어도 문제 일으킬 정도는 아닌 듯 싶고, 위기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범위에 모든 직원이 들어 있어서 별로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아서들 하겠지... ^^ 위의 가이드라인은 규모 있는 회사용입니다.

* 쥬니캡님이 최근에 작성한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만들기 도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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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2 17:00 2010/03/12 17:00
어지간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쪽으로 가면 좋으련만, 늘 반복되는 실수와 무관심, 그리고 무지가 뒤섞이는 것을 보자니 답답하다. 국내 ebook, 즉 전자책 시장 이야기다.

지난 해 7월 즈음 인터파크가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을 때 주식 시장은 환호했다.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미국에서의 아마존 킨들의 승승장구 소식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예 전자책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앞질렀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이른바 '전자책 테마'가 주식 시장을 후끈 달아 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27일 인터파크는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하고 전자책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인터파크는 일찌감치 LG를 파트너로 삼고 LGT의 3G 통신망 서비스까지 사용하도록 한다는 계획과 함께 LG이노텍을 단말기 공급사로 낙점했다. 인터파크는 올해 30만대에서 시작해 2012년까지 100만대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그만이 설명회 현장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여러 경로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파크 전자책의 모양새를 미리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카페와 블로거들도 설명회에 참석한 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

6인치 e-잉크(e-ink) 디스플레이

독서중 본문 내 사전 검색, 메모 가능

글꼴 조정 가능
4GB 내장 메모리

USB 지원

무게 300g 이하

배터리수명 7000 페이지뷰 이상

3G 무선네트워크 무료제공

epub, pdf, doc, xls, ppt, hwp, txt, html, jpg, bmp, gif, png, mp3 파일 지원

신문/ 잡지 구독 기능

TTS 기능(한글,영어 읽어주는 기능)

초기 서적 콘텐츠 2만권(기간제 대여 가능)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2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와이파이(무선랜)를 탑재한 전자책 기기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아마도 메모리가 좀 더 크고, 한글과컴퓨터와의 제휴를 통해 확보된 오피스 파일 및 HWP 파일 호환 정도가 기능상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빠져 있지만 3G 통신망을 이용해 모바일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테마주 소식에 왜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심지어 모 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인터파크보다는 원천 도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웅진씽크빅이나 민음사, 김영사 등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다소 '뻔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인터파크 주식의 흐름을 보면서 약간 의아스러운 점을 이야기해보자. 지나 11월 말에 5,49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상승하다가 1월초 급작스런 상승이 있었다. 그리고 등락하다가 지난 1월 27, 28, 29일 3일 동안 엄청난 폭락을 경험하게 된다. 거래량도 평소에 비해 급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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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은 테마를 형성하면서 실적이 좋은 Yes24로 몰리면서도 풍부한 현금 유동성과 시장 주도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터파크를 주시해왔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기가막히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관은 올해초 급상승장을 주도하며 급매수하다가 갑자기 1월 말 투매를 시작하면서 인터파크 주가를 급등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올해초부터 시작되 기관의 매수물량에 맞서 대량 매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1월말 급락장에서 약간씩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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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이것이다.

'아이패드' 효과였다. 아마존 킨들과 동일한 컨셉트로 나오게 되는 인터파크의 사업모델에 이미 외국인은 당시 '아이 슬레이트'라고 알려진 '킨들 킬러'가 1월말 발표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터파크의 킨들 유사 모델로는 당분간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존 역시 점차 출판사들과의 수익배분률에 있어서 협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누구나 인지하고 있었지만 기관은 왜 인터파크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아이패드 발표와 함께 던져버리고 만 것일까.

전장은 다른 곳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추측컨대 범주화의 오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한다. 외국인은 이미 아이패드가 전자책의 대용품이 아니라 전자책을 아우르는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고 국내 기관은 아이패드를 전자책 테마에 넣어 분석한 것이다.

아이폰을 '휴대폰' 범주에 넣은 오류를 반복한 셈이다.

향후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유통 경로의 말단으로서의 '기기'는 사실 이제 어떤 범주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 단말기에 유통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시장을 창출하겠지마 결국 컨텐츠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가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구글과 MS 등이 뛰어들면서 바꿔나가게 될 시장의 경쟁 포인트는 이미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국내 복합기기의 기술력은 뒤떨어지지 않지만 창조적 응용력과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부수고 다시 뒤섞는 소프트웨어적 사고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작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는 해결없이 안고 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인터파크가 내세운 콘텐츠의 양이 고작 2만 건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협력사라고 해봤자 7대 3의 수익 배분율로는 독점으로 묶어두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한 범용 단말기가 아닌 전용 단말기 전략은 결국 제로(0)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역시나 출판사는 물론 저작권자에게 '지켜봐야 할' 정도의 시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혁신의 시장이 아닌 출판 시장은 영세 출판사의 수세적 태도와 낙후된 계약 관리 시스템, 저작권자의 전자책에 대한 인지 부족, 전자책 전용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전무하다는 점이 사실이 우리나라에서의 eBook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다.

영세 출판사들은 차라리 매출 규모와 현금 흐름의 규모를 크게 할 수 있는 종이책 시장을 선호할 수 있다. 전자책은 효율적이지만 영세하거나 중소 출판사에게는 몸집을 3분의 1로 줄여서 대응할만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의 나쁜 선택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곳이 또한 출판 시장이다.

다들 전자책에 대한 수요를 이야기하지만 겨우 유통의 측면에서만 이 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을 뿐, 저작권자를 비롯한 창작 그룹에서는 전자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직도 요원하다. 그래서 지금 수백억원을 쏟아 부어봐야 제대로 된 '신간 전자책' 시장이 형성 되기 힘들 것이고 이런 상태라면 제 아무리 정부가 나서고 대형 유통사가 나선다고 한들 '종이책'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전자책 시장, 또는 산업'이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전자책의 미래에는 출판사와 저작권자, 그리고 유통사와 단말 제조사, 통신업자와 정부, 심지어 가전 업체들까지 뒤섞여 있다. 정말 개인적으로 온전히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 상태로라면 비관적이다. 그래서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계속 드러내놓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발끈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할 것 아닌가.

관련 업체든 투자자든 관심 있게 지켜볼 출판 및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불편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을 억지로라도 들이미는 이유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산업과 시장은 지켜본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필요에 의해서 각자의 주체들이 참여하고 나서주어야 한다. 정부는 좀더 현실적인 전자책 활성화에 대한 비전과 지원책을 출판인들은 좀더 전자책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스토리텔링 개발을, 유통사는 좀더 싸고 편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조사는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첨단 기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덧, 가볍게 조언하자면, 기존 출판사들로는 답이 안 나온다. 전자책 전용 필진을 파트너로 대거 확보하거나 웹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지식 전파에 노력하는 저작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판사는 어차피 큐레이터이자 거간자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의 배경이 되는 글 :
2009/12/28 킨들의 힘, 우리나라? 글쎄
2009/09/02 15분짜리 e-Book 관련 PT
2007/07/12 전자종이 디스플레이에 맞는 '신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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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2/04 00:59 2010/02/04 00:59
소셜 미디어의 대표주자로 나서고 있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등 마이크로 블로그가 마케팅 도구로 과연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마이크로는 지극히 작은 단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고 이들의 관계 속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되고 나면 매스 미디어를 뛰어넘어 상상하기 힘든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믿음, 또는 현대적인 신화의 범주라서 더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질문이 나왔으면 답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은 멀리 돌아가면서 왜 트위터나 미투데이가 마케팅 하는 사람들에게 연구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부터 말을 해나가야 겠다.

마이크로 블로그, 왜 주목 받는가
너도나도 트위터가 무엇이냐고 묻던 때는 사실 3년 전이었다. 소셜미디어에 미쳐 있던 필자에게도 트위터는 획기적인 소통수단이며 새로운 인프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잠잠했다. 그리고 2009년 하반기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국민 요정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트위터 계정이 알려지고 이외수 작가가 등장하고 언론에서는 너도나도 마이크로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다. 물론 사이드에 2NE1과 빅뱅이 한다는 국내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 '미투데이'가 트위터 열풍에 불을 지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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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인기를 점화시킨 김연아 선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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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빅뱅으로 인위적인 띄우기를 감행했던 미투데이>
 
국내 벤처로 시작된 미투데이를 인수한 NHN이 뜬금없이 트위터가 뜬다 싶으니까 발을 담가 놓고 선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늘 그렇듯이 '연예인'을 대동한 마케팅은 거품이 끼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 거품이 자신에게만 끼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시장에 모호한 거품을 끼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그 낯선 환경과 복잡해보이는 활용법에 1개월 안에 손을 뗀다. 유입율을 기준으로 잡기 힘든 이유이고 나중에 되돌아보면 '하던 사람만 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게 된다.
 
즉, 새로운 서비스든 회사든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에 몰락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케즘의 존재를 일찍 발견시켜준 것이 마이크로 블로그와 관련된 마케팅이었다. 어차피 환경이 더 중요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지난 해 10월 이후 마이크로 블로그의 트래픽이나 관심이 주춤했던 이유는 이런 거품이 걷히고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환경을 준비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9, 10월까지 하루 1만 개에 육박했던 트위터 신규 계정(한 사람이 여러 개 계정을 만들 수 있으므로 사람 단위인 '명'이라고 세지 않는다) 생성이 연말에 이르러서는 급격하게 거의 1/3토막 나더라는 트위터 솔루션을 준비하던 인터넷 업체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 3천건 정도로 폭락 추세였던 신규 유입 수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면서 예전 회복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생겼다. '아이폰'과 '옴니아2폰' 등 스마트폰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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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 블로깅은 모블로깅, 즉 모바일로 블로그하라고 만든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은 좀더 쉽게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서 단순히 '초기 연예인 마케팅'이니 '스마트폰이 나와서 트위터가 활성화 되었느니'하는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분석은 멈춰야 하겠다. 독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인터넷이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주목받게 되는 시스템이 트위터류의 소셜미디어이자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이자, 모바일 서비스인 셈이다. 좀더 다양한 이유들이 트위터라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주목하게 한다. 차근차근 그 이유를 들면 이렇다.
 
1. 검색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대한 관심은 사실 '관계'와 '소통'이었으며 그 '속도'에 있었다. 블로그는 조금 느린 듯 싶었고 이제 힘 있는 블로거와 대접받지 못하는 블로거가 나뉘는 것 처럼 보인다. 실시간성이 특징인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내용이 오가는 장소다. 뜬금 없이 단체로 '요즘 나 외롭다'고 독백을 해보일 수도 없지 않은가. 싸이월드와 가장 닮았다는 마이스페이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뒤엎고 페이스북이 뜨고 있다지만 여전히 '끼리끼리'일 뿐이다. 상대가 나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 난 그에게 접근하기 힘들다. 공개적이지만 덜 인간적인 블로그와 폐쇄적이지만 지나치게 인간적인 페이스북. 그 사이에 트위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처음에 잘 나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꾸준히 늘기는 하는데 폭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이었을까. 발화점은.
 
빙고! 바로 검색이었다. 얼마 전부터 트위터는 최근 검색 엔진 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등에 리얼타임 업데이트 자료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2천500만 달러를 받는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빙은 트위터로부터 업데이트 자료를 받는 대신 각각 1천500만 달러와 1천만 달러를 트위터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이 관련성에서 관계성 수다까지 검색해주게 된 것이다. 트위터에 있어도 누군가 날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마치 블로그가 검색에 포함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듯이, 그리고 반대로 검색이 블로그를 검색해내기 시작하면서 컨텐츠가 풍부해졌듯이 그렇게 검색과 소셜 미디어는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관계다. 여기서 감을 잡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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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빙에서 트위터 내용이 검색된다>
 
'검색된다'는 것이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면 여기서 이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검색'과 관련된 글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2. 유명인이 가세했다
드디어 오프라인에서의 강자가 온라인에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강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랫 동안 온라인은 또 하나의 세계로 여겨졌다. 오프라인의 강자라고 해서 온라인으로 뛰어드는 것은 오프라인의 명성을 일부 훼손하거나 온라인에서의 피곤한 평판 시스템 편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등한 시스템이라는 환상계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유명인, 또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 부르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 고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젊은 유명인(특히 연예인, 방송인, 기자 등)일수록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미디어가 좀더 인터넷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온라인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 일종의 '엮음' 같은 느낌으로 온라인을 오프라인의 연장선으로 여길 수 있는 확장된 관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페이스북이고 트위터인 셈이다. 심각하거나 폐쇄적으로 사이트를 구성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의무감을 갖고 운영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존재하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만 해도 온라인 군중들은 팬으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쿨한 커뮤니케이션(우리 말로는 소통으로 굳어진 듯 싶다)의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팬들의 충성도를 더 높여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 역시 유명인과 중간 과정, 예를 들면 유명인을 만날 때의 느낌이 TV를 시청하는 1000만명 가운데 한 명이 아닌 100명 가운데 한 명, 심지어 초기에는 수십 명 중에 한 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단문 문자메시지를 십년 넘게 써온 네트워크 세대에게 있어서 유명인과의 친교는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고로 유명인과의 관계는 자랑하고 싶은 '액세서리'이고 그 액세서리를 골라준 친구가 트위터류의 마이크로 블로그가 된 것이다.
 
여기서 유명인이라고 하는 것을 '기업'이라고 치환해보길 바란다. 이해가 안 된다고? 그럼 좀더 읽어주길 바란다.
 
3. 가상계와 현실계를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해준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는 취재(촬영)와 생산, 유통의 과정을 거쳐야 최종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물론 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일수밖에 없다. 매스미디어의 이런 약점을 파고 든 것이 '소통'을 무기로 한 퍼블리싱 툴인 '블로그'였다. 블로그는 그래서 미디어 혁명의 삼촌 뻘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블로그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블로그는 구조 독립적이고 일부 확산성을 염두에 둔 시스템이어서 그 연결 고리 자체가 느슨하거나 단절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폐쇄적인 종합포털 블로그들의 군집이 없는 미국 등의 독립 블로그 서비스의 경우에는 더욱 이런 외로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내놓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순서는 매스미디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단지 턴제 방식(댓글이나 트랙백을 주고 받을 때 순서대로 반응하는 방식)의 소통이 매스미디어와의 차이였다. 매스미디어는 어차피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신뢰가 높다고 착각하는 부류들이니까.
 
트위터류의 마이크로 블로그는 '턴제 방식'인 것은 확실하지만 '퍼블리싱 단계' 자체를 아예 즉시성에 의존하도록 시스템화 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SNS의 특징인 연결성에 의존하는 확산성을 잘 구조화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슈를 말하고 어떤 이슈든 내 판단에 의해 나에게서 이슈 확산을 멈출 것인지 이슈 확산의 단계를 거치게 할 것인지 칼자루를 쥐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가상계 영향력을 현실계 영향력으로 치환하거나 현실계 이슈를 가상계 이슈로 전달하는 역할까지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즉시성과 즉흥성을 부여하면서 복잡하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게재 여부를 따져야 하는 매스미디어를 뛰어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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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여객기를 촬영해 화제가 된 트위터 사진>
 
미국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여긱기를 촬영한 사진이 바로 트위터로 전송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전세계는 순식간에 소식을 전달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도 강남 파이낸스 빌딩의 화재를 중계하는 등 매스미디어나 블로그로 전달할 수 없는 종류의 소식 전달 매체 역할을 한 거 역시 트위터였다.

마찬가지로 가상계와 현실계를 넘나드는 온라인 영향력자, 또는 이슈 전달 및 확대 재생산자들이 트위터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트위터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4. 타 서비스와의 연동할 수 있는 유연성
웹의 강자가 몇 번 바뀌었다고는 하나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기존의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개념이 달라야 하고 뭐든 유용할만한 가치를 주어야 한다. 오픈API와 모바일은 아마도 트위터에게 큰 영감을 준 모티프였을 것이다.
 
오픈API란 특정 서비스가 보유한 데이터의 값들을 외부에서 불러와서 다른 서비스와 뒤섞는다든가(매쉬업) 새로운 독립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변형시키거나(앱스, 또는 애플리케이션) 모바일로 전송하는 등의 부가 서비스(애드온, 또는 플러그인) 형태로 변형 가공이 가능하도록 일부 기능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구조 자체가 간단해서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서 다양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나 모바일로의 진출은 획기적라고 표현해도 될만큼 충분한 가치를 보여줬다. 원체 140자 제한이 미국 내 존재하는 단문 문자 메시지의 최소단위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갈 정도다. 단말은 지극히 개인화 돼 있는 휴대폰이 되고 입력은 불편하지만 140자 정도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문자를 보내고 서로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여러 서비스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PC에 떠 있는 인터넷 브라우저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인 특정 사이트 URL에 접속하는 PV나 UV를 기준으로 한 웹 트래픽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서비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외부에서 데이터를 끌어와 계정을 활용하는 경우가 70%가 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막을 잘 모르는 기자들은 '트위터 성장세가 꺾였다'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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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무장한 트위터, 오픈API를 통해 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아도 외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서비스를 구동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됐다.>
 
이용할만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체크 포인트
 
조금 돌아왔다. 그러나 분명해졌다. 트위터 당장 시작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은근히 '트위터'나 '미투데이' 정도는 감당이 될 거 같은데 앞으로 뭐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걱정된다. 얼마 전까지 싸이월드 계정 운영하고 포털에서 카페 몇 개 만들고 블로그만 운영 잘 하면 될 것 같던 온라인 마케팅이 자꾸 뭔가 끼여드는 것 같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래 체크 표를 들여다 보고 과연 지금 우리 기업이나 당장 내가 이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도 될지, 적어도 준비를 해야 하는 플랫폼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쓸만한 것'을 고르는 기준들이다.

v 개인과 집단간 소통을 원할히 할 것
개인들끼리의 소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트위터가 지금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과 조직, 정치인, 단체 등이 계정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트위터를 좀더 부각시켜 준 요소였다. 그런 점에서 국내 소셜 미디어나 SNS류는 단체나 조직 등의 집단 아이덴티티에 지나치게 '공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v 열린 플랫폼을 지향할 것
앞에서 말했듯이 이제 다수가 특정 URL의 사이트에 동시에 모여야 가치를 만들어내던 전통적인 인터넷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개인들끼리의 연결성을 강화시켜주고 사이트 단위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단위로 인터넷의 구조 자체가 변화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v 개인 영향력자에게 최적화될 것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끼리 대화하는 일이다. 기계가 대신 해줄 수 없으며 내가 전체를 대변하던 시대도 아니다. 개인들은 개인들끼리의 영향력을 견주어 서로에게 영향력을 나눠주거나 관심을 배분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특정 영향력자에게 관심과 영향력을 집중시켜주는 유기적인 상황을 만든다. 이때 이런 시스템이라면 최소한 이들 영향력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라도 이 플랫폼에는 뛰어들어 참여해야 한다.
 
v 상시 대화 도구를 제공할 것
모바일이나 기타 애플리케이션 등 사용자들이 어떤 단말, 어떤 환경에 있든 시스템에 접속하여 자신과 남과의 관계와 소통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런 도구가 없는 웹에서만 존재하는 서비스는 이제 가난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v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일 것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 것인가. 다만 여기서 오해하지 않도록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개인들의 잡담'이 아닌 '개인들끼리의 정보 소통'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잡담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하지만 정보 소통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v 직간접적인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공개할 것
몇 명이 이 글을 봤는지, 이 사람과 연결된 사람은 몇 명인지, 얼마나 빠르게 이슈가 확대되는지 등의 통계와 자료가 웬만큼 공개된 시스템이어야 한다.
 
v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말 것
가급적이면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시스템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마케팅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될 가능성도 높고 서비스 자체에 대한 기대도 높아 기업들의 찬조와 협찬, 마케팅 협력 등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짜 서비스에는 대부분 관대하다.
 
v 대화규모를 상업적 가치로 환원할 것
최소한의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수치와 물리적인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좀더 대화가 다양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는 서비스여야 하고 여기에 더불어 상업적인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존재, 즉 신뢰할 수 있는 영향력자의 수가 많이 포진돼 있느냐도 선택의 기준이어야 한다.
 
이런 체크 포인트를 놓고 따지다 보면 왜 NHN의 미투데이가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지, 또는 왜 젊은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주요 접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영향력자들의 네트워크로 거듭나기 힘든가도 이해가 갈 것이다. 사실 기업이나 조직이라면 트위터를 선택하는 면이 나을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종류를 모두 운영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인기가 신뢰로 연결될 수 있을까?
마케터들이 늘 고민하는 주제가 있다. 인기와 영향력, 그리고 이슈 주도하는 힘을 갖췄다고 한들 그것이 제품과 서비스, 또는 브랜드의 신뢰도로 실질적인 연결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비용과 시간과 인력 등 소위 말하는 리소스를 투입해 신뢰도 면에 있어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어쩌면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사안이 아닐까 싶다.
 
또한 마이크로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걱정되는 것은 결국 또 '나누고 구분하기' 범주화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싸이월드니 네이버 카페니 다음 블로그니 하면서 영역 구분을 나누는 자세부터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해외의 트렌드는 마이크로 사이트를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온전히 꾸미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소셜 미디어 링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 개봉에 맞춰 준비해둔 코카콜라 제로 마케팅 사이트를 보면 동영상은 유튜브로, 이미지는 플리커로, 실시간 대화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서비스를 연동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사이트에서는 이미지 인식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사용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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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TR.com 페이지,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뒤섞어서 새로운 콘텐츠 사이트로 구성했다>

아마 여기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멋지고 신나고 친근하다고 해서 이 제품이 곧 '내가 살만한' 또는 '꼭 사고 싶은' 제품으로 바로 치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미국은 물론 각국에서 큰 수의 팔로우어 수를 갖춘 트위터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마케팅 이슈나 홍보 이슈에 대한 링크포스트를 약속 받는 형태의 마케팅도 시작되고 있다. 당연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아마도 트위터가 기업 트위터나 기타 부가 서비스와 데이터를 유료화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빠른 시간 안에 소셜 미디어 캐릭터로 안착 시키고 싶어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러한 유료 옵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마이크로 블로그에 관심을 갖는 기업 마케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급적 소셜 미디어에 진입할 때는 '수치적 성과'가 아닌 '정성적 성과' 지표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하며 그러려면 좀더 장기적으로 관계를 통한 신뢰를 쌓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하여 마이크로 블로그와 마케팅 사이의 궁합을 고려한다면 '천생연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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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일부는 IM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원고가 길어서 일부만 실릴 것 같은데요. 원래 보낸 원문 그대로 링블로그에 싣습니다.

조금은 초보적인 내용입니다. 그동안 정리해보고 싶었던 글이라서 좀 길어졌습니다. 가끔 행하는 소셜미디어 관련 강의 때 소개했던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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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1/23 22:50 2010/01/23 22:50
솔직히 말하면 이제 좀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됐다. 아니, 적어도 이제 쌀로 밥 짓는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거 같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이야기 해야만 한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인가를 말이다.

인터넷 언론, 또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지난 2008년 말 쯤 언론사 대선배이기도 하면서 언론학자로 변신하신 교수님 한 분이 그만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의 인터뷰가 이어졌고 그 사이에 2008년 초에 발간된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라는 그만이 쓴 책의 후일담이 이어졌다.

핵심은 이거였다. "인터넷 뉴스,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까"

정말 긴 이야기를 했지만 우린 서로 막막했다. 그만은 현재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처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박사님은 인터넷 뉴스 이전의 언론인들과 조직, 그리고 현재의 산업 구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첩되는 부분은 서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과거를 내가 이해 못하듯이, 이 분에게 '플랫폼'이란 용어를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묻고 대답했다. "인터넷 뉴스, 살아남기나 할까요?"

사실 어쩌면 서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현재의 인터넷 뉴스라는 거 꼭 있어야 하는 겁니까?"

침묵....

그 인터뷰가 있은 뒤 모 언론사 자회사 출판부 소속 간부 기자가 찾아왔다. 역시 같은 질문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자기 앞가림도 안 되는 사람에게 찾아와 그런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이미 그의 머리 사이에는 미처 염색약의 기운을 받지 못한 흰 머리가 희끗희끗 보였다.

나름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고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뒤 긴 대화가 정리 될 때쯤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에 꼭 대응하셔야겠어요?"

"아니, 인터넷이 지금 대세니까"

"근데, 투자를 하실 생각은 사실 없잖아요."

"투자를 하기엔 좀 힘들고..."

"근데 왜 하시려고 하세요? 안 하시는 것도 옵션으로 넣어두셔요. 매체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옵션 가운데 하나가 내가 하지 못할 것 같은 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지 않는 거에요. 굳이 잘 못할 거 같은 거 억지로 하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노력과 스트레스만 쌓이고 나중에 가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버려진 서비스로 남겨두는 것은 오히려 독자들에 대한 모독이에요.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그 대선배님의 눈에 하찮은 언론계 출신 후배의 이런 이야기는 자칫 당돌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제아무리 천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 미디어 경영의 최고 권위자라고 해도 기자 4명에 편집 디자이너 사진기자 합쳐봐야 3명, 나머지 광고부 직원까지 다 합해봤자 10여 명 남짓인 출판사에서 주간 잡지를 펴내는 노력 외에 어떤 리소스가 남아서 인터넷에 대응한다는 말인가.

이제 인터넷은 단순히 오프라인 지면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컨버팅'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플랫폼 시장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지면과 같은 '사이트'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는 죽었다 깨도 모를 '소셜 미디어'와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네트워크의 영향력' 따위는 어차피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뭘 더 바라는가. 아예 안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괜히 10년 먹고 살 수 있는 거 엉뚱하고 효용성 없는 투자 낭비로 5년도 못 버티면 그것은 종사자들에게 더욱 죄악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지난 수년 동안 언론계 내부의 TFT는 계속되고 더 많은 젊은 기자들과 더 진취적인 기자들은 조직 내부의 변화에 대한 욕망과 절대 변하려 하지 않는 조직원들의 수구적인 마인드의 현실 속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찌됐든 경영진이 자꾸만 뭔가 내놓으라고 하면 뭐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있다. 저마다 'TFT 때문에 죽겠다. 방송이니 새로운 뉴미디어니, 또는 심지어 새로운 포털이나 신규 서비스에 대한 TFT가 수시로 만들어진다'며 괴로와 한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은 지난 이야기이지만, 최소한 내부에서 보고서를 쓰기에 적당할 정도의 자료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해외사례니 국내 일부 사례니, 최소한 첨단 트렌드 용어나 미국 이야기 몇개 소개해줄 때는 출처가 필요할테니 말이다. 그것도 블로거들의 글이라고 소개하면 믿어주지 않을테니 종이로 발간된 자료여야 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벌써부터 소개하려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최근 누군가 다시 자료 도움을 요청해서 '내 블로그나 누구누구 블로그 보세요'하기 민망해서 이 책을 소개했다. 현재 신문방송학이나 언론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웹 2.0시대의 인터넷 신문 발전 전략] 이민규·이완수·김양은, 신문발전위원회

* <신문발전위원회> 사이트(http://www.kcfp.or.kr) 에서 [온라인 자료실]-[간행물] 게시판에 올려진 PDF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건 뭐 퍼머 링크고 뭐고 없는 한국의 사이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군요. --;)

*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학자들의 고질적인 '미국 찬양'은 여전한데요. 오히려 성공한 쪽은 영국의 커뮤니티와 블로그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오히려 독립형 블로그와 커뮤니티는 신진세력이고 기존 올드미디어는 비실대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딱히 모델이 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면에서 가디언의 커뮤니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아래 책도 권합니다.

세계 1등 인터넷 신문에게 배우는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 전략
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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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1/20 00:33 2010/01/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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