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는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뉴미디어 세상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물론 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뉴미디어는 기술적인 진보 이상의 사회적인 변화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비관적인 뉴미디어 세상. 어떤 모습일까?
사소한 일상의 과장
사소한 것이 크게 여겨진다. 침소봉대가 곳곳에서 벌어지게 된다. 우리 집 근처의 사소한 일상이 전세계가 주목해야 할 '사건'이 되어버린다.
사소한 연예인의 일상이 주목되면서 너도나도 그것을 알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연예인의 사소한 말 실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지극히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엽기 사건이 사회적으로 문제시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온갖 잡스러운 이야기들이 따라 붙고 눈덩이 처럼 커진다.
마이크로미디어로의 진화 이면에는 매스미디어를 뛰어 넘어 메가미디어로 진화하는 미디어의 단면이다.
우리는 왜 연예인들의 침대속 이야기에 그렇게 주목하는가. 우리는 왜 지극히 일부 학생들의 졸업생 헤프닝에 그토록 난리인가. 주부의 주차 실력에 왜 그렇게 광분하는가. 정치인의 말 한 마디가 수십 수백개의 기사 소재로 사용되고 수천 건의 블로그 소재로 사용될만한 가치가 있는가.
너무 사소한 것을 참을 수 없는 사회가 되면서 너무 큰 사건에는 침묵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자료의 소멸
디지털화는 대세다. 하지만 디지털화 된 데이터는 무한복제를 거치기도 하지만 한 번 소실되면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소중한 지적 재산들이 어느 중고 PC 가게에서 포맷되고 있다.
뉴미디어는 데이터의 시대를 예고한다. 데이터는 쌓이고 무수한 데이터가 삭제된다. 삭제된 데이터는 잊혀지고 잊혀진 데이터는 처음부터 없었던 자료가 된다.
우리에게 남겨질 유산은 무엇인가. 15년 전 보석글로 썼던 내 일기는 어디에 있는가.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내 리포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20년 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는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 정전기로 인해 먹통이 된 USB드라이브에 저장된 보고서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 데이터는 100년 뒤 유산으로 꺼내서 재생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흩뿌려진 소중한 데이터는 누가 보관해줄 것이며 도메인을 상실한 순간 그 데이터가 있던 장소에 어떻게 찾아갈 수 있겠는가.
뉴미디어 시대에는 지적 유산이 사라지더라도 숭례문 화재 처럼 소실되는 현장을 볼 수도 그 흔적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의 종말
함께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시간에 같은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정서적 동질감이 사라질 위기다. 하루 종일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누가 말해줄 것인가.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공통된 관심사에 등을 돌려 앉은 채 DSLR 카메라 잘 고르는 법, 맛나는 요리 만들기, 오픈소스와 애플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관심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지식인 시스템에 '어느 대학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올리고 답하며 훌리건들에게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나은 이유'를 찾아 다니는 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개인을 기준으로 한 메시지 집중화에 따라 관심사와 주목도의 분산은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말살시킬 것이다.
누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콘텐츠를 보는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며 꿈의 시청률 40%, 또는 꿈의 발행부수 250만부에 대한 이야기는 꿈으로 그칠 것이다. 주문형비디오(VOD)로 한 달치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기사만 골라보는 이들에게 동시감각은 없을 것이다.
물론 스포츠와 사회적 정치적 대형 사건 처럼 동시성, 즉시성, 실시간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콘텐츠도 있겠지만 그 비율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종합격투기도 어제 경기를 오늘 흥미롭게 보지 않는가.
IPTV, DMB, HSDPA, HDTV, 인터넷... 뉴미디어 세상. 정말 우리에게 행복한 꿈의 세상인가 또 다른 나이트메어(악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