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세기의 판단을 내렸다.
아래 좀 긴 대법원의 판결을 짧게 정리하면 요점은 이렇다.
이에 대한 내용은 예전에 우려감을 나타낸 글을 그대로 소개하면서 대신한다. 포털에게 쌤통이라고 할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든 내 글이 남(포털)의 판단에 의해 불법적이라면(사실은 남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두 불법적인 글이 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법원의 판단도 아닌 사업자의 판단에 의해 글은 지워지거나 차단당할 수 있다. 이유는 '불법성이 명확하다고 생각되면'이다. 포털에서 이제 유저들의 글을 맘대로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결국 이렇게 터질 일이었다.
'병상첨병(病上添病)'…포털 수난시대 머니투데이 경제, IT/과학 | 2007.05.20 (일) 오후 1:32
<포털 `명예훼손' 책임의무 판결문 살펴보니..> 연합뉴스 IT/과학 | 2007.05.20 (일) 오전 7:01
[사설] '포털 언론', 사회적 책임 더 무겁게 느껴라 부산일보 사회, 칼럼 | 2007.05.19 (토) 오후 12:21
"댓글속 명예훼손 포털이 책임져라" 매일경제 사회 | 2007.05.19 (토) 오전 9:32
[사설] 포털의 사회적 책임 규정할 법 만들어야 중앙일보 칼럼 | 2007.05.19 (토) 오전 4:56
언 론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만은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만일 이번 판결에서 포털이 이겼다면 언론은 정말 진정한 CP로 전락할 위기였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포털이 졌다고 해서 언론이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포털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기생언론'들은 주의해야 한다. 그동안은 포털의 뒤에 숨어서 '온라인판 카더라 통신'을 생산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미 그만은 심각한 화제를 던져놓은 바 있다. 이때 재미있는 반응은 '댓글'의 순기능이나 역기능에 대해 논의하고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댓글의 '관리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댓글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없었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 블로거들의 깊은 사색을 기대했던 그만은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다.
"포털뉴스 댓글 구조의 변화 필요" [최진순 기자의 블로그, 온라인저널리즘의 산실]
뇌먹어, 왕따음 법원에게 철퇴를 쳐맞다 [스카보의 정보 꾸러미 상자]
이상하리만치 관심이나 주목도 덜 받았다. 그만이 주목한 것은 이에 대한 인터넷 업계 어떤 이들도 블로그로 이에 대한 논평 한줄 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은 기다리는 것을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이 판결은 완결된 것이 아니며 포털은 항소할 뜻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작 한 회사 당 수백만원 짜리 소송이지만 댓글과 포털의 편집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다.
1. 뉴스 매개자에서 뉴스 편집자로 올라서게 될 포털
이 사건은 사실상 포털에서 막는다고 해서 사라질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 사건은 각종 비난성 글을 양산하면서 각종 게시판에 손쉽게 퍼다 나를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진 셈이어서 포털은 여기에 좀더 빠르고 좀더 집중력 있게 문제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책임을 인정 받은 셈이다.
판결에서 지칭하는 언론사의 기사가 어떤 것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언론사는 인터넷에서 회자 되고 있고 각종 게시판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것을 '기사화'했으며 이를 포털로 전송했다. 언론사는 이 기사에 대해 '판단'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곧 '권리'가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권력인지는 언론사들이라면 손쉽게 개념을 잡을 것이다. CP들의 헤드라인은 포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언론사들이 무엇을 보내든 이를 필터링하고 중요도를 판단할 막강 권력을 포털에게 안겨주는 동시에 '통제'에 대한 책임까지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댓글 게시물에 대한 필터링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기사에 대해서는 포털이 '게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좀더 확대되면 CP로 전락하는 언론사들과 대형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포털간의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2. 포털, 댓글을 포기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 그만은 일전에 논란을 예상할만한 포스트를 올렸고 놀라운 댓글 토론을 보여준 바 있다.
2007/03/08 포털, 댓글을 버려라
포털, 댓글에 대해서 이렇게 자꾸 끌려 다닐 필요 없다. 당장이라도 댓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좀더 관리 집중화된 버전으로 갈아탈 방법을 찾을 때가 됐다. 앞으로 유사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은 쓸데없이 엉뚱한 법이나 만들 생각 말고 언론법 전체를 좀더 손을 봐서 '뉴스 신디케이션 사업자'들에 대한 권리와 책임 한계에 대해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가리지 못하고 포털부터 욕하고 보는 사용자나 일부 중소 CP들 역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시즌2의 방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언론사는 포털 뒤에서 포털 엉덩이에 똥침 넣을 생각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과감하게 포털과 같이 가든가 포털과 평행하게 가라. 댓글 관리권을 가져오고 댓글과 관련된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
찌라시 언론들은 당장 사업을 접어라. 포털이 당신들을 겨냥해도 이제 할 말이 없게 됐다. 당신들은 포털과 소비자들에게 동시에 피해를 입히면서도 엉뚱하게 '언론사'라는 방패를 들고 숨어 있다. 당신들의 쓸모도 거의 다 되어가고 있다.
2007/05/17 그만이 보는 검색사업자법은 '만드나 마나'
블 로거들은 좀더 적극적이 되자. 포털 기술업계들이 트랙백을 손쉽게 블로그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논의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인터넷 전반으로 흩뿌리고 응집력을 과시하도록 독려하자. 놀랍게도 댓글에 대한 관리는 블로거들이 제일 잘하는 일 아닌가.
포털도 간편한 의견 개진에 대한 통로를 모두 막아선 안 된다. 집중화된 게시판이나 사안별 게시판을 통해 댓글에 대한 관리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3. 권력자들의 FUD 전략, '인터넷이여, 순한 양이 되어라?'
기존 권력자들은 FUD 전략을 늘 마지막 카드로 내놓는다. FUD란 Fear(두려움), uncertainty(불확실성). doubt(의심)이라는 사람들의 기저에 깔린 심리를 이용해 보수적인 소비로 환원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IBM과 MS 등 기술업계에서 종종 사용한다. 예를 들어 MS는 "리눅스는 신뢰할 수 없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파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전부 알고 있는가 그들 가운데 해커는 없을까?"라는 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소비자들은 리눅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확실한 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시장 지배력이 가장 높은 곳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디어도 이런 전략은 늘 통했다. 종이 언론사들은 늘 "인터넷은 믿을 수 없다. 익명으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당신은 공격받을 수 있다. 뉴미디어는 신뢰할 수 없다." 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놀랍게도 이런 메시지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돼 있는 메시지다.
권력자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감시하고 통제할만한 명분을 찾는다.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불안감 조성'이다. 이는 특정한 피해 사례에 대한 일반화를 주 업무로 삼는 언론사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새로운 규제법과 사업 통제, 여론 몰이를 수행한다. 현재 더 심한 곳은 미국이다. '애국법'은 인터넷이나 전화통화에 대한 전면적인 '감찰'을 강화하게 만들었는데 이 것은 '9/11' 이후의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어쩔 수 없는 동의'를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는 좀더 손쉽다. 보수층이 어느 나라보다 투텁기 때문이다. 여론을 주도한다는 계층의 대부분이 단단한 보수층이다. 심지어 신세대를 가장한 뉴라이트라는 황당한 조직까지 당연스럽게 등장하지 않는가.
이제 시작됐다. 그들은 인터넷을 그냥 '기술'로 봤다. '소통 창구'나 '여론 수렴지'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차례 당했다. 이제는 그들을 잡으려면 '머리통'을 쥐고 목을 죄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래서 현재 빈약하고 느슨한 꼬리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해줄 것인지 더 관심이 간다.
이와 관련해 블로거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점차 이용자의 권한은 축소되고 운영자의 책임과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률적 판단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낀다.
**덧, 아직 감을 못잡았을지 모르지만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면 댓글로 누군가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욕하는 글을 남겼을 경우 즉각즉각 지워주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난 설치형 블로그라서 이 판결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어찌 그 댓글 하나하나의 불법성을 판단한단 말인가!]
요즘 일도 넘치고 정신도 없고, 외근도 잦고 술에 취침시간이 늦어지면서 자꾸 글 쓸 시간을 놓치네요. ㅋㅋ
그래서 또 날로 먹는 포스팅을 준비해봤습니다.ㅎㅎㅎ
최근 한 기자가 제게 질문해 온 것에 대한 이메일 답변입니다.
#.포털 사업자들이 블로그에 정.말.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 관심을 보이고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정말로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웹에서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들이 쌓이고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장 광범위한 플랫폼이 바로 블로그입니다. 또한 자사 콘텐츠 외에도 타사 콘텐츠를 아울러 검색하고 있는 전 포털 통틀어 유일한 '모듈'이 바로 블로그 검색 콘텐츠 모듈이죠. 뉴스는 중복이 심하고 특별히 이슈 중심적이며 기사 작성자에 대한 오너십이 적고, 솔직한 의견이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정보 검색 사용자들이 점차 블로그 콘텐츠를 누르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리안클릭에서도 이미 네이버 안에서 블로그 트래픽이 지식인 트래픽을 넘어섰다고 말하고 있고 티스토리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환경 속에서 나온 결과라고 봅니다.
간 단하게 생각해서 검색으로 돈을 버는 검색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블로그를 좀더 꼼꼼히 정확하게 검색해주는 것이 검색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이구요. 그만큼 블로그에 다양한 의견, 제품평, 서평, 생각, 정보들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쌓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네이버의 움직임이 블로거스피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요? 그리고 개방을 하겠다는(그래서 외부에서 네이버 블로거 콘텐츠 수집이 가능한...) 네이버의 행보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네이버가 왜 이런 전략을 펼 수 밖에없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블로고스피어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네이버 블로거들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죠. 외부에서 네이버 블로그 콘텐츠 수집이 가능하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외부 검색에서 잘 걸려서 네이버로 들어올 수 있는 유입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찍부터 했어야 할 조치였죠. 네이버에게 블로그와 카페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 DB입니다. 따라서 유저들이 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겠죠. 단지 덩치 큰 네이버라서 더 주목될 뿐, 이미 이보다 더 충분한 플랫폼 개방이 있었어야 함에도 오히려 늦춰진 것이라고 봅니다.
#.각 포털사의 블로그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이글루스, 티스토리 등을 전문블로그라고 하지만 포털 사업자의 영향을 받는 서비스인데 이를 포털내에 있는 블로그와 따로 구분을 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궁금합니다.
각 포털사 블로그든 이글루스든 서비스형 블로그 범주로 묶을 수 있구요. 설치형과 서비스형 중간이었던 티스토리는 요즘 보아 하니 점차 서비스형으로 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군요. 어차피 호스팅 서비스를 해주고 입력기와 기타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그냥 서비스형 블로그라고 봅니다. 다만, 티스토리의 경우 독립 도메인 설정이 가능하고 외부 HTML 레벨의 수정이 가능하고 데이터를 백업하고 복원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 진영의 플러그인을 차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좀 다른 점이라면 다르겠지만 개념은 회원 가입을 받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주는 서비스로 서로 큰 구분은 없다고 봅니다.
저 는 이들 모두를 그냥 서비스형 블로그라고 규정할 뿐입니다. 설치형, 또는 독립형 블로그라면 호스팅과 도메인, FTP를 통한 파일 교체 등이 모두 가능해야 하며 서비스 사업자의 콘텐츠 관리 규정에 제약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기준으로 블로그를 해야 독립형(또는 설치형) 블로그라고 봅니다.
#.포털의 규제 이슈가 높아질수록 레진사마 사태(?) 같은 일이 더욱 빈번해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포털과 블로그는 함께 하는 것이 맞느냐, 윈윈할 수 있나 또 윈윈하는 게 좋은가? 라는 무식한(?) 질문을 하게 되네요...^^:;;
점점 더 많아지겠죠. 솔직히 저는 포털에서 개인 오너십이 강조된 블로그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는 상태라거나, 블로그내 검색과 이웃맺기, 뉴스 스크랩 등의 기능으로 단일 플랫폼 내 상호 의존성이 높아져 버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포털이 개인이 오너십을 갖고 있고 저작권을 갖고 있는 콘텐츠를 제어한다는 발상도 좀 우습죠.
그럼에도 포털 서비스가 하지 말아야 할 서비스이라고는 보진 않습니다. 서비스형 블로그의 관리권 아래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블로깅을 할 수 있다면야 유저 입장에서는 편리한 도구일테니까요. 하지만 좀더 산업적인 측면이나 미디어적인 측면으로 보면 지나치게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재 포털 블로그 서비스가 블로그 산업화의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티스토리가 요새 서비스형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셨던데 어떤 면이 그런지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에 대해 블로거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점도 있으신건지 궁금합니다.
설치형은 기본적으로 콘텐츠와 운영의 오너십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메인을 소유하고 호스팅을 하고 툴을 자신이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은 설치형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 도메인과 호스팅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는 블로그 운영자의 몫이지요. 그래서 블로그를 이용한다고 하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 지만 서비스형은 다르죠. 그런데 그 중간에 티스토리, 즉 서비스형이지만 도메인을 바꿀 수 있고 일정 부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확장 가능한 모델이 등장한 셈이죠. 이때 초기 약관은 '사용자 중심', 즉 서비스 사용자를 '운영자'로 대접해 주었죠. 하지만 다음이 모든 관리 권한을 위임 받은 뒤로는 Customer care(고객관리)와 콘텐츠 관리, 콘텐츠 차단 및 저작권, 법적 고지, 사용자 가이드라인 등을 규정한 약관이 생기면서 이제는 설치형 서비스로서의 매리트였던 블로그 운영자의 자율적 운영권이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레진 블로그 차단과 같은 일을 만들게 된 계기이자 본질적인 원인인 것이지요. 본질적으로 레진 블로그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또는 규제 행정 기관)가 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이행도 레진님이 해야 하지만 중간에서 포털 운영자가 이를 임의로 기준을 세워서(물론 법적 기준이지만 법도 모두 옳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임의 차단 등의 규제를 개인 이용자에게 가하게 되면 결국 이 블로거는 '운영자'로서의 역할은 극소화되고 '이용자'로서의 의미만 부여되는 셈입니다.
기 본적으로 도메인이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콘텐츠 관리나 운영, 생성과 차단 등의 권한을 과연 ISP 업체가 가질 필요가 있는지 여부가 제 관심사이구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포털이 과연 개인의 콘텐츠를 매우 구체적인 단위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블로거 운영자와 서비스 운영자 사이에 우열과 함께 관리주체와 대상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글이 차단되거나 지워졌을 때 차단당한 입장에서의 블로그 운영자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포털로 다시 되받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악순환 고리도 생길 수도 있겠죠. 생각보다 복잡하고 심각한, 그리고 아주 본질적인 의문이었습니다
I. 사안 및 원심판단
▣ 피고들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 피고 엔에이치엔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고 있음 (피고 엔에이치엔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위 피고들’이라고 줄임)
▣ 위 피고들이 운영하는 위 각 포털사이트에 원고와 교제하였던 여자의 자살 등과 관련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됨
▣ 위 피고들의 뉴스 게시공간에도 2005. 5. 경 같은 내용으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가 다수 게재되었음
▣ 원심은, 위 피고들은 위 각 원고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특정 영역에 배치하는 유사편집행위를 하였으므로 위 각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제3자가 게시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하여 원고로부터의 삭제요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게시물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음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위 게시물들을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함으로써 위 게시물을 게시한 자의 명예훼손을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피고 엔에이치엔은 1,000만 원,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7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하였음
Ⅱ. 판결결과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뉴스서비스와 관련하여,
(1)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가 작성․보관하는 기사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보도매체의 기사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사업자는 명예훼손적 기사를 보도한 보도매체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2)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頭文字)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3) 인터넷 종합정보 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제공받기로 하면서 제공받은 기사를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는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도매체와 사이의 내부적인 책임 분담 약정에 불과하여 이를 이유로 위 사업자의 기사 선별 및 게재행위로 인한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이 사건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위 피고들이 보도매체로부터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기사를 전송받아 위 피고들의 뉴스 게시공간에 선별하여 게재하였고, 그 기사에 게재된 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검색을 통하여 피해자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아 위 피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함.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개설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제3자가 게재한 명예훼손적 표현물에 대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의무 유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적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 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이 사건에서, 위 피고들이 원고와 망인의 교제 및 망인의 자살 경위에 관하여 인터넷에 공개된 게시물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원고의 신원노출을 수반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과도한 비난 일색의 반응 등을 보도한 원고 관련 기사를 스스로 게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게시물들이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명백히 드러나므로, 위 피고들이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불법성이 명백한 명예 훼손적 게시물들에 대하여 삭제 및 차단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함.
▣ 그리하여 본 판결은,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함
▣ 별개의견
위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 사건 원심판결은 정당하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타인이 게시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의무 등을 인정하려면, 그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하며,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는 등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있다는 사정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이와 같은 위험을 인식할 수 있으므로,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의무를 인정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의 삭제 요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임.
Ⅲ. 본 판결의 의의
1. 기사 게재와 관련하여
▣ 인터넷 이용자들은 뉴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얻을 정도로 위 서비스에 의존적임
▣ 최근 일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그 뉴스제공 방식을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최근까지 대부분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들은 시의성, 화제성, 속보성 등의 자체적인 가치 기준에 따라 뉴스의 중요도를 평가하여 자신의 뉴스 게시 공간에 선별 게재해 왔음
▣ 이러한 뉴스제공 방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어 왔음.
그러나 위 사업자는 언론사로부터 송신받아 그대로 제공한 것으로서 그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선별․게재한 기사의 내용으로 인한 법적 책임에 관하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그 법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없었음.
▣ 이 판결에 의하여 위 사업자가 선별 게재한 기사에 대하여는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와 별도로 법적 책임이 있음이 명확하게 되었으므로, 위 사업자들은 신중하게 기사를 선별 게재하거나 선별 게재를 피하고 기사에 대한 검색 기능 만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영을 전환할 것이 예상됨.
한편 명예훼손적인 기사의 선별 게재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인터넷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위 사업자에 의하여 걸러진 뉴스가 아닌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2. 게시물 방치와 관련하여
▣ 인터넷상의 전자게시판 관리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방치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는 대법원 2003. 6. 27. 선고2002다72194 판결이 있었음.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전자게시판 관리자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에 대하여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없더라도 삭제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직접적인 쟁점으로 되지 아니하였고, 이 판결이 이를 직접적으로 다룬 최초의 판결임
▣ 또한, 이 판결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법리적인 근거로서, 아래와 같이 인터넷의 특성 및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과 아울러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함께 참작하여야 함을 밝힘.
► 인터넷 공간에서는 익명이나 가명에 의한 정보유통이 일반화되어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의 표현물이 쉽게 게시될 수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여 검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게시된 표현물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됨으로써 그 표현물로 인한 법익 침해의 결과가 중대해질 수 있음.
►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하여 제공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그 표현물이 게시된 경우에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이용하는 무수한 이용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훨씬 더 커서 다른 어느 경우보다 타인의 법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큼.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위와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사업목적에 이용함으로써 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이익도 얻고 있음.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인터넷 게시공간이라는 위험원을 창출․관리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위 게시공간 안에서 발생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어, 위와 같은 위험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한 관리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 및 정의의 관념에 부합함.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적절히 관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가 위 게시공간의 위험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그 곳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나서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사업자의 관리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의 관리가 미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함.
▣ 다수의견이 밝힌 구체적인 기준에 의하면,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에 대하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그 존재를 인식하였거나 또는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는 그 삭제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함.
►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위 사업자의 게시물 관리에 관한 부담을 줄이는 한편 무분별한 게시물 삭제 등으로 인하여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 그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의 존재를 위 사업자가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함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여 삭제의무를 인정함으로써 합리적이고 기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 사업자의 관리․감독의무를 인정하는 한편,
► 피해자가 삭제 요구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사업자의 관리의무를 인정함으로써,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함.
▣ 앞으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을 인식한 경우에는 삭제, 차단 등의 방법을 취하여 적절히 대처할 것이므로, 그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하여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피해자가 입을 수 있는 심각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