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주인은 누구인가, 인터넷 최 상단의 루트 서버는 누구를 위해 일하며 누구의 통제를 받는가, 또는 인터넷이 영토를 기준으로 한 전통적인 정부 체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범세계 커뮤니티화를 이뤄낼 것이란 예측은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또한 과연 인터넷은 과연 세계를 문화와 지역적 특성을 무시해 범 세계적인 정신 문화를 이룩해 나갈 수 있을까, 과연 누가 사이버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순수한 사람들의 순수한 범세계적 커뮤니티 구상이 어떻게 처참하게 뭉개지는지를 보여주는 가슴 답답한 책이면서도 왜 각국 정부(특히 미국)는 인터넷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들은 어떤 식으로 통제하고 감시하는지에 대해 각종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인터넷을 만들고 관리해왔던 존 포스텔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인터넷 루트서버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하면서도 인터넷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 어떤 정부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왔던 그가 인터넷 관리의 모든 권리 미국 정부에 빼앗기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읊어줄 때는 왠지 모를 울분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책이 진행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각국 정부로부터 범세계적인 인터넷 네트워크의 독립성 유지가 얼마나 힘든 것이며 정부의 관리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그리고 왜 사업자들은 인터넷의 자율성을 믿기 보다 정부의 통제에 순응하게 되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법학자들인 필자들은 초기 인터넷의 시대 정신들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애정어린 조언은 아이러니하게도 잔인하게 느껴진다. 냉혹한 국제 질서와 각국 정부와의 권력 쟁탈전 현실에 대해 인터넷 사용자와 사업자들이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은 일관되게 정부의 통제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약간의 논리적 허점이라도 찾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유린한다.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루트 서버 전체가 미국 소유이며 미국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놓고 보면 그 권력을 인터넷 커뮤니티로, 또는 범세계단체들로 이양해줄 것이란 기대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인터넷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미국과, 국내 인터넷 주소 자원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만리장성으로 내외부 인터넷 정보 흐름을 교묘하게 통제하고 한쪽으로 유도하는 중국, 그리고 상충되는 권리에 대해 표현의 자유보다 권리자의 보호에 엄격한 유럽들의 현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세계화 및 인터넷 이론들은 왜 영토 기반 정부의 중요성을 그토록 잘못 이해하고 또 그토록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난해한 질문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무척 단순한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가 여러 차례 봐온대로, 전통적인 법체계의 상징인 정부의 물리적 강제력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 권력 전쟁> 300p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