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6점
박현주 지음/김영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야기이다. 언론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언론에 인터뷰를 워낙 많이 사양해서 괘씸한 마음에 언론이 한 때 '미래에셋 까기' 열풍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더구나 일부 언론의 악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는 주식과 펀드 훈풍 때문에 아예 다른 경쟁 펀드들의 집중적인 벤치마크 대상이 되면서 경쟁사들의 미래에셋 깎아 내리기를 부축였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은 후 2008년 하반기가 되어서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펀드와 국내 주가지수 연동 펀드가 연이어 무너지고 손실률이 절반이 넘는 상황이 발생되자 '미래에셋 위기론'에 불을 붙여준 곳도 언론이었다.

특히나 경제지들의 그 까칠한 시선은 내가 현장에서 더 잘 안다. 미래에셋은 그야말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처럼 보였고 '너무 잘 나가서 얄미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미래에셋이 IMF 외환 위기 직전 설립되어 지난 10여 년 동안 급성장해오면서 심지어 언론들은 좌파 정권과의 유착설까지 소문을 내고 다녔다.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은 언론들은 미래에셋의 경이적인 성장에 놀라와 하고 펀드 광고라는 매력적인 타협안에 우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전히 일부 언론의 의심에 찬 눈꼬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미래에셋 광고 서적에 불과하다. 너무 이르다. 이런 책이 나오기엔 미래에셋이 아직 원하는 만큼 성공한 기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말한 것 처럼 아시아 1위 금융운용사가 되고 싶다면 그 근처가서 이런 자서전 비슷한 광고책을 냈어야 맞았다.

특히나 이 책이 2007년에 발간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요즘과 같은 그들의 위기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야 그럴싸 하게 성공 스토리 안에 역경을 딪고 일어서는 장면 묘사로 이어졌어야 했다. 그래서 더 아쉬운 책이다.

일관된 박현주 회장의 금융에 대한 철학은 책 내내 반복된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과 나라가 금융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국에 대한 큰 관심, 꿈을 팔지 말라는 당부 같은 것이다.

조금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영업 조직 관리에 있어서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이어지는 조직관리다. 쉽게 말하면 지점 확보를 통한 입체적인 네트워크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 참여한 사령관이 장군을 세워 놓고 전투를 일임하는 식이다. 장군들에게 자신들의 부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많은 부분을 일임해주고 믿어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마이너리티 오피니언' 즉, 소수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확신 같은 것이다. 또는 차별화, 또는 장기적 안목, 또는 변화에 대한 신념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소수의 시각을 가져야 장기적 관점에 설 수 있고 미래의 시각에서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면서 기존 증권업계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경영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증권업계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소수였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132p

업계 관행이 얼마나 깨기 힘든지는 이 블로그가 연신 미디어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증명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낸다면 이런 관행을 뚫고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 느끼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소수의 시각'은 부자들의 눈높이 따위의 비유가 아니라 지금은 무시당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놀림받는 '의지를 담은 주관'에 더 가까운 말일 것이다. 지금 당장의 이익에 충실하기보다 미래의 더 큰 이익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다.

최근 박현주 회장에 대한 기사[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260여억원 배당금 포기"]가 이런 그의 철학이 거짓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좋은 내용이고 마음 속에 담아둘 구절도 많다. 그리고 박현주와 미래에셋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해소해줄만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책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앞에서 말했듯이 빈 구석이 많이 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그다지 몰입되지 않는 중언부언이 많다. 별 세개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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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09:25 2009/04/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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