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국 이렇게 터질 일이었다.
'병상첨병(病上添病)'…포털 수난시대 머니투데이 경제, IT/과학 | 2007.05.20 (일) 오후 1:32
<포털 `명예훼손' 책임의무 판결문 살펴보니..> 연합뉴스 IT/과학 | 2007.05.20 (일) 오전 7:01
[사설] '포털 언론', 사회적 책임 더 무겁게 느껴라 부산일보 사회, 칼럼 | 2007.05.19 (토) 오후 12:21
"댓글속 명예훼손 포털이 책임져라" 매일경제 사회 | 2007.05.19 (토) 오전 9:32
[사설] 포털의 사회적 책임 규정할 법 만들어야 중앙일보 칼럼 | 2007.05.19 (토) 오전 4:56
언론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만은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만일 이번 판결에서 포털이 이겼다면 언론은 정말 진정한 CP로 전락할 위기였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포털이 졌다고 해서 언론이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포털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기생언론'들은 주의해야 한다. 그동안은 포털의 뒤에 숨어서 '온라인판 카더라 통신'을 생산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미 그만은 심각한 화제를 던져놓은 바 있다. 이때 재미있는 반응은 '댓글'의 순기능이나 역기능에 대해 논의하고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댓글의 '관리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댓글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없었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 블로거들의 깊은 사색을 기대했던 그만은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다.
"포털뉴스 댓글 구조의 변화 필요" [최진순 기자의 블로그, 온라인저널리즘의 산실]
뇌먹어, 왕따음 법원에게 철퇴를 쳐맞다 [스카보의 정보 꾸러미 상자]
이상하리만치 관심이나 주목도 덜 받았다. 그만이 주목한 것은 이에 대한 인터넷 업계 어떤 이들도 블로그로 이에 대한 논평 한줄 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은 기다리는 것을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이 판결은 완결된 것이 아니며 포털은 항소할 뜻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작 한 회사 당 수백만원 짜리 소송이지만 댓글과 포털의 편집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다.
1. 뉴스 매개자에서 뉴스 편집자로 올라서게 될 포털
이 사건은 사실상 포털에서 막는다고 해서 사라질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 사건은 각종 비난성 글을 양산하면서 각종 게시판에 손쉽게 퍼다 나를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진 셈이어서 포털은 여기에 좀더 빠르고 좀더 집중력 있게 문제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책임을 인정 받은 셈이다.
판결에서 지칭하는 언론사의 기사가 어떤 것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언론사는 인터넷에서 회자 되고 있고 각종 게시판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것을 '기사화'했으며 이를 포털로 전송했다. 언론사는 이 기사에 대해 '판단'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곧 '권리'가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권력인지는 언론사들이라면 손쉽게 개념을 잡을 것이다. CP들의 헤드라인은 포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언론사들이 무엇을 보내든 이를 필터링하고 중요도를 판단할 막강 권력을 포털에게 안겨주는 동시에 '통제'에 대한 책임까지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댓글 게시물에 대한 필터링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기사에 대해서는 포털이 '게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좀더 확대되면 CP로 전락하는 언론사들과 대형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포털간의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2. 포털, 댓글을 포기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 그만은 일전에 논란을 예상할만한 포스트를 올렸고 놀라운 댓글 토론을 보여준 바 있다.
2007/03/08 포털, 댓글을 버려라
포털, 댓글에 대해서 이렇게 자꾸 끌려 다닐 필요 없다. 당장이라도 댓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좀더 관리 집중화된 버전으로 갈아탈 방법을 찾을 때가 됐다. 앞으로 유사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은 쓸데없이 엉뚱한 법이나 만들 생각 말고 언론법 전체를 좀더 손을 봐서 '뉴스 신디케이션 사업자'들에 대한 권리와 책임 한계에 대해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가리지 못하고 포털부터 욕하고 보는 사용자나 일부 중소 CP들 역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시즌2의 방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언론사는 포털 뒤에서 포털 엉덩이에 똥침 넣을 생각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과감하게 포털과 같이 가든가 포털과 평행하게 가라. 댓글 관리권을 가져오고 댓글과 관련된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
찌라시 언론들은 당장 사업을 접어라. 포털이 당신들을 겨냥해도 이제 할 말이 없게 됐다. 당신들은 포털과 소비자들에게 동시에 피해를 입히면서도 엉뚱하게 '언론사'라는 방패를 들고 숨어 있다. 당신들의 쓸모도 거의 다 되어가고 있다.
2007/05/17 그만이 보는 검색사업자법은 '만드나 마나'
블로거들은 좀더 적극적이 되자. 포털 기술업계들이 트랙백을 손쉽게 블로그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논의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인터넷 전반으로 흩뿌리고 응집력을 과시하도록 독려하자. 놀랍게도 댓글에 대한 관리는 블로거들이 제일 잘하는 일 아닌가.
포털도 간편한 의견 개진에 대한 통로를 모두 막아선 안 된다. 집중화된 게시판이나 사안별 게시판을 통해 댓글에 대한 관리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3. 권력자들의 FUD 전략, '인터넷이여, 순한 양이 되어라?'
기존 권력자들은 FUD 전략을 늘 마지막 카드로 내놓는다. FUD란 Fear(두려움), uncertainty(불확실성). doubt(의심)이라는 사람들의 기저에 깔린 심리를 이용해 보수적인 소비로 환원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IBM과 MS 등 기술업계에서 종종 사용한다. 예를 들어 MS는 "리눅스는 신뢰할 수 없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파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전부 알고 있는가 그들 가운데 해커는 없을까?"라는 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소비자들은 리눅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확실한 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시장 지배력이 가장 높은 곳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디어도 이런 전략은 늘 통했다. 종이 언론사들은 늘 "인터넷은 믿을 수 없다. 익명으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당신은 공격받을 수 있다. 뉴미디어는 신뢰할 수 없다." 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놀랍게도 이런 메시지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돼 있는 메시지다.
권력자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감시하고 통제할만한 명분을 찾는다.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불안감 조성'이다. 이는 특정한 피해 사례에 대한 일반화를 주 업무로 삼는 언론사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새로운 규제법과 사업 통제, 여론 몰이를 수행한다. 현재 더 심한 곳은 미국이다. '애국법'은 인터넷이나 전화통화에 대한 전면적인 '감찰'을 강화하게 만들었는데 이 것은 '9/11' 이후의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어쩔 수 없는 동의'를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는 좀더 손쉽다. 보수층이 어느 나라보다 투텁기 때문이다. 여론을 주도한다는 계층의 대부분이 단단한 보수층이다. 심지어 신세대를 가장한 뉴라이트라는 황당한 조직까지 당연스럽게 등장하지 않는가.
이제 시작됐다. 그들은 인터넷을 그냥 '기술'로 봤다. '소통 창구'나 '여론 수렴지'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차례 당했다. 이제는 그들을 잡으려면 '머리통'을 쥐고 목을 죄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래서 현재 빈약하고 느슨한 꼬리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해줄 것인지 더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