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열심히 써놓은 기사를 '링크'나 구체적인 출처 '언론사와 작성자(기자)'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베껴서 쓰고 있다.
그나마 예전에는 아예 타 언론사를 없는 것 처럼 여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도 원천이 어디인지는 검색되기 때문일까. '00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도까지는 친절히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 친절함은 딱 그정도다.
추가적인 취재도, 부가적인 정보도, 최소한 기사에 대한 자사 입장이나 기자의 주관도 모두 배제된 채 '보도됐다는 팩트'를 그대로 전달한다. 말이 전달이지 그냥 옮겨온다. 단, 요약해서.
논문이든 기사든 인용의 기준은 인용 부분을 제외했을 때여도 원본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인용이 최소한 절반, 사실은 1/3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라면 '전재'나 '도용'이라고 평가해도 방어할 논리가 거의 없다.
언론사라면 공익의 목적으로 '보도'라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원본성이나 독창성(오리지널리티)을 100% 담보하긴 힘들다는 것도 인정한다. 더구나 외신이라면 그 원본이 원어로 노출될 기회가 적어 정보와 소식이 전파되는 데 장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경우 용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쟁지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오고 간접 인용하는 태도에 대해 좀더 되돌아봐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00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신문은, 이라고 보도했다'가 전부인 기사다. 마치 예전에 아침 방송에서 저작권을 무시한 채 신문을 걸어놓고(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조간 브리핑 하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기사들은 모두 '조선일보'라는 이름으로 포털로 송고되어 '조선일보'라는 언론사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하지만 모든 내용은 마치 액자 소설 처럼 다른 언론사가 독점, 또는 특종 보도한 내용이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정확하게는 기사 작성자가 적혀 있지 않은 조선닷컴 기사이지만)는 생산자와 유통자들을 대신해서 '브리핑'의 역할을 맡은 것 처럼 포지셔닝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벌써 몇 개의 기사를 거의 요약해서 옮겨왔는지 모른다. 각 언론사마다 제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베껴오기 방법을 취한 것은 포털 사용자들이 기사를 스크랩할 때 부득불 반대하던 그들의 논리에도 맞지 않다.
물론 이런 종류의 베끼기는 조선일보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하는 곳은 조선닷컴이 유난해 보인다.
분명 타 언론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항의를 해야 맞고 이 항의가 있기 전에 이런 짓을 당장 멈춰야 한다. 이것은 다른 것 다 떠나서 같이 고생하고 있는 언론 동업자들로서도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예전 외신 인용에 대한 논쟁이 있었을 당시에 적법하다기보다 적절한 '인용'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예전 알몸 투시기 관련 외신 번역에 대한 관행에 대해 질타하면서 썼던 내용을 다시 가져와본다.
외신을 보고 한국어로 번역 할 때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습니다.
- 최초 또는 번역 원문 출처를 명기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등등) - 따로 계약돼 있지 않은 경우 최소한의 사실 보도문 정도만 번역 게재한다. - 가급적 외신의 출처 확인 작업을 거친다.(MS 소식이면 MS 공식 발표문 정도는 봐줘야 한다는 식)
또한 인용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출처(특히! 블로거들은 블로거들의 닉네임과 블로그 주소를 반드시 명기할 것!)를 밝히고 언론사와 함께 기자도 함께 밝혀주는 것이 예의다. '보도했다는 내용' 팩트 전달이 목적이면 아주 건조하게 팩트만 인용하면 될 일이다. 해설이나 인터뷰 내용까지 인용하는 것은 '도용'이라고 봐야 한다.
참고로,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서는 '받아쓰기'에 대한 묘한 이중적 태도가 여전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문제제기를 하고 특종보도를 했을 경우 이를 사회적인 '아젠다'로 만들어주는 것은 한 언론사가 떠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이슈제기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타 언론사 기자들에게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받아서 써주는 행위에 대해 묵인하게 된다. 따라서 '받아써주기'는 어쩔 때는 선행이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악행이 되기도 한다.
영향력 비즈니스인 언론사들이 취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반대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제휴 등으로 처리할 수 있고 최소한 인터넷 기사라면 원본으로의 '링크'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덧, 그리고 보니 조선일보는 꽤 오래 전부터 업체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제재를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지키는 자존심 내지는 필드 취재를 중시여기는 기자들 자존감의 발로였다고 본다. 조선일보는 본사 답게 이 모든 일이 '조선닷컴'에서 그런 거라고 발뺌하지 말고 조선닷컴에게도 그런 자존감에 대해 강조해주길 바란다.
동화속에는 행복을 찾아준다던 새가 있습니다.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찾아 다닌 행복의 '파랑새'는 결국 집안 새장에 있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두고도 모른채 탐욕에 이끌려 파랑새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을 현혹하여 파랑새를 찾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도 도처에 넘쳐납니다. 행복만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는 현실은 도외시한 미래와 뜬금없는 희망 판매상들이 넘쳐납니다. 대한민국엔 '商道'도 모르는 장삿꾼들의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다른 컨텐츠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만, 특히 인터넷 텍스트의 경우 흐름이나 맥락이 사라지고 있더군요. 수습 기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되겠지만요. 층위진 논조의 구성없이, 연방 과거만을 읊조리는 어제와 어제, 어제들입니다. 하더라, 했더라, 했다, 밝혔다. 전한다 등이요. 품사가 몸 따로, 팔다리 따로 손가락 발가락까지 규합없이 뚝뚝 갈라진 느낌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다른 컨텐츠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만, 특히 인터넷 텍스트의 경우 흐름이나 맥락이 사라지고 있더군요. 수습 기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되겠지만요. 층위진 논조의 구성없이, 연방 과거만을 읊조리는 어제와 어제, 어제들입니다. 하더라, 했더라, 했다, 밝혔다. 전한다 등이요. 품사가 몸 따로, 팔다리 따로 손가락 발가락까지 규합없이 뚝뚝 갈라진 느낌입니다.
2009/12/07 18:26정말 시기적절한 지적이십니다. 저도 계속 그런 보도를 보면서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통쾌하게 짚어주셨습니다.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2009/12/07 22:07일단 구독자 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목부터 선정적으로, 낚여야 하니 기자 입장에서도 참 골칫거리겠습니다.
2009/12/13 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