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이제 좀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됐다. 아니, 적어도 이제 쌀로 밥 짓는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거 같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이야기 해야만 한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인가를 말이다.

인터넷 언론, 또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지난 2008년 말 쯤 언론사 대선배이기도 하면서 언론학자로 변신하신 교수님 한 분이 그만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의 인터뷰가 이어졌고 그 사이에 2008년 초에 발간된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라는 그만이 쓴 책의 후일담이 이어졌다.

핵심은 이거였다. "인터넷 뉴스,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까"

정말 긴 이야기를 했지만 우린 서로 막막했다. 그만은 현재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처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박사님은 인터넷 뉴스 이전의 언론인들과 조직, 그리고 현재의 산업 구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첩되는 부분은 서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과거를 내가 이해 못하듯이, 이 분에게 '플랫폼'이란 용어를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묻고 대답했다. "인터넷 뉴스, 살아남기나 할까요?"

사실 어쩌면 서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현재의 인터넷 뉴스라는 거 꼭 있어야 하는 겁니까?"

침묵....

그 인터뷰가 있은 뒤 모 언론사 자회사 출판부 소속 간부 기자가 찾아왔다. 역시 같은 질문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자기 앞가림도 안 되는 사람에게 찾아와 그런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이미 그의 머리 사이에는 미처 염색약의 기운을 받지 못한 흰 머리가 희끗희끗 보였다.

나름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고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뒤 긴 대화가 정리 될 때쯤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에 꼭 대응하셔야겠어요?"

"아니, 인터넷이 지금 대세니까"

"근데, 투자를 하실 생각은 사실 없잖아요."

"투자를 하기엔 좀 힘들고..."

"근데 왜 하시려고 하세요? 안 하시는 것도 옵션으로 넣어두셔요. 매체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옵션 가운데 하나가 내가 하지 못할 것 같은 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지 않는 거에요. 굳이 잘 못할 거 같은 거 억지로 하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노력과 스트레스만 쌓이고 나중에 가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버려진 서비스로 남겨두는 것은 오히려 독자들에 대한 모독이에요.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그 대선배님의 눈에 하찮은 언론계 출신 후배의 이런 이야기는 자칫 당돌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제아무리 천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 미디어 경영의 최고 권위자라고 해도 기자 4명에 편집 디자이너 사진기자 합쳐봐야 3명, 나머지 광고부 직원까지 다 합해봤자 10여 명 남짓인 출판사에서 주간 잡지를 펴내는 노력 외에 어떤 리소스가 남아서 인터넷에 대응한다는 말인가.

이제 인터넷은 단순히 오프라인 지면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컨버팅'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플랫폼 시장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지면과 같은 '사이트'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는 죽었다 깨도 모를 '소셜 미디어'와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네트워크의 영향력' 따위는 어차피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뭘 더 바라는가. 아예 안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괜히 10년 먹고 살 수 있는 거 엉뚱하고 효용성 없는 투자 낭비로 5년도 못 버티면 그것은 종사자들에게 더욱 죄악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지난 수년 동안 언론계 내부의 TFT는 계속되고 더 많은 젊은 기자들과 더 진취적인 기자들은 조직 내부의 변화에 대한 욕망과 절대 변하려 하지 않는 조직원들의 수구적인 마인드의 현실 속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찌됐든 경영진이 자꾸만 뭔가 내놓으라고 하면 뭐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있다. 저마다 'TFT 때문에 죽겠다. 방송이니 새로운 뉴미디어니, 또는 심지어 새로운 포털이나 신규 서비스에 대한 TFT가 수시로 만들어진다'며 괴로와 한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은 지난 이야기이지만, 최소한 내부에서 보고서를 쓰기에 적당할 정도의 자료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해외사례니 국내 일부 사례니, 최소한 첨단 트렌드 용어나 미국 이야기 몇개 소개해줄 때는 출처가 필요할테니 말이다. 그것도 블로거들의 글이라고 소개하면 믿어주지 않을테니 종이로 발간된 자료여야 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벌써부터 소개하려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최근 누군가 다시 자료 도움을 요청해서 '내 블로그나 누구누구 블로그 보세요'하기 민망해서 이 책을 소개했다. 현재 신문방송학이나 언론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웹 2.0시대의 인터넷 신문 발전 전략] 이민규·이완수·김양은, 신문발전위원회

* <신문발전위원회> 사이트(http://www.kcfp.or.kr) 에서 [온라인 자료실]-[간행물] 게시판에 올려진 PDF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건 뭐 퍼머 링크고 뭐고 없는 한국의 사이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군요. --;)

*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학자들의 고질적인 '미국 찬양'은 여전한데요. 오히려 성공한 쪽은 영국의 커뮤니티와 블로그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오히려 독립형 블로그와 커뮤니티는 신진세력이고 기존 올드미디어는 비실대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딱히 모델이 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면에서 가디언의 커뮤니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아래 책도 권합니다.

세계 1등 인터넷 신문에게 배우는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 전략
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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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1/20 00:33 2010/01/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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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감이에요.

    Tracked from 신문 다시읽기  삭제

    전 직장 다닐때만 하더라도 정말 순진하게, 온라인하고 오프라인하고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직장으로 올때도 오프라인 매체 조직이 온라인화 되는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었지요. 일반화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신문사에서는 오프라인(지면)이 가지고 있는 거품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 생각도 하지 않는것 같아요. 그들 마음에는 99%가 오프라인입니다. 해외에서 오프라인 신문사가 망하고 온라인 광고..

    2010/01/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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