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벨기에 언론사의 의미심장한 실험이 알려지면서 국내 언론계가 주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벨기에의 일간지 ‘드티드’(De Tijd)가 전자종이를 이용해 신문 그대로의 레이아웃과 콘텐츠를 200명의 독자들에게 배달하는 실험이었죠.

5월에는 국내에서 LG필립스LCD가 A4크기(14.1인치)의 4096색을 표현할 수 있는 전자종이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올해 미국 신문편집인협회 총회에서 MS 빌게이츠 회장도 '온스크린 리더(onscreen reader)'를 뉴욕타임즈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미국 인터내셔널 헤럴르 트리뷴 역시 아이렉스 일리아드(iRex iliad) 단말기에 지면을 서비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오래전부터 들려오던 소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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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종이, 진짜 종이와 닮았다.
앞에서 등장하는 '전자종이' 기술은 대부분 미국의 E-Ink(E잉크)사의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디스플레이 형태가 마치 종이에 인쇄한 듯한 모습으로 '발광'이나 '형광' 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전자소자들의 재배열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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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전력 소모가 극히 적습니다. 소자들이 재배열될 때만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이 기술을 응용한 제품으로 책이나 신문 등의 인쇄물을 보면 눈이 편안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백라이트' 기능 조차 없기 때문에 당연히 보이지 않는 단점까지 '종이'와 비슷합니다.

또한 이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휘어질 수 있어서 마치 두루마리처럼 감을 수도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뿌려주기 위해 기판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휘어지는 기판'이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서 디스플레이는 휘어져도 다른 부품은 딱딱한 케이스에 담아야 합니다.

신문, 전자종이에 '편집된 종이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이 기술은 우선 인쇄 매체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물론 눈이 부시고 반사가 심한 LCD 디스플레이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대인에게 적당한 매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의 꿈이 곧 현실화될 것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죠.

만일 신문 레이아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종이로 배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자책 형태로 24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파일만 독자들에게 보내주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전자책은 저작권보호장치인 DRM을 갖추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저작권 침해에 시달려 온 언론사들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매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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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곧 진보될 것이고 4096색이 아니라 풀컬러가 구현되고 화면도 타블로이드 정도로 확대시키는 기술이 곧 상용화된다면 종이 신문을 찍어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언론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 조건이죠.

'컨버팅' 과정에서 레이아웃과 내용 손실이 없다는 점 역시 '게이트키핑'과 '의제설정'을 기반으로 한 언론사 영향력을 유지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매체에 따른 콘텐츠 변화,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전자종이라고 해서 종이 그 자체를 전자화 해서 단말기로 뿌려준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최근 국내에 E-Ink사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전자책 단말기가 소개됐습니다. 네오럭스의 NUUT(누트)라는 제품인데요. 7월 말이나 8월 초쯤 약 3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제품은 6인치 제품으로 아이렉스 일리아드(iRex Iliad)소니 리더(Sony-Reader)와 비슷한 제품입니다. PDA보다 화면도 크고 텍스트를 읽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으며 내장메모리와 외장메모리(SD카드)를 활용할 경우 수천권의 책을 저장해 놓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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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ES2007에서 시제품으로 선보인 아이리버의 Book2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책 단말기로는 국내 첫 상용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력 소모는 하루종일 페이지를 넘기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정도 충전없이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전자종이의 전력 소모는 대기시간이 아닌 몇 페이지를 볼 수 있느냐로 따지는데 보통 7500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4색 그레이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만화책이나 일반 텍스트에 최적화돼 있는 대신 사진을 세밀하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또한 동영상 기능 등은 아예 배제돼 있죠.

물론 MP3 파일을 담아서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텍스트에 하이퍼링크 등을 활용해 어학학습이 가능한 정도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자 책' 용도에 맞는 제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단말기의 크기가 타블로이드판 정도로 커지고 총천연색을 표현한다고 해도 전자 책에 맞도록 '목차'와 '링크' 등을 활용한 정보 기능 역시 추후 전자종이에 꼭 필요한 기능이 될 것입니다.

단말기, 즉 종이에서 전자종이로 바뀌는 과정에서 단순히 신문 레이아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자종이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전자종이가 구태여 지금의 신문크기까지 커질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죠.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한 정도의 크기라면 A4 사이즈가 적당할텐데 이 크기에 맞도록 편집을 다시 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용량이 확대되어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겠죠. 어려운 용어에 하이퍼텍스트를 제공한다거나 번역기를 제공한다거나, 시사 상식 처럼 간단한 문제나 일일 회화 공부 콘텐츠를 구성하는 등의 콘텐츠 배치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단순히 전자종이가 '종이'의 대체물이 아니라 '새로운 매체'로 인식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PC에서 편리하게 PDF 파일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PDF의 풍부한 기능을 모두 배제한 채 단순히 종이 그 자체를 파일로 바꾸는 작업만 해 두었기 때문에 PDF 파일이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입니다.

새로운 매체인 전자종이가 '종이'를 닮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 자체는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누가 압니까. 전자종이가 실용화 되었을 때 정작 독자들은 신문 구독보다 블로그 글을 담아다니는 RSS 구독기로  활용될지..

** 이 글은 스마트플레이스블로터에 동시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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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07/12 01:08 2007/07/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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