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문 블로거들의 블로그 미디어 나누미(nanoomi.net) 편집장인 신시아 유(Cynthia Yoo)가 다음 열린 사용자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신시아의 허락을 받아 퍼오면서 제가 임의로 평문화 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글쓴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뜻을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글을 추고하거나 고쳤습니다)
[신시아 유 칼럼]
원제 : Building Bridges in Korea
한국의 민간 외교관을 자청하는 외국인들
흔히 하는 말로 현대를 정보화 시대(information age)라 부른다. 하지만 어쩌면 현대는 정보 폭식(information glut)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수도 있다. 이 처럼 정보를 "폭식"할도로 정보가 널려 있다는 것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손수제작물 (UCC)이다.
예를 들자면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210개 이상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고, 블로그 검색엔진인 테크노라티(Technorati)의 검색 대상인 블로그 글 수 가운데 일본어 글 수가 영어 글 수와 동일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중국어 블로그 콘텐츠가 영어 블로그 콘텐츠의 양을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하버드 버크맨 센터(Harvard Berkman Center)의 에단 주커맨(Ethan Zuckerman)이 지난 2008년 두바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폴리글럿 인터넷(Polyglot Internet)”란 새 용어를 지었다. 폴리글럿(Polyglot)이란 다국어 사용자, 또는 다국어 구사 가능한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예전의 영어가 중심인 세계였던 인터넷이 이제는 다국어가 서로 교차되는 곳이라는 뜻을 강조한 말이다.
각각의 언어가 고유한 영역에서 충분한 양의 정보를 공급하게 되는 폴리글럿 인터넷 환경에는 예전의 영어같은 "국제 공용어(lingua franca)”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세계 블로거 연대 글로벌보이스(Global Voices) 활동가인 데이비드 사사키(David Sasaki)도 동의한다. 2004년 글로벌 보이스 창립한 블로거들은 다들 영어로 블로그 활동했고, 각 지역에서도 영어로 소통했다고 한다. 그런데 4, 5년 후에 지역 블로그 커뮤니티가 충분한 수(critical mass)에 다다르면서 각 지역 블로거 멤버들은 자기나라 언어로 소통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국어, 아랍어, 포투르갈 언어 쓰는 이용자들은 자기 언어중심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정보를 교환하게 됐고 영어나 다른 언어 쓰는 이용자들과 교류해야 할 동기가 줄었다고 한다.
주커맨 등 인터넷 학자들은 이런 폴리글럿 인터넷에서 언어의 고립화(linguistic isolation)를 우려한다. 이는 바로 인터넷의 본래의 목적이 열린 세계 사회의 "소통 도구"였는데, 반대로 이용자들이 자기 고립된 생각의 메아리 효과(echo chamber effect)를 내는 반향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들의 지역에서만 소통하면서 국제적인 시각이나 타 지역과의 정서적, 정치적 교류가 적어지면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자문화 중심주의 사고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당연히 번역이 필요하다. 구글, IBM 여러 기업들은 기계 번역(MT : machine translation, translation memory)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필자도 구글 번역(Universal Translator)을 잘 쓰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구어체나 문화적 뉘앙스를 번역하기엔 기계 번역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편집자의 ‘시각과 센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 번역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유엔에서 전문 번역/통역에 사용되는 비용은 한 시간당 8천 달러이고 일년 동안은 1천만 달러나 된다.
그런데 유엔 관계자들은 전문 번역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완벽하고 정확한 번역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줄리어스 시저는 자기 통역자를 해고하고 사촌을 고용했다. 이유는 시저는 전문적 번역보다, 자기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달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번역자는 언제나 각 입장, 문화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개인의 역할이어야 한다.
문화 중개자로서의 번역가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이런 중개인 역할을 활성해야 한다며 주커맨, 사사키 등 많은 인터넷 활동가들은 소셜 번역(social translation), 브릿지 블로깅(bridge blogging)에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세계 블로거 연대 글로벌 보이스는 2004년에 스무명 밖에 안되는 블로거들 멤버들로 창간했고 이후로 브릿지 블로깅의 훌륭한 모델 커뮤니티가 되었다. 이 단체는 글로벌 조직이면서, 상향식, 협력업 조직 모델을 갖고 있다. 이곳 블로거들은 각 지역 뉴스, 블로그 포스팅, 댓글을 선정해서 영어로 번역해서 글을 올린다. 여기서 소셜 번역 프로젝트(Global Voices Lingua Project)에는 멤버들이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로 콘텐츠를 번역한다.
최근 다양한 소셜 번역 프로젝트들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잡지를 번역해서 PDF로 올리는 커뮤니티 에코 차이나 웹 포럼(Eco China web forum)도 있고, 이얀(Yeeyan) 같은 9만 명의 소셜번역 커뮤니티 웹사이트도 볼 수 있다. 이얀는 5천 명 등록된 번역자들이 자발적 번역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작년에 영국 신문사 가디언, 미국 방송국 CBS, 콘텐츠 파트너들도 계약했다.
TED 번역 프로젝트도 중국에서 시작했다. 테드투차이나(TEDtoChina)란 소셜번역 프로젝트에서 중국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테드 강연(TED talks)을 중국어로 번역했고, 이 사실을 알게된 TED는 이들을 금지하지 않고, 아예 공식 TED 번역 프로젝트로 확산되서 올해 초에 2,500여 명의 회원들이 75개의 언어로 6,500개의 번역물 생산했다.
한국에서도 소셜번역, 브릿지 블로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예전의 일본 만화 번역 프로젝트들처럼 현재 수 많은 미국드라마 소셜번역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다. 훌륭한 브릿지 블로거들을 한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팻맨서울(FatManSeoul)의 제니퍼 플린(Jennifer Flinn)과 젠김치(ZenKimchi)의 조 맥퍼슨(Joe McPherson)은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대사들이다.
코리아필름(Koreafilm)의 다시 패켓(Darcy Paquet)은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를 전도해왔던 블로거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난 6년간 Gusts of Popular Feeling의 매트 폰 볼켄버그(Matt Von Volkenburg)는 도시 재개발,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블로깅을 해왔다.
한국의 가장 인기 많은 블로거로 외국인 브릿지 블로거인 사야카가 있다.
이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브릿지 블로깅이 그리 녹록한 역할은 아니다.
브릿지 블로거들은 잉여인이 아니라 한국을 향한 애정이 풍부한 '팬'이다
뉴미디어 전문가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20세기에는 여가시간이 풍부해져서 거대한 "cognitive surplus" (인식의 의한 잉여물?)이 생겼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TV를 1년 동안 안 보면 위키백과에 2,000단어를 입력할 수 있다. 이에 인터넷법 학자 조나단 짓트레인(Jonathan Zittrain)은 쉬운 도구들로 인해 보통 사람들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활동할 수 있는 "참여구조"(architecture of participation)가 생겼다고 평한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맞다. 우리에게는 블로깅이나 소셜번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가 시간과 쉬운 인터넷, 블로깅 도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들 모두가 위키피디아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브릿지 블로깅이나 소셜번역활동의 인센티브는 다양하고 훨씬 더 개인적이며 사적이다. 가끔은 여러 문화간의 끈을 만들기 위한 호의나, 아니면 물질적 동기나, 개인의 전문적 자존심에 걸린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브릿지-블로거들은 여러 제안들 때문에 더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블로거들은 가끔식 배타적 국수주의적 한국인들에게 시달리고, 이들 때문에 경찰, 회사/고용주에게도 신고,소송 받기도 했다.
사야까 역시 한동안 블로깅을 안 했다고 한다. 너무나 심한 악플에 시달려 스스로 왜 블로깅을 하는지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고도 한다. 처음에는 한국이 "상큼한 맛의 겉절이 김치"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서 외국인 생활의 어려움이 더욱 더 "신김치" 맛 같다고 느꼈다.
이런 "신김치" 맛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야까는 더 열심히 한국을 공부했다. 한국어, 한국사를 배우고, 한국 곳곳에 여행하고, 이런 경험들 대한 블로그를 시작했다. 드디어 사야까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신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보쌈에 싸서도 먹고 김치찌개나 청국장에도 넣어 먹고 고등어김치찜으로 먹고 회와 같이 싸먹는 방법도 깨달았다. 드디어 겉절이부터 신김치까지 모든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말이다.
조, 제니퍼, 다시, 매트를 비롯해 사야까가 가진 한국의 음식, 영화, 정치와 사회 대한 열정 가득한 생각을 볼 때, 그들 모두 신김치 맛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모두 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고 그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쩌면 김치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겠지만! ^^
신시아 유 열린이용자위원회 위원
* 이 글은 Daum 열린이용자위원회 4기 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신시아 유님의 칼럼입니다.
* 이 글은 Daum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