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스티브 잡스가 떠난 자리에 생긴 그늘, 극복할 수 있을까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영화 제목을 굳이 들이대지 않아도 지금 세계 IT 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기업들의 CEO 자리바꿈 소식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빌 게이츠에서 스티브 발머로 권력이 이동되었고 최근 구글은 에릭 슈미트에서 창업자 래리 페이지로 CEO 교체를 발표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면서 차기 CEO를 누가 맡게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물러났거나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세 CEO는 모두 55년생이다. 55세를 전후해서 컴퓨터의 황제들이 하나 둘씩 자의든 타의든 최고의 자리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의 경우 가장 아름답게 자발적으로 '박수칠 때 떠나서 다시 박수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던 빌 게이츠는 19살이던 1975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21살의 폴 앨런과 자본금 1500달러를 들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했다.

운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간혹 뒤섞어 놓고는 잔인한 승자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애플이 마우스로 아이콘을 콕 눌러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식(GUI,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방식)의 컴퓨터를 내놓았으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힘들었다. 1990년 윈도우 3.0이 발표되고 1992년 최고의 히트상품인 윈도우 3.1이 출시되면서 세계 컴퓨터 업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발전이 가능해졌다.

당시부터 빌 게이츠는 큰 성공을 상징했으며 천재 CEO로서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으나 시장 지배자에게 따라붙는 '巨惡'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다. 33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자로 일해오던 빌 게이츠는 2008년 6월 27일 은퇴를 발표하고 물러난다.

이제 빌 게이츠는 제 2의 인생을 돈을 좋은 곳에 쓰기 위해 살고 있다. 2000년에 설립한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공공 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 700만 달러, 대학생 장학금 5억 달러, 중국 결행 퇴치 3,300만 달러, 소아마비 퇴치 3억5500만 달러,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 1억7000만 달러, 빈민 지역 교육환경 개선 18억5000만 달러 등을 내놓으면서 가난한 나라의 한해 재정규모에 가까운 돈을 기부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미국의 거부 57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했거나 하기로 공개적인 선언을 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최대의 시련에 직면해 있다. 2007년부터 웹 2.0 트렌드가 미국을 휩쓸 때 인터넷 검색에 대한 대응과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대응, 스마트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대응이 모두 늦어서 고생하고 있는중이다. 구글과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수십년 동안 상호 우월감을 주었다가 빼앗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MS를 궁지에 몰아넣은 구글, 2인 창업자와 1인 CEO 체제 변화
최근 구글의 CEO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게 되는 에릭 슈미트 역시 55년생이다. 에릭 슈미트는 3명의 55년생 슈퍼 CEO 가운데 가장 '가방끈'이 길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릭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CTO를 거쳐 노벨의 대표를 맡고 있던 중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 구글의 CEO로 참여하게 된다. 그의 구글 CEO 참여는 자발적이라기보다 처음에는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가 강권한 결과였다고 전해진다.

에릭 슈미트는 애플의 이사회 이사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재임하기도 했다. 이후 에릭 슈미트는 애플과 구글이 사업 영역이 점차 겹쳐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이사회에서 사임하여 애플을 적잖이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에릭 슈미트의 사임 발표가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많다. 에릭 슈미트는 CEO였지만 창업자인 두 젊은이와의 의견 충돌이 최근들어 잦아졌으며 그동안 누적되어온 의견 차이가 에릭 슈미트의 사임으로 결론내려진 것이라는 소문이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에릭 슈미트가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검색 결과에 광고를 삽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처음에는 극렬히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광고를 싣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에릭 슈미트가 광고가 검색결과 상단, 즉 당시 오버추어 방식의 레이아웃을 주장했지만 두 창업자가 반대해 결국 우측으로 광고를 배치했다는 후문도 유명하다.

에릭 슈미트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을 해나갔으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인터넷 규제에 대한 대응을 놓고 격렬하게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처럼 가능성이 큰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로서는 못마땅한 것이었고 일부 해당 국가의 규제에 호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반면 두 창업자는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결국 2010년 초 구글 중국사이트 서비스를 홍콩으로 옮겨 검열되지 않는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에릭 슈미트는 내부적인 권위를 잃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하나의 일화로 유튜브 실명제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벌인 인터넷본인확인제 확대 시행의 대상이 된 유튜브에 본인확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에릭 슈미트는 '현지법을 준수한다'는 메시지로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준비작업 최종 단계까지 갔다가 창업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 본인인증 시스템을 얹지 말라'는 지시로 번복됐다는 일화도 있다. 구글의 스트리트 뷰 지도 서비스에서 길거리를 촬영할 때 벌어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에릭은 "걱정되면 이사 가라"는 언사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의 추격은 구글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겨냥한 SNS 플랫폼 서비스인 오픈소셜, 웨이브, 버즈 등은 모두 시장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에릭 슈미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으며 대외 협상, 계약, 대정부 관계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에릭 슈미트가 TV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와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에릭 슈미트는 창업자들의 순수성을 좀더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었는데 과연 대인 관계에 있어서 부끄러워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의 래리 페이지가 에릭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강 이상설만 돌아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지도층, 애플 스티브잡스. 그가 없는 애플은...?
55년생 슈퍼 히어로 CEO 가운데 요즘 이 사람만큼 '핫'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스티브 잡스다. 그는 3인의 CEO 가운데 가장 학벌이 딸린다. 1976년 워즈니악과 동업으로 애플컴퓨터를 설립해 '애플1'의 성공에 힘입어 80년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5년 창업자였지만 경영일선에서 타의에 의해 물러나는 굴욕을 당했다. 이후 넥스트사를 세웠으며 픽사를 인수해 3D 애니메이션 영화의 초석을 닦았다.

인생의 아이러니랄까. 1996년 적자에 허덕이며 기울어져가던 애플이 넥스트 사를 인수하면서 스티브잡스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당시 그의 직함은 '경영 컨설턴트'였다. 이후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컴퓨터 부문의 혁신을 주도하고 아이튠즈로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완성했으며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그의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는 거의 전설처럼 취급될 정도다.

하지만 그에게는 건강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그는 2004년 췌장암에 걸려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고 완쾌했다. 그러던중 2009년에는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의 건강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식 시장은 흔들렸고 최근 그가 갑작스러운 병가를 내자 주식 시장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절대적인 카리스마, 놀라운 혁신에 대한 통찰력, 할리우드를 비롯한 광범위한 산업계 친분을 보유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이제 애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그런 그의 공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현재 COO를 맡고 있는 50세의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메워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결국 '스티브 잡스가 있는 애플과 그가 없는 애플은 다를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이폰4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는 지금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는 상당히 커 보인다.

IT 업계를 삼등분하면서 서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애플. 이 세 회사는 걸출한 영웅 CEO에 의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반대로 그들의 카리스마가 없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동갑나기 55년생 슈퍼 CEO 3인의 다음 삶도 궁금하고 그들이 이끌었던 기업의 다음 행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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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177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마 길어서 꽤 편집됐을 겁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별 뜻 없이 쓴 글입니다. ^^ CEO 3인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이 없는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시점이군요.

한가지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처럼 '2세' '3세'가 뒤를 맡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겠네요.

설이니까요. 재벌이 아닌 부모님을 탓하기보다 이들의 열정을 입에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 학벌이 대학도 못 간 CEO, 대학을 중퇴한 CEO, 박사 CEO 모두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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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1 09:28 2011/01/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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