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방송이 여야추천 이사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TV전파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는 40% 이하 수준을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수십년 동안 수신료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감안인지 무려 40% 일시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그것도 준조세성격으로 징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이다.

1년 동안 KBS가 수신료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은 약 5646억원 정도이며 이번 인상으로 인해 2258억원 정도의 추가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총 7904억원이다. KBS2의 연간 광고 수익이 5200억원 정도였다.

이에 대한 말이 참 많다. 특히 언론인이라면 한마디씩 꺼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국민들이 돈 내서 직접 먹여 살려주는 유일한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바뀐 법에 의해 국영통신사화 되어 버린 연합뉴스를 빼고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연간 총 광고비 규모가 1조 8000억 정도 된다.

정치인들도 한마디씩 거들어야 맞지만 이번 합의는 기가 막히게도 '여야 합의'다. 국회 동의만 거치면 국민들은 이제 이 안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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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
1,000원을 인상해주고 아예 광고 비율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야권의 절묘한 합의점이었던 셈이고 여권은 어찌됐든 KBS의 인상안을 통과시켜 숙원을 풀어주었으니 더욱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다는 명분을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만나본 KBS 직원들 가운데 수신료 인상에 대해 드러내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보면 KBS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얼마나 묘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KBS 방송수신료 인상과 더불어 벌어지고 있는 묘한 기류를 각 입장별로 살펴보면 왜 이 문제가 복잡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이번 인상안은 어찌보면 여권이 아닌 야권이 갖고 있는 안을 전면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BS 이사회는 여당 측 7명, 야당 측 4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 6월 23일 '수신료 6,500원 인상+광고 전면폐지안'과 '수신료 4,600원 인상+광고 비율 20% 축소안' 등 두가지 안을 여당 측 이사들의 일방적인 합의로 상정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여권은 여론 때문에 밀어부치기도 뭐한 상태에서 야권과 시민단체는 결국 수신료 인상이 광고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적극적인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야당 측 이사들은 이에 반발, '수신료 3천500원 인상+광고 현행 유지안'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그러다가 이같은 수신료 인상안이 상정된 지 5개월 만에 표결 없이 수신료 인상안(3,500원.광고비중 동결) 통과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절충안'이 아닌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생아' 신세가 되어버렸다.

진보 진영은 "낙하산 사장 안착, 양심적인 구성원 징계, 관제방송으로의 전락, 정권홍보방송의 문제들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종편에 매달리고 있는 신문들 입장에서도 이번 인상안이 KBS 광고를 줄이거나 없애서 신문의 종편 진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리게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KBS, 광고는 안 줄이고 수신료만 올렸다[중앙일보]
KBS, 1000억(상반기) 수익 내면서 수신료 인상[조선일보]

KBS에 시청료를 1년에 만원 더 내는 것을 크게 아까워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BS가 자신이 내는 시청료로써 종북좌익세력의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듯한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격분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겁하게 시청료를 전기세에 곁달아서 내게 법적으로 강요하는 징수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강제로 징수된 시청료를 가지고 이적과 반역의 선동질을 방송국이 해댄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KBS의 시청료가 월 1천원 오르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보다는 KBS가 시청료를 비윤리적이고 반국가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에 국민은 분노하는 것이다. 방송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면, 어떤 국민이 시청료를 아까와 할까?



전체적인 맥락은 어색(횡설수설)하지만 진보쪽에서도 이번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은 좌우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KBS 한국방송이 우리에게 어떤 방송이었는지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과연 공기업에 가까운 KBS 한국방송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상반기만 1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면서 10여 년 전부터 논의되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내세우는 것이 기분 상할 뿐이다.

준조세 KBS 수신료가 40%나 인상되는데 납득할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다
공중파를 통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화 되어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소유권은 또 누구것이고 또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BBC가 인터넷 동영상을 무료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일언반구 언급하지도 않는다.

포털에서 블로거들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몇 장면 캡처해서 올려놓았다고 방송 3사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수백억원의 돈을 내놓으라고 손을 벌려서 결국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방송사들이 다운로드 사이트를 뿌리 뽑겠다며 동영상 불법 공유의 온상이라며 비난하더니만 방송사들에게는 다운로드당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하니 이제 비난도 잠잠해졌다. 그 수익금이 외주 제작사들에게도 배분되는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일본의 조선총독부 시절부터 경성방송국의 재원 마련을 위해 걷었던 2원의 청취료부터 시작된 시청료는 노태우 정부 시절 당시 44% 대에 불과하던 징수율 때문에 고민하더니 '실질적으로 시청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를 수신할 수 있는 기기를 갖췄기 때문에 걷는다'는 전파 수신료라는 준조세 성격으로 바꾸고 이어서 전 가구가 한전을 통해 내는 전기 요금에 끼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2500원은 1981년부터였다. 이후 94년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하여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99%의 가구가 TV방송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참 오래된 가격인 것은 분명하다. 인상할 이유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KBS는 상반기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지금 광고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상하는 것은 더 이상하다.

그렇다고 광고를 버리면 국민들이 받아줄 것인가. 조중동 방송을 위해 광고를 포기하고 종편에게 살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불편해서인지 광고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KBS가 지난 몇 년 동안 전 정권에서는 좌파 방송으로, 지금은 친정부 홍보 매체로 전락됐다는 비난에서 수신료가 연계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또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파를 수신하는 것이 과연 '돈을 내야 하는 행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IPTV는 전파를 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돈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의 재전송에 과금을 하겠다는 민간 공중파 방송의 의지에는 별로 토를 달고 싶지 않은데 왜 KBS는 수신료(즉,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준 조세 성격의 비용)를 징수하며서 다른 공중파 방송과 입장을 같이 하는가.

KBS는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어떠한 혜택도 설득하지 못한 채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해 6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고 올해는 상반기만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면서 오랫동안 수신료가 동결되어서 돈을 제대로 못 썼다는 식으로 말한다. 전 정권에는 진보쪽 인사에게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고, 현 정권에서는 보수쪽 인사에게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갈대의 전형이 되어버린 마당에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독립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서는 일단 수신료부터 올려놓고 보잔다.

도대체 일주일에 단 2시간도 시청하지 않으면서도(그것도 돈 주고 IPTV로 시청한다) KBS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2,500원을 꼬박꼬박 돈을 내던 내가 지금에 와서 40%나 돈을 더 많이 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지상파를 공청안테나로 깨끗하게 보겠다는 다짐은 이미 20년 전에 접었다) KBS 노조의 9.5% 연봉 인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신정환 같은 도박꾼의 뒷돈을 출연료로 보조해주기 위해? 누가 설명 좀 해주기 바란다.

* 혹여라도 돈 1,000원이 아까와서 이러는거냐고 묻지 말아주시길... 그정도는 벌어먹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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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17:01 2010/11/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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