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IP-TV의 현황과 쟁점
지난 10월 13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IP-TV가 일단 시범 서비스라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두 살도 넘은 놈이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에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네”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진즉에 시작되었어야 할 서비스라는 푸념이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서비스 개시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는 눈치다. 물론 상용 서비스를 전제로 한 시범 서비스가 아니라는 방송통신융합위원회의 설명에도 통신업계가 IP-TV의 사업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IP-TV 시범 사업자 선정이라는 뉴스와 ‘환상적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입심에 묻혀 입장 발표 한 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방송계와 케이블TV업계는 쓰린 속만 쓸어내리고 있다. 이들은 “도대체가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냐”며 “결국 통신망 사업자들 논리가 방송계와 케이블TV, 콘텐츠 업계에 우세승을 거둔 격”이라며 당장 필요치 않은 서비스를 사업자 논리에 떠밀려 법적?제도적 준비없이 IP-TV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IP-TV에 목매는 사업자들
정부의 IP-TV 시범 사업자 선정은 다양한 업계에 갖가지 표정을 짓게 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준비해 온 서비스를 늦게나마 시작하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으며 내친김에 올해 말 시범 서비스를 거쳐 내년 여름 시즌에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케이블TV사업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시범 서비스 사업자 선정에 제안서를 내놨지만 ‘연내 시범 서비스는 무리’라며 연기를 주장하다 가차 없이 제안에서 밀려 버렸다. 지금 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업자인 다음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통신사업자들과 케이블방송사업자 간의 다툼 속에서 차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공중파 방송사업자들은 인터넷과 케이블TV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시장 선점을 위해 IP-TV라는 뜨거운 양철판 위에 올라서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심기가 불편하기만 하다. 당장 KT를 앞세운 씨-큐브 컨소시엄에 방송3사 모두 참여했음에도 시범 서비스에 실시간 재전송을 시행할 것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원I&B와 대림I&S, 굿티비 등 이번 시범 사업자 선정에서 ‘쓴잔’을 들이킨 중소 사업자들은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물고 늘어지는 한편 합종연횡을 통해 컨소시엄 덩치를 키워서라도 반드시 IP-TV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최근 IP-TV와 관련한 다양한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맡아온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 관계자와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통신업계 전반적으로도 ‘도대체 왜 IP-TV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답해주는 곳은 없다. 그저 대세에 묻어가되 내 밥그릇은 챙겨야겠다는 식이 전부다. 현재로서는 사업자와 일부 정부부처의 ‘밀어내기식 시장’만 눈에 보일 뿐 그곳에서 지갑을 열게 될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차별적 가치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긋지긋한 ‘방송이냐 통신이냐’ 논란
반드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는 ‘관주도의 시장 만들기’와 ‘언론이 앞장 서 나발불기’다. 잘될 때는 “거봐! 잘 된다고 했잖아”라며 큰 소리 치다가도 시장 자체가 고사 위기에 빠지면 너나할 것없이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꾸짖는 적반하장식의 행태를 보여 왔다.
IP-TV는 그야말로 질곡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상용화 기술까지 이미 준비해온 통신사업자들로서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시범 서비스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읍소와 함께 KT 경영연구소 측은 최근 IP-TV사업이 1년 늦춰질 경우 ‘약 1조 원의 경제적 기회 손실이 발생한다’며 언론을 통해 압박수단을 동원할 정도로 IP-TV 도입에 처절하게 매달리기도 했다.
2년 전부터 당장이라도 서비스가 가능했던 IP-TV가 늦춰졌던 원인으로 통신사업자들은 방송위의 ‘딴죽걸기 때문’이라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사실상 통신사업자들과의 관계가 끈끈한데다 기술과 시장지향적인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통신서비스’로서 IP-TV의 조속한 실시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위의 유보나 반대 입장은 언론을 통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지기 충분했다. 물론 방송위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공공성을 전제해야하는 분명한 방송서비스인 IP-TV를 왜 단순한 통신서비스로만 접근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방송법상으로도 IP-TV 서비스는 당연히 ‘방송’으로 분류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 차이는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의 세미나와 컨퍼런스, 토론회에서도 좀처럼 좁혀들지 않다가 지난 여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방통융합추진위) 발족과 함께 갑작스런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지난 8월18일, 방통융합추진위 1차 회의 때 “올해 안에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해 내년 안에 통합 규제기구를 설치하면서 IP-TV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게 해달라”는 발언이 계기가 됐다.
이대로라면 한 총리가 말한 로드맵대로 IP-TV는 내년 안에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게 된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야 오랜 숙원이 풀린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부처는 물론 학계, 관련 업계는 IP-TV 사업 시행이 그간의 논란을 임시방편으로 땜질한 채 지나치게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또한 유사 서비스가 난립하고 정착되지도 않은 가운데 이렇게까지 IP-TV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뒷배경에 대한 의혹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등 떠밀린 합의 논의 ‘예상보다 순조롭다’
일단 노무현 정부는 임기말 미래지향적인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정부내 기관간의 갈등 양상을 내버려두고 있진 않을 태세다.
급조되긴 했지만 방송통신융합위원회는 일단 방송계와 통신업계의 깊은 갈등의 골을 빠르게 매우길 바라고 있다. 통신법 관할이냐 방송법 관할이냐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10여개의 쟁점에 대해 양측의 합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통신 사업자 위주로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감안해 방송계의 의견을 다수 수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방송통신융합위원회가 추진하는 첫 사업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방송위와 정통부 사이의 의견 조율은 이달 말까지 적당한 선에서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리라는 관측이다.
특히 법제화 시점과 법해석상의 IP-TV에 대한 정의는 방송의 영역에 넣되 새로운 멀티미디어법 제정을 통해 통신권역에 대한 해석을 일부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허가권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케이블TV 관련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낮은 수준의 방송 규제를 통해 기존 사업자에게 가해지던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통신과 케이블 사업자 사이의 이견도 좁혀나가는 등의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지상파의 경우 국가가 관할하는 KBS나 EBS 등 공영방송의 경우만 재전송하는 식으로 임시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MBC나 SBS도 일단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에 대해서는 판단할 근거가 필요한데다, 전면적으로 지상파 재전송을 막을 경우 통신 사업자들이 IP-TV 조기 안정화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위원회는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제화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 시행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추후 거듭 개정해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연내에 법제화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다가올 대선 등 정치일정 때문에 자칫 행정부 내부의 갈등이 국회로 옮겨가면 법제화가 마냥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방송통신융합위원회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법제화 논란이 임시로 문제를 봉합된다고 해도 IP-TV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나타나게 될 갖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규제 기구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뉴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건 ‘그 밥에 그 나물’
IP-TV에 현재 매몰돼 있어서 그렇지 이미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 채널 서비스는 곳곳에서 실험중이며 일부는 변형된 형태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 있다. 최근 들어 불붙기 시작한 '하나TV'와 ‘메가패스TV' 서비스 경쟁도 IP-TV 전단계로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11일, 현재 6만여 명의 가입자를 모집한 하나TV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 스스로 자신만의 편성표를 구성해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인터넷 부가서비스 없이 동영상 VOD 서비스만으로 보면 IP-TV에 절반쯤 가까운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월17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의 자회사인 콘텐츠플러그가 LCD 전문 생산업체 디보스와 손잡고 디지털TV 일체형 TV 포털서비스인 'Daum GO TV'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라기보다 인터넷 전용 셋톱박스 내장형 TV라는 표현이 알맞겠지만 TV로 인터넷 TV포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입비도 따로 없다. 서비스 내용과 형식으로만 보면 역시 IP-TV의 개념에 근접해 있다.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MMS)를 준비중인 지상파 방송은 아예 따로 디지털 방송 활성화 특별법안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고화질(HD) 방송 주파수를 일부 디지털 방식으로 분할해 다채널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가입자에게는 여러 디지털 채널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HD급 화질보다 떨어지는 SD급 화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상파와는 정반대 입장에 서 있는 케이블방송 업계도 쌍방향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가입가구가 20만을 돌파한 디지털케이블TV의 경우 케이블TV 업계가 기대했던 예상치에 크게 밑도는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내심 IP-TV와 가장 유사한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HD급 화질을 보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TV의 대항마로 디지털케이블TV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렇게 서비스도 많아지고 서비스 채널은 많아지고 있는데 IP-TV 사업자들마다 이상하리만치 지상파 재전송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아직 보여줄 것이 그것 밖에 없어서’가 정답이다. DMB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지상파 재전송과 일부 독자 편성된 케이블 방송에 나왔던 콘텐츠가 전부다. 다양한 쌍방향 서비스는 고사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부터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KT가 지난해에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KTF와 함께 인수한 데 이어 최근 국내 대형 방송외주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에 204억 원을 투자하는 등 직접 굵직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통신사업자를 비롯해 IP-TV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마다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는 있으나 막상 IP-TV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때쯤에는 몇 달 전 개봉됐던 영화나 오랫동안 지겹게 봐왔던 오래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인터넷 TV포털,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프로그램과 똑같은 콘텐츠들이 메뉴로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FTA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외화 시리즈의 범람 위험은 불을 보듯 뻔하다. 콘텐츠 진흥보다 콘텐츠 수입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IP-TV 사업 참여 업체들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고는 있지만 정작 어디에 투자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IP-TV만이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라면 TV를 통한 홈쇼핑, 홈뱅킹, 화상전화 서비스, 쌍방향 게임 등인데 이는 플랫폼만 바뀌었지 지금도 전화나 PC로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은연중에 디지털 MMS 서비스를 밀고 있는 입장에서 IP-TV에 재전송을 허락할 것인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IP-TV 뒤에 숨겨진 엘도라도를 찾아서
정부나 방송사, 그리고 통신업계 등이 단순히 새로운 차원의 방송 채널 서비스를 손에 넣기 위해 지금까지 치열하게 싸웠던 것은 아니다. 방송이냐 아니냐란 개념적인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통신업계는 사실상 일상생활 주변의 모든 곳에 IT 기술이 자리잡게 될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IP-TV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상용화시키기 위한 알맹이로 IP-TV를 선택한 것이다. 거실을 장악하면 가정내 모든 전자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올IP(All-IP) 시대에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끊임없이 나타나게 될 새로운 네트워크 세상에서 컨트롤 타워와 엔터테인먼트 허브를 쥐게 된다면 막강한 시장 주도권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IP-TV를 시작으로 홈네트워크, 그 다음 세상인 유비쿼터스까지 이어지는 미래 비전도 선물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의 IP-TV에 대한 손익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통신업계에게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원대한 꿈이 지금의 정부와 통신업계의 속내를 모두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다.
최근 정부 측의 발빠른 논란 봉합과 IP-TV의 강력한 추진 의지 발표 등으로 요원해보이던 시범 서비스 사업자 발표에 이어 상용 서비스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로드맵이 그려지고 있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거액의 대정부 로비설이나 언론까지 동원한 총체적인 비리로 얼룩진 사업이란 악성 증시루머를 무시한다고 해도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KT 남중수 대표이사 연임과 IP-TV 사업 추진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8월19일, KT 민영 2기 CEO로 2년6개월간의 임기를 시작한 남 사장으로서는 최근 와이브로 사업을 시작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임기 말에 근접하는 내년쯤에 IP-TV로 장기 비전 사업을 시작했다는 성과를 보여주어 사장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계산과 대선일정과 맞물려 있는 정부의 상황이 맞아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IP-TV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통부와 관련된 소문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정통부는 최근 WCDMA, 와이브로, HSDPA, DMB 등 새로운 통신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도 이렇다 할만한 시장 형성에는 번번이 실패하면서 초조해져 있는 상태다. 더구나 우정사업본부가 우정청으로 분리 독립되는 상황에서 IP-TV를 방송으로 인정해버린 채 서비스가 진행되면 문광부가 콘텐츠 규제를, 방통융합위가 사업자 허가 및 규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정작 정통부의 위상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악의 경우, 정통부 해체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부로서는 KT와 함께 IP-TV에 관한 주도권을 쥐고 실질적으로 통신사업자를 통제함으로써 방통융합 규제 기구를 산하에 두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LG파워콤, LG데이콤과는 달리 서둘러 IP-TV의 변형 서비스인 하나TV를 시작한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말이 많다. 치열한 초고속통신 가입자 시장에서 매출 확대에 대한 뾰족한 탈출구가 없는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연말까지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LG파워콤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위기상황이 조급증을 발동시켰을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또 다른 이유로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런칭해 외국인 투자 이탈을 방지하고 추후 유선 통신망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대외적인 ‘액션’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측은 “IP-TV가 본격 시작된다고 하나TV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 중단에 대한 소문을 일축하고 “하나로텔레콤은 2004년부터 IP-TV 서비스를 준비해 왔으며, 완벽한 준비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컨설팅도 받았다”며 IP-TV 사업 준비에 차질이 없음을 강조했다.
당장 실익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통신업계가 IP-TV 서비스를 서두르는 것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 논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IP-TV의 수혜자는 누구?
김평호 단국대 교수는 한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IP-TV는 결국 전화선을 통해 TV를 보라는 이야기인데 케이블 가입자 세대 70%, 위성 가입자까지 합치면 다채널 서비스 이용자는 전국민의 80%가 된다”며 “다채널을 위해 IP-TV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은 매출이 정체돼 있는 사업자의 상황논리일 뿐 시청자에게는 이 사업이 잠시 유보되거나 심지어 서비스되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콘텐츠 공급업자들이나 기존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일단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논리보다는 케이블TV와 인터넷에 빼앗긴 뒤 남아 있는 시청자들까지 또 한 번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거창한 방송과 통신 간의 영역 지키기 공방의 시각에서 소비자 입장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역시 무엇을 줄 수 있는 서비스인지 명확하지 않다. 시청자들에게는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각종 민간 연구소들이 내놓았듯 향후 몇년 안에 수십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IP-TV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콘텐츠 시장이 질적인 변혁을 겪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결국 통신사업자들과 셋톱박스 수출 기업들을 정도가 당장의 수혜자일 뿐이다.
설령 IP-TV 서비스 자체가 실패의 길을 걷더라도 통신업계는 홈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질 무분별한 해외 콘텐츠 수입과 저질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방송사나 콘텐츠 업계가 안일한 대응만을 한다면 콘텐츠 업계는 통신업계와 달리 IP-TV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interview 1
"규제보다 산업활성화 우선 고려 돼야 한다"
KT 미디어본부 미디어기획담당 심주교 상무
KT의 IPTV 준비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현재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단계인가?
2003년부터 사업을 준비해 왔으며, ‘06년부터는 상용화에 준하는 시설 및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상용 전단계의 시범사업은 올해 내로 가능하며 일부 신규 서비스에 대한 개발은 계속 추진할 것이다.
KT와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이 같은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다. 결국에는 헤어질 운명 아닌가? 협조 체제는 잘 유지되고 있는가?
시범사업의 의미는 기술적 검증, 소비자 수용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을 위한 것일 뿐 사업적 의미는 가지지 않는다. 법제도의 정비도 변수이므로 사업자간 공동시범사업의 추진의의에 부합하게 협조체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IPTV가 실시되면 메가TV 등 어중간한 TV포털 서비스는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들 유사 서비스는 어떻게 되는가.
서비스는 어느 하나로 통합되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서비스도 속도급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이 되고, 방송도 저가형 시장과 고가형 시장이 별도로 존재한다. 서비스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판단이 시장에서의 생사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통신업체들은 줄곧 규제 완화를 외쳐대고 있다. 구체적으로 IPTV에 있어서 규제를 받고 있는 사항은 무엇인가. 어떤 규제부터 풀어야 하나.
현재 IPTV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임. 단 서비스에 방송영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의 규제 수준을 감안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단, 국민편익 증대, 산업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고려가 되어야 한다.
IPTV 사업 실시와 정책적-법적 규제 완비 사이에 시간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IPTV는 사업자뿐 아니라 정부, 규제기관의 관심사이다. 현재 융합추진위원회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업에 대한 수용방안도 곧 제시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도에 비해 실제로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따라서 수익 개발도 쉽지 않을텐데 IPTV가 실제로 DMB 등 단기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로 TV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IPTV가 최초라 할 수 있어 서비스의 수용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생활밀착형, 고객맞춤형 서비스등 원하는 서비스 제공등으로 수용시기를 앞당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위성DMB는 고가의 단말기, 콘텐츠의 부족, 채널수의 한계로 인해 활성화에 애로가 있으나 IPTV는 그런 문제점들이 이슈가 되지 않는 서비스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방송(HDTV)에서의 MMS 도입이나 디지털데이터방송 등과의 유사성 때문에 IPTV에서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수가 초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들 유사 서비스와 다른 IPTV만의 차별적인 콘텐츠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는가.
UCC, 양방향 데이터방송등 이용자가 참여하는 콘텐츠,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사용하는 서비스, 방송과 통신이 연계된 서비스 등 방송서비스뿐 아니라 기존 매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interview 2
“IP-TV 도입돼도 하나TV 중단 않는다”
하나로텔레콤 박종훈 대외협력경영전략본부장
IP-TV 준비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현재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있는 단계인가?
하나로텔레콤은 2004년부터 IP-TV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컨설팅도 받았다. 현재 TV포털 서비스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IP-TV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부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IP-TV가 실시되면 하나TV 등 어중간한 TV포털 서비스는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들 유사 서비스는 어떻게 되는가?
하나TV는 IP-TV 서비스를 위한 중간 과정의 서비스가 아니다. 하나TV에 실시간 방송 기능 등을 더하면 IP-TV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P-TV 서비스가 실시되더라도 하나TV는 없어지지 않고 IP-TV 서비스에 포함되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관심도에 비해 실제로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따라서 수익 개발도 쉽지 않을 텐데 IP-TV가 실제로 DMB 등처럼 단기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MB 서비스는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윈도에 이동성이 결합된 서비스 모델로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서비스 수용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IP-TV 서비스는 TV라는 동일 윈도에 거의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소비자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 서비스와 다른 IP-TV만의 차별적인 콘텐츠라면 어떤 것이 있는가.
IP-TV는 대규모 통신망과 연계되어 있어 경쟁 매체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양방향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은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는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사전에 양질의 콘텐츠 및 서비스를 확보할 계획이다.
interview 3
“LG그룹 3대 통신, 공동으로 추진-내년 실시 목표”
LG데이콤 김진석 e-Biz 사업부 상무이사
LG데이콤의 IP-TV 준비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현재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단계인가?
LG데이콤은 정부가 추진중인 BcN 시범 사업자로써 작년말 HD급 TV포탈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는 등 충분한 경험이 갖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 LG그룹 내 LG데이콤, LG파워콤, LG텔레콤의 통신3사가 공동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준비를 해왔다.
상대적으로 KT나 하나로텔레콤과는 달리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데 준비부족이 이유인가?
IP-TV 법제화 시점을 고려해 사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사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IP-TV사업팀을 중심으로 사내 네트워크 부서와 종합연구소와 협조하에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LG데이콤과 KT, 하나로텔레콤 등이 같은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다. 결국에는 헤어질 운명 아닌가? 협조 체제는 잘 유지되고 있는가?
향후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경쟁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으나 통신사업자들은 정부의 관련 법률 입법화에 대한 입장 및 IP-TV 시장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의 IP-TV 시범 사업은 통신과 방송기술의 상호 호환성, 양방향성 등 기술적 가능성 및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위한 사업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KT도 IP-TV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타사업자의 시범가입자 개통을 위한 네트워크 설비 제공, 개통 정보 공유 등 여러 면에서 LG데이콤 및 하나로텔레콤과 상호 협조하고 있다.
IP-TV 사업 실시와 정책적-법적 규제 완비 사이에 시간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이러한 상황을 IP-TV 사업상의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규제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확장성 있는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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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미디어 전문 잡지(11월호)의 기고문이므로 허락없이 전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10월 20일 경에 마감시킨 것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내용이 존재합니다.
* 내용중 DMB 사업이 마치 결과적인 실패가 아니냐는 항목이라거나 방통융합위원회에서 추진하게 될 내용 가운데 당사자들의 지적이 있었으나 현재 상황에서의 작성자의 취재 결과와 시각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고칠 의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