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현재 언론사닷컴 종사자라면 쉽게 떠올릴만한 단어다. 그 안에 변화를 주도할 수많은 혁신자들이 현실 타개 방안을 외치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 언론사닷컴은 위기다.
이들이 포털에 공급하는 기사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성찰을 찾기 힘들만큼 그들은 절박해졌다. 오죽하면 주요 수익원인 포털에 공급하는 콘텐츠마저 끊고 있을까.
좀더 직설적으로 통계까지 인용해보자. 일단 인터넷에서 언론사를 봐주는 사람들은 어떤 통로를 이용하고 있을까. 온라인 트래픽 추이를 볼 수 있는 100핫(www.100hot.co.kr)의 조사에 따르면, 뉴스 카테고리 중 종합일간지 10개 매체의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의 주간방문자수의 합이 1100만을 간신히 넘고 있다.
반면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엠파스, 파란 등 상위 6개 포털 뉴스 섹션 방문자만 3600만이 넘는다. 같은 기간 네이버 뉴스의 방문자가 1350만, 미디어다음은 1000만이 넘었다.
뉴스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방송사들의 인터넷 사이트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KBS, MBC, SBS, EBS 네 곳의 공중파 방송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수는 같은 기간 900만에도 미치지 못했다.
랭키닷컴(www.rankey.com)은 분야별 통계정보에서 “종합일간지 사이트에서 직접 뉴스를 보기보다는 포털의 뉴스섹션에서 다양한 뉴스를 한 번에 보고자 하는 네티즌의 수가 늘어나면서 (종합일간지 사이트) 방문자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인터넷이 바꾸는 미디어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중에서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국내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절반 가량인 46.7%가 뉴스를 접하는 주요 매체로 인터넷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신문은 고작 6.9% 정도였다.
언론사닷컴, 특히 신문사닷컴의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이야기는 더욱 처참하게 흐른다. 한경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가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한국적 신문전략, 이것이 해답이다’라는 글에서 “상당수 매체는 일 순방문자 수가 5만~10만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의미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최소 방문자수를 30만명이라고 할 때 도저히 독자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진단한다. 그는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이 함께 하는 ‘크로스 미디어(Cross Media)’전략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다수 신문사닷컴은 투자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선순환보다는 비용절감과 투자축소, 단기 수익 집중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통합 편집룸’이라거나 온라인 기자 독자 운영, 합자회사 설립, 신규 사업 개발 등으로 난관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방송사닷컴도 그리 편한 상태는 아니다. 일단 멀티미디어 콘텐츠 판매와 함께 유통망 확대 등을 통해 수익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체성 부분에서는 여전히 ‘콘텐츠 판매 대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체적인 기획력이나 생산력에 기대기보다 본사에서 만들어주는 콘텐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웹에이전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언론사닷컴, 정체성 혼란의 늪에 빠지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는가. 언론사닷컴의 근원적인 문제는 사실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이는 태생적인 한계가 주는 언론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이나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적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별도 법인화 돼 있는 자회사나 신문사 소속 일개 부서에서 언론사가 주는 콘텐츠만으로 인터넷 포털을 만들려고 하니 뭐하나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유연하지 못한 보수적인 언론사 조직 문화는 혁신적인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해외 유명 언론사들의 전례만 쳐다보면서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전체적인 인터넷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일단 신문 만들고 난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까에 집중했다. 신문을 위한 콘텐츠, 방송을 위한 콘텐츠를 인터넷에 구겨 넣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오프라인 영업 방식을 고수했다.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일단 보여주기식’의 기획이 전부였다.
초기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에 다 싣지 못한 내용까지 보여주는 ‘보조재’에 불과했다는 것은 초기 언론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 중앙일보를 필두로 언론사닷컴들이 속속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인터넷을 탐색했을 때부터 언론사닷컴은 지금까지 정체성의 혼란을 거듭해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언론사닷컴이란 자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언론인’인가? 많은 사람들과 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들 제각각이다.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나 언론사닷컴에서 간혹 취재가 중복이 됐을 경우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들도 취재를 하는가’란 단순한 의문에서부터 ‘온라인 기자’라는 ‘종족’에 대한 의구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을 내비친다.
또한 언론사닷컴에서 실질적으로 ‘편집’ 업무를 맡은 운영자들은 스스로를 기자라고 선뜻 부르기 어색해 한다. 포털에서 뉴스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을 크게 구분 짓지 못하는 것이다.
본사 종속과 의존의 굴레
흔히 종속형이라 불리는 언론사닷컴들의 고민은 그들이 의지하고 있는 언론 브랜드를 떠나서는 한 발도 떼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언론사닷컴 가운데 동아일보의 경우 ‘마이더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출범했다가 결국 ‘동아’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중앙일보의 ‘조인스’는 그나마 브랜드화에 성공한 케이스였지만 여전히 조인스는 ‘중앙일보 온라인판’이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매경인터넷에서는 IT전문 브랜드인 ‘스팟뉴스’라는 독자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브랜드 런칭에 대한 어떠한 마케팅도 없었다. 이는 전자신문인터넷의 IT쇼핑 가이드 브랜드인 ‘버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미디어칸’이나 한겨레신문의 ‘하니’ 역시 본지의 브랜드와 최소한 동등한 가치를 주지 못한다.
방송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KBSi의 드라마전문 인터넷 방송국 ‘크레지오’는 독자 브랜드화에 실패해 아예 사이트 메인 로고로 KBSi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iMBC나 SBSi는 최근 온라인 뉴스 강화를 위해 시민기자제를 도입했지만 기대만큼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아 고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본사와 인터넷 자회사 간의 중복 사업도 내부적인 갈등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인터넷 자회사의 자체적인 사업에 대해 간섭하거나 일방적인 지시로 일관하고 있으며 본사 부대사업을 떠안기거나 수익성 좋은 사업의 경우에는 본사로 이관시키는 등 조직원들끼리의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광판 사업권’이 인터넷 자회사에 있느냐 본사에 있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갈린다는 자조 섞인 언론사닷컴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언론사닷컴 따로 존재할 필요 있나
이러한 정체성 문제는 언론사들이 각종 부가 사업을 전개하고 그룹 형태를 띠면서 예견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언론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언론 조직과 대중적 기술이 중심이 된 인터넷이란 영역의 불합치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사와 인터넷 자회사의 전략이 따로 노는 곳이 너무 많다.
언론사닷컴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물론 모범 사례는 있다.
최근 모스코바에서 있었던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서 티모시 볼딩 사무총장은 세계 신문산업 동향 보고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신문 발행부수는 전년보다 0.56%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료신문을 포함한 지난해 발행부수 증가율이 1.21% 였으며 지난해 전 세계 신문의 광고수입은 전년대비 5.7% 늘었으며 증가율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역설했다.
지난해 신문사가 운영하는 온라인판 독자는 8.71% 증가했으며 5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200% 늘었다. 이에 따라 신문사의 인터넷 광고수입 역시 지난해에 24%나 증가했다는 점은 국내 신문들로서는 ‘희소식’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해외 유수 언론들의 인터넷 대응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닷컴의 짐 브래디 편집인은 "워싱턴포스트는 편집국에 멀티미디어 조정 기능과 TV 스튜디오, 라디오 스튜디오 등을 포함한 융합 편집국을 만들었고 오프라인 기자들에게 이미 카메라를 지급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파이낸셜타임스닷컴 전 편집인은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제 담당 에디터가 온라인판에서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하거나 독자에게 유수 경제전문가와 온라인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컷뉴스‘라는 인터넷 전용 뉴스 송출을 성공시킨 CBS의 ’유비쿼터스 통합뉴스룸‘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사례를 보면 본사의 인터넷 전략에도 도움이 안 되고 언론사닷컴 스스로의 자생력도 없는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언론사닷컴은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 기반을 어차피 본사에 의존해야 하고 본사는 언론사닷컴이 장애로 작용해 인터넷 전략을 유연하게 펼칠 수 없는 서로가 걸림돌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언론사닷컴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일부 언론사가 본지와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본지 편집국에 인터넷 편집 인원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고 취재 인력을 합쳐 인터넷 기자와 신문 기자가 사무실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급한 온-오프 통합 편집룸은 오히려 서로의 차이만 극명하게 드러내 놓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모 언론사의 명칭상 통합 편집룸 조직 운영은 상대적으로 인터넷 편집 및 취재 인력의 박탈감과 함께 소외감만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 언론사에서는 이미 상당수 인원이 이직을 했으며 이직을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통합 논의와는 반대로 본사는 본사대로 따로 인터넷 전략을 짜고 인터넷 자회사는 그들대로 오프라인 전략을 따로 준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온-오프 인터페이스와 콘텐츠 소싱에 주목하라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풀기는 힘들겠지만 언론사닷컴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먼저,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부터 시작하자. 현재 우리 닷컴 조직의 효율성은 어떠하며, 본지와의 연계는 어떠한지, 그리고 우리 닷컴이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이라면 적어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기술이 중요하다. 기술이 없으면 콘텐츠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술도 없고 콘텐츠도 남의 것’인 상태라면 영업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깔끔하게 대부분의 운영 및 영업 업무를 아웃소싱해볼 것을 권한다. 아니면 언론사닷컴끼리 운영 연합체 구성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네이버와 언론재단이 추진하는 아쿠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원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른바 메이저에 속하는 언론사는 참여를 유보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좀더 전향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편집권과 인터넷 콘텐츠 유통권을 지나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포털에게 콘텐츠를 유통하도록 허용하면서 편집권은 이양하지 않았는가.
지금부터라도 미래 전략에 대한 단계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인터넷이 대세라며 남들처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성급한 통합 편집룸 논의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인터넷이란 플랫폼과 인터페이스에 맞는 콘텐츠 생산력, 또는 가공력을 갖추는 것이다. 같은 콘텐츠라도 신문에 사진과 도표로 깔끔하게 편집되는 버전과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와 각종 링크, 그림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자료, 검색된 관련 자료가 함께 있는 버전은 달라야 한다.
기사가 생산되는 단계와 가공되는 단계, 유통과 소비되는 각 단계마다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각 단계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힘들겠지만 단계별 전략을 통해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미 독립형 인터넷 신문들은 특화되고 전문화된 콘텐츠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아예 자체 광고 영업 인력을 두지 않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포털과의 공생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는 속보매체도 많아지고 있다. 언론사닷컴이 상대해야 할 곳은 포털이 아니라 이들 독립형 인터넷 신문들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위한 콘텐츠가 인터넷에 그대로 먹히리라는 생각부터 고쳐먹어야 한다.
인터넷은 쌍방향 미디어 서비스다. 신문기사를 그대로 인터넷에 뿌리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째로 인터넷에 올려놓기보다 생산단계부터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각 유통 지점에 맞도록 콘텐츠를 재배치하고 재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 기자나 편집자 등 생산자들이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이라도 본사와 인터넷 조직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 종사자들의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다.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언론사 그룹 내부에 빠르게 공유되고 정착되려면 조직원들 스스로 고리타분한 ‘소싯적’ 이야기에 매몰되지 말고 인터넷 독자를 위한 서비스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면 필자는 ‘인터넷 미디어는 플랫폼 서비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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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미디어 전문 잡지의 기고문이므로 허락없이 전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다분히 현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개략적인 제안 정도여서 재미가 좀 없네요...--;;
다음부터는.. 대안 모색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할까 합니다..
미디어 2.0에 대한 본격적인 제언을 해볼께요...
인터넷 미디어의 범위, 예전과 지금의 미디어의 의미, 언론과 정보 서비스의 구분, 참여와 공유, 그리고 콘텐츠 생산과 가공-유통의 분리와 개별적 대응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포털과의 공존 공생에 대한 이야기도 주제로 가능하구요.. 포털의 미디어화에 대한 대응이나 그런 것보다 포털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니까요...
인터넷 글쓰기와 인터페이스, 그리고 언론사 주장과 토론에 대한 플랫폼 이야기도 주제로 다룰 수 있겠죠... 모두 인터넷 안에서 전파 확산 강화 과정을 거치는 사례들이 많아서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 이야기도 할만 할듯 합니다..
인터넷 개인 브랜드화 전략에 대해서도 관심있습니다. 인터넷이 국내에 신디케이션의 개념을 어정쩡하게 들여오는 데 일조했는데요.. 그보다는 더 주목할 것이 전문가들의 저널리스트화라거나 1인 미디어 브랜드의 확산 등도 재미있는 주제가 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