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메이저입니까? 마이너입니까?

사람은 본디 태어날 때부터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만은 98년 IMF 폭풍의 시절, 마이너중의 마이너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메이저 인생이었던 금융권 종사자 대기업 종사자들이 마이너로 떨어지던 시절이었죠. 그만은 그렇게 마이너 잡지에 들어가 힘든 일을 겪으며 살았습니다.

믿어지십니까? 3개월만에 받은 첫 월급이 50만원이었죠. 근무조건은 최악이었습니다. 90일 가운데 집에 들어간 날이 약 열흘. 사무실 라꾸라꾸침대와 근처 사우나가 침실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임금 체납은 예사였고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원고 쓰고 앉아있는 그만의 키보드 위에 '압류 딱지'를 붙이더군요.. 하핫.. 황당~

이 당시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백수였습니다. 또 그만의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선배나 후배나 할 것 없이 '취업 재수생' 또는 '언론 고시생'들이 많았죠. 이런 와중에 그나마 그만은 스스로 '직장인이니까'라며 위로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만은 몇 년 동안 마이너 잡지 생활을 이어갑니다. 쓰고 싶던 글을 쓰는 직업이었고 턱없이 적어도 돈은 받으며 일하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몇 년 후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이른 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사례들이 많아졌습니다. 메이저라고 하는 언론사나 대기업에 들어갔죠.

'이상한 슬럼프'의 원인
그리고 그 당시 몇 년 동안 그만은 이상한 슬럼프를 겪습니다. '밤새워 글을 썼는데, 과연 누가 내 글을 봐 줄 것인가', '내가 지금 쓰는 글은 과연 도움이나 되는 것일까?', '남을 비판하고 비난을 해봤자 영향력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더군요. (아마 지금도 많은 블로거들이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친지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 친구들의 하찮은 농담이 '마이너 직장인'이었던 그만에게 비수처럼 파고 들었습니다. 친구 가운데 한 명이 술 한 잔 하면서 사회 문제에 열변을 토하는 그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냅니다.

"그럼 처음부터 메이저하든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떠들어봐야 세상이 바뀌기나 하겠어?"

그랬군요. 그만이 겪고 있던 슬럼프의 원인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만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메이저로 등극하지 못한 원죄로 인해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나 영향력을 끼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그런 기대를 누구도 그만에게 걸지 않았던 것이죠.

마이너 잡지 기자의 이상한 슬럼프는 그렇게 찾아오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원인으로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되더군요.

슬럼프 극복할 수 있는 길 '온라인', '인라인!'
그만은 2002년 이런 이상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곳에 우연찮게 흘러들어왔습니다. 아직 온라인 언론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당시 일부 잡지 선배는 '온라인은 우리보다 더 마이너인데, 굳이 가야겠니?'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만은 불과 1여년의 시간 동안 치이고 깨지며 놀라울 정도의 가능성을 온라인에서 발견합니다. 온라인이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고 어떤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롱테일 콘텐츠가 쌓여가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2005년 말 그만은 새로운 영역을 재발견합니다. 바로 블로그였죠. 물론 이전부터 블로그와 관련한 많은 글을 쓰고 직접 블로깅을 해왔지만 스스로 '블로거'라거나 '온라인 저널리스트'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2005년 말에 드디어 그만은 설치형 블로거로 활동하기로 마음먹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스스로 '단 한 사람의 블로거'로 1년을 지냈습니다.

어제 관련 기사를 포스팅하면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유치하게 3등했구나, 좋다.. 가 아니라 전현직 언론인들이 '온라인 저널리스트'의 영역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반드시 공채로 뽑힌 기자가 아니어도 좋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그만이 늘상 주장해온 '여러분은 온라인 저널리스트입니다'라는 말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긍정의 세력이여, 세상을 접수하라
블로거 여러분, 블로깅이 힘들고 짜증나시나요? 롱테일이 너무 부족한가요? 메타 블로그에 펌질이 너무 많고 읽을만한 것이 없나요?

또는 온라인에서 보이는 글들이 너무 하찮고 유치하고 짜증이 납니까? 의미 없는 댓글이 난무하는 데 섞이고 싶지도 않으신가요? 키보드 워리어들의 치열한 비난전이 성질을 돋웁니까?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롱테일을 우리부터 쌓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메타 블로그에 상위에 오를 수 있도록 좀더 정제되고 독자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경쟁적으로 올려봅시다. 하찮아 보이는 댓글에도 친절하게 응답해봅시다. 펌질에 대해 경고하고 적극 대응해봅시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지만 우리 모두의 목소리는 세상을 움직이는 '함성'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사는 역사를 밀고 당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시험봐서 뽑힌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고정관념을 심어주었지만 우리 조카와 자녀들에게까지 그런 세상을 강요할 생각이십니까?

나는 못했어도 우리 조카와 자녀들이 열심히 사회를 밀고 당길 수 있는 발판을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은 지금껏 10년의 마이너 생활 속에서도 메이저를 꿈꾸지는 않았습니다. 소수 엘리트에 의해 역사가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며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소수 엘리트를 움직일 수 있는 파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소수 엘리트라는 사람들도 세상을 움직이기 위한 명분과 근거가 필요합니다. 바로 블로그스피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기자'들이 우습게 보이지 않습니까? 이제는 그들을 끌어내려 비웃을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서로 뿌듯하게 마주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이 서로 마주보고 경쟁하고 견제하고 협력할 때 역사는 '긍정의 세력'에게 접수될 것입니다.

'온라인 저널리스트'라는 것은 '직업'이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소명이지요.

그래서 그만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만은 이미 온라인에 투신하면서 메이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블로거 여러분은 그만이 선정한 '올해의 온라인 저널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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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12:41 2006/12/2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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