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 증삼살인 고사와 인터넷

Ring Idea 2009/08/31 09:23 Posted by 그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 기술적 활용도나 사회적 복잡도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즘엔 어쩌구' 하면서 옛날의 사고방식과 지금의 사고방식이 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해 늘어놓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의 DNA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인성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사고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전이나 역사를 보면서 현재를 반추하게 되지요.

그래서 옛 것에서 배울 것은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 패턴이 아니라 '사람이란 이렇구나'를 배워야 합니다. 요즘 자기계발서나 경영경제 서적을 이리저리 탐독하고 있는데 보통은 세상을 '시스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고 하는 위험한 물신론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분도 많이 보게 되지요.

오늘 두 가지 고사성어를 소개합니다. 이 두 가지 고사성어는 제가 늘 인터넷에 글을 남기면서도 주의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한 주를 시작하고 8월을 마무리하는 시간 여러분에게도 뭔가 의미있는 이야기이길 바래봅니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는 이유는 '연기가 난다'고 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났던 이유는 '연기가 난다'고 믿었기 때문일 수도 있구요. 듣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 들을 수도 있죠. 인터넷은 이러한 현상을 증폭시키기 좋은 플랫폼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춘추전국시대 위(魏: BC 770~221)나라 혜왕 때 일어난 일이다. 위나라의 태자(太子)가 조(趙: BC 475~221)나라에 인질로 가게 되자 혜왕은 태자의 수행원으로 충신(忠臣)인 방총(龐蔥)을 따라 가게 하였다. 방총은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邯鄲: 중국 허베이 성(河北省) 남부에 있는 도시]으로 떠나기 전에 왕을 알현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시장(市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왕께서는 이것을 믿겠습니까?”

“물론 믿지 않소.”

“조금 후에 또 한 사람이 뛰어와서 그렇게 말하면 어떠하시겠습니까?”

“의심을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뒤이어 세 번째 사람이 들어와서 그렇게 말하면 어떠하십니까?”

“과인은 그 말을 믿게 될 것이오.”

그러자 방총은 다음과 같이 간곡하게 말하였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세 사람이 연이어 나타났다고 말하니 호랑이가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이제 신(臣)이 태자를 모시고 조나라로 떠나게 되면 신에 관해 논의하는 자가 많을 것인데, 그 숫자가 어찌 세 사람뿐이겠습니까? 왕께서는 이 점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마자 그를 중상모략(中傷謀略)하는 자들이 나타나서 온갖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 후 볼모로 잡혀있던 태자는 돌아왔으나 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끝내 위나라의 땅을 밟지 못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內儲說)」에 나오는 내용으로 근거 없는 조언비어(造言蜚語)도 여러 사람이 하면 믿게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고사이다.


증삼살인(曾參殺人)
매일 세번씩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한다는 삼성오신(三省吾身)은 논어(論語) 학이 편(學而篇)에서 나온 말로 증자(曾子)가 한 말이다.

'나는 하루에 세번씩 나 자신을 반성한다(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신).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과연 충실했던가. 친구와 사귀면서 신의가 없지는 않았던가.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을 남에게 가르치지는 않았던가.'

증삼은 증자의 이름이다. 어느날 증삼과 동명이인(同 名異人)인 사람이 살인을 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공자(孔子)의 제자이자 효행으로 이름높은 증삼이 살인한 걸로 오해를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증삼의 어머니에게 뛰어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증삼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야"하고는 태연히 베틀에서 계속 베를 짜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또 한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해도 아들을 믿는 증삼의 어머니는 여전히 그럴 리가 없다면서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베를 짜는 것이었다.

또 얼마 있다가 어떤 사람이 와서 같은 소식을 전했다. 증삼의 어머니는 그제서야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놀란 증삼의 어머니는 베틀에서 황급히 내려와 담을 넘어 도망갔다.

증삼과 같은 도학군자(道 學君子)라 해도 또 그것을 굳게 믿는 어머니라 해도 세 사람이 같은 말을 되풀이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거짓말을 퍼뜨려 남을 모해(謀害)하는 것을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고 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보면 미디어의 막무가내식 몰아치기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언론의 루머 인용과 바람몰이식 보도, '의혹 제기' 등의 보도 행태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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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31 09:23 2009/08/31 09:23
얼마 전 미도리님의 온라인 브랜딩 블로그에 올라온 내가 트위터를 망설이는 6가지 이유라는 글을 보았는데요. 글 말미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군요.

마지막으로 '트위터한다'하면 뭔가 앞서가는 사람인가 하고 보는 'IT허영'이 가장 싫다.

IT허영이란 단어에 시선이 고정됩니다. 이런 조어는 말 만들기 좋아하고 단어 조합에 따른 의미 분화를 두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만 같은 사람에게 아주 맛난 간식 같은 것이죠.

사실은 저도 트위터를 시작한 지 한 두 달 정도 된 거 같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게는 새로운 미디어 실험이고 체험이라서 트위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보다는 그 파괴력, 영향력, 관계설정 등에 관심을 두고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주제에 몰려다니는 모습이라거나 서로 동조하기 쉬운 구조를 채택했음에도 남의 글을 죄책감 없이 퍼 나르는 구조를 볼 때 상당한 매력을 갖게 합니다.

2009/08/10 140자 제한을 커뮤니케이션 집중으로 승화한 트위터
2009/07/16 트위터, 이러면 어떨까? 그만의 아이디어
2009/03/30 고래는 트위터에게 보은할 것인가

미투데이까지 마이크로블로깅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저로서는 획기적인 시각 교정이었습니다. 요즘 NHN이 미투데이를 인수한 이래로 잠잠해왔던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사실은 기술적인 개방형 플랫폼이 가진 여러가지 한계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미투데이의 집중적인 마케팅에 의한 붐업보다는 개방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트위터의 유저 확산 모습에 상당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야후!가 중동권 최대 포털인 막투브라는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막투브 역시 소셜미디어 기능을 채택하면서 중동권의 폐쇄적이면서도 종교와 인종끼리의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었죠.

소셜 서비스, '허영심'을 자극하는 플랫폼
소셜은 확실히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임이 분명합니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의미 분화가 이뤄지고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좀 특수한데요. 우리나라에서 이미 아이러브스쿨 동창생 찾기와 스카이러브 채팅,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 인기인 1촌 맺기 열풍이 지나간 뒤여서 과연 새로운 소셜 서비스가 가능할까 의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블로그의 폭발적 성장과 2009년 트위터의 선전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플랫폼이 이전 세대의 소셜 서비스에 연이어 뜰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복잡한 개념들을 뒤섞는 가운데 끄집어낸 키워드가 바로 '허영'입니다.

'허영검색'이란 말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다른 말입니다. 검색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어떤 식으로 노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허영검색'은 '자기검색'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자기만족'에 그치는 나르시즘이나 소규모 인맥에 의존하는 커뮤니티 성향이 아닌 '사회적인 자아'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사회에서 어떻게 비쳐지는가, 자신이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가, 자신의 사회 안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 받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검색이 바로 '허영검색'인 것입니다.

여기에 '소셜허영'이란 단어를 조합해봅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방문자, 댓글, 트랙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곧 '허영검색'에서 자신의 이름이나 블로그가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세어보는 것 처럼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절대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후에는 '구독자'확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는 일반인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인물의 영역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구독자를 자신의 팬과 같이 느끼고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이죠. 그리하여 이 구독자들의 성향이나 댓글과 트랙백의 반향, 그리고 블로고스피어에서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글을 생산하고 시각을 계속 교정시켜나가게 됩니다. 이른 바 '소셜화'가 진행되는 것이죠.

단 블로그란 것이 너무 자유롭다보니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과감하게 플랫폼 제약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트위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소셜허영'은 팔로우어 숫자에서 드러납니다. 자신이 팔로잉한 사람보다 팔로우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소셜허영심은 과장되어 드러나게 되고 자기과시라든가 자신의 단상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트위터 무리에 던져 파장을 측정하는 등의 소셜화가 진행됩니다. 내 이야기가 더 많이 RT(리트윗)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모습 역시 '자기과시'나 '지적허영'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허영심이란 사회적 존재에게만 있는 심리이기 때문에 일정한 비교대상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와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블로그와 트위터에는 이러한 소셜허영을 자극할만한 플랫폼적인 특징과 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트위터가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 허영을 충족시키지 못하다가 김연아로 촉발된 김연아, 허경영(허위로 드러났지만), 김주하 등 국내 유명인의 가입은 그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관계를 맺어 허영을 충족시키기 시작한 셈이죠. 물론 해외 서비스를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추종 현상 역시 이 허영에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이런 서비스들은 자기중심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불편한 상대를 거부하거나 남들과 피곤하게 토론해야 하는 상황은 회피할 수 있습니다. 허영을 방해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개인중심적인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대중 관심사에 충실한 포털 방식의 서비스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적인 관심사의 분산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지난 번 글이었던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이나 '열린 인터넷 광장이 혼란스러운 이유'에서도 잠깐 언급한 사실입니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소셜허영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난히 극단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고 나쁘고, 선이고 악이고를 떠나서 지금 우리는 '소셜허영'에 푹 빠져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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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09:17 2009/08/26 09:17

김미루. 요즘 '핫'한 인물이다. 기자들이라면 이 이름이 가진 묘한 분위기에 끌릴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자이면서도 '유명인'이자 기자인 김용옥의 딸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미루가 자신의 것이라고 내민 것이 자신의 누드다. 그 누드는 더구나 세계 곳곳의 버려진 곳, 어두 침침한 지하세계, 노숙자마저 보이지 않는 폐허 한 가운데에서 촬영한 것이라 더 특별하다.

그녀가 더 유명해진 것이 바로 우리나라 언론이 '숭배'하는 뉴욕타임스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니 우리 언론의 아젠다세팅에는 플러스 알파가 숨어 있겠다. 이 재미있는 뉴스꺼리 자체인 김미루의 학벌 역시 화제다. 의대생이었음에도 돌연 자기 누드를 찍는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끌릴만한 소재를 한 데 다 모았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가 좋아하는 '저명성'은 물론 '배경' 및 '이색 경력', '차별성'에 '사회성'을 담은 메시지이면서 '선정성'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 조명하든 김미루는 그 이름과 그의 프로필, 그리고 그의 작품이 소개되는 순간 모든 미디어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핫'한 인물이다. 아마 김대중 대통령 서거가 아니었다면 더욱 뜨거운 이야깃거리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그녀에 대한 설명과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사실은 몇 달 전에 회사 임원분 한 분이 우연찮게 '참 독특한 사람이다'라며 소개시켜준 사람이 바로 김미루였고 그 이후 이 독특한 아가씨의 행적은 간간히 들려오는 외신과 함께 계속 내 무의식적인 관심 주위에 맴돌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누드'와 '폐허'라거나 그녀의 원초적인 '김용옥 딸'로서가 아닌 사진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덤덤하게 이야기해주는 스토리에 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요즘 다양한 곳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접해보면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TED.com에서 이미 그는 유명인사다.(재생버튼 옆의 View subtitles를 누르고 Korean을 고르면 한글 자막을 볼 수 있다)



혹시 안 보인다면 다음 링크로 들어가면 영상을 볼 수 있다. (한글 자막도 함께 볼 수 있다. 심지어 한글 자막을 보충해줄 수도 있다.)

http://www.ted.com/talks/lang/kor/miru_kim_s_underground_art.html

미리 그녀의 몸이 어떤지를 힐끔거리며 탐색하기 전에 '김용옥 딸'의 '알몸'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전에 이 동영상을 보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 하면, 이 스토리는 '의식과 사상의 흐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가 동물 해부를 진행하면서 느낀 쥐에 대한 연민과 애착, 그리고 그 쥐를 따라 들어간 도심 속 버려진 지하 터널 공간, 그 안에서 느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상. 그곳에서 다시 사물 속에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인물을 누드로, 그 누드는 결국 자신의 누드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의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덧없음을 직접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그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단순히 자극적이었던 여인의 누드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사 여행을 위한 작품 감상에 빠지게 된다.

바로 예술적 체험인 것이다.

뉴스 속 스토리. 이것이 사실 미디어 2.0의 힘이다.

참고 : 김미루 홈페이지 http://www.miru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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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22:52 2009/08/24 22:52
건전지 제조 업체인 듀라셀이 차세대 기기에 맞는 똑똑한 충전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스마트 파워'라는 브랜드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듀라셀이 발표한 스마트 파워 제품군에는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를 좀더 오래, 좀더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선 없이 기기를 패드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전할 수 있는 제품인 '마이그리드(myGrid)'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모바일 기기 여러 개를 한꺼번에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패드에 올려놓아도 충전이 되는 방식으로 번거로운 충전선 등이 필요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 패드에 올려놓는 기기에는 특성에 맞는 간단한 장치나 스킨을 부착해야 한다.

듀라셀은 마이그리드 제품 가격을 79.99달러로 책정했으며 제품별로 부착해야 하는 어댑터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어댑터의 가격은 34.99달러이다. ⓡ RingBlog.Net 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마음대로.

추가 정보 : http://www.duracell.com/us/mygrid/defaul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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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팅 : 2008/08/31 토끼와 건전지 이야기

이 제품을 보고 뭔가 낯 익다 싶었는데요. 역시나 몇 년 전 세빗에서 발표되어 눈길을 끌었던 와일드차지 시스템(Wild Charge system)이란 제품과 똑같군요. 아무래도 클론 아니면 라이센스 제품인 듯 싶습니다.

앞으로 이 방식이 유행하게 되면 휴대폰 제조사나 MP3플레이어 기기에 무선 충전 어댑터 기능이 내장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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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을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이라고 하는데요. 얼마 전까지 이런 기술적 상상력은 상식 밖으로 취급받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은 에디슨보다 더 뛰어난 발명가이자 현대 교류전기 생산 방식을 고안해낸 비운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가 꿈꿨던 궁극적인 기술적 완성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종종 눈에 띄는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전동칫솔을 사용해본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전동칫솔의 충전 방식이 바로 자기장을 이용한 충전이라서 전극이 따로 없습니다.

혹시 이러한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난 2008년 12월에 나온 전자통신동향분석 자료[PDF]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전기자동차에 대한 혁신적인 효율을 보면서 전지와 충전 방식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움직이는 기기나 들고다니는 기기가 많아질수록 충전기와 전지의 수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혹시 더 재미있는 충전기에 대해 아시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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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09:48 2009/08/24 09:48
중국 포털 시나닷컴과 소후닷컴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특집페이지를 마련했군요.

반갑긴 한데 매우 이색적이군요. 들리는 말로는 강택민 주석같은 사람에게 따꺼(형님)라고 불리울만큼 친했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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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ina.com.cn/z/jdzss/index.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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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ohu.com/s2009/jindaz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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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10:40 2009/08/19 10:40
나는 가끔 인지절약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여기서 인지절약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구두쇠'와 같은 말이다. 또는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인지압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인지적 구두쇠 심리란, 사람들은 특정한 대상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정보를 다방면에서 취합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빠르고 안정적인 정보 취득 방식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나온 인터뷰나 자신이 신뢰하는 이가 하는 평가를 곧이곧대로 준용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정보를 취합해서 모여진 정보들의 관계를 추정해내고 의미를 분류하여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대상을 평가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준다.

선거에서 포스터에 나온 외모만으로 평가한다거나 새로 들어온 동료의 출신 학교로 나머지 모든 것을 평가하거나 타인의 블로그를 보고 자신이 구매할 노트북을 정하는 식이 바로 이런 인지적 구두쇠 심리 때문이다.

인지적 구두쇠는 세상 만물을 개인이 모두 판단하기 힘들고 경험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낸 효과적인 사고 방식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상을 '띄엄띄엄'보게 되는 단점은 감내해야 한다. 또는 시시 때때로 자신이 내린 판단의 근거가 잘못되었을 경우 자신의 판단을 재점검하고 수정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의 근거가 완전히 틀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믿음을 지켜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띄엄띄엄 보고, 자신이 틀려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심리적 맹점
이런 고집스런 현상을 <설득의 심리학>에서 '일관성의 법칙'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종말론을 주장하던 종교 집단이 자신들이 정한 날짜에 종말이 오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종교를 바꾸려 하지 않는 모습을 사례로 들었다. 이른 바 광신도들인 셈인데 대부분 이것은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을 잃었을 때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자신을 위로하고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수단을 새롭게 동원하는 자기방어 심리적 기재들이 동작한다는 점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어제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라는 글을 썼다. 상당히 의식적으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내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까지 고려하며 약간은 물러터진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글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에서 한 독자는 "글중에 양측다 논리적 근거가 있다고 하시는데, 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단정지었다. 개인적인 주장이다. 또한 다른 한 독자는 "'레밍스네, 자기확신'이네 뜻도 제대로 모르는 말 써가며 그대가 두려워 하는 "민의"를 오도하는데 많은 정력을 소비"했다고 반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어느 대상에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내 글이 그 대상을 옹호하는 것 처럼 비쳐졌다는 것이다. 절대 나는 그 대상을 옹호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다만 서술방식과 근거와 사례가 뒤섞이면서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 심리'가 작동되어 '이 글은 내 의견과 달라'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는 불쾌해 하며 정작 자신들의 의견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같은 입장의 사람인 나를 비난한 것이다.

세상은 '선과 악'이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며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과도 한데 어울려 살아야 함에도 남을 타협할 수 없는 '악'으로 몰아세우고 상대방을 깎아 내리면서도 자신들의 편협함은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쉽게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는 뭔가 보이지 않는 '맹점' 때문에 어이없이 편협한 사고에 빠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제 글에 대한 반응은 어제 마지막 장을 덮은 책 <블라인드 스팟>의 서평에 소개할만한 소재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종종 뻔히 눈앞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바보같은 논리 오류에 빠지는 상황을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특히 입장의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논리적 '맹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심지어 9.11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미국인들이 "그들은 왜 미국인을 싫어하는가"라며 어이 없이 바보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장면을 들어 자신들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가 없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앞에 소개했던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라는 글에서 느꼈듯 진영논리에 의한 극단적 상대 폄하에 대해서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8장 돌아보기
비판적 사고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명확한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막상 증거를 평가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우리는 검증해야 할 증거 자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우리와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무조건 거부해버리곤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불분명한 증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려면 이용 가능한 증거들을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조차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봄으로써 이런 맹점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우리의 세계관은 더 정확하고 완전한 것으로 수정될 것이다.
-267p


이외에도 바로 눈 앞에 있는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라거나 범주화의 오류에 빠져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늘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 손해나는 '하던대로, 보던대로'
예를 들어 내가 홍보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방송사 기자, 신문사 기자, 온라인 기자' 따위로 범주화를 시도한다거나 '메이저 신문 기자, 잡지 기자, 지방지 기자' 등의 분류법으로 인해 간과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듯 이 책은 갇힌 '패턴식 사고'의 맹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파헤친다.

해군 엔지지어인 리처드 제임스는 항해 시 민감한 항해 도구들이 배의 속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여러가지 형태의 스프링을 실험하면서도 그 스프링이 놀이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에게 그 스프링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 스프링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생각했고 이를 응용한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슬링키'라는 스플링 장난감이다.(189p)

책의 아이템인 심리적 사회적 논리적 '맹점'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우수하지만 아쉽게도 서술방식이 지루하고 사례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 또한 주제에 집중되어 반복 강조라는 느낌보다 중언부언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책 자체로는 매우 아쉽다.

이 주제로 더 좋은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블라인드 스팟 - 10점
매들린 L.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 근조, 어제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맹점을 많은 부분 극복하신 분입니다. 자신을 살해하려던 인간들을 용서해줬고 끊임없이 패배의식에 빠진 진보진영을 일으켜세워 결국은 정권 교체를 이뤄냈으며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한국인이 되셨죠.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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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09:47 2009/08/19 09:47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

Column Ring 2009/08/18 13:36 Posted by 그만
지난 연말부터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경제용어들이 의외로 재미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펀드런이란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펀드 가입자들이 인출하기 위해 객장으로 뛰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만든 것으로 펀드런 현상은 펀드가 부실해질 때는 물론 요즘처럼 펀드 수익률이 급락했다가 원위치로 회복했을 때 한 번 더 일어난다. 원금을 회복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재산을 분산하거나 교체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펀드 가입자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다보니 공격적이고 장기적 펀드 운영보다는 기계적이고 안정적인 펀드 상품이 양산되고 돈이 몰리는 곳만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지 않는 곳은 투기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투자금이 부실해지는 현상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악순환이다.

누구나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 누구든 괴로워지는 게이머가 되어 남을 더 괴롭혀야 자기가 덜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레밍스 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사람들이 집단군중심리에 의해 주식시장이 오른다 싶으면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특정 종목이 수익률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다시 그쪽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다. 이렇게 유동자금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보면 레밍스라는 군집생활을 하는 작은 동물들이 떼지어 다니는 모양이 떠오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앞세워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업 자금 흐름에 장애를 준다. 더구나 이렇게 소문과 뉴스에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겨냥해 과대 과장 공시를 한다거나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일부러 띄우기도 하고 역정보를 통해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사기극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게 과연 누구 잘못인가.

레밍스 처럼 누군가를 쫓아 몰려다니는 쏠림 현상

온라인은 '편향적'이고 '편협'하며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자신도 그러한 부작용의 희생자 내지는 가해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보다는 이슈 쏠림현상에 의한 부작용이 더욱 부각되어 느껴진다.

이런 부작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미디어 플랫폼의 근본적인 특성 차이다.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라는 책에서도 주장했듯이 정보를 수용하는 양태가 오프라인에서는 밀어내는 정보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쌓아둔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내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손쉽게 생각해보면, 황우석 사태, 디워 논란, 신정아 논란, 광우병 사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든 사건에서 우리는 미디어의 아젠다세팅(의제설정)에 기꺼이 동의했지만 그 진행 상황에 동의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사람들은 황우석 사태 때 놀라운 지식의 공유와 함께 넘쳐나는 의견과 맞닥뜨렸고 일부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나머지는 이 공방 사이에서 쌓여가는 정보를 소비하기에 이르른다. 행동하는 사용자들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적극적으로 쌓여 있는 정보를 찾아 재생산하고 다시 이를 자신의 의견을 공고히 하는 근거로 삼게 된다.

광우병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단순히 '논란'에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와 행동을 보여준다. 이 때 오프라인에 나와 '시위'를 한다는 행동은 상당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과연 그 전부터 이들에게 '광우병은 무서운 병이다'라는 인식이 있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미디어의 아젠다세팅과 함께 정부의 정보 제공에 초기에 노출되었고 중간에 다양한 의견 제시를 관망했다.

오프라인 미디어는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온라인은 자기 확신을 위한 정보를 찾게 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망하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저마다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남들에게 자기 확신을 줄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쌓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공고하게 받쳐줄 근거와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그저 온라인에서 찾아서 읽고 남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면 되었다. 네트워크 효과는 극대화되었고 사람들은 '자기 확신'에 가득 찼으며 이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럼 이렇게 쏠림 현상을 놔두어야만 할까? 사람들은 남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디지털로 기록된 발언과 글과 영상에서 꼬투리를 잡아 맹공격하는 자료로 삼는 것을 놔둬야 할까. 이쯤에서 민주주의와 사회를 좀먹는 패거리 의식, 엘리트주의가 싹트기 시작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만 하면 욕먹는 모 논객이 '지적 수준'이나 '자격' 등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봐주어야 한다. 불편하지만 남들의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봐주어야 내 행동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나는 상대를 봐주는데 상대는 나를 봐주지 않는가. 정보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권력의 불평등에 대한 견제가 없다. 온라인은 끊임없이 논란과 논쟁을 산더미 처럼 쏟아내지만 정작 '실질 권력'은 이런 정보를 획득하지 않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력 차이는 여기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영향력 크기의 차이라기보다 영향력의 온도 차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오프라인 미디어는 정보 수용에 있어서 수동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것은 오프라인 미디어가 역사적으로 만들어 놓은 객관성과 종합성의 결과물이다. 반면 온라인 미디어는 생산자와 수용자가 구분되지도 않고 서로의 영향력의 저울이 수평으로 맞춰질 리 없는 상태다.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심어줄 정보를 능동적으로 재조합하거나 자신의 의견과 같은 성향을 보이는 매체나 타 이용자(또는 블로거)에게 동감을 표시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배가시킨다.

정보의 흐름 자체가 플랫폼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므로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에 따라 여론과 사회적 논란의 진행 상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진다. 너무나 편협한 시각(적어도 내가 보기에)을 봐야 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공방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진영논리가 판치는 온라인,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필요하다

사회적 아이러니는 양 극단은 서로 어느 정도 정비된 이론적, 논리적 무장을 한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서로 상대방에게 논리적 설득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만을 물고 늘어지고 이런 모습이 다시 '편협함'으로 비쳐져 꼬투리 잡히는 양상을 보인다. 이래가지고서는 토론이란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서로에게 인정할만한 논리가 있어도 상대방이기 때문에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 진영 논리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온라인의 집단지성을 신봉하면서도 자칫 진영논리에 빠져 허우적 거릴까봐 쉬엄쉬엄 가는 이유는 이런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에 이은 사회적 갈등구조 고착화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런 현상에 뛰어들기보다 관찰하고 레밍스 처럼 몰려다니는데 동참하기보다 관망하며 자기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방면의 책을 탐독해야 '정보 몰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잠시 멈춰서 모니터를 벗어난 세상을 주목해봐야 한다. 모니터 속 세상에서 내가 칼을 들고 다니며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니터 밖 세상에서는 이웃과 서로 어깨동무하고 술 한잔 걸치고 싶은 친구들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라인에서 자아 증폭 현상으로 인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부딪히더라도 오프라인 세상에서 그는 의외로 정감 넘치는 이웃이고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가학 충동'에서 약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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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13:36 2009/08/18 13:36

IE8, 가장 안전한 브라우저?

News Ring/SpotNews 2009/08/18 09:18 Posted by 그만

제 2의 브라우저 전성시대에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브라우저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6, 7, 8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 구글의 크롬2, 애플의 사파리, 오페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IE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IE8의 기능이 타 브라우저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보안 컨설팅 업체인 NSS랩의 악성코드 차단 성능 비교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IE8은 81%의 차단율을 보여 27%의 차단율을 보인 파이어폭스 3보다 무려 54% 포인트나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사파리 4(21%), 크롬 2(7%), 오페라 10 베타(1%)의 순이었다.

이 조사는 12일 동안 동일한 조건에서 4시간에 한 번씩 악성코드에 노출하는 실험이었으며 각 브라우저는 실험당시 최신 업데이트 상태를 유지했다. 작년 동일한 테스트에서 IE8(RC1)이 69%의 악성코드 차단율을 보였으며 파이어폭스 3.07은 30%의 차단율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편 LSS랩은 피싱 공격 차단 성능 역시 비교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테스트에서도 IE8이 83%의 차단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근소한 차이로 파이어폭스(80%)가 2위를 차지했으며 오페라는 54%의 피싱 공격 차단율을 보여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능을 보인 크롬 2(26%), 사파리(2%)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 RingBlog.Net 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가능합니다.

---------------------->

이 조사를 보면서... 아, 우리에게 편견이란 어떤 의미에서든 좋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덧, 설마 이 조사를 보면서 'IE가 역시 안전해'라며 위안을 삼으실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IE8이 안전해봤자 액티브 X로 보안 구멍이 생기면 말짱 헛일입니다. 액티브 X 남용은 막아야합니다.

* 덧, 댓글로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 김용성

    http://choboweb.com/1116

    PS) Ars Technica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의 스폰서가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하는데요. NSS Labs에서 각각의 브라우저 메이커에 실험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중 마이크로소프트만 제대로 응답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도 참고하세요. 저도 MS가 벤치마크 조작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냥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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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09:18 2009/08/18 09:18

관성과 관행이 만드는 역설

Ring Idea 2009/08/14 09:16 Posted by 그만
제목은 거창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른 바, 습관이나 관행 또는 관습 같은 말로 표현되기도 하죠. 쉽게 말하면 '하던대로 했을 때 생기는 원치 않는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액티브X의 함정
액티브X를 처음에는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사용하다가 좀더 시스템을 많이 건드려서 PC의 자원 활용을 높이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죠. 보안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고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가 벌어지지만 이제 이것을 되돌리기 힘든 상황에 닥칩니다.

특히 중소사업자들과 보안업체로서는 그동안 정부와 금융권이 개념없이 벌인 액티브X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해 득을 보았지만 액티브X의 무분별한 사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에 대한 고민 역시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것을 걷어내거나 새로운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것은 역시 사업적인 위기를 몰고 올 수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참고 :
2009/08/10 [책]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냈다'
2007/10/22 한국 웹, IE 종속 [폐쇄형 공인인증서 한몫]

포털 트래픽의 함정
얼마 전에 네이트가 네이버의 트래픽을 제쳤다는 기사가 떴는데요. 이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통찰력이 돋보이는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트래픽의 역설이죠. 포털에서 돈이 많이 되는 트래픽은 검색 트래픽이지만 결국 검색 트래픽을 부양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랜딩페이지 트래픽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콘텐츠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검색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지만 반면 콘텐츠 페이지조차 없으면 검색은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참고 :
[초점] 네이트의 성장전략, 독일까 약일까[디지털데일리]
'트래픽' 버리는 포털…'열린 인터넷' 원년 될까[아이뉴스24]

2진법의 함정
디지털과 bit는 한쌍의 개념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수준으로 보면 2진법은 사람들이 계산 방식으로 사용해온 셈법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셈법이죠. 따라서 아날로그보다 정확하지만 정밀해지기 위해서 상당한 난관에 부딪히고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이나 '창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근데 '트리트(trits)'라고 아십니까? '0. 1. 2'의 상태로 셈을 하는 것이죠. 3진법입니다. 여기에서 최근에는 양자물리학자들이 2가지 상태를 추가한 5상태 큐비트, 즉 '큐디트(qudits)'라는 셈법이 가능한 컴퓨터제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조금은 복잡할지 모르지만 2진법의 제한을 상당히 없애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2진법 하드웨어들은 당장 사라지거나 대체되지 않으니까요.

참고 :
2진법을 버리면 더욱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진다.[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역설의 사회학
이외에도 우리는 선택의 수가 많아질수록 경험하게 되는 '선택의 역설'이나 공유재가 겪게 되는 남용 현상인 '공유재의 비극', 공익 방송 프로그램은 외면받고 저질 연예 프로그램이 결국 선택되는 현상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발언과 주장의 기회를 주는 UGC 시장에서 결국 1%만이 생산자로 고착되는 현상 등 '미디어 딜레마'를 생각하게 됩니다. 언론사들이 영향력과 수익성이라는 역설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거나 P2P와 초고속통신망을 성장시킨 음란물과 저작권 회피 현상 역시 패러독스에 빠지게 합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와 콘텐츠 업계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싸우는 반면 다른 쪽에서 이들은 '입소문'을 원하며 '퍼날라지길' 원하는 모습 역시 이 역설적 현상에 포함시킬 수 있겠군요.

참고 :
2009/06/16 [책]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 시카고학파의 매정함
2008/01/19 미디어 패러독스, 미디어 딜레마
2007/09/02 시티즌 마케터, [결국 1퍼센터의 잔치?]
2006/11/06 [19금] 포르노가 키운 첨단기술

미국과 일본 음란물 저작권자들이 국내 네티즌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소송한다고 하는군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회현상을 피상적으로 보면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역설이 숨어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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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14 09:16 2009/08/14 09:16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당의 미디어 관련법 변칙 강행 처리는, 마치 공기 처럼 흔한 '미디어'의 복잡한 구조를 사람들로 하여금 공부하게 하고 무엇이 옳은 언론의 길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미디어법을 놓고 전공자나 관련자들조차 정치인들이 짜 놓은 사고틀에 갇히는 현상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미디어 산업 중흥'이라는 산업적 논리를 여당에서 꺼냈고 '민주주의 후퇴' 등의 사회적 논리를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면서 미디어법 논의는 노를 저어 산으로 올라가는 어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디어법 관련 논란의 본질은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서 풀면 의외로 자신의 입장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먼저, 현재 미디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가. 그것도 다른 민생법안이나 시급한 경제현안보다 더 중차대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미디어법이 개정되면 대기업과 언론사는 방송진출을 통해 현재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가. 실제 그럴 능력이 되고 그럴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가.

또한, 미디어법이 개정되어 신문과 대기업의 새로운 방송진출이 이루어지면 실제로 일자리가 늘어나는가. 언론사간 인수합병이 손쉬워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보다 투자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소위 '조중동'과 '삼성'은 방송업에 진출하여 성공시킬 것이고 여론 독과점이 심화될 것인가.

그런데, 이런 논의는 사실상 정치권과 서울을 기반으로 한 중앙 언론들이 제기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 문제이지 현업의 눈높이는 아니다. 더구나 학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블로거들 역시 이런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고착되어 정치권의 논란에 한데 뒤엉켜 있을 뿐 어느 부분 하나 진전시키지 않고(못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미디어법 때문에 지방지가 위기라는 현업 지방지 기자의 하소연
지난 11일 <PD 저널에 실린 글에 이어 13일 몇 가지 사진과 추가 글이 담긴 블로그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역 신문 현직 기자의 시선으로 본 미디어법 강행 처리 후폭풍이 결국 지역지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란 불길함을 담은 글이다.

서울일간지의 공습, 지역신문의 운명은?[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이 글에서 지역지 종사자로서 느끼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대개 지역신문의 인력은 100~150명이다. 그런데 서울지가 지역신문을 함께 발행하면 10~20명, 많아도 30명이면 가능하다. 1면부터 4, 5면 정도만 지역기사로 채우고 나머지는 전국공통의 본지 기사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편집이나 인쇄, 배포는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 된다.

20여 명의 인력으로 지역신문을 제작, 운영할 수 있다면 100% 흑자를 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방 언론사 현업에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라면 이게 왜 문제인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글은 서울일간지들이 지방 자회사를 만들거나 지방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지방의 광고 시장마저 가져가 지역 토착 신문들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를 담고 있지만 정작 왜 지방지들이 살아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방의 정서를 담고 중앙에 편중돼 있는 관심사를 분산시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 언론사들의 생존이 필요하다고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서울일간지들이 지방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방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 지방지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사실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권에 의한 언론 통폐합의 기억을 갖고 있을 뿐 시장이 자율적으로 지방지의 경쟁력을 높여주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작 지금 지방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황임에도 지방지들끼리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지 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어도 스스로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담보된 경영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에 강준만 교수가 기고한 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제고 이 글을 보면서 몇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때를 놓쳤는데 앞의 블로그 글과 병행하여 읽으면서 좀더 본질에 들어가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소개하는 것이다.

전국지의 지방지 계열화, 신문사 간의 인수・합병 등을 허용하는 정책....지역언론 간의 통폐합...우리는 이 두 제안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국지의 지방지 계열화와 지방신문사 간의 인수・합병 등은 당사자들 모두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폐업과 실업이라는 결과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무보수라도 그냥 버티겠다는 기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 건 기자 최저임금제의 법제화였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많아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그리드락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가?
지방신문의 ‘그리드락’_강준만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PDF]

여기서 강준만 교수가 소개하는 '그리드락'이란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을 쓴 미국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 마이클 헬러가 말하는 현대 경제사회의 모순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다. 즉, 사거리에서 차들이 꼬리물기를 하다가 자신은 물론 남들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그리드락이라 표현한 것이다. 너무 많고 세분화된 소유권으로 인해 오히려 가치 생산 활동을 제약받는 상황(저작권 때문에 UGC나 2차 저작물 생산이 위축되는 등의)을 설명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용어를 들이밀자면 '자유시장의 역설', 또는 '시장의 실패', '공유재의 비극' 등의 현상이 이런 그리드락으로 인해 복잡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지방지 시장의 그리드락, 원래부터 문제가 많았다
강준만 교수는 '도대체가 경쟁력도 없는 지방 신문사가 서로 살아남아야 한다는데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경쟁력을 갖춘 신문사의 대형화가 과연 우리 사회 전체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역시 깔려 있다. 이것은 강 교수만의 걱정이 아니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많은 학자들이 중소신문사는 물론 지방지를 살려야 한다면서 경쟁력이 있는 신문사가 살아남을 것이라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쯤에서 지방지 시장까지 중앙지들이 넘보는 것은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문사 복수소유 금지 규정 등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서 이미 무효화되었으며 지금 논란중인 방송법 개정안 무효화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반박할 명분은 충분해 보이지만 현실 시장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블로그 글에서 미디어법 개정으로 인해 지역 언론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걱정하는 김주완 기자의 우려는 결국 '현업의 걱정'이라고 봐야 한다. 시장의 논리라면 100~150명이 만드는 신문을 2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전국지와 함께 배달하여 광고주에게 좀더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줄 수 있다면 결국 명분이 어찌되었든 시장이 재편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문제점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소비자, 곧 독자들이 지방지를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다면 아주 심각하다.

정말로 김주완 기자가 <PD저널>에 쓴 기고문에서 지적하듯 "서울 중심구조 속에서도 그나마 남아 있던 게 지방자치단체의 공고와 축제·행사 광고, 그리고 향토기업의 광고였다. 그런 광고가 서울로 가지 못했던 것은 광고단가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낸 세금으로 차마 서울지에 광고를 낼 순 없었던 것"이라면 광고주들은 적어도 효과는 둘째치고라도 '명분'도 있고 '규모'와 '실리'가 있는 중앙지의 지방판에 관심을 둘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렇게 다 앉아서 지방지들은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지방지 종사자라면 지금 상황을 좀더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상태인지, 그리고 경쟁상황에서 내가 최소한 도퇴되지 않을만큼의 차별화된 경쟁력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겉으로는 서로 울고불고 땅을 치면서 이놈의 나라에서 마이너 언론이 얼마나 힘든줄 아냐면서 읍소하는 수많은 신문사들이 이상하게 간판을 쉽게 내리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앙지는 고작해야 11개, 경제지 6, 7개를 합치면 20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국 일간종이신문의 수는 2008년 말 기준 무려 275개다. 이는 2002년 125였던 것에 비하면 2배가 넘게 더 생긴 것이다. 기타 일간지(331개)와 주간지(2,788)까지 그 수는 산업계 동향과는 달리 크게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엄청나게 불어났다. 인터넷 신문은 2008년 말 현재 무려 1,282개에 이른다. 이미 우리나라 언론 산업은 과포화 상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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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정기간행물 등록현황[e-나라지표]

우리나라 언론시장이 '대마불사'라 하여 큰 기업일수록 죽지 않는다는 대기업보다 더 생존력이 길다. 알고보면 '대소불문 불사산업(좀비)'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장이 이들의 퇴출을 도와주기는 커녕 언론사들을 근근히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부채가 넘쳐서 이미 부도 상황을 맞았던 수많은 언론사들이 기업이나 기타 금융자본으로부터 긴급수혈이나 자금회수 유예로 살아남아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후진적인)기자들도 아직 많다.

중앙지도 이럴진대 하물며 지방지야 월급 없는 계약직, 2, 3개 매체와 계약한 기획(광고성 기사 전문)기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물론 지방정론지까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부실 기업을 퇴출시키지도 못하는 구조인데다 시장 참여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경쟁만 치열해지고 나눠먹을 파이 자체가 줄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방 이슈의 발굴과 심층 취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네트워크 구축이 관건
그런데 약간 발상을 달리해보면 일단 규모의 시장을 갖추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중앙지에 맞서 지방지는 반대로 자신들의 시장을 좀더 세밀화하고 타 지방 신문과의 인수합병이나 교차소유, 지분 공유 등의 방법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 2의 통신사에 공동지분참여(또는 설립)를 통해 전국뉴스 풀을 늘리거나 지역지 기사풀 제도를 도입해 공동 뉴스 생산 비용 절감과 지역 심층 취재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블로그와 지역 시민들과의 소통과 각종 행사 개최 및 후원을 통한 존재감 확보 역시 멈추지 말고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지방지들끼리의 합종연횡이 서로에게 절실하다는 공통인식 속에 단단한 결속력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말뿐이라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김주완 기자가 사례로 든 '인천경향신문' '중앙일보 천안·아산'보다 좀더 적절한 예는 <내일신문>이 아닐까 한다. 독자주주와 사원주주제도 등을 과감하게 동원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다져가면서 자리를 잡아 나갔다. <내일신문>은 종이신문이 암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중앙지들이 정치인들을 붙잡고 특혜를 요구할 때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지금은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치인들 데려다 놓고 민주주의니 언론의 산업화니 떠들어대도 정작 중요한 것은 언론사 종사자들의 처지다. 지금 신문사는 물론 방송사와 포털 틍 인터넷 미디어를 비롯해 모든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이 좌고우면할 상황이 아니다.

더 거대한 쓰나미가 미디어 산업의 뿌리를 뽑을 기세로 달려오고 있다. 블로그와 마이크로블로깅을 앞세운 시민 저널리즘과 일상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이 그 쓰나미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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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블로그의 미디어 관련 글 :
2009/07/29 국민이 오해하는 언론법?
2009/07/27 미디어법, 미래를 대비한 법이어야 한다
2009/07/24 미디어법의 비즈니스적 허구성 [동상이몽]
2009/07/07 언론사가 직면하게 될 또다른 미디어 변화
2009/06/17 단일 소비 시장 & 전체 소비 시장
2009/06/04 잡지가 인터넷으로 이사하는 방법
2009/05/07 백악관, 신문 도울 방법? 잘 모르겠는데요.
2009/03/24 신문에 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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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02:27 2009/08/13 02:27

뻔뻔한 책 앵벌이 시작합니다

Ring Idea 2009/08/12 15:44 Posted by 그만
공지성 글이므로 조만간 공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

오늘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어요. 심리학 분야 책인 <블라인드 스팟>과 6권짜리 소설 <신>.

간간히 제가 서평을 써 온 것을 아실겁니다. 최근의 서평을 좀 보아보면요.

2009/08/10 [책]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냈다'
2009/07/31 [책] 잠자는 숲 속 살인자 찾기
2009/07/27 [책] 팀장수업, 뭔가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2009/07/20 [책] 집단지성의 출발은 따뜻한 인류애로부터
2009/07/13 [책] 구글, 신화와 야망
2009/07/10 [책] 파워포인트는 우리를 슬프게 해
2009/06/30 [책]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열쇠는 '연대'
2009/06/16 [책]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 시카고학파의 매정함
2009/06/08 [책] 음모론의 종착역, 초월적 존재의 등장
2009/06/05 [책] 상식을 버리고나면 진실이 남는다
2009/06/05 [책] 이제는 유럽이다
2009/06/02 [책]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림자는 누구인가
2009/05/08 [책] 통찰의 백과사전 피터 드러커
2009/05/07 [책] 칭기스칸이 삶으로 증명해 낸 '솔선수범 리더십'
2009/05/01
[책] 무한 연결 확장의 비밀, 링크의 경제학
2009/04/30 [책] 입소문의 기술, 참여가 핵심이다
2009/04/22 [책] 공병호식 블로깅, 인생의 기술
2009/04/21 [책] 돈은 아름다운 꽃이라는 박현주 이야기
2009/04/16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다시 시작'이다
2009/04/10 [책] 워렌 버핏의 성공비법은 '자기확신'
2009/04/07 [책] 핑크머니 경제학의 교훈 '편견만 버리면 된다'
2009/04/02 [책] 세일즈 불변의 원칙은 역시 '실행하라'
2009/04/01 [책] 사랑을 말해줘, 아니 사랑을 써줘

링블로그에서 '책'으로 검색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내용들은 모두 제가 느낀 그대로를 적은 글이지만 가급적 젊잖은 어휘를 구사하려고 애쓴 글들입니다. 일부 글이 전자신문인터넷의 이버즈를 통해 포털로 재게재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소 출판사 입장에서 제게 책을 보내와서 서평을 부탁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저자분이 직접 제게 보내시는 경우도 있구요. 물론 제가 구매하거나 구매했다가 나중에 다시 집어든 책들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주일 안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요즘들어 서평 블로그로 바뀌는(쿨럭) 경험도 하게 되는데요. ^^

그래서 말씀인데요. 혹시 제 독자분 가운데 저자분이나 출판사와 관련된 분이 계신다면 제게 간간히 책을 추천해주시거나 책을 보내주시면 읽고 서평으로 남길까 합니다. 당연히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제가 다 읽고 나서 쓰레기 같다는 악평을 하게 되는 책도 꽤 되니까 말이죠.

2009/07/27 [책] 팀장수업, 뭔가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2009/06/16 [책]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 시카고학파의 매정함
2009/04/22 [책] 공병호식 블로깅, 인생의 기술
2008/04/20 [책] 책으로 인생 바꾸기?

문득, 온라인에서 책을 사면서 서점에서 매대에 얹혀 있는 눈길을 끄는 제목과 표지 디자인 때문에 책을 사게 되는 경험이나 누군가 책을 들이 밀어 '이 책 한 번 읽어봐'라는 말에 무작정 책을 읽게 되는 경험이 그리워지더라구요. ^^

뭐, 추천도 서평 제안이 없더라도 무작정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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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5:44 2009/08/12 15:44

난 기자 출신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면서 사는지 잘 알고 있다. 반면 다시 말하지만 난 기자 출신이다. 기자들이 언제 어떤 계기로 거짓말을 하고 어떤 의지로 특정 사건을 외면하고 부각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 아는 것을 넘어서 '인지상정'의 느낌으로 그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예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인정하거나 입장을 선회하는 것 정도는 아니어도 스스로 부끄럽다거나 민망하다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광우병 파동으로 4200억 손실, 줄소송 가능" [머니투데이]
`광우병 발언` 배우 김민선, 美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소송 [매일경제]
김민선, 美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손배소 [동아일보]
“광우병 선동” 김민선·PD수첩 3억 피소 [중앙일보]

이들 매체를 중심으로 보자. 벼룩에도 낯짝이란 것이 있을텐데, 김민선을 공격하기 위해 업체 소송을 대서 특필해주는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자, 이들의 광우병 관련 기사를 뒤적여 보자. 우리에겐 검색이 있지 않은가.

머니투데이부터 시작해보자. 작년 7월 집중 홍보 기간이었나보다.

"美 쇠고기찾는 소비자 문의전화 많다" [머니투데이] 2008.07.02
美쇠고기, 전국서 전화주문 폭주 [머니투데이] 2008.07.02
美쇠고기, 검역 7일만에 630톤 풀려 [머니투데이] 2008.07.02
美 쇠고기, '일반 식당'에서도 판매 [머니투데이] 2008.07.03
"美쇠고기 '불티' 사흘만에 12톤 팔려" [머니투데이] 2008.07.04
[사진]美쇠고기 판매 반대합니다 [머니투데이] 2008.07.04
[사진]북적이는 美쇠고기 판매장 [머니투데이] 2008.07.04
[사진]美쇠고기 판매 "줄을 서시오" [머니투데이] 2008.07.04
[사진]'美쇠고기' 없어서 못판다 (화보) [머니투데이] 2008.07.04
美 쇠고기 ‘불티’…“사흘간 12톤 팔았다”(상보) [머니투데이] 2008.07.04
美쇠고기 불티..구입자 "미국산이 최고" [머니투데이] 2008.07.04
'미국산 쇠고기 얼마나 싸기에…' [머니투데이] 2008.07.06
미쇠고기 파는 에이미트 정육점 일가 '돈방석' [머니투데이] 2008.07.08
불황 파고에 싼 수입고기 '밀물' [머니투데이] 2008.11.25

이 화려한 제목을 보라 '돈방석', '밀물', '줄을 서시오', '폭주', '없어서 못판다', '미국산이 최고'...

더 말해서 무엇하랴. 2008년 7월에 집중적으로 이런 기사들이 풀려 나갔고 모든 기사 안에는 김민선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에이미트'사가 등장한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좀더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자사 기자들을 음식점 손님으로 연출시켜 사진을 내보내 사과까지 한 중앙일보도 에이미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홍보해주기 여념 없다.

수입업체 “LA갈비 없어서 못 팔아” 미국산, 뉴질랜드산 제치고 2위 [중앙일보] 2008.08.19
대형마트 미 쇠고기 안 팔아 추석 앞두고 호주산 값 급등 [중앙일보] 2008.09.09
“미국산 쇠고기 믿고 드세요” [중앙일보] 2008.11.27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이렇게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나가던 업체가 갑자기 발끈하고 나선 까닭은. 기자들 앞에서 바람 몰이를 좀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 분위기에 맞춰 기자들이 '잘 팔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을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단정지었다. 이들은 서로 이심전심이었다. 7월에 잘 안 되니까 연말에는 '세계적인 불황'과 함께 엮어서 수입고기의 경쟁력을 홍보하려 했다.

하지만 시장은 예전 처럼 '잘 팔린다'고 해서 진짜로 잘 팔리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고 '잘 팔린다'고 말은 하지만 뒤로 재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고 결국 여기저기서 문 닫는 곳이 생겼다. 업주들은 체인점 본사에 항의를 했을 것이고 체인점 본사는 뭔가 다시 희생양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참에 PD수첩의 왜곡 보도에 대한 판결이 나왔고 PD수첩과 싸잡아서 '청산가리' 발언을 미니홈피에 올린 여배우를 함께 소송한 것이다. 결국 원인과 결과가 따로인데다 시점도 거꾸로다. PD수첩 보도와 청산가리 발언 이후에 '없어서 못 팔던' 미국산 소고기가 연말이 되어 다시 '불황에 강한 경쟁력을 갖춘 소고기'가 되었지만 결국 올해 들어서 망했다는 것인가. 그래서 역추적 해보니 PD수첩과 청산가리 발언이 마치 에이즈 처럼 잠복 기간 이후에 발현되었단 말인가.

그렇게 이 사건은 우습고 안쓰러운 일이 되어버리고 있다. 미국 소고기 수입업자나 김민선이나 언론이나 다 불쌍하다. 뭔가에 홀려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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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11 17:50 2009/08/11 17:50

안면도 휴가 사진

Ring Idea 2009/08/10 23:53 Posted by 그만
지난 주 그만이 휴가를 다녀왔어요. 휴가지는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오션캐슬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서해바다가 바로 보이는데다 리조트 안에 스파와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이용하기 좋습니다. 서해라서 밀물 때 잠깐 놀면 썰물 때 바닷물이 너무 멀리 가버리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겠죠.

오전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3시간이 안 돼서 도착했답니다. 2박 3일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오프라인을 즐기고 왔네요.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활용하세요.

http://www.m-castle.co.kr/ocean/index.html


오션캐슬 전경입니다. 바다가 바로 앞이고 4륜 오토바이, 경비행기 체험장이나 바나나보트 선착장도 가까와서 레저를 즐기기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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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가서는 해수욕을 하기보다 여기저기 좀 돌아다녔는데요. 먼저 도착한 곳은 안면암이죠. 딱히 뭐 볼 것은 별로 없는데요. 아래 보듯이 썰물 때는 뻘을 가로 질러서 멀리 보이는 탑까지 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밀물 때 은근 물 위를 걷는 느낌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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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마다 한 컷씩만 제공되는 그만의 딸아이 사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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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꽃지 해수욕장으로 돌아오다가 바로 옆에 있는 할미 할아비 바위도 보고 꽃다리를 넘어 걸어서 방포항에서 회 한 접시 뜨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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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솜씨가 없어서 낙조를 제대로 찍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바다 낙조가 일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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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본 오션캐슬 주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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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닷가나 요즘은 폭죽이 대세인가 봅니다. 새벽 2, 3시까지 폭죽이 연신 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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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가서 목요일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요. 일출을 구경하러 갔다가 구름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서해안에서 보는 일출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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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09년 여름 휴가는 끝이 났네요. ^^ 내일은 안면도를 다녀온 후 주말에 잠깐 나들이 한 서울숲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 덤으로 예전에 찍었던 안면도 자연휴양림 사진도 있어서 자펌합니다.

2008/05/14 햅틱폰 카메라로 찍은 주말 나들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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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지난 5월 4일 다녀온 곳은 서해 안면도에 위치한 삼봉해수욕장입니다. 차로 갔는데요. 서울에서 무려 5시간 걸려 도착한 곳입니다. ㅠ,.ㅠ 아직은 비수기인지라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는데요. 그래도 방은 다 차 있더군요.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보다가 숙박한 곳은.. 이름이 생각이 안 나요. 새로 생긴 곳인데 삼봉해수욕장 피렌체 바로 앞 건물입니다. 하핫.. ^^;

▶삼봉해수욕장 피렌체 앞집(?)
http://anmyon.net/7firenze/tour.htm

꽃을 너무 좋아하는 꼬마아가씨도 같이 갔죠. 역시 깔끔하고 괜찮았습니다. 숙박비는 비수기라서 그런지 4만원 정도네요.

삼봉해수욕장을 시작으로 근처 해변길을 따라 백사장이 펼쳐진 곳을 군데군데 들러서 바다를 한번씩 보았죠. 뻘로 돼 있는 곳도 있고 고운 모래가 수북한 곳도 있고 해수욕장마다 특색이 있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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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와중에 안면도 자연 휴양림도 찾았습니다. 이 안에서 숙박도 가능하다는데 어떤 건물인지는 확인 못했구요. 이쁜 꽃 많이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꽤 넓고 잘 꾸며져 있더군요.

▶안면도 자연휴양림
http://kr.search.yahoo.com/search?p=%ec ··· arch_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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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10 23:53 2009/08/10 23:53
* 이 글은 모 매체에 기고한 글로 아직 편집되어 책이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참고하시길. 이 기고문 역시 900자 제한이 있다는..ㅋㅋ.

트위터는 제약이 많은 서비스로 탄생했다. 하지만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제약은 극복해야 할 장애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게 적응해갈 수 있는 조건에 불과하다. 140자란 적은 듯한 글자 제한 안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팔로우어들과의 소통과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소식 실어 나르기 모두가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마치 우리가 십수년 전 삐삐로 '8282'를 눌러 급하게 연락바란다는 의미를 전달했듯, '17317071'를 'I love you'로 인지했듯 몇 가지 의사소통 방법만 알면 트위터 사용자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RT는 Retweet이란 뜻의 약자로 상대방의 글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의견을 달 대 쓴다. 특정 주제에 관해 말할 때는 '#'을 단어 앞에 붙여 쓰면 된다. 상대방에게 귓속말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간이 메신저로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특징이나 사용자들끼리의 가벼운 문법 약속 정도가 트위터의 전부는 아니다. 트위터의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개방'의 정신과 '공유'의 정신을 위한 시스템적 준비가 완비돼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모바일 기기를 통한 대화에 집중했던 트위터 창업자의 의도에 맞도록 오픈API를 통해 자사 사이트로의 유입이 아닌 사용자가 있는 곳이 어디든 문자 대화가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기기는 물론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라도 트위터 서비스와 섞어 쓸 수 있다. 메신저 처럼 독립 실행 애플리케이션으로 동작하는 응용 SW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40자 문자 외에도 동영상, 사진, 링크 줄이기 등 다양한 웹 서비스 요소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세상에 공개한다. 이러한 다양한 툴을 통해 마치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고르듯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트위팅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짧게 써야 한다는 제약은 오히려 길게 써야만 할 것 같은 블로그의 부담 요소를 말끔히 지워 콘텐츠보다 커뮤니케이션 현상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더구나 일촌을 맺듯 쌍방향 관계를 부담스럽게 설정하기보다 쿨하게 내가 따르는 사람과 나를 따르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도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다. 만일 이보다 더 복잡하고 더 많은 기능을 담고 있었다면 '서비스'가 넘치는 세상에 오히려 트위터의 존재감은 또 다른 '모바일 블로그 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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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9:04 2009/08/10 19:04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 10점
김기창 지음/디지털미디어리서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 경제학자 그레샴이 말한 것으로 잘못된 화폐가 좋은 화폐를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는 의미다. 뭐 경제학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할 생각은 없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렇게 정리된 용어는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합리적으로 생각할 것만 같지만 이상하게도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 안 좋은 선택을 반복적으로 수용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이 떠오르게 된다.

내가 언론사 기자로 일할 때였다. 당시 윈도우 비스타가 나올 즈음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대적인 런칭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사전에 기자들에게 윈도우 비스타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을 설명하기 위한 행사에 기자들을 초청해 보안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이 2006년 11월 쯤 출시되고 윈도우 비스타가 2007년 1월 말 정식으로 출시됐다.

이 때 언론들의 기가 막힌 문제제기들과 업계의 반응, 그리고 정부의 반응을 정리하면 이러했다.

언론 : 윈도우 XP로도 충분한 회사가 많은데 굳이 비스타를 누가 구입하겠는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을 설치하면 국내 인터넷 회사 레이아웃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에 대한 대비도 있는가.

업계 :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업계 수익성 악화를 방관하고 있다. 액티브엑스에 의존하는 게임 업체와 포털 업체, 그리고 다양한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이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 : 정부 기관 홈페이지와 금융 기관 홈페이지의 기능 작동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곳의 기능 실행 여부를 확인한 다음 이용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더불어 윈도우 XP의 지원 연장 여부를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협의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걱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 업계와 정부가 잘못하고 있었던 일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따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한 웃지못할 상황 속에서 한 쇼핑몰 업체는 아예 윈도우 비스타에 내장돼 있는 보안 강화 기능을 꺼두고 쇼핑할 것을 안내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2007/02/10 비스타 호환성 문제 임시 조치법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게 점령당한 한국으로서는 당연한 걱정 처럼 보였다. 핵심은 액티브X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었고 공적 기관의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가 지나치게 민간 조직과 기업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액티브X에 대한 문제제기는 링블로그에서도 꾸준히 해왔다.

2008/06/25 한국 인터넷 후퇴시키는 요인 10
2007/10/22 한국 웹, IE 종속 [폐쇄형 공인인증서 한몫]
2006/04/26 IE7 기사에 대한 반응..
2005/12/12 "액티브X 함부로 '예' 누르지 마세요"

혹자는 '액티브X를 그럼 쓰지 말라는 거냐'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고 액티브X 개발자들과 액티브X를 통한 솔루션으로 돈을 벌고 있는 중소 보안 회사들을 모두 망하게 할 작정이냐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처럼 보안이 편하고 잘 된 금융회사들도 없다는 말과 함께.

업계를 오랫 동안 취재해왔던 경험에 비춰서 액티브X란 기술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를 이용한 사업자들에게 이 기술을 쓰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 처럼 보여져서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미적거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2005년 우리나라에서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생겨난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주도한 관공서의 공인인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와 편향된 기술적 보안 대책을 수정 보완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2006/08/28 웹표준 무시한 정부, 누리꾼에게 소송 당한다

바로 오픈웹(http://openweb.or.kr/) 운동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두 번의 패소를 당한다.

소송을 진행하기 전, 김기창 교수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고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이란 책에서도 밝혔듯 그는 데비안 리눅스를 쓰면서 새로운 대안 운영체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우분투에 이르러서는 웬만해서는 불편함 없이 인터넷과 업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웹에서만큼은 (게임이야 하지 않는다고 치고)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은행별로 몇 군데 돌아다니고 나면 똑같은 기능을 하는 액티브X 수십개가 깔리는 이상한 현상을 이해할 수 없어 했다. 더구나 '아니오'를 누르면 아예 금융권 사이트 안에 있는 게시판 글 조차 열람이 안 되는 상황에 분개했다.

물론 초기 웹에서 미국이 128bit 암호화 표준 기술에 대해 공개하지 않아 독자적인 SEED 방식의 128bit 변형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야 했다는 정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표준 방식의 https 프로토콜을 이용한 128bit 보안 접속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금융감독 기관은 민간 은행들이 설립한 임의단체인 금융결제원을 통해 액티브X를 통해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공인인증서 업무를 위임한 결정에 하등 문제가 없다고 우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에서 출발한다.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은 내 대신 누군가 나도 원하는 무언가를 함께 주장해줄 때의 속시원함이 느껴진다. 비단 액티브X 의존성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robot.txt를 통한 웹 검색 접근을 차단하는 관공서의 홈페이지, 그리고 hwp 문서 규격이 공개돼 있지 않아 벌어지는 기가 막힌 국수주의적인 국내 IT 행태와 국내 보안 업체들의 몰상식한 기만 행위가 적나라하게 까발겨진다.

2007/11/25 자료 : robots.txt로 검색 막은 정부 사이트

솔직히 IT밥을 먹으면서 살아온 세월이 만만치 않다면 지금의 악순환 상황에 분개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국의 웹이 이미 갈라파고스 섬 처럼 독자적인 진화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더불어 웹 검색 기술이 없어서 DB를 사다가 검색을 돌려 놓고 자신들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자사 DB로의 검색을 차단시키는 국내 포털의 기가 막힌 행태도 어이가 없다. 이통사가 여전히 무선 인터넷 망을 쥐고 놓지 않는 것도 불만이다. 사실 더 맥 빠지는 것은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자괴감 넘치는 자위와 주변의 위로가 지금껏 한국 웹을 지배해온 정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구할 수 없는 황폐한 섬이 되기 전에 이제 뭔가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 번은 꼭 읽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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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00:50 2009/08/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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