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실들이 잘 엮여 있고 납득이 갈만한 추론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래서 어느덧 저자와 함께 역사의 조각맞추기에 심취하다보면 독자로서 당황하게 된다. 이 책의 독자라면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 그리고 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게 되는 것이다. 적극 추천하면 실없는 음모론 추종자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엉성한 책은 아니다.
모든 역사적인 사건과 사고들, 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 들어가다보면 맞닥뜨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리유카바 최는 <그림자 정부> 3연작을 내놓아 상식적인 독자들에게 상식을 버리라고 강하게 권한다. 경제편은 지난 번 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림자는 누구인가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엔 정치편이다.
사실상 정치편에서 경제편으로 그리고 미래편으로 읽는 것이 순서일지 모르나 경제편에서 좀더 사실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정치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허구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경제편 이후 정치편을 집어든 것이다. 미래편은 조만간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케네디 암살이라거나 뜬금없는 이라크 전쟁이라거나, 심지어 9/11 사태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세계적인 사건사고들을 흥밋거리로 엮다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든가 '서프라이즈'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를 좀더 심도 있게 '풀이'를 하고 끊겨 있는 인과 관계를 유추하다보면 극단적으로는 '음모론'이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음모론'이 '망상'과 같은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실'과 '역사'와 동의어가 될 수도 없다.
굳이
음모론의 5원칙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음모론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는 "당사자의 부인이나 묵인"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사건의 내막을 증언해줄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경우나, 이 책에서 처럼 프리메이슨 조직 같이 음모론이 겨냥하는 배후 세력의 경우 자신들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수많은 의문사와 이해되지 않는 사건의 발발, 난해한 사건 해석, 단순히 실수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판단 착오들에 대해 일관되게 의도가 있음을 강조한다.
음모론의 매력은 '풍부한 상상력'과 '납득 가능한 상식적인 사실의 조합'이 엮어 내는 '상식을 뒤엎는' 결론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결말이 다소 생뚱맞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 음모론 제기자와 똑같은 이유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의도를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해괴망측하고 '결국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있다'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은 꼼꼼한 역사적 사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다만 기존의 역사가들과 교과서, 그리고 현재의 권력자들이 이야기하는 '상식'적인 인과관계를 여지 없이 비틀어버리고 모든 사실을 재해석하고 인과관계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파고 들어간다. 근데 그것이 나름 납득이 가는 방법이며 말도 안 되는 아전인수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 전체를 인정하고 믿을 수도, 이 책 전체를 부정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믿든 믿지 않든 사물이나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이거나 뭔가 풀리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이 강한 사람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괴담 읽어주듯 하는 유치한 음모론 책과는 일단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숱하게 강조한다.
'믿든 말든 자유이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라. 역사는 승자가 적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미디어가 말하는 사실은 진실을 담지 못한다. 일부의 사실은 오히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다'
궁금하지 않은가. 거부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공산화된)소련이 한국전쟁 당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결국 UN군을 파견할 수 있게되었는데... 혹시 소련은 일부러 그런 건 아닌지.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
**덧,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다른 두 책의 서평도 올렸습니다.
2009/06/08 [책] 음모론의 종착역, 초월적 존재의 등장2009/06/02 [책]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림자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