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작물의 새로운 공유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C) 창립자인 로렌스 레식 스탠포드 로스쿨 교수가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다.
CC는 디지털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자들의 피해와 네티즌의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정서적 괴리를 좀더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CC를 활용하면 저작권자에게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명확한 권리와 사용권한 표시를, 네티즌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통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CCK(Creative Commons Korea)는 지난 2005년부터 윤종수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판사가 주축이 되어 비영리 활동을 벌이다 최근 사단법인화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CCK의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앞으로도 비영리 기구로서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다양한 저작권 인식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 CC, 저작권 표시를 넘어서 저작물 공유정신이 기본
CC는 기본적으로 저작권자가 자신이 만든 저작물을 남들이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미리 표시하는 것으로 흔히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표시하는 'All (copy)rights reserved'의 구체화 버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법적으로 저작권자에게 완전하게 귀속돼 있으므로 저작권 표시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 뿐이지 저작권에 대한 귀속을 표시하는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전송이나 2차 저작물 허용을 하고 싶어도 이를 사용자들에게 표시하기 힘들고 2차 저작물을 제작하려는 사람에게 1차 저작권자와 일일이 협상하지 않더라도 허용범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CC는 좀더 분명한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CC가 정착되려면 사용자들의 저작물에 대한 인식 개선보다 저작권자의 '공유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 자신의 저작물로 인해 새로운 2차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세상을 좀더 '따뜻한 공유'로 가득 차게 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새로운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배경으로 탄생되고 있으니 저작물의 일부를 공적 영역에 내놓자는 것이 CC를 주창하는 사람들의 주요 메시지다. 물론 CC 표시를 통해서 자신의 저작권에 대한 분명한 보호의지를 확인시켜줄 수도 있으니 저작권자에게 일방적인 기부를 강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일종의 '협정'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에서도 CC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설치형 블로그는 물론 국내 주요 블로그 서비스 다수가 CC 표시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튜브와 태그스토리 동영상서비스들도 CC 표시를 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신문사 디지털 네트워크인 뉴스뱅크 역시 이미지부터 시작해 사용자들에게 사용 허가 범위에 대한 표시 방법으로 CC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부터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 한글' 제품에도 문서 안에 저작권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한 '밸류팩'을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 CC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권리 공유 선언
필자는 지난 번 칼럼 '저작권자의 호탕한 선언을 바란다'에서 이러한 디지털 저작물 공유 문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메시지가 "저작권자에게 피해를 강요한다"는 식으로 들렸는지 댓글 등을 통해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동안 디지털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산업계가 저작권 방치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사용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저작권자들이 '내 권리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하는 메시지보다 '내 저작물은 이 정도 범위에서는 충분히 활용하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훨씬 저작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그러한 메시지를 요약한 것이 바로 CC라이선스 표시인 것이다.
CC 관계자는 우리나라 CC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2차 저작물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허용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작권자들이 저작물의 공적 활용을 확대하려는 의도보다 저작권 보호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걸기 위해 CC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네이버가 CC 표시 기능을 도입하면서 "블로그에서 내 저작권은 어떻게 지켜질까?"라는 메시지를 광고에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 그보다 "창작자 여러분의 저작물이 사회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CC가 저작권 보호보다는 저작물에 대한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CC의 태생적인 정신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CC가 확산되면 저작권자의 피해가 늘어나기보다 사용자들이 저작권자의 저작물 공유에 동참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저작권자의 입장을 좀더 고려하게 될 것이다. 사랑과 기쁨, 그리고 문화는 나눌 수록 늘어나게 된다.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것보다 지식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방법을 찾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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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 혹시나 해서 본문에 있는 '네이버의 저작권 보호 프로젝트'에는 단순히 'CC 도입' 뿐만 아니라 '펌질 시 원작자 표시 기능'도 함께 포함돼 있답니다. CC 표시 기능이 저작권 보호 프로젝트에 들어 있는 것이 좀 어색해서 잠깐 언급한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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