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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1 어색한 분위기, 첫만남은 늘 그렇다 26
어제 블로그 축제를 갔다 왔습니다.

사실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몇 분 지인들과 약속도 있고 해서 직장에서 무려 1시간이나 떨어진 곳으로 찾아갔고 홍대에서도 30여분 동안 헤매야 했습니다. 전 길치에요..ㅠ,.ㅠ 겨우 미리 와 계시던 문성실님께서 직접 바깥으로 나와서 안내해주시는 바람에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에효... 다음엔 지도 좀 꼼꼼히 보고 가야겠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물망초5님께서 첫 명함을 주셨군요. 아직도 이 사건이 완결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드니 조금은 쓸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 역시 많은 블로거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홍보'하러 나오신 것이죠. 물망초5님과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해서 조금 아쉽네요.

형식이 스탠딩 파티군요. 제 머릿 속의 스탠딩 파티가 많이 있지만 그 어색함은 솔직히 여전합니다. 게다가 이런 2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첫만남'을 스탠딩 파티에서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양인은 익숙한 문화일 것이라고 하시는데 어색한 거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해외에서 컨퍼런스 같은 곳에서 전세계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종종 스탠딩 파티가 열리는데,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그런 어색함과 똑같이 그렇게 어색하더군요.

한국인의 특질이 아니라 첫만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국인이라서 어색한 것이 아니라 첫만남이라 어색한 것 뿐
컨퍼런스 처럼 모든 사람이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뻘쭘히 서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끼리 첫 인사를 나누고 즐겁게 이야기하라는 것은 무리죠.

그래서 스탠딩 파티에는 몇 가지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스탠딩파티를 준비하는 분들은 반드시 제 시간에 시작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난상토론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순화시키는 아이스브레이크(ice break)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아이스브레이크가 자기 소개하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실 것입니다. 아이스브레이크는 자기 소개 이외에도 간단하게 주목할 수 있는 박수 동시에 치기, 그룹지어 경쟁시키기, 몇 명을 단상으로 불러들여 게임하기, 명상하기, 양옆 사람들과 인사시키거나 안마시키기 등 다양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축제 시간에 이런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어색한 감정을 풀지 못한 채로 계속 빙빙 돌았을 것입니다.

사실 스탠딩 파티를 주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교류'와 소통의 무작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 의식 없는 교류'는 공허함이 뒤따르게 되죠. 사실 이번 축제의 주제를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한정했다면 좋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주제가 한정되면 교류에 제약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주제는 '미끼'일뿐이죠. 그 주제를 벗어나서 다양한 이야기가 대화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으니 일단 진행하고 나면 별로 주제 한정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주최측이 이렇게 잘 마련해 놓았다고 다 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주최자는 아이스브레이크를, 참석자는 자신의 역할을 준비해야
스탠딩 파티에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는 일단 단단히 각오해야 합니다. 몇 가지 준비사항을 살펴보죠.

1. 반드시 현장에 지인이 있을 것. 스탠딩 파티의 꽃은 소개해주는 사람입니다. A가 B를 C에게 소개해주는 패턴이 반복되고 소개받은 B와 C는 다시 자신들이 알고 있는 D와 E를 소개시켜주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SNS 패턴이죠. 문제는 A가 없는 상태에서 B와 C가 생뚱맞게 서로 첫인사를 나누는 상황인 것이죠. D와 E 역시 B와 C가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개받아선 안 됩니다. 자칫 모두가 화제의 중심을 잃고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나중에 A에게 D와 E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B와 C가 담당을 해야 합니다.

2. 욕심 부리지 말 것. 200여명이 모이는 행사에서 욕심을 가지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인사를 주고 받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나중에 새로 인사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나중에 반복적인 교류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기억하기 더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내가 이 사람은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만 공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소개해주는 방법을 숙지할 것. 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시는 분들이나 좀더 현장 참석자 가운데 지인이 많으신 분이 있다면 좀더 만남이 어색하지 않도록 말이 많아야 합니다. 남을 소개해줄 때는 '유명하신 분'과 같은 수사보다는 '연예 방송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 또는 '날카로운 글쓰기로 안티를 몰고 다니시는 분'이라면서 양측이 기억할 수 있는 면을 일러주어야겠죠. 소개를 주고 받을 때는 1: 다수는 별로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1의 경우 다수에게 기억될 수 있지만 1은 다수 모두에게 관심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대화가 막히고 1을 위한 대화가 진행될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소개는 1:1:1이어야 하고 소개해주는 사람이 양측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함께 대화하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해주어야 하죠.

4. 도우미가 없다면 2차를 노려라. 사실 그만은 현장에 가서 고민한 것이 내 역할이 어떻게 설정될 것이냐였습니다. 제 경우 현장에 아는(그것도 잘 아는) 사람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남들을 서로 소개해주는 역할을 했어야 맞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천성이 내성적이라 소개꾼 역할을 잘 못하고 2차까지 있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분위기 '스케치'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경우일 뿐이구요. 저 역시 1차의 어색함을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2차 술자리로 이어진다면 아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차는 분위기를 누군가 주도하지 않는다면 각 테이블끼리 좀더 집중적으로 대화할 시간이 많고 서로를 기억할만한 특징을 발견하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죠.

5. 공략 테이블, 3개 이상은 욕심. 스탠딩 파티에는 중간중간 테이블이 있습니다. 음료를 먹거나 대화를 하기 위한 '접점' 역할을 하죠. 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교류가 확산됩니다. 무대는 방사상으로 펼쳐진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스탠딩 테이블은 비선형 구조의 교류를 목적으로 한 자리에 주로 쓰입니다. 따라서 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공략을 하는 겁니다. 테이블 모두에 끼여 들어가 자신을 알리고 남을 알 수 있으리란 것은 욕심입니다. 1, 2시간 안에 공략할 테이블은 3개 이하로 잡으면 적당할 것 같군요. 주최 측은 테이블마다 주제나 특징을 부여해 참석한 사람들이 좀더 기억하기 쉽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탠딩 파티, 어색하지만 잘만 이용하면 유용한 오프 교류 방식
어제의 경우 테이블이 인원에 비해 좀 적었고 사실 인원 자체가 너무 많고 인원들의 이동이 많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는데요.

먼저 스탠딩 파티 때 모든 테이블과 모든 사람과 교류할 수 없다는 한계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는 그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다른 사람들을 소개시켜달라고 요구하고 대화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교류를 시작하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혹시 소개받고 싶은 사람이 다른 테이블에 있을 경우 테이블에 있는 분들에게 혹시 그 사람을 아는지, 그리고 소개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나를 데리고 가서 그 테이블에 합류시켜주죠. 다시 그 테이블에서 교류를 하면 됩니다. 이 때 스스로 빠질 때는 '잠깐 다녀오겠다'는 식의 말을 남겨 놓습니다. 이 말을 남기는 이유는 나중에 돌아왔을 때 다시 대화를 연결시킬 수 있고 '당신들을 아는 내가 가 있는 곳을 주목하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간 곳에 다른 사람이 소개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충분히 접점이 될 것이란 암시죠.

그리고 꼭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을 가르키며 화제를 전환하는 방법도 괜찮죠. 나중에라도 다른 테이블에 있는 상대방을 기억하게 해서 자연스럽게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습니다.

스탠딩 파티, 어색하죠? 그리고 2차가 늘 편하죠? 저도 뭐 쭉 이렇게 늘어놓습니다만 어색한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새로운 교류를 하기에는 좋은 방식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 번에는 어떤  행사가 있을지 모르지만 오는 3월 16일 있을 '블로그 컨퍼런스 : 헬로블로거' 나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 등에서도 많은 블로거들이 첫만남을 가질텐데요. 누군가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들을 서로 소개시켜주는 재미로 참석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어제 만난 분들 반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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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8/03/01 20:45 2008/03/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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