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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돌발영상, 사라진 이유는 뭘까?

Ring Idea 2008/03/08 13:41 Posted by 그만

저 같은 사람에게 이번 YTN 돌발 영상 사건은 정말 재미있는 사건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죠.

1. YTN이 삭제된 경위에 대한 궁금증
2. 네티즌의 반응
3. 국내와 해외 서비스의 대응 능력
4. 언론계의 현실과 대중 사이의 괴리감
5. 동영상 서비스의 한계

등등..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보다 '음모론'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은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네요. 몇 가지 현실적인 가설을 들어봅시다.

1. 왜 YTN 동영상은 지워졌을까?(이 내용은 언론 업계의 관행에 기초한 것입니다. 제 개인 의견이 아니라..)
- 엠바고는 기자들과 취재원 사이의 신사협정. 따라서 YTN의 이번 행위는 사건의 본질을 떠나서 모든 엠바고를 지켰던 기자들을 '물 먹인 사건' 되겠습니다.
- 이후 청와대는 물론 기자들이 YTN에 문제를 삼았을 개연성이 높군요. 이러다 프레스 후렌들리(발음 맞습니까?ㅋㅋ)하려는 새로운 정부와 언론 사이의 관계가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라도 언론계 고위층은 사건의 본질은 뒤로 한 채 해당 기자를 '신의 없는 기자'로 몰았을 것 같군요.
- 이미 방송에 나간 내용을 삭제했을 때는 YTN 간부들의 지시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언론 권력보다 더 강한 통제 방식은 자본 통제입니다. 사실 이것들보다 더 강한 통제는 '자발적 통제'입니다.
- 따라서 이번 동영상이 지워진 것은 YTN 자체 판단에 의한 삭제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항의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점은 100% 확신합니다.
- YTN은 자신들 서비스에서 해당 콘텐츠를 지웠기 때문에 유통 서비스 회사들에게 해당 콘텐츠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네티즌들에 의해 퍼날라지는 것 역시 막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 '의도가 무엇이냐'는 동영상 삭제 행위와 별개입니다.

** 덧, 이 내용에 대한 후속 취재가 미디어오늘에 보도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제 예측이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군요.(더 씁쓸하군요.--;) 출입기자단과 권력과의 관계가 이런식으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군요.

YTN 홍상표 보도국장은 8일 "방송기자들이 사제단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을 먼저 요청했고 청와대도 사제단 발표 이후에 쓴다는 전제로 엠바고를 걸고 발표한 것"이라며 "<돌발영상>은 이 엠바고를 어긴 것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수정 요구는 있었다. 하지만 (삭제 여부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홍 국장은 해명했다. 삭제 과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해명 요구에는 "차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실도 같은 날 "청와대와 기자들 사이의 신사협정이 깨진 것에 대해 YTN 기자를 비롯한 청와대 출입 기자에 유감을 표명했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출입기자단에서 적절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발영상>, 청와대 수정요구 있었다"[미디어오늘] 2008-03-08


** 덧, YTN 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출입기자단이 3일간 정지시켰다고 합니다. 하하하.. 이런 어이없는 일이 21세기에도 일어나는군요. 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기자들이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여전하군요. 그걸 또 묵묵히 받아들이는 YTN은 뭣들 하자는 건지. 기자들의 자체 정화 노력은 서서히 물거품 되고 있군요.


2. 네티즌의 반응.
- 보도통제, 언론통제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겠군요.
- 그러면서 유튜브에 올리는 등 다양한 곳에 소스를 받아다 올리기 시작합니다.
- 포털에서 삭제되고 있다며 포털도 욕하죠. 지조를 지키지 못한 YTN을 욕하기보다 청와대를 욕하겠죠.
- 이거 각인되어서 다양한 형태로 인터넷에 잔재를 남겨둘 것으로 봅니다. 이미 동영상 소스는 파일로 받아놓고 있는 분들이 있을테니 반복 게재가 심해지겠군요.
- 가뜩이나 2MB 정부가 못마땅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소스로 작용할 것이고 이로 인한 논란은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3. 국내와 해외 서비스의 대응 능력
- 네티즌들의 오해는 포털이 왜 이렇게 동영상 삭제를 감행하고 있느냐겠죠?
- 저작권자의 부탁이라면 게시판이나 카페 하나쯤 폐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이 포털입니다. 자사 서비스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올라와 있을 때 함께 책임지기 싫기 때문에 당연히 삭제 들어가는 겁니다.
- 왜 검색이 안 되느냐 할 수도 있겠네요. 이것도 저작권자가 요청하면 가능합니다. 금칙어 설정이나 해당 검색 데이터, 즉 인덱싱 데이터에서 지워버리면 깨끗이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해외 서비스인 유튜브에는 어떻게 대응할까. 이것도 사실은 유튜브가 잘나서가 아니라 저작권자가 유튜브에 어떻게 항의할지 몰라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체계가 다른 서비스가 국내로 들어올 때 늘 겪는 법체계의 혼란 때문이죠. 아마 조만간 유튜브도 블라인드 처리 될 가능성 높습니다.
- 이 때 중요한 것은 권력자의 요청이 아니라 저작권자의 요청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이 서비스 업자들의 사고방식입니다.

4. 언론계의 현실과 대중과의 괴리감
- 언론계에서 엠바고는 늘 골칫거립니다. 지켜야 할지 말지에 대해서 정보원이 말한다고 해서 기자가 그것을 지켜야 할 하등의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 엠바고를 깨면 오히려 특종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많습니다.
- 기자들은 절대 믿지 말라, 또는 오프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란 없다, 엠바고(보도시점 통제) 역시 믿지 마라.. 는 것은 기자를 대해야 하는 홍보업계의 변함없는 격언이죠.
- 대중들은 엠바고가 깨지고 이 문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를 때 이상하게 반응합니다. 엠바고를 지킨 기자를 비난하거나 엠바고를 깨트린 기자를 비난하는 식이죠. 결국 엠바고를 지키느냐 마느냐는 기자와 언론사의 판단입니다.
- 청와대 대변인은 큰 실수 한겁니다. 프레스 프렌들리란 말은 이 기회에 깨끗이 지워버리는 것이 정부도 살고 언론도 사는 길입니다. 권언유착 만큼 뒤가 더러운 것이 없습니다.
- 동영상을 퍼다 나르는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지만 묘하게 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담고 있죠. 아이러니합니다.

5. 동영상 서비스의 한계
- 동영상 서비스에 올려진 많은 동영상들이 YTN 이외에도 지워지고 있는 것을 아십니까?
- 동영상 서비스에 올려진 동영상에 저작권자, 또는 전송권자의 '마크'가 뚜렷이 보이는 경우 특히 그 대상이 됩니다.
- 동영상 서비스 가운데 누구 하나 네티즌의 권익향상을 위해 대신 싸워줄 곳이 없습니다. 오히려 법적인 제재가 들어왔을 때 면책논리를 개발하기 바쁩니다.
- 따라서 현재로서는 인터넷 동영상도 이미 정부와 저작권자의 통제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문제의 본질인 삼성 떡값에 대한 이야기보다 동영상이 삭제되고 있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글이 많이 보이는군요.

사실 삼성 떡값을 받은 사람이 정부 요직에 앉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본질적인 사건이라고 봅니다. 많은 블로거들의 논의를 보면서 조금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는 모습에 이런저런 궁금증은 쌓여만 가는군요.

동영상이 지워지고 있는 것은 '특별한 음모'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저작권자와 정부, 그리고 언론들이 앞다퉈 인터넷 통제할 수 상황을 만들어준 것을 이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을 뿐이겠죠.

물론 댓글 통제, 동영상 통제, 블로그 통제에 호응하는 네티즌의 비율이 높죠.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그 문제가 닥치면 실질적으로 그 통제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정부와 사업자들에게 화살을 돌리죠. 이 이중심리는 무엇일까요.

**P.S. 저는 YTN이 왜 자사 동영상을 삭제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주기 바라고 있습니다.

관련 글 :
[엠바고] 키워드로 검색한 링블로그 내 결과
[저작권] 키워드로 검색한 링블로그 내 결과
[언론] 키워드로 검색한 링블로그 내 결과

**덧, 이 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Cool 하기가 어려운 이유[무제]

딱히 정면으로 논리 충돌을 기대하고 쓴 글이 아니라서 따로 포스트하진 않아도 될 것 같고 댓글을 달고 왔기 때문에 소개합니다. '사실'에 대한 범위를 단어의 정의와 범주, 그리고 단어의 본래 뜻에 집착하면 '편집기자는 글을 쓰지 않으므로 기자가 아니다'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팩트가 잘못됐다는 지적이었으면 제가 이 글을 수정했을텐데 단어의 정의를 '사실'과 혼동하여 비판하셔서 제 글에 대한 의견이라고 보고 글을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업계 관행과 학계 정의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적어서 생기는 오해인 것 같긴 합니다만.. 이 게 중요하다기보다 YTN이 굳이 동영상을 삭제할 필요가 있었는지의 문제는 좀 의문입니다.

제가 쓴 댓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만 at 2008/03/10 02:01 #

잘 봤습니다.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는 현실 속에서는 더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결합합니다. 아쉽게도 엠바고를 요청하는 측과 받아들이는 측이 서로 그 범위를 혼동하기도 하죠. 오프더레코드도 '웬만하면 언제까지 이 내용에 대해 쓰지 말아달라. 내가 부탁했다는 말도 쓰지 말아달라, 나중에 쓰더라도 내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는 식으로 엠바고를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장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두루 설명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뻘글로 전개돼 버렸네요.

흠.. 말꼬리는 잡기를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어차피 공개된 장소에서 제 글에 대한 비판이니 반박이나 해명 정도는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Fact가 틀린 것이 아니라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의 범위에 대한 시각차이라고 봅니다.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사실'이냐 아니냐로 기준할 수 없습니다.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이거 자꾸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

참고해보시라구요..^^;

[분석] 돌발영상, 과연 엠바고의 대상인가?[데일리서프라이즈]

YTN 보도국장이 '엠바고를 어겨서 지웠다'고 말하는 바람에 '엠바고'에 대한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거 같습니다. 나중에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풀어봐야겠습니다.

링블로그에도 관련된 글이 몇 개 있습니다.

2006/08/11 이상호 기자 무죄와 김연광 편집장 선고유예, 그리고 기자
2005/08/07 개 복제와 엠파고 파기
2005/05/31 제 2의 엠바고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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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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