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과잉의 순환 고리

Ring Idea 2009/04/29 11:25 Posted by 그만

(스스로 하는)통찰력 훈련 첫 번째.

사물이나 현상의 순환고리 속 의미 있는 '기점'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해볼 때 뒤로 분석하지 말고 앞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왜'라고 묻지 말고 현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따져 들어가다보면 '왜'라는 질문과 동시에 대답이 가능하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진행 상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쉽게 말해서 망했다. 근데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망했을까.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이미 미국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고 투기 조짐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집을 소유보다는 거주의 목적으로 삼았던 미국민의 임대 문화가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산층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집을 소유하고 매매차익을 노리면서 선수들이 꼬이고 그 선수들의 농간에 차상위계층은 물론 금융사들마저 부실한 담보 대출에 앞장서기 시작한다. 붕괴는 예고돼 있었다.

근데 왜 부동산은 거품이 끼고 있었을까? 사실 그 전부터 부동산 거품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었다. 글로벌 동조현상이었다. 중국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두바이 등 대규모 토목 건설산업이 붐을 이루고 전세계 마천루가 바뀌고 있었으니 돈은 그쪽으로 몰리고 엄청난 자금은 다시 순환을 거쳐 유동성 과잉과 함께 집값을 꿈틀거리게 해 결국 서민들의 담보대출을 가능하게 열어주었다. 전세계 건설업 경기가 과잉이었다.

다시 왜 건설업 경기는 과잉이 되고 있었나.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조업이 붕괴된 나라여서 서비스산업과 금융업, 그리고 IT 산업으로 버티고 있었다. 미국은 이미 80년대부터 공장을 싼 노동력과 원자재 수급이 가능한 나라로 옮겨오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판매와 소비만이 있었다. 그나마 교육산업과 농업, 축산업, 지식 산업, 금융업이 미국의 과잉 소비를 떠받치고 있었고 이들은 과잉(또는 잉여) 수익을 확대시키는 전략적 선순환을 고착화하기 시작했다.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금융 의존도가 과잉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든 산업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그것이 '감량 경영'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마치 경쟁이 최대의 선이라고 여기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믿음을 퍼지기 시작했다. 각국에 퍼져 있는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설파하고 다닌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아니던가.

효율성의 과잉이 고용의 결핍을 낳는 순환 고리가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이미 치킨 게임이 되어버렸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고용을 자제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고용되지 않는 실업자들은 교육에 매진하면서 비정상적인 교육시장의 과잉을 만들어냈고 전세계적인 고학력자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실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누락되면 소비를 줄여야했다. 효율성을 취할 것이냐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 것이냐. 미국은 효율성을 선택해왔다.

그래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의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고용의 질은 점점 안 좋아졌고 미국의 피고용인들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자 충성도가 낮아졌다. 개인주의는 극대화됐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결국 내가 먹기 위해 남의 먹을 거리를 빼앗아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대형화, 산업화, 글로벌화, 그리고 효율화가 과잉으로 치닫자 정서, 결속력, 충성도, 안정감은 결핍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늘 반발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최근의 금융 위기에 이은 경제 붕괴에 대해 '지금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새로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서와 결속력, 애국심과 안정감 결핍에 의한 반작용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반동의 시대는 그렇게 결핍을 채우고 과잉을 덜어내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결국 다시 결핍이 과잉으로, 과잉이 다시 결핍의 추세선을 따르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이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화된 이유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생각하고 분석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정보를 쏟아내고 다시 현실 속의 변인으로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글로벌 위기의 동조 현상을 확대시켰다. 정보의 과잉이 대응 결핍의 원인이 된 것이다.

'과잉'과 '결핍'의 상대성을 지켜보면 좀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반동'이 일어나게 된다. 헤겔의 '정반합'을 설명하는 변증법과 또 다른 면의 세계 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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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29 11:25 2009/04/29 11:25
사진 출처 : 플리커

얼마 전 전세계적인 흥행과 아카데미 8개부문상을 휩쓸었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갖가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에 소개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주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성인 주인공들의 열애설에 더 관심을 갖기도 하죠.

얼마 전에는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거둔 이 영화 제작자가 영화의 배경이 된 인도 뭄바이의 빈민 아동구호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한 아역배우는 빈민촌 어린이들로 이들에게 쏠린 관심이 오히려 이들을 어른들 사이의 갈등 속에 몰아넣기도 했다네요. 다행히 제작자는 이들 아역배우를 키워줄 기관을 찾아 장학금을 기부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 장학금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네요. 이는 아이들에게 쏠린 관심과 부를 노리는 어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죠.

이 영화의 핵심은 '인생 반전'이지만, 그 배경에는 인도의 빈민가와 그들의 잔인한 인생사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일부러 장애아로 만들어 앵벌이를 조직적으로 시키는 비열한 어른들이 등장합니다.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합니다. 죄책감 조차 사치로 여기는 빈민가의 삶은 또다른 삶을 악순환 고리에 동참시키죠.

그들의 심성이 원래 그렇게 악행을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악행의 끝을 모른 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불행한 인간들을 짓밟게 됩니다.

곶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요. 가난은 인생 전체를 관통하며 불운 속으로 자꾸 밀어넣습니다. 가난이란 그렇게 의지가 박약하든 강하든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아십니까?

지구촌에는 아직도 하루 1000원으로 한 식구의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만원이면 제 3세계 빈민가 학교의 한 학급에 한 학기 학용품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등장한 지저분한 화장실을 위생적인 화장실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돈은 10만원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얼마나 버십니까? 50만원이면 수백명의 빈민가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돈입니다.

한달 3만원으로 무엇을 하십니까. 커피값 정도나 될까요?

한달 3반원이면 가난한 나라의 빈민 어린이가 세끼의 영양 식사를 할 수 있고 학교를 다니며 아플 땐 병원에 갈 수 있는 돈입니다.

어렸을 때 빈민까지는 아니었지만 지독히도 가난했던 그만 역시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지금껏 별탈 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저를 일으켜 세운 분이 어딘가 지켜보고 있을테지요. 그러니 저는 인생을 헛되이 살 수 없겠죠.

2008/01/28 부끄러운 장학금

지난 해 10월 블로그 액션데이를 기억하십니까? 전세계 빈곤에 대해 하루라도, 아니 정말 한 시간이라도 근본적인 빈곤 퇴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어린이들이 빈곤으로 인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2008/10/13 블로그 액션데이 2008 참여, [빈곤]과 [기부]를 생각하다

저는 태터앤미디어 파트너로서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행복나눔'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한 금액이 오늘까지 보니 45만원이군요. 좀더 분발해야겠네요.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통해 매월 2만원씩 기부도 하고 있으니 저도 블로그를 통해 기부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네요.

2008/10/01 블로거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2008/11/02 [1004Day] 블로거가 학교를 짓는다

미약하지만 가끔 우리는 현실보다 미래를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우리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 아이와 엮여 함께 세상을 살아갈 전세계 어린이들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생활이 각박하고 나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기도 바쁘지만, 그럼에도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간답게 사는 길은 남의 고통을 함께 하고 나의 행운과 행복을 나누기 위한 마음을 한번씩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이 비록 플랜한국위원회로부터 대가를 받고 행하는 홍보성 글이긴 하지만, 제가 20여년 전에 받았던 장학금을 요즘 들어 사회에 다시 돌려줄 기회를 만들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받은 것 전부를 언젠가 다시 사회에 다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금액이 적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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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29 11:00 2009/04/29 11:00

국회 문화관광통신위원회에서 그동안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법안인 뉴스통신진흥법을 한시법에서 일반법으로 바꿨다는 소식입니다.

▶국회 문방위, 연합뉴스 '영구 지원' 법제화 [미디어오늘]

축하합니다. 연합뉴스 종사자 여러분, 다른 언론사들 감원과 감봉 소식에 가슴 졸이면서 긴장하고 있었을텐데요. 이제는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물론 행여라도 정부가 맘에 안드신다면 얼른 절 싫어 중이 나가듯 떠날 준비를 해두셔야겠네요)

이 사회의 슈퍼갑인 언론사 종사자이면서 봉급은 국가가 대주니 이거야 말로 초절정 슈퍼 울트라 파워 그룹의 출현이군요. 연합뉴스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 국가의 요청과 감사요구에 충실히 응할 것을 충고드립니다. 행여나 낙하산이 떨어지더라도 욕하고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나쁜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제 무의미해졌네요. 이미 일반법이 된 이상 연합뉴스의 국영통신사화는 이제 기정 사실이 되었습니다. 어설프게 정부에 까칠한 척 하거나 친 정부적인 홍보성 멘트 살짝 집어 넣는 '연합시론' 따위는 이제 그만 서비스하시기 바랍니다. 낯 뜨겁습니다.

이 건과 관련해서는 별로 길게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언론과 국회가 딱 이 수준이니까요. 뭐 별 일 없어 보이시죠? 지켜보시면 이 법안이 어떤 악행을 저지를 것인지, 그리고 언론계 스스로 얼마나 끔찍한 발목 잡히는 짓을 한 것인지 드러나게 됩니다.

감사원, 전 정권 지원 신문사 조사 [미디어오늘]

더불어 앞으로 연합뉴스는 '독립 언론' 따위의 구호를 입 밖에 내놓지 마시길 충고드립니다. 어찌나 불길한 예상 그대로 가는지... 에효... ㅠ,.ㅠ

2009/03/09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국영 통신사 출현하나? [아래 자펌]

more..



** 덧, 댓글에 아래와 같은 글이 달렸습니다. 현상황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위해 본문으로 댓글 내용을 올려 놓습니다.


강정수 

통신사의 소유관계, 정부지원, 온라인 뉴스 직접 공급.... 최근 유럽/미국에서도 뜨거운 이슈입니다.

1. AFP: 5명의 이사진, 그 중 3인 정부선출, 2인 직원 선출. 문제점은, 2009년 정부 지원금 1억960만 유로(!) - 매출의 40%차지하는 정부기관 구독료 수입 제외 -, 2013년까지 매년 1,8%씩 이 지원금 증가, 지난번 사코지 정부가 확정한 '프랑스 신문산업 지원안'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AFP가 유럽지역에 독일어, 영어 기사 서비스를 하는데요,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죠. 당연히 독일의 DPA는 이를 '유럽의회 및 법원'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정부지원에 의한 가격파괴, 즉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거죠.

2. DPA (소유주: 독일의 190개 신문사 공동 소유), AP (미국 1400여개 신문사 공동소유)의 온라인 뉴스시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최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악순환인데요. 신문산업 위기가 강화되자, DPA, AP를 소유(소유주가 많다는 것은 개별 소유주들의 지분은 매우 작다는 의미, 즉 구매자가 소유자인 경우입니다 -구매보장!-)하고 있는 개별 신문사-특히 영세 신문사-들이 DPA, AP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저렴한 AFP 뉴스서비스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통신사 뉴스없는 뉴스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DPA와 AP의 매출 축소로 이어지고, DPA와 AP는 온라인 뉴스시장에서 직접 뉴스공급을 더욱 강화하고, 이는 공급자 경쟁이 치열해 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렇게되면 기성 언론사는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더욱 힘들어 지고....

수직적 관계에 있던 뉴스생산자들이 온라인 뉴스시장에서는 수직적 관계도 유지하면서 - 약화 경향 보이면서 -, 수평적 관계(시장경쟁 관계)도 맺고 있는 '이중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통신사에 대한 소유관계, 정부지원 문제 등이 새로운 틀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유럽법원 등에서.

관련기사로는 NYT의 http://www.nytimes.com/2009/04/07/busin ··· chnology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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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9 10:39 2009/04/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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