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는)통찰력 훈련 첫 번째.
사물이나 현상의 순환고리 속 의미 있는 '기점'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해볼 때 뒤로 분석하지 말고 앞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왜'라고 묻지 말고 현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따져 들어가다보면 '왜'라는 질문과 동시에 대답이 가능하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진행 상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쉽게 말해서 망했다. 근데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망했을까.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이미 미국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고 투기 조짐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집을 소유보다는 거주의 목적으로 삼았던 미국민의 임대 문화가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산층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집을 소유하고 매매차익을 노리면서 선수들이 꼬이고 그 선수들의 농간에 차상위계층은 물론 금융사들마저 부실한 담보 대출에 앞장서기 시작한다. 붕괴는 예고돼 있었다.
근데 왜 부동산은 거품이 끼고 있었을까? 사실 그 전부터 부동산 거품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었다. 글로벌 동조현상이었다. 중국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두바이 등 대규모 토목 건설산업이 붐을 이루고 전세계 마천루가 바뀌고 있었으니 돈은 그쪽으로 몰리고 엄청난 자금은 다시 순환을 거쳐 유동성 과잉과 함께 집값을 꿈틀거리게 해 결국 서민들의 담보대출을 가능하게 열어주었다. 전세계 건설업 경기가 과잉이었다.
다시 왜 건설업 경기는 과잉이 되고 있었나.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조업이 붕괴된 나라여서 서비스산업과 금융업, 그리고 IT 산업으로 버티고 있었다. 미국은 이미 80년대부터 공장을 싼 노동력과 원자재 수급이 가능한 나라로 옮겨오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판매와 소비만이 있었다. 그나마 교육산업과 농업, 축산업, 지식 산업, 금융업이 미국의 과잉 소비를 떠받치고 있었고 이들은 과잉(또는 잉여) 수익을 확대시키는 전략적 선순환을 고착화하기 시작했다.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금융 의존도가 과잉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든 산업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그것이 '감량 경영'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마치 경쟁이 최대의 선이라고 여기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믿음을 퍼지기 시작했다. 각국에 퍼져 있는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설파하고 다닌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아니던가.
효율성의 과잉이 고용의 결핍을 낳는 순환 고리가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이미 치킨 게임이 되어버렸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고용을 자제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고용되지 않는 실업자들은 교육에 매진하면서 비정상적인 교육시장의 과잉을 만들어냈고 전세계적인 고학력자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실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누락되면 소비를 줄여야했다. 효율성을 취할 것이냐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 것이냐. 미국은 효율성을 선택해왔다.
그래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의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고용의 질은 점점 안 좋아졌고 미국의 피고용인들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자 충성도가 낮아졌다. 개인주의는 극대화됐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결국 내가 먹기 위해 남의 먹을 거리를 빼앗아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대형화, 산업화, 글로벌화, 그리고 효율화가 과잉으로 치닫자 정서, 결속력, 충성도, 안정감은 결핍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늘 반발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최근의 금융 위기에 이은 경제 붕괴에 대해 '지금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새로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서와 결속력, 애국심과 안정감 결핍에 의한 반작용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반동의 시대는 그렇게 결핍을 채우고 과잉을 덜어내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결국 다시 결핍이 과잉으로, 과잉이 다시 결핍의 추세선을 따르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이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화된 이유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생각하고 분석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정보를 쏟아내고 다시 현실 속의 변인으로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글로벌 위기의 동조 현상을 확대시켰다. 정보의 과잉이 대응 결핍의 원인이 된 것이다.
'과잉'과 '결핍'의 상대성을 지켜보면 좀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반동'이 일어나게 된다. 헤겔의 '정반합'을 설명하는 변증법과 또 다른 면의 세계 보기다.
'2009/04/29'에 해당되는 글 3건
- 2009/04/29 결핍과 과잉의 순환 고리
- 2009/04/29 퀴즈쇼가 빈민 어린이의 유일한 희망은 아니다
- 2009/04/29 철밥통 연합뉴스 종사자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11
얼마 전 전세계적인 흥행과 아카데미 8개부문상을 휩쓸었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갖가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에 소개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주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성인 주인공들의 열애설에 더 관심을 갖기도 하죠.
얼마 전에는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거둔 이 영화 제작자가 영화의 배경이 된 인도 뭄바이의 빈민 아동구호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한 아역배우는 빈민촌 어린이들로 이들에게 쏠린 관심이 오히려 이들을 어른들 사이의 갈등 속에 몰아넣기도 했다네요. 다행히 제작자는 이들 아역배우를 키워줄 기관을 찾아 장학금을 기부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 장학금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네요. 이는 아이들에게 쏠린 관심과 부를 노리는 어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죠.
이 영화의 핵심은 '인생 반전'이지만, 그 배경에는 인도의 빈민가와 그들의 잔인한 인생사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일부러 장애아로 만들어 앵벌이를 조직적으로 시키는 비열한 어른들이 등장합니다.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합니다. 죄책감 조차 사치로 여기는 빈민가의 삶은 또다른 삶을 악순환 고리에 동참시키죠.
그들의 심성이 원래 그렇게 악행을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악행의 끝을 모른 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불행한 인간들을 짓밟게 됩니다.
곶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요. 가난은 인생 전체를 관통하며 불운 속으로 자꾸 밀어넣습니다. 가난이란 그렇게 의지가 박약하든 강하든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아십니까?
지구촌에는 아직도 하루 1000원으로 한 식구의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만원이면 제 3세계 빈민가 학교의 한 학급에 한 학기 학용품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등장한 지저분한 화장실을 위생적인 화장실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돈은 10만원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얼마나 버십니까? 50만원이면 수백명의 빈민가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돈입니다.
한달 3만원으로 무엇을 하십니까. 커피값 정도나 될까요?
한달 3반원이면 가난한 나라의 빈민 어린이가 세끼의 영양 식사를 할 수 있고 학교를 다니며 아플 땐 병원에 갈 수 있는 돈입니다.
어렸을 때 빈민까지는 아니었지만 지독히도 가난했던 그만 역시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지금껏 별탈 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저를 일으켜 세운 분이 어딘가 지켜보고 있을테지요. 그러니 저는 인생을 헛되이 살 수 없겠죠.
2008/01/28 부끄러운 장학금
지난 해 10월 블로그 액션데이를 기억하십니까? 전세계 빈곤에 대해 하루라도, 아니 정말 한 시간이라도 근본적인 빈곤 퇴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어린이들이 빈곤으로 인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2008/10/13 블로그 액션데이 2008 참여, [빈곤]과 [기부]를 생각하다
저는 태터앤미디어 파트너로서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행복나눔'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한 금액이 오늘까지 보니 45만원이군요. 좀더 분발해야겠네요.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통해 매월 2만원씩 기부도 하고 있으니 저도 블로그를 통해 기부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네요.
2008/10/01 블로거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2008/11/02 [1004Day] 블로거가 학교를 짓는다
미약하지만 가끔 우리는 현실보다 미래를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우리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 아이와 엮여 함께 세상을 살아갈 전세계 어린이들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생활이 각박하고 나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기도 바쁘지만, 그럼에도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간답게 사는 길은 남의 고통을 함께 하고 나의 행운과 행복을 나누기 위한 마음을 한번씩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이 비록 플랜한국위원회로부터 대가를 받고 행하는 홍보성 글이긴 하지만, 제가 20여년 전에 받았던 장학금을 요즘 들어 사회에 다시 돌려줄 기회를 만들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받은 것 전부를 언젠가 다시 사회에 다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금액이 적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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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어린이날 희망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Tracked from 깜냥이의 웹2.0 이야기! 삭제다음(www.daum.net)에서 2009년 어린이날 희망 캠페인으로 '난치병 어린이에게 희망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http://hyphen.daum.net/request/campaign/sub/childrensday2009.do) 다양한 방법으로 난치병 어린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로거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난치병 어린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캠페인 알리기에 참여할 때마다 다음이 대신 기부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1...
2009/04/29 17:07
국회 문화관광통신위원회에서 그동안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법안인 뉴스통신진흥법을 한시법에서 일반법으로 바꿨다는 소식입니다.
▶국회 문방위, 연합뉴스 '영구 지원' 법제화 [미디어오늘]
축하합니다. 연합뉴스 종사자 여러분, 다른 언론사들 감원과 감봉 소식에 가슴 졸이면서 긴장하고 있었을텐데요. 이제는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물론 행여라도 정부가 맘에 안드신다면 얼른 절 싫어 중이 나가듯 떠날 준비를 해두셔야겠네요)
이 사회의 슈퍼갑인 언론사 종사자이면서 봉급은 국가가 대주니 이거야 말로 초절정 슈퍼 울트라 파워 그룹의 출현이군요. 연합뉴스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 국가의 요청과 감사요구에 충실히 응할 것을 충고드립니다. 행여나 낙하산이 떨어지더라도 욕하고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나쁜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제 무의미해졌네요. 이미 일반법이 된 이상 연합뉴스의 국영통신사화는 이제 기정 사실이 되었습니다. 어설프게 정부에 까칠한 척 하거나 친 정부적인 홍보성 멘트 살짝 집어 넣는 '연합시론' 따위는 이제 그만 서비스하시기 바랍니다. 낯 뜨겁습니다.
이 건과 관련해서는 별로 길게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언론과 국회가 딱 이 수준이니까요. 뭐 별 일 없어 보이시죠? 지켜보시면 이 법안이 어떤 악행을 저지를 것인지, 그리고 언론계 스스로 얼마나 끔찍한 발목 잡히는 짓을 한 것인지 드러나게 됩니다.
▶감사원, 전 정권 지원 신문사 조사 [미디어오늘]
더불어 앞으로 연합뉴스는 '독립 언론' 따위의 구호를 입 밖에 내놓지 마시길 충고드립니다. 어찌나 불길한 예상 그대로 가는지... 에효... ㅠ,.ㅠ
2009/03/09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국영 통신사 출현하나? [아래 자펌]
more..
뉴시스가 요즘 필사적이다.
정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입법 예고 소식이 들리자마자 국내 민영통신사인 뉴시스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아래 모든 뉴스링크는 뉴시스 것이다.
<뉴스통신악법>'언론괴물''정부통신' 만드는 법, 국민적 관심 '절실'
<뉴스통신악법>“연합뉴스=국정홍보처” “사실상 국유화”
<뉴스통신악법>정부, 왜 법안 발의해놓고 발빼려 하나?
<뉴스통신 악법>뉴시스노조·기협, "뉴스통신진흥법 개악 언론장악 기도 중단하라"
<뉴스통신악법>정부, 통신악법 비판 '연합 떠넘기기' 눈총
<뉴스통신악법>정부, 연합 ‘수천억원 지원성과-공공성 평가결과’ 공개해야
<뉴스통신 악법>"말 잘듣는 통신사 만들기…원칙도 명분도 없는 법" 비판
이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 역사와 더불어 꽤 오랫 동안 복잡하게 얽혀 있던 문제였다. 더구나 언론 통폐합 등 역사적인 문제들이 내재돼 있는데다 언론사 사이의 알력과 복잡한 정치 권력 관계, 비즈니스 상관관계가 거미줄 처럼 얽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겠지만 잠깐 1980년대 있었던 언론 통폐합의 역사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연합 뉴스가 안고 있는 '언론 통폐합'의 추억
1980년 6월 전두환 정권은 '언론계 자체 정화 계획'이란 문건을 완성한다.
당시 언론계는 지방에서부터 중앙 일간지까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할만큼의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무책임한 보도도 있었고 취재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부정한 방법의 부를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일부 언론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을 등에 업고 정화에 나선 것이다. 드디어 11월 '언론 창달 계획'을 통해 전국 64개 언론사를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강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작업은 언론사주들의 자발적인 결의로 시행하게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국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건전언론 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게끔 강제한다.
이 과정에서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이 합병하여 만든 연합통신으로 시사통신, 경제통신, 산업통신 등 3개 통신사가 강제 통합되었으며 무역통신은 무역협회 회원지로 변경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당시 1980년 12월 31일 '언론 기본법'에 들어간 조항이 바로 신문 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조항이었다. 현재 이 조항을 빼자고 하는 쪽과 그대로 놔두자고 하는 쪽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찌 아이러니 하지 않겠는가.
현재 연합뉴스로 이름을 바꾼 상태의 국내 최대의 통신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근데 이렇게 국가기간통신사로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는 연합뉴스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왔다. 역대 정부들로서는 정부정책홍보에 연합뉴스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뉴스통신진흥법, 한시법에서 일반법으로 고고씽?
지난 몇 년 동안 수천억원의 도움을 주는 근거가 된 것이 바로 '뉴스통신진흥법'이었다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줄여서 뉴스통신진흥법)은 6년 동안만 효력을 발휘하는 한시법으로 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를 지정해 국가의 국고지원을 해왔다. 그 단위가 무려 수백억원에 달한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국고 지원금 수입만으로 연합뉴스는 영업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한시법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그 수명을 종료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법은 시한을 정하지 않는 '일반법'으로 개정되어 입법 예고가 된 것이다.
그동안 민영 통신사로서 고군분투해온 뉴시스로서는 지난 이 법(현재 한시법인 뉴스통신진흥법)이 합헌으로 결론난 것도 억울할텐데 한시법 자체가 일반법으로 입법완료되면 그야 말로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릴 법하다.
이런 상황에서 뉴시스가 통신사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사 입장의 기사를 줄곧 쏟아내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연합뉴스, 조용히 묻어가자
그렇다면 연합뉴스 종사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냥 조용히 처리돼버리면 바로 평생직장에 평생 준 공무원으로 슈퍼갑인 기자까지 할 수 있으니 얼씨구나다. 다만 정부 소속 언론이라는 딱지를 안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당장 문광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문광부가 정부의 뉴스 수급을 일괄 위탁하고 뉴스통신진흥위원회가 연합뉴스에 대한 예산 승인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게 했다. 또한 진흥회는 해마다 연합뉴스의 경영실적을 진단, 문화부 장관과 국회에 보고하게끔 하는 경영실적 평가제도까지 신설했다.
지금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정부가 예산으로 통제하고 국회 다수당이 연합뉴스의 경영실적을 놓고 감사를 할 수 있게 한 셈이다. 더구나 연합뉴스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진흥회 이사진 역시 이명박 대통령 대선후보시절 언론특보 출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인 최규철씨가 선출되면서 연합뉴스에 대한 장악은 '입법'으로 완결되는 셈이 된다.
문제는 이 상황인데도 언론사들이 이렇다 할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연합뉴스에 대한 불만은 한 두 해가 아니다. 지방지들은 연합뉴스의 전재료 인상에 항의해 계약 연장을 파기하는 등의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포털과 무가지에 연합뉴스가 대량의 뉴스를 그대로 공급하면서 언론사들의 인터넷 전략 및 가판 전략 자체가 무너져버리게 만들어 버렸다는 불만 역시 유효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의 소유 지분 문제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전의 대주주는 KBS, MBC였다. 그러던 것이 이들로부터 더 많은 지분을 양도받은 뉴스통신진흥회가 대주주(약 30%)가 되어 사장의 추천권을 갖는다. 그런데 이 세 곳의 대주주 외에 약 40여곳의 신문사들이 또 주주이기도 하다. 진흥회를 제외한 모든 곳을 상대로 연합뉴스는 인터넷에서 뉴스로 경쟁하고 있다. 주인의 목을 조르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한국의 복잡한 언론史 축소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겉으로 보면 뉴시스의 연합뉴스에 대한 경쟁심리로 인해 뉴스통신진흥법이 논란인 것 처럼 보이는데 정작 다른 주인들은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도 못하고 있다.
정권은 공정성 강화와 중립성 강화, 국가기간통신사의 필요성 등을 내세우며 정작 자기 사람 앉히기에 혈안이고 한시법 역시 정권의 필요에 의해 일반법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열악한 뉴스 유통 체계를 치고 들어온 전문 유통 사업자인 포털과 무가지들의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만들어준 연합뉴스는 일단 조용히 넘어가자는 주의다.
이 문제로 시끄러워져봤자 이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풀어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자칫 시장으로 내던져질 경우 조직원 절반 이상이 위태로와질 수도 있다. 뉴스 도매상인 연합뉴스에서 글을 쓰지 않는 비생산 뉴스 조직원이 더 많다는 따가운 눈총을 안전하게 지나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속보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신문과의 연계 등을 통해 연합뉴스만큼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뉴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연합뉴스의 존재감은 역시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혈세를 먹고 자라는 뉴스 공룡(공무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글로 쓰여지고 한국의 소식을 세계로 널리 알리는 세계적인 통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연합뉴스만의 선택일까? 수천억원을 혈세로 지원한 우리 국민은 연합뉴스에 왜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상하지 않은가? 연합뉴스의 소유지분 문제나 연합뉴스의 낙하산 인사, 포털 및 무가지에 대한 뉴스 판매, 인터넷 직접 뉴스 서비스, 부실한 해외 번역 송신 서비스, 부실한 해외 파견 특파원 리포팅 서비스 등에 대해 왜 클라이언트이자 주인이기도 한 언론사들이 왜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정도에서 간간히 언급이 있긴 한데 뉴시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참으로 외롭게 느껴진다.
**덧, 연합뉴스와 관련한 댓글이 있어서 정보 차원에서 본문으로 끌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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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FACT
1. 연합뉴스에게 주어지는 직접적인 정부지원은 09년 현재 0원입니다 .
2. 연합뉴스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뉴스정보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
3. 정부 뉴스구독매출은 연합뉴스 매출의 30%가 안됩니다.
4. 뉴시스도 문광부, 경기도청, 제주도청 등에 뉴스정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출 중 차지하는 비율은 뉴시스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5. 외국의 경우, 정부 뉴스구독비율이 매출의 60%까지 간적도 있습니다.
어디냐고요? 바로 프랑스의 AFP입니다. 현재도 40%이상은 정부 뉴스구독료 입니다 .
스페인의 EFE 통신, 이탈리아의 ANSA 통신 등도 매출 중 정부 구독비율이 40%에
육박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동네엔 다른 통신사가 없느냐, 스페인에는 100개, 프랑스엔 200개의
통신사가 있습니다. 그 중 정부가 구독하는 곳은 EFE, AFP 뿐입니다.
이 모든 건 정말 FACT입니다.2009/03/09 18:04-
그만 수정/삭제
이상하게 휴지통으로 가 있어서 되살렸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스팸 필터링의 오묘한 기술적인 내용은 제가 잘 몰라서리 가끔 이런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 특별히 공개된 내용만 갖고는 판단하긴 힘들지만 틀린 사실은 없는 듯이 보입니다. 제가 쓴 내용 가운데 평가나 판단을 제외한 팩트 부분은 대조하여 수정하거나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1. http://www.donga.com/fbin/output?f=j__& ··· 10160415
http://blog.mk.co.kr/sjhdb/124267
<-이 내용을 기초로 수백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직접적인'이란 표현이 걸리긴 하는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식이라면 제 표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당연하죠. 뉴스 구매 주체에 대해 문제 삼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기에 따라 일괄구매 대행자인 문광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요소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3. 연 평균 구독 매출이 10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의 평균 정부 구독매출을 올리고 있군요. 지적하신 팩트는 이상이 없습니다.
http://mediasis.kpf.or.kr/mediastatisti ··· 5bb%25e7
http://blog.mk.co.kr/sjhdb/124267
4. 뉴시스의 판매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뉴스통신진흥법의 범주에 뉴시스가 포함되지 않아서 열받아 들이 받고 있는 정황은 글 속에 포함돼 있습니다.
5. 외국의 경우에 대해서는 저도 따로 좀더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단일 통신으로부터의 뉴스 구매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만... 오히려 연합뉴스가 짊어지게 될 정부 통제가 더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와중이라 굳이 외국에서도 단일 통신사로부터 뉴스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좀 의아스럽네요.
감사합니다.(일부 고쳤습니다. 추가적인 내용이 발견되면 보충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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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댓글에 아래와 같은 글이 달렸습니다. 현상황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위해 본문으로 댓글 내용을 올려 놓습니다.
강정수
통신사의 소유관계, 정부지원, 온라인 뉴스 직접 공급.... 최근 유럽/미국에서도 뜨거운 이슈입니다.
1. AFP: 5명의 이사진, 그 중 3인 정부선출, 2인 직원 선출. 문제점은, 2009년 정부 지원금 1억960만 유로(!) - 매출의 40%차지하는 정부기관 구독료 수입 제외 -, 2013년까지 매년 1,8%씩 이 지원금 증가, 지난번 사코지 정부가 확정한 '프랑스 신문산업 지원안'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AFP가 유럽지역에 독일어, 영어 기사 서비스를 하는데요,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죠. 당연히 독일의 DPA는 이를 '유럽의회 및 법원'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정부지원에 의한 가격파괴, 즉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거죠.
2. DPA (소유주: 독일의 190개 신문사 공동 소유), AP (미국 1400여개 신문사 공동소유)의 온라인 뉴스시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최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악순환인데요. 신문산업 위기가 강화되자, DPA, AP를 소유(소유주가 많다는 것은 개별 소유주들의 지분은 매우 작다는 의미, 즉 구매자가 소유자인 경우입니다 -구매보장!-)하고 있는 개별 신문사-특히 영세 신문사-들이 DPA, AP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저렴한 AFP 뉴스서비스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통신사 뉴스없는 뉴스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DPA와 AP의 매출 축소로 이어지고, DPA와 AP는 온라인 뉴스시장에서 직접 뉴스공급을 더욱 강화하고, 이는 공급자 경쟁이 치열해 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렇게되면 기성 언론사는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더욱 힘들어 지고....
수직적 관계에 있던 뉴스생산자들이 온라인 뉴스시장에서는 수직적 관계도 유지하면서 - 약화 경향 보이면서 -, 수평적 관계(시장경쟁 관계)도 맺고 있는 '이중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통신사에 대한 소유관계, 정부지원 문제 등이 새로운 틀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유럽법원 등에서.
관련기사로는 NYT의 http://www.nytimes.com/2009/04/07/busin ··· chnology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