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자료라도 꼼꼼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실이나 새롭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실시간 뉴스에 맛들여 있는 언론사 기자들과 달리 좀더 전문적인 블로거라면 좀더 색다른 해석과 폭넓은 자료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하겠죠.

누구나 같은 자료를 봐도 이를 어떻게 압축하고 어떤 점을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제목에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다음의 사례를 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로 검색한 결과 캡처

시만텍이 매년 발간하는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라는 자료를 다양한 곳에서 기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아쉽지 않나요? 덤덤하기도 하고.

일단 이 자료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죠. 더구나 미 국방성에 보안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두 업체 가운데 하나인 시만텍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 탐지 모니터를 갖춘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의 자료이기 때문에 전수조사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인터넷 위협 사례 및 경향 파악에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이 보고서 하나만으로 6개월짜리 특집을 기획할 수 있을 정도죠.

무려 원문 페이지가 11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팩트(fact)별로 나열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팩트 아래에 제목으로 뽑을 수 있는 요소를 끄집어 내어 제목을 만들어보죠. 기억하세요. 방송CF가 15초의 예술인 것 처럼 웹 미디어는 한줄 제목의 예술입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인터넷 제목 형식으로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한 줄에 하나 이상의 팩트가 담겨져 있습니다. 아래 요약을 보시고 다시 기사 제목을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내용을 한줄 제목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시만텍 인터넷 위협 보고서 14호 요약.

지난 6년 동안 발견된 악성코드 유형 총 260만 건

작년 발견된 악성코드 160만 건

악성코드 60% 작년에 유포됐다

악성코드, 2008년 270% 증가

1. 콘피커 웜바이러스
아태-남미 지역 콘피커 웜바이러스 기승

패치 안 받은 윈도우 PC, 콘피커 웜바이러스에 감염

콘피커 웜, P2P 사이트 타고 급속 전파

2. 개인정보 유출
개인 정보, 이미 80% 유출

온라인 뱅킹 사용자조차 76% 개인정보 유출

신용카드 정보, 전체 개인정보 유출의 12%

개인정보 단가는? 6센트~30달러

은행계좌 관련 정보, 10~1000달러에 거래된다

이메일 계정 개당 10센트~100달러에 거래돼

도난 신용카드 데이터 대부분, 미국인

3. 스팸
전세계 스팸, 2008년 200% 증가

2008년 한 해 유포된 스팸은 3500억 건

스팸 최고의 도우미 봇넷, 스팸 발송 90% 차지

4. 보안 취약점
2008년 보안 취약점, 5500건

2008년 보안 취약점, 전년 대비 20% 증가

5. 지역적 특성
미국은 보안 위협 공격 국가 1위

해커 공격대상 1위 미국

봇 감염된 PC 가장 많은 나라, 중국

봇 감염된 PC 가장 많은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어떻습니까. 하나하나의 제목에 '충격!' '주의!' 따위의 경고성 감탄사가 양념처럼 들어갈 수도 있겠죠? ^^

이렇게 멋진 자료를 제공한 시만텍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런 귀중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단순히 '보고서(또는 백서, Whitepaper)' 홍보로는 시만텍을 따라갈만한 곳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 만든 보고서를 매체에 어떻게 전파시키고 알릴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멀티소스 멀티유즈 사례라고 할 수 있겠군요.

■ PDF로 된 전문을 보고 싶다면,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 14호[전문 PDF]
■ 요약본을 보고 싶다면,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 14호 [요약본 PDF]
■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보고 싶다구요? 그렇다면,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 14호 [플래시 데모 영상]
■ 좀더 현장감 있는 영상을 보고 싶다구요? 그렇다면, 시만텍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 14호 [웹 동영상] - 등록해야 함.

이 사례가 홍보담당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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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4/21 18:29 2009/04/21 18:29

미네르바 소동과 인터넷 문화

Ring Idea 2009/04/21 10:02 Posted by 그만

아고라 경제 논객 미네르바가 무죄라는 1심 판결이 났다.

구속적부심에서 구속 결정을 내렸던 법원의 태도나 인터넷 여론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검찰의 의지를 봤을 때 '깜짝 놀랄만한 사건'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은 결국 검찰이 또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항소가 있으면 다시 2심을 기다려야 하고 2심에서 조차 무죄가 나온다면 아마도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네르바가 정말 깨끗한 투사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노인네'라고 자신을 속였으며 '유사 공문 형식을 전파'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의 의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IMF 외환 위기 시절의 고통을 또다시 겪지 말아야 한다는 의협심의 발로였음에도 그의 잘못한 점은 잘못한 것이다.

다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범법행위냐에 대한 문제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미네르바 박씨는 이런 거짓말로 인해 비난받을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검찰의 구형 처럼 징역형을 받을만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많은 누리꾼들의 시각이다. 반면 보수 언론은 미네르바가 끼친 영향력에 우려를 표시하며 거짓으로 꾸며진 영향력에 대해 단죄하길 바라는 시각이다.

오늘 동아일보의 사설이 가장 엽기적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반사회적 행위의 규제 방법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1990년대에 만든 전기통신법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터넷의 역기능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미네르바 사건이나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는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도 전기통신법은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설]1심 무죄라고 ‘미네르바 현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 [동아일보]

월간지를 통해 미네르바 장사를 하다가 오보 소동으로 된통 당한 언론사가 해야 할 말인지, 창피함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언론의 오보가 그동안 미네르바 사건과 얽히면서 얼마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를 짐작이라도 한다면 자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에서 환영 일색인 미네르바 사건과 현상이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도 없다. 어쩌면 누리꾼들의 억압된 컴플렉스의 분출 통로로 미네르바가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런 미네르바를 통해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미네르바를 구속하면서부터 사태는 꼬여만 간 것이다. 누리꾼은 자신들의 처지를 미네르바에 투영하기 시작했고 논란은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모든 소동은 검찰의 실책 때문이다. 큰 물고기는 놔두고 양동이에 담긴 피래미를 잡으려 그물을 던지는 겪이다. 인터넷 여론은 기복이 심해서 어제 영웅이 오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어찌 보면 미네르바의 소동은 좀더 적극적인 대처와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인 성장을 검찰이 성급하게 가로막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리꾼들의 쏠림현상과 일시적인 주목, 다양한 이유로 인한 사소하지만 강렬한 논란은 인터넷에서 다반사다. 언론은 이런 특성을 오해해서 '영향력'이라는 모호한 잣대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색깔을 뒤집어 씌우면서 '진영 논리'에 빠져 버렸다. 요즘들어 누리꾼과 인터넷에 호통치고 있는 언론을 보면 소통에 참여하지 못하는 언론의 열폭(열등감 폭발)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각적인 편견을 없애기 위해 눈을 가린 법원을 상징하는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상'이 떠오른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미네르바 관련 글 :
2009/04/08 잘코사니 사회
2009/04/08 당신들의 인터넷
2009/03/21 아고라 망명 프로젝트?
2009/03/17 아고라 3인의 '여론조작'
2009/02/17 검찰, 신동아 오보는 수사할 계획이 없나?
2009/02/15 온라인 다중인격은 가능하다
2009/01/22 검찰 '미네르바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
2009/01/17 단지 블로거일 뿐이고...[미디어 2.0 선언]
2009/01/09 미네르바 체포에 대한 단상
2008/12/30 올해의 온라인저널리스트 '고재열'

추천 글 :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 [김창룡의 미디어창]"이런 검찰 수사는 처음 봤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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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0:02 2009/04/21 10:02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6점
박현주 지음/김영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야기이다. 언론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언론에 인터뷰를 워낙 많이 사양해서 괘씸한 마음에 언론이 한 때 '미래에셋 까기' 열풍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더구나 일부 언론의 악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는 주식과 펀드 훈풍 때문에 아예 다른 경쟁 펀드들의 집중적인 벤치마크 대상이 되면서 경쟁사들의 미래에셋 깎아 내리기를 부축였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은 후 2008년 하반기가 되어서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펀드와 국내 주가지수 연동 펀드가 연이어 무너지고 손실률이 절반이 넘는 상황이 발생되자 '미래에셋 위기론'에 불을 붙여준 곳도 언론이었다.

특히나 경제지들의 그 까칠한 시선은 내가 현장에서 더 잘 안다. 미래에셋은 그야말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처럼 보였고 '너무 잘 나가서 얄미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미래에셋이 IMF 외환 위기 직전 설립되어 지난 10여 년 동안 급성장해오면서 심지어 언론들은 좌파 정권과의 유착설까지 소문을 내고 다녔다.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은 언론들은 미래에셋의 경이적인 성장에 놀라와 하고 펀드 광고라는 매력적인 타협안에 우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전히 일부 언론의 의심에 찬 눈꼬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미래에셋 광고 서적에 불과하다. 너무 이르다. 이런 책이 나오기엔 미래에셋이 아직 원하는 만큼 성공한 기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말한 것 처럼 아시아 1위 금융운용사가 되고 싶다면 그 근처가서 이런 자서전 비슷한 광고책을 냈어야 맞았다.

특히나 이 책이 2007년에 발간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요즘과 같은 그들의 위기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야 그럴싸 하게 성공 스토리 안에 역경을 딪고 일어서는 장면 묘사로 이어졌어야 했다. 그래서 더 아쉬운 책이다.

일관된 박현주 회장의 금융에 대한 철학은 책 내내 반복된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과 나라가 금융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국에 대한 큰 관심, 꿈을 팔지 말라는 당부 같은 것이다.

조금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영업 조직 관리에 있어서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이어지는 조직관리다. 쉽게 말하면 지점 확보를 통한 입체적인 네트워크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 참여한 사령관이 장군을 세워 놓고 전투를 일임하는 식이다. 장군들에게 자신들의 부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많은 부분을 일임해주고 믿어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마이너리티 오피니언' 즉, 소수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확신 같은 것이다. 또는 차별화, 또는 장기적 안목, 또는 변화에 대한 신념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소수의 시각을 가져야 장기적 관점에 설 수 있고 미래의 시각에서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면서 기존 증권업계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경영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증권업계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소수였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132p

업계 관행이 얼마나 깨기 힘든지는 이 블로그가 연신 미디어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증명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낸다면 이런 관행을 뚫고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 느끼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소수의 시각'은 부자들의 눈높이 따위의 비유가 아니라 지금은 무시당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놀림받는 '의지를 담은 주관'에 더 가까운 말일 것이다. 지금 당장의 이익에 충실하기보다 미래의 더 큰 이익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다.

최근 박현주 회장에 대한 기사[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260여억원 배당금 포기"]가 이런 그의 철학이 거짓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좋은 내용이고 마음 속에 담아둘 구절도 많다. 그리고 박현주와 미래에셋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해소해줄만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책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앞에서 말했듯이 빈 구석이 많이 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그다지 몰입되지 않는 중언부언이 많다. 별 세개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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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09:25 2009/04/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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