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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병호식 블로깅, 인생의 기술

Ring Idea 2009/04/22 09:03 Posted by 그만
공병호 인생의 기술 - 6점
공병호 지음/해냄


다독자들 사이에서 공병호란 저자 이름은 묘한 뉘앙스를 지녔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 공병호는 지나치게 다작이어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는 그만큼 깊이가 부족하고 통찰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다른 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이라도 해보라고. 저자, 특히나 책을 열심히 엮는 사람에 대한 비판이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써봤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얼마 전 한 블로거는 이렇게 말한다.

가벼운 내용이나마 책을 한 권 써보고 나니 전과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개판이다'라고 할 만한 책은 여전히 있으나 예전처럼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즐거운 번역가 몽-몽상 철학관]
책 하나 엮어 보면 그 압박감이 얼마나 크고 글을 쓰고 난 뒤 얼나마 후회스러운지 밤잠을 못 자본 사람이야 그 심정을 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 정도 되어야 책이나 저자를 비판할 자격을 갖추는 건 아닐 것이다.

한때 공병호는 왜 블로그를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화두에 손쉽게 답할 수 있었다. "블로그가 아니어도 더 가치 있는 글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병호 박사는 <인생의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 생각나는대로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글쓰기의 방법으로 책을 내놓은 것이다. 공 박사는 '지식 소매상'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지만 그는 충분히 그런 포지셔닝을 잘 해내고 있다.

얼마전 중소 병원 대상의 홍보 교육 강의를 나갔다가 우연찮게 내 턱 밑의 혈관종을 발견한 피부과 의사의 권유로 치료를 받으러 간 적 있었다. 첫 방문에 이 의사는 내게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마침 이전 책의 마지막을 덮는 순간이어서 연이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릎을 탁 쳤다. 아, 이게 공병호식 글쓰기구나. 아니, 이게 공병호식 북로깅(book-logging)이구나했다. 출퇴근하면서 사흘만에 후딱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이다. 틈 나는대로 메모를 즐기는 공병호 박사식 사색의 흔적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전면 컬러에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깔끔한 편집, 그리고 느낌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그 나물에 그 밥에 불과한 국내외 자기계발서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책의 미덕은 '함께 생각해보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멍하게 앉아 있을 때도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도 하다못해 쇼핑몰에서 가격비교를 하고 있을 때도 뭔가 떠오르는 생각에 멍해 있을 때가 있다. 온갖 상념들. 그 상념의 꼬리를 잡아 끌어 글로 엮어내는 솜씨가 제대로다. 그래서 공병호 공병호 하나보다. 그나마 남 이야기 하듯 하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비쳐보이고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과 고민을 그대로 내비쳐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독자와의 거리를 좁혔다고도 볼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가 발견될 때마다 책 모서리를 접어놓는 습관이 있음에도 이 책에서는 접혀진 책 모서리가 별로 없다.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 뉴스에서 본 이야기, 영화 본 이야기, 다른 책에서 본 이야기의 인용이 많다는 것을 느낄 때쯤엔 약간의 배신감마저 든다.

그럼에도 이런 글귀를 소개해주는 이 책을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 있을 용기는 내게 없다.

며칠 전에 읽은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첫 페이지에 나오는 W.M. 새커리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젊은이들이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사귀어라. 책에서든 인생에서든 그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교제다. 올바른 것을 흠모하는 법을 배워라. 인생의 기쁨은 거기에 있다. 위인은 무엇을 흠모했는지 살펴봐라. 위인은 위대한 것을 흠모하지만, 편협한 사람은 천박한 것을 흠모하고 비열한 것을 숭배한다."
<인생의 기술> 공병호, 154p

비열하고 부정한 것을 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용인해주는 실용의 시대에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은 문구다.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교육자이기도 하고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공병호 박사의 인생을 엿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만 이미 많은 자기 계발서를 섭렵했다면 이 책은 건너띄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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