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일요일 막을 내렸다.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축제이자 체육인들에게는 가장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세계 최고의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장이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열릴 때면 일각에서는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비판이 일긴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큰 대회에서 나온 성과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새로운 체육계 꿈나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선순환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스포츠 의류나 IT,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가 집중되면서 산업의 발전도 유도한다.
로봇 올림픽에선 한국이 2위
세상에는 이렇게 체육을 진흥시키는 대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을 좀더 엔터테인먼트화 해서 겨루는 대회도 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로봇 종합 대회 '로보게임즈 2008'에서 한국 로봇팀이 금6, 은5, 동6으로 미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전세계 28개국 176개 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한국팀이 차지한 메달 17개 가운데 은메달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광운대학교 로봇게임단 로빛(RoːBit)팀이 이뤄낸 성과였다.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 로봇 게임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단연 독보적이다. K-1 격투 대회와 유사한 일본의 로보원 대회에서도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5개 팀 정도가 로봇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으나 대부분 대학생 동호회나 직장인 통호회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광운대학교가 3개의 로봇 동아리를 모아 조직화 해 본격적인 로봇 게임단인 로빛을 만든 시기는 2006년 11월이다.
사람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는 격투와 퍼포먼스가 주된 종목이고 이 외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각종 대회가 생겨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휴머노이드 격투대회를 지켜보면서 간간히 심사위원의 역할도 했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었다. 공중파인 EBS가 중계를 해주긴 하지만 조금은 식상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대회에 참여하는 많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열정을 갖고 매년 새로운 로봇과 새로운 동작을 연구해 선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공계의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어른들에게는 장난 처럼 보이는 이런 로봇 대회는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이다. 현실에서 사람의 체형과 비슷한 로봇이 서로 장기를 뽐낼 때마다 현장의 어린이들은 열광한다.
로빛, 승승장구의 비결은 끊없는 연습
지난 주 짬을 내서 광운대학교로 찾아갔다. 광운대에서 마련해준 로빛 게임단 사무실에서 팀 주장을 만났다. 그를 찾아간 이유는 한국산업기술재단과 다음이 함께하는 이공계 현장스토리 취재 이벤트에 대한 부탁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이들을 지켜보면서 이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로빛팀을 이끌고 있는 주장 박은찬씨는 현재 광운대학교 재학생이다. 그를 비롯한 22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실에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패와 상금이 줄지어 놓여져 있다.
이들은 각종 로봇들을 만들고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로봇 격투나 미션 수행 등을 위한 연습에 매진한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학교에서도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면서 방송 출연이나 대회 출전 등을 통해 쌓은 인지도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가 좋은 편이다.
박은찬 주장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스포츠 선수가 끊임없이 연습을 하듯 연구하고 로봇을 개량시키고 실제로 로봇 격투 스파링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최근 각종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일궈내는 이유는 모두 연습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장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공계 학생들이 고민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로봇 엔터테인먼트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순수한 기술 연구와는 또 다른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이들에게는 부담이다.
하지만 박은찬 주장은 "우리가 좀더 대중들과 가깝게 다가가고 어린이들에게 기술과 과학에 흥미를 유발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결국 기술 산업 전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이공계 위기,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본
일본의 프로화된 로봇 엔터테인먼트를 예로 들며 박 주장은 "로봇 디자인이나 캐릭터 연구가 좀더 진행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현재 딱히 제한을 두고 있진 않지만 로봇팀이라고 하니 공대생들만 지원하더라는 것이다. 뼈대와 동작 제어 등은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는 심지어 동작 제어 프로그래밍 같은 것은 오히려 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좀더 멋진 모습으로 보여지기 위해서 디자인이나 예체능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며 "이 인터뷰가 나가게 되면 기술계 외에도 로봇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다. 아래와 같은 동영상을 배포하는 이유도 어쩌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비롯한 로봇 엔터테인먼트 선수들은 장래가 불확실하다. 프로화 돼 있지도 않고 대중적인 관심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체 후원 등도 받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주장은 다른 직장을 갖는다고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직장인 게임단에서라도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작업실을 나오면서 눈에 띈 한쪽 구석의 야전 침대가 그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풍족한 환경이나 지원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공계의 위기'니 어쩌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공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고 싶었다.
** 블로그에서 이런 식의 인터뷰와 영상제작을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요. 로봇 관련한 포스팅을 좀더 연구해보겠습니다. ^^
■ 로봇 관련 링블로그 글 :
2008/03/27 우리나라 Actroid [에버투 뮤즈] 아세요?
2008/01/14 로봇이 텔미 춤을 추면 이런 모습
2008/01/07 슈퍼로봇 그랑프리 시즌3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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