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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라 하기엔 좀 어색한 표현

Ring Idea 2009/09/15 09:24 Posted by 그만



KT의 QOOK 프로모션이 시작할 때 방영되었던 티저광고입니다.

여기서 충격적인 멘트 하나가 사람들 머리 속에 남게 됩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어떻게 방송에 '개고생'이란 말을 쓸 수 있을까.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비속어를 쓸 수 있다지만 엄연히 심의란 것이 존재하는 공중파 광고에서 개고생이란 말이 나온단 말인가. 시청자들이 당혹스러워했죠. 오죽하면 세계적 산악인인 엄홍길이 자기비하를 했다며 논란으로까지 비화되었을까요.

사람들이 개고생이란 말을 비속어로 인지하고 있어서 이 광고는 성공했죠. 사실 개고생은 우리말이며 국어사전에도 포함돼 있는 표준말입니다.

개고생 [네이버 국어사전][다음 국어사전]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어감은 간혹 가다 당황시킬 때가 있죠.

사실 개고생의 '개-'는 '개자식', '개새끼'의 '개'와는 다릅니다. '개자식', '개새끼'의 '개'는 사람이 기르는 가축을 가리키는 명사이고 '개고생'의 '개-'는 ‘헛된’, ‘쓸데없는’ 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입니다.

지난 번 '꼴'과 '따위'에 대한 당황스러운 경험담을 이야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딴에는 표준어에 틀리지 않은 표현이라서 쓰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저속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2009/04/14 [꼴]과 [따위]에 대한 변명

그래서 몇 가지 재미있는(?) 비속어 같은, 또는 듣는 상황에 따라 저속하게 들릴 수 있는 표준말이나 사전에 등재돼 있는 관용어를 찾아봤습니다.

■ 설레발[다음 국어사전]

'설레발'은 '설레발이'입니다. '설레발이'는 그리마과에 딸린 절지동물입니다.

설레발이는 어둡고 습기찬 곳에 사는데, 몸길이는 25mm 정도, 몸은 어두운 황갈색에 얼룩무늬가 있고, 19개의 마디로 되어 있고, 각 마디마다 발이 두 개씩 달린 동물입니다. 설레발이는 우리가 집안에서 간혹(또는 흔히) 볼 수 있는, 다리가 많은 작은 동물입니다.

이 설레발이는 많은 발을 움직이며 이동하기 때문에 그 행동이 몹시 부산해 보여 사람이 지나치게 나대고 소란을 떠는 것을 '설레발 치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관용어구로 '설레발치다'도 맞고 '설레발놓다'도 맞는 표현입니다.

싹쓸이[다음 국어사전]

싹쓸이 역시 아무래도 도박(주로 고스톱)에 쓰이는 용어라서 매우 저속하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도 '싹쓸이'는 '판돈을 싹쓸이했다'나 '도둑이 살림살이를 싹쓸이해 갔다' 등으로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비속어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엄연히 표준어랍니다.

■ 갈가리(가리가리)[다음 국어사전]

갈가리는 보통 얼마 전 개그콘서트에서 무를 갈던 한 개그맨의 별명으로 통용되곤 했는데요. 사실 '갈갈이'와 '갈가리'는 다른 말입니다.

'갈갈이'가 잘못된 말이지만 개그맨 스스로 상표 처럼 고유명사화시켰다면 반드시 잘못된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뚝이와 오뚜기 처럼 말이죠. 또는 '무를 갈다'에서 나온 '갈갈이'와 '가리가리'의 준말인 갈가리를 굳이 같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갈가리는 뭔가 찢어 흩어놓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옷이 갈가리 찢겼다' 식으로 말이죠.

비속어스럽다기보다 혼동되는 유행어와 병행되면서 약간 다른 뜻으로 읽힐 수도 있는 단어입니다.

■ 씨부렁[다음 국어사전]

아마 광고에서 '어디서 씨부렁거려?'라는 말이 사용된다면 '개고생' 처럼 담당자가 개고생 좀 하겠죠?
하지만 씨부렁은 엄연히 우리말이며 '씨부렁대다'와 '씨부렁거리다'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어입니다. 약한 표현으로는 '시부렁거리다'가 있겠죠.

비슷한 표현으로는 '씨불'도 있습니다. ㅎㅎ. 역시 표준어죠.

■ 수작질[다음 국어사전]

가뜩이나 어감도 않좋은 '수작'에 '질'까지 붙으면 정말 극도로 저속해 보입니다. 그쵸?

그러나 여전히 이 단어 역시 표준어입니다. 함부로 쓰기 힘든 표준어이지요? 이 정도면 욕이지만 표준어인 '개새끼'와 견줄만 하겠습니다.
 
■ 오입질[다음 국어사전]

함부로 입에 올리기 참 민망한 표현이죠. 오입질의 오입은 '성관계'를 의미하는 말이고요. '질'이란 접미사가 붙어서 '못된 짓'의 어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여기에 '오입쟁이'라고 하면 욕으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표준어입니다.

하지만 '-질'이란 접미사가 붙었다고 해서 반드시 '못된 짓'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못질', '망치질', '대패질', '돌팔매질' 같은 단어에서는 가치 중립적으로 행위 자체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어디서 지적질이야'란 표현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더군요.

여기서 잠깐 욕으로 쓰이는 '염병할'이라거나 '빌어먹을', '육시랄' 같은 단어의 어원을 생각해보니 매우 험상궂습니다.  염병할은 장티푸스처럼 돌림병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사지로 만들었던 시절의 욕으로 '염병을 앓을'이란 뜻이죠. 빌어먹을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거지 처럼 빌어먹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말이구요. 육시랄은 오래 전 사지와 머리까지 묶은 줄을 소가 당기게 해 사람의 몸을 6등분시켰던 '육시'라는 잔인한 형벌에서 유래됐습니다.

표준어란 것이 광범위한 우리 어휘를 포괄하여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표준어스럽지' 않은 표현이나 어감상 절대 '젊잖은 표준어'의 반열에 오를 것 같지 않은 단어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대화란 말하는 이의 뜻을 듣는 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능한 소통 방식입니다. 한쪽에서 같은 단어를 두고 다른 의미나 어감으로 받아들이면 서로에게 좋지 않겠죠. 문득 '개고생'이란 광고 때문에 밤늦게까지 사전을 뒤적이고 검색해보느라 '개고생'했네요. ^^

* 독자의 지적에 따라 본문에 잘못 설명된 내용은 고치고 충분하지 못한 설명은 보충하여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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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 글이 여러곳에 퍼져나가면서 잘못된 내용에 대한 지적이 몇가지 들어왔는데요. 그가운데 명확하게 제가 틀린 부분을 지적하신 예비 국어선생님의 댓글이 있어서 본문으로 끌어올립니다.

아, 정말 국어는 알면 알수록 어렵군요. 저도 알면서도 틀리고 아예 몰라서 틀리고 그러네요. ㅠ,.ㅠ


예비 국어선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메인 뉴스에서 클릭해보고 들어와봅니다. 저는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쓰신 글은 잘 봤습니다. 요즘 말을 아무렇게나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글이 나와서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언어 순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무척 좋습니다.^^ 다만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읽고 나니 할 말이 많은데 간단하게 몇 자 적습니다. 이걸 적는 건 글을 쓰신 분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으로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까봐 염려하는 생각에서 쓰는 것입니다.^^

첫째, '오입질'에 대한 것입니다. 적으신 부분 중에 <'질'이란 어미가 붙어서 '못된 짓'의 어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라는 말은 잘못 알고 계시는 부분입니다. 어미라는 국어학 용어를 사용하신 것으로 보아 편하게 쓰겠습니다.

먼저 '질'은 어미가 아니라 <접미사>입니다. 그러므로 형식형태소를 나타내는 표지를 붙여서 '-질'로 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못된 짓'이 아니고 ‘행위’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고 단어 자체는 전혀 부정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어미는 용언에 붙습니다. 오입은 한자어 명사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도둑질', '강도질' '오입질'같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의미만을 생각하다보니 '-질'이 붙은 말은 모두 안 좋은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못질', '망치질', '대패질', '돌팔매질' 같은 단어들에서 '못된 짓'이라는 의미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둘째, '개고생'을 말씀하실 때는 ‘개고생'의 '개'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개자식', '개새끼'의 '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개자식', '개새끼'의 '개'는 사람이 기르는 가축을 가리키는 명사입니다. 한편 '개고생'의 '개-'는 ‘헛된’, ‘쓸데없는’ 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입니다. 따라서 글쓰신 분이 쓴 덧글의 <좀더 '개고생'을 했다면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었을 거라고 '씨불'거려봅니다.>이라는 부분과 본문의 가장 끝문장인 <밤늦게까지 사전을 뒤적이고 검색해보느라 '개고생'했네요.> 라는 부분을 보면 글쓰신 분이 '개고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면서 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고생'은 파생어이고 '개자식', '개새끼'는 합성어입니다. 국어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설명드리지 않아도 이 정도 용어와 문법 지식은 아시겠지요? ^^ )

셋째, ‘싹쓸이’는 ‘싹 쓸어버린다’의 명사형이 아니고 단어 자체가 명사입니다.(명사형과 명사는 다른 거 아시겠지요? ^^) ‘싹쓸이’는 ‘싹’이라는 부사에 ‘쓸이’(‘쓸다’의 명사형)이 붙은 합성어입니다.

넷째, 사전을 이용하실 때는 다음이나 네이버의 사전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이용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국가고시에서도 출제할 때 근거로 삼는 사전이랍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더 있지만 키보드와 친하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적습니다. ;;; 앞으로도 종종 들를테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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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9/15 09:24 2009/09/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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