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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프리코노믹스에 주목하라

Column Ring 2008/10/28 15:58 Posted by 그만
가까운 미래 어느 대도시 거리 풍경이다.

아침 출근길에 무료 신문을 들고 지하철에 오른 시민 M은 신문을 다 보고 DMB 무료 이동 방송을 감상한다. 조금 지루해지자 어제 바꾼 무료 휴대폰에 내장돼 있는 무료 최신 MP3 음반을 듣는다.

지하철에서 나오는 시민 M을 향해 큼지막한 냉장고가 줄지어 있고 안내인이 전단지를 내민다.
"냉장고 드려요. 골라서 들여가세요. 배달비만 내시면 오늘 안에 배달해드립니다."

그 옆에서는 늘씬한 레이싱 모델이 멋지게 생긴 전기자동차 옆에서 차 키를 돌리며 말한다.

"공짜 자동차 가져가세요. 바로 키를 드립니다. 선착순 열 분이에요."

회사에 도착한 시민 M. 복사기로 가서 어제 정리한 회의 자료를 복사한다. 복사돼서 나오는 종이 귀퉁이와 뒷면에는 모 전자회사 광고가 찍혀 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 복사지는 어차피 공짜니까.

시민 M은 회의가 끝나고 제주도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어제 예약 발급 받아 놓은 무료 티켓을 챙겨 품에 넣고 사무실을 나선다.
 
프리코노믹스, 공짜로 유혹하다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반가운 이 시추에이션은 이미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수많은 정보페이지를 만들고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 기술을 개발해 공짜로 제공한다. 그 사이에 광고를 유치해 사용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이다. 일정한 수 이상이 모이면 그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기꺼이 광고비를 지급해 포털의 운영을 도와준다.

2002년 이후 지하철 역사마다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무가지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마저 광고주에게 의존하고 대신 소비자들에게는 무료로 정보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의존도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객관적으로 봐서는 신문 가판 시장을 무너뜨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2007년 11월 비즈니스 위크 지는 "101개의 베스트 인터넷 무료사이트(101 Best Web Freebies)"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이코노미스트 지에서도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 Free + Economics : 공짜 경제학)라는 키워드가 향후 미래 산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롱테일 경제" 책을 집필한 와이어드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 역시 향후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공짜 산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미 앨빈토플러 등 수많은 미래학자들 역시 미래 산업은 생산자가 물건을 생산해서 유통하고 이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방식의 기존 경제 순환 체제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100년 전에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는 무료로 면도기를 나눠주고 면도날을 부가 판매하는 모델을 선보인 바 있어 특별할 것은 없는 모델이긴 하다. 하지만 최근의 프리코노믹스의 중요한 매개체는 대중매체가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공짜로 방송 프로그램과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여주지만 이 플랫폼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운영 비용을 광고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유럽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지난 해 100만석 티켓을 무료로 주었지만 10%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보았다. 미국 가수 프린스는 최근 새 앨범 '플래닛 어스'를 발매하면서 증정판을 무료로 배포했다. 무려 300만장이 공짜로 뿌려졌지만 프린스의 콘서트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더 큰 돈을 벌어들였다. 비용은 560만 달러였는데 수익은 1,88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남는 장사인 셈이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최근 들어 각광을 받은 마이스페이스에서는 이런 프리코노믹스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와 계약한 EMI 등 4대 메이저 음반사는 마이스페이스에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다른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수주하면서 상생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여가수 보아 역시 이런 모델로 새로운 음반을 인터넷 플랫폼에 공개했다.
 
공짜라면 기업은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도대체 재화를 만들어 파는 기업은 무엇으로 재화 생산 비용과 수익을 보전한단 말인가.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지만 이미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놓은 셈이다.

바로 소비자들의 필요와 주목이다. 물건이나 서비스 등 재화를 소비자들의 필요를 공짜로 충족시켜주고 주목을 사두면 이 주목을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광고 등의 형태로 파는 것이다. 이 3각 관계에서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기업과 기업일 뿐이며 소비자는 실제 화폐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주목을 소비하는 경우라서 '공짜'로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포털을 보면 손쉽게 답이 나온다. 이 외에도 각 소비주체들의 상호 필요를 잘 조합만 한다면 소비자에게 공짜로 물건과 서비스를 쥐어줄 수 있다.

최근 처럼 경기침체시기가 이어지면 공짜경제 사업모델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LG경제연구원이 펴낸 '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공짜경제는 다음 4가지 특성을 가진 산업에서 활성화 될 것으로 예측됐다.

먼저, 강력한 대체재가 나타났거나 제품 범용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산업(음악, 서적, 방송, 신문), 둘째, 고정비가 크고 한계비용이 적은 산업(항공, 운송, 인프라), 셋째, 시장이 크고 성숙되었거나 특정 기업이 거의 독점하는 산업(패키지 소프트웨어), 넷째, 산업간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방송통신) 등이다.

요즘에는 화장품 등 샘플을 대가 없이 무료로 나눠주고 이에 대한 입소문을 장려하는 식의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프리코노믹스의 작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짜경제의 중요한 점은 일부만 주는 식이 아닌 '전량, 정품'을 공짜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고객들은 점점 이러한 원리를 깨달으면서 더 공짜를 원하게 되고 더 좋은 제품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로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짜경제를 새로운 사업 혁신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업은 창의적 수익모델 설계, 실행상 위협 관리, 진정성 관리 등 3가지 측면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대로 공짜 경제를 방어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 재정의를 통한 사업 영역 고도화, 기존 시장 내 제품 차별화와 관련 수익원천의 선점, 관련 산업의 공짜전쟁 활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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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스데이타 사보에 기고한 내용으로 편집하기 전의 원고이므로 편집된 원고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과 짝을 이루는 글 :
2007/12/10 대머리 경제학? 프리코노믹스
프리코노믹스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이 글이 좀더 자세합니다.

관련 자료 :
진화하는 수익모델, 프리코노믹스를 주목하라

** 프리코노믹스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샘플과 프리코노믹스 공짜 상품과의 차이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샘플은 마케팅 도구라면 프리코노믹스는 생태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서태지폰도 사례라 할 수 있겠죠.

일부 제 글의 많은 부분을 도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인용으로 처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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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8/10/28 15:58 2008/10/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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