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스트가 좀 뜸해졌죠? ^^;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바쁜 것도 있지만 요즘 재미있게 빠져드는 공부가 있어서요.
바로 [복잡계 이론]입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친절한 자료가 모여 있는 곳은 '복잡계 네트워크(http://www.complexity.or.kr) 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찾아보시구요. 이미 다양한 책이 나와 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한 번 바람이 불었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네요.
어쨌든 왜 이 복잡계 이론에 빠져 있느냐 하면, 요즘 말이 많은 연예인 자살, '악플'과 관련된 여러 의견 충돌, 베르테르 효과, 법 체계 논란의 확산 과정, 미국발 금융위기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준용할만한 것을 찾다가 복잡계 이론 말고는 설명할만한 것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기존의 선형적인 체계로는 도대체 설명도 되지도 않고 그동안 '예측 가능한'이란 어울 좋은 '뻥 시스템'이었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도 이 복잡계 이론은 도움이 됐습니다.
복잡계 이론의 주요한 개념 가운데 제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용어가 '혼돈의 가장자리'와 '창발', 그리고 '적극적 되먹임', '자기 조직화'란 말들입니다.
'혼돈의 가장자리'란,
극단적인 무작위성의 상태는 혼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예를 들면 규제받지 않는 상태로 놓인 게시판을 상상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혼돈으로 가기 직전에 폭발적인 에너지로 엄청난 영향력이 발현되는 현상이 발현됩니다. 이 혼돈의 가장자리 상황을 쉽게 이해하려면 '월드컵 길거리 응원' 물결을 상상하면 될 것 같군요. 완전한 혼돈과 일탈이 아닌 자발적인 규제와 통제가 발현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되는 과정이죠.
어쩌면 포털의 댓글 시스템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구요. 또는 디씨인사이드의 아슬아슬한 비난과 비아냥, 비판과 조롱의 앙상블이 또한 혼돈의 가장자리로 설명할 수 있겠군요.
'창발'이란,
의도하지 않은 미시적인 행위나 현상이 모여 거시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나비효과와 비슷한 말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달러 일변도의 외환보유 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 한 마디가 전세계적인 외환 금융 혼란을 야기한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모기지론 부실 이전에 몰아닥친 미국의 부동산 갑부들의 투자 행태가 현재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진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 '창발'은 도움이 되는 개념이죠. 긍정적인 것으로는, 사내의 작은 아이디어 회의가 IT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세계 경제 사회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냈던 웹2.0에 대한 다양한 논의 과정 역시 '창발'로 설명됩니다.
'적극적 되먹임'이란,
가장 제게 필요했던 개념입니다. 왜 사람들은 혼란 속에서도 어느 순간 일치된 행동을 하는가. 그 '공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게는 사람들이 한참 동안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는 경우라거나 함께 기숙하는 여학생들의 생리주기가 비슷해진다거나 하는 현상 역시 이 개념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좀더 근사하게 말한다면 마치 작은 자극 하나가 기존의 운동과 마주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는 에너지가 체감되지 않고 체증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보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예전에 언급했던 '침묵의 나선효과'는 소극적으로 발전하면 욕구 분출을 막는 사회적 통제를 위한 분위기(악플러들을 시범케이스로 몇 명 집어 넣는다거나 강하게 비난한다거나 하는 등)로 이용될 수 있고 조직이나 국가의 분위기 상승을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애를 낳으면 애국자라는 등) 등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요즘 말로 대입할 수 있는 용어로 '집단지성'을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자기 조직화'란,
앞에서 말한 되먹임(feedback)이 작동되는 과정에서 혼돈 속에 질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혼돈을 극복하는 방어기재로 자기 조직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촛불집회나 월드컵 응원 모두 자기 조직화를 이뤄가고 있었고 특정한 질서를 만들어가면서 자기 조직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만 하나는 권력에 의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고, 다른 하나는 권력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어 자기 조직화 전에 에너지가 소멸되어 버렸죠.(물론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재규합될 가능성도 높을 거 같습니다. 이미 전 사회가 혼돈의 가장자리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복잡하죠?
이들 용어를 동원해 좀 쉽게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인터넷이란 인프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탄생되었고 비구조적이고 비통제적인 모델인 바람에 혼돈의 세기를 맞이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혼돈 가장자리에 머물면서 사람들은 자기 조직화를 통해 어떤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다시 이런 노력들이 '창발'로 구체화되면서 전체 인터넷이 풍부한 되먹임 현상을 보여주게 되었다.
오히려 PC통신이 몰락하고 인터넷이 네트워크의 대표로 올라선 것, 사이버 백과사전으로 위키백과의 성장 성과 역시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선형적이고 수직적이며 전문적인 통제보다는 적당한 '혼란'을 부축이거나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자기 되먹임 효과와 사회 전반적인 에너지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이 복잡계 이론은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뉴스와 블로그의 관계도 딱 그렇습니다. 블로그야 말로 불규칙적이며 비선형적이죠.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누가 정의해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더 자기조직화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폭발적 성장세는 '열린 계'라서 가능했던 것이죠.
하지만 피드백의 순환이 통제되어 있으며 규칙적이고 단편적이며 수직적이고 선형적인 구조에 갇혀 있는 언론사들은 '닫힌 계'라고 봅니다. 그래서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람 사는 세상에 과연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단 말이냐
원칙과 원리, 논리적 사고 방식, 직선적인 인과관계는 모두 우리가 산업사회를 맞이하면서 '합리성'을 주장하고 과학적인 사고 방식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지식사회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은 전면 폐기되거나 전면 부정되어야 할 상황에 다다른 것입니다. 어차피 사람과 사회는 '예측 불가능'임을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것이죠. 이런 복잡계 이론을 이해하다 보면 보수니 진보니 하는 어설픈 편 나누기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왜 '당연한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는 창발과 자기 조직화를 통한 적극적 되먹임이 순환하면서 에너지를 발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에너지 발산이 맘에 안 드는 곳이 있죠. 기존의 '질서를 찾아야 한다'는 권력자들입니다. 세상과 인간은 어차피 복잡하고 정해진 길만 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이끄는 방향으로만 사람들과 사회를 떠밀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권력자들과 시민과의 새로운 긴장관계를 만들어내는 원인인 것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인 수요와 공급 곡선이 '명품이 팔리는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고 산업사회의 '효율성'과 '경쟁'이 기업의 공익사업의 확대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정서'와 '사고'가 '열린 계'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전문가들의 지난 몇달간의 멍청한 해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분석적이고 싶어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결국 미래는 '통찰력'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근거 내놔라' '숫자 내놔라' '성과를 보여라'는 식의 요구가 허망해질 것입니다.
밤이 늦어서 글이 좀 산으로 가는 느낌이 있는데요. 앞으로 좀더 공부해서 현실에 대한 설명 이론으로 이 복잡계 이론을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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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0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