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오전에 광화문에 외근 나갔다가 점심도 못 먹고 차를 끌고 강원도 양양에 있는 대명 쏠비치로 달렸습니다.
장장 3시간 반 정도를 운전하고 나니 근사한 콘도가 보이더군요. 호텔도 함께 있는 곳인데 지은 지 얼마 안 된 곳인가 봅니다. 늘 그렇지만 '다음에 가족과 함께 와봐야지..'했죠.^^
도착해서 올라간 곳은 호텔 컨퍼런스룸이었습니다. 여기서 서울지역대학홍보협의회의 추계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거든요. 이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려고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간 것입니다.
오후에 반차 휴가까지 내고 가자마자 바다를 언뜻 구경하기도 전에 실내로 들어가려니 좀 억울한 느낌이 들더군요.
서둘러 달려갔는데 다행히 원래 예정돼 있던 4시 강연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흐.. 그런데 행사장에 이미 참석자들도 늦게 도착한 데다 제가 강연하기 전 첫번째 강연자로 나서신 분께서 좀 늦으시는 바람에 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죠.
강연을 마치고 찍은 사진입니다. ^^ 질문을 별로 안 하시더군요. 뭔가 심드렁한 표정들... 이미 대학홍보 경력 3년차 이상의 베테랑들 앞에서 온라인에 대해 설파했으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어쨌든 강연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앉아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은 그렇다 치고.. 대명 쏠비치, 여기 정말 괜찮은걸요. ^^ 물론 비싸더군요. 근데 일단 단지가 모두 바다와 인접해 있는데다 콘도와 호텔의 전망이 굿입니다. 조경도 잘 돼 있고 시설도 모두 새거라 그런지 깔끔하네요.
제가 묵었던 곳은 원래 5인실인데 다른 강연자(홍보 업계에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성함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와 함께 두 명만 배정돼 있었네요. 다른 방에는 4, 5명이 함께 묵었던 것 같은데 주최측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
5인실에는 방이 두개가 있구요. 창이 딸린 침대 방은 창문 너머로 바로 바다가 보인답니다. 멋지죠. ^^
저녁에 술자리가 있었구요. 이 단체의 친목 모임인 듯 했는데 제가 괜히 불청객으로 끼여 있느라 술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정신은 차려야 했죠.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부랴부랴 서울로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 동안 운전만 8시간 가량 한 셈이죠. 이렇게 번개에 콩 볶아 먹는 원정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그간 다른 분들도 이런 원정 강연 요청을 제가 사양을 했었는데요. 사실 이번 건은 시간이 우연찮게 맞아 떨어졌고 반차를 낼 수 있었고 다음 날 다른 일정까지 합쳐지는 바람에 가능했던 겁니다. 오해는 말아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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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파악 좀 하고 강연해"
그건 그렇구요. 강연 자리에서는 잠잠하시던 참석자들의 반응이 재미 있었습니다. 역시 술자리에서 온라인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대학 홈페이지의 개선방향이라거나 온라인 홍보의 방향성이라거나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를 통한 대학 바로 알리기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답니다.
그런데 아차 싶은 일이 있었어요. 모 신문사가 이 행사를 후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던 것이죠. 보통 많은 대학들이 수시나 정시 원서 접수 공고나 기타 대학 관련 광고를 집행하면서 신문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클라이언트', 즉 고객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사를 따로 후원을 해왔나 봅니다.
그 신문사 광고국 직원들도 함께 있었던 것이죠! 하하... 이런, 제 강연이 워낙 온라인에 편중된 것이다 보니 당연히 오프라인과의 비교가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이분들에게 매우 거슬리게 들렸나 봅니다.
강연 자리에는 없었는데 술자리에서 그 신문사 광고국 팀장님이 불현듯 그만의 앞자리에 앉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통성명과 나이 알기(소위 민증까기?ㅋㅋ제가 열 살 정도 아래더군요)가 이어진 다음,
"온라인도 중요하고 강연 내용도 좋았다고 하던데..."
압권은 이겁니다.
"강연을 하러 다니려면 누가 후원하는지 정도는 알고 해야지...분위기 파악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아차 싶었죠. 오프라인 신문사에서 후원하는 고객사 세미나에서 엉뚱하게 온라인에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으니... 후원자로서 기분 나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내심 강연 내용이 그다지 임펙트가 별로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이 광고국 팀장님이 내게 와서 이런 항의 아닌 항의를 할 정도면 제 강연 반응이 좋았던 것이겠죠. 하하하...
그래서 사과 아닌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아, 저런 저도 후원자가 신문사란 사실을 몰랐네요. ^^ 제가 배려가 좀 부족했습니다. 요청받은 주제가 워낙 온라인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이해해주세요."
먼저 숙이는 제 태도가 그리 기분은 안 나쁘셨는지 이 광고국 팀장님도 한풀 꺾인 표정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온라인 중요한 거 다 알지, 그래도 대학은 법적으로 오프라인에 광고를 내게 돼 있다구"
그리고 이 분은 저를 꺾었다는 느낌을 가졌는지, 아니면 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는지 잠시 후 술잔을 몇 번 돌리다 자리를 떠났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 하는 것은 별로 의미는 없을 것 같구요. 그냥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08/10/26 04:23
2008/10/26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