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는 울타리에 앞에 서 있다.
울타리가 왼쪽으로 봐도 저만치, 오른쪽도 저만치 길게 뻗어 있는 것을 본 톰 소여. 막막하다.
톰은 묵묵히 페인트를 칠하다가 친구가 지나가면서 '어이, 톰. 너 뭐하냐?'라는 말에 번뜩이며 답한다.
'페인트 칠하기 놀이 하고 있어'라고. 그러면서 흥겹게 페인트 칠하는 시늉을 한다. 정말 즐거웠을 리는 없다.
점점 울타리 페인트 칠을 하는 친구들은 늘어나고 이들은 흥겹고 경쟁적으로 '페인트 칠하기 놀이'를 즐기게 된다. 놀랍게도 이 놀이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친구들은 돈까지 낸다.
울타리는 순식간에 새 페인트로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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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톰 소여를 네이버나 구글로 바꿔보자.
네이버에 충성하는 지식인 유저들. 다른 유저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것 처럼 느끼지만 결국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를 충실히 쌓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도 이들은 지식왕이고 싶다.
다음 카페는 어떠한가. 또는 싸이월드는 어떤가. 이들은 서로 너무 즐겁게 놀고 있다. 누가 열심히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너 뭐하니?' 살짝 관심을 표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노동 놀이', '~질'에 빠져든다.
구글 애드센스 놀이도 마찬가지고 올블로그의 블로그 순위 경쟁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랭킹 시스템을 보라. 자기들 멋대로 규칙을 정해 놓고 '더 과하게 놀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밤새워 클릭질이다.
그럼 이 모습에 참여한 '놀이 노동'을 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이런 무보상 놀이에 빠져 있는 것일까.
톰 소여에게 물어보자.
'이봐 톰 소여, 계속 이렇게 하려면 친구들에게 빵이라도 하나씩 사줘야 하는 거 아냐?'
톰의 대답은 뻔하다. "내가 왜? 지들이 좋아서 하는 건데. 이거 봐 내가 돈을 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내잖어."
딱히 톰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노동을 놀이라 생각하고 즐기는 이들에게 굳이 보상을 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줘도 받지 않을 수 있겠군. 놀게 해줬다는 고마움에 기꺼이 노동력을 바치고 돈까지 지불하는 친구들을 깨우쳐야 하나? 아마 '너희들은 놀이가 아닌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불편한 진실 앞에 '웃기고 있네, 우리가 얼마나 즐거운지 안 보여?'라고 대답할 친구들이다.
톰은 영리하다. 구글과 네이버와 다음과 올블로그, 엔씨소프트가 먹고 사는 방식을 이미 백여 년 전에 꿰뚫고 있었다. 이것이 그 무섭다는 호환마마도 싸이질에 미치게 한다는 자발적 마케팅이다.
** 덧, 즐겁지 않으면 노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