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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30 해고 통지서 받아본 적 있습니까? 9
  2. 2007/10/30 침묵하는 언론 [깜이 안 돼서?] 19

해고 통지서 받아본 적 있습니까?

Ring Idea 2007/10/30 23:47 Posted by 그만

이건 그냥 문득, 회사를 나가게 될 때 어떻게 나갔는지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해고 통지서라는 것을 받아보았던 기억이 나서 씁니다.

정황 설명은 구체적으로 하기 힘들구요.





모 회사, 외국계였죠.

어느 날 사장이 그만을 부릅니다. 입사한 지 불과 3개월 좀 지났을 때였죠.

그리고 하얀 봉투를 하나 내밉니다.

그 봉투가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전주부터 시작된 사람 내보내기의 끝이 제 차례였으니까요.

알고 있으면서도 그 봉투를 받아 들었을 때는 묘한 감정, 그리고 복잡한 생각들...

사실 그 봉투도, 제가 만들라고 종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전 주에 해고 대상이었던 사람들에게 노동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해고통지는 사실 서면이 아니더라도 구두로 할 수 있지만 이의신청을 낼 수 있고 구두 해고통지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노동자라면 갖고 있다고 말했죠.(지금은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생겼습니다만 ^^)

해고 대상자는 사장실로 불려들어가 해고통지를 받았으나 사장에게 '서면으로 달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날 급하게 작성한 '해고통지서'를 그들에게 배포한 신속성이었습니다. 허헛. 그것도 그만이 이미 인터넷으로 봤던 그 서식 그대로.

그 서식에 이름만 바뀐 채 내게 봉투에 담겨 넘어 온 거죠.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어쩌면 난 해고통지보다는 사직을 권고하는 온유한 문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르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사장을 앞에 두고 화를 냈습니다. 어찌 이럴 수 있냐고. 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도 않고 이렇게 부당하게 사람을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온통 뒤죽박죽이었죠. 이성적이고 차가운 음성으로 시작된 항의는 결국 큰 목소리와 문을 쾅하고 닫는 소음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고 나서 문 밖을 나가 씩씩 거리며 있다 보니... 그 사장님이 어찌나 측은하던지요. 왜 그는 나같은 풋내기에게 심한 말을 듣고 같이 언성을 높였어야 했는지 얼마나 스스로 비참했을까요. 해고통지서를 주고 받던 우리는 그렇게 서로 불쌍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를 다시 기억해봅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반드시 이런 수모에 대해 복수하고 말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사람을 뽑았다가 몇 개월 지나지도 않고 내보내야 했을까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죠.

다행히 이미 이직 준비를 해왔던 터라 손쉽게 다른 직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당시 그 찰라의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영원히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하면 온몸의 털이 솟습니다.

사회 생활 10년차를 마감하는 지금, 그 찰라의 고통과 모멸감, 좌절감은 새로운 의욕의 밑바탕이 되었죠. 더 열심히 살았고, 더 강하게 일했으며, 더 능글맞게 사람을 대했고, 더 융통성있는 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전보다 그때가 더 잘 살았고 그때보다 지금이 더 잘 살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로 맘 먹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 사장님을 몇 년 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직원의 아이 돌잔치였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잘 지내냐고 악수를 건냈죠.

당시를 기억하는 전직장 동료들이 경악을 하더군요.. 하핫..^^;

하지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제게는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사장님이 그 이후에 그만을 내보내고 나서 후회한다거나 아쉬워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제 자신이 그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어제 그 사장님이 회사를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만든 회사였지만 외국업체에 지분을 팔고 계약직 사장자리를 차지했었는데 나왔다는 것은 아무래도 쫓겨난 것이겠죠. 그래도 뭔가 또 하시겠죠.

잘 되길 바랍니다. 다만 그때 처럼 대책없이 사람을 자르지 말았으면 좋겠고 그런 상황이 다시 그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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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10/30 23:47 2007/10/30 23:47

침묵하는 언론 [깜이 안 돼서?]

Column Ring 2007/10/30 15:56 Posted by 그만
역시 '깜'이 안 되는 것이었을까?

주요 일간지들은 삼성 소식을 외면하고 있다.

기자적인 본능을 발휘한다면 꽤나 먹힐만한 사안인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주요 일간지 '삼성 비자금' 기사비중 분석 [미디어오늘]

부제가 확 눈에 들어온다.

"한겨레만 12건… 조중동 1건, 경제지는 침묵"

침묵의 카르텔은 진행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측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번 '한방'으로는 거대한 삼성의 자본력과 조직력에 의해 신문사들은 눈치를 보다가 슬쩍 다른 이슈로 옮겨갈 것임을 미리 예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이번 사건은 한겨레만의 특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 또한 작전이었을 것이다. 한겨레신문만의 특종이라면 다른 신문들이 의도적인 배제 전략을 구사하면서 침묵으로 응대했을 것이고 역시 한겨레신문도 그렇게 묻혀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겨레신문과 시사iN, 한거레21은 공식적인 기자회견 시점에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고 했던가. 역시나 주요 일간지들은 그렇게 침묵하고 축소하고 가치 비중을 낮게 보도했다.

뉴스가치의 측면에서 이 사건은 매우 의미심장하며 나름 "깜"이 될만한 사안이 분명하다.

뉴스가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 즉 주지저명성과 갈등 비중, 그리고 사회적 파장과 의미는 꽤나 뉴스 미디어들에게 군침을 돌게 만드는 꺼리였을 것이다. 삼성과 삼성의 고위임원을 지낸 바 있는 인물의 갈등과 공격, 방어가 빈번하게 나타날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적인 외면과 침묵의 카르텔 전략, 그리고 물타기 전략은 늘 주효했다.

오늘 포털에서는 이 사건이 어디 구석에나 처박혀 있게 되고 삼성의 반박이 기계적인 중립성과 객관성에 경도돼 있는 언론사와 포털사들에게 같은 비중으로 나란히 배치된다.

검색에서는 어떠한가. 뉴스 검색에서 '삼성'을 검색하면 뜬금없이 2012년에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거창한 이야기로 도배돼 있다. 환상적인 물타기 전략이 아닌가. 언론사들에게 현재와 과거는 재미없는가 보다. 2012년에나 있을 이야기가 현재의 문제제기를 덮는 형국이니 얼마나 우리나라 언론이 미래지향적인가!
('삼성 비자금'으로 구체적으로 검색하는 것이 좋다...^^)

댓글은 어떠한가. 문제제기에 대한 댓글이 달리면 여지없이 '삼성에서 호의호식하던 놈이...', 또는 '돈을 얼마나 더 받고 싶으면...', '삼성을 욕하지 마라 삼성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데....' 식의 물타기 댓글이 달린다.

잘못된 것을 감지했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판단, 그리고 그 사안을 파고들만한 명분만 서 있다면 끈질기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아젠다세팅(의제설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언론의 사명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부딪혀야 할 벽이 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설도 쓰고 여러 면 잡아서 정신 분석학까지 동원하는 자세라면 해볼만 한 게임이 아닐까?

언론의 침묵의 카르텔... 이를 지켜보는 그만과 같은 독자들이 반드시 있다.

*** 덧, 아래 기사. 이게 아무래도 현재 언론의 불편한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웬만해선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행간을 보시기 바랍니다.^^

때론 사회의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사는 곳엔 `합리적 무시`가 필요하다. 도무지 양보와 인내를 모르는 폭로꾼들이야말로 사회를 위협하는 `한국판 탈레반`이라고 나는 폭로한다. [데스크 칼럼] 불편한 진실, 불량한 폭로[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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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0 15:56 2007/10/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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