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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1 강연 활동을 줄이며... 13
  2. 2010/07/01 경찰의 월권, 포털의 반격 3

강연 활동을 줄이며...

Ring Idea 2010/07/01 09:41 Posted by 그만
2005년. 나의 첫 강의가 시작되던 때였다. 떨렸고 두려웠고 목은 타들어갔다. 청중의 시선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에 대한 비아냥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것은 현실이 아니야, 이런 친구에게 강의를 듣고 있다니..."라며 탄식이라도 하는 것 마냥 멍한 표정이었다.

당시 내가 강의하던 주제는 '온라인 기자가 말하는 온라인 PR'이었다. 필드 온라인 기자로서 온라인 기자들의 특성을 따로 이야기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은 홍보담당자들이었고 일부는 전문가였고 일부는 학생이나 신입에 가까운 초년생이었다.

그리고 그 우연찮은 강의 기회 이후 여러 강연과 강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디어 2.0>을 냈을 때는 모든 언론사들이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IT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이 있었던 때였다. 쌀로 밥짓는 이야기였지만 미디어 2.0과 미디어의 미래, 그리고 포털, 언론사들의 전략적 방향, 홍보와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해해야 하는 미디어의 특성과 플랫폼의 발전 상황, 각종 마케팅 사례들로 강의와 강연 주제는 확장되어왔다. 요즘엔 SNS, 트위터,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언론사든 부르면 갔고, 청탁하면 어떻게든 응락했다. 물론 가급적이면 내가 잘한다기보다 그런 종류의 짬뽕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준비해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고 이제는 구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많이 다녔다. 사실 너무 많이 다녔다. --;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설픈 말주변으로 괜한 폐만 끼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실한 강연 내용 때문에 오히려 소셜미디어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 것은 아닌지도 걱정된다.

난 본디 강연이나 강의가 본업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본업이고 밥벌이를 위해 직장에 다니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제는 8시간짜리 강의를 마치고 나서, 아니 사실은 지난주부터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강연과 강의, 그리고 토론 등을 통해 설파하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날 부르는 사람들은 내가 걸어온 오프라인 잡지 기자와 온라인 IT 전문 사이트 편집장, 경제지 온라인 자회사 기자, 포털 팀장, 현직 독특한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 회사의 대표라는 이색 경력을 감안했을 것이다.

이번주에만 들어온 5건의 강연과 강의 요청을 어렵게 사양했다. 아마 앞으로도 예전에 약속해놓은 강의와 강연은 간간히 다니겠지만 새로운 강의와 강연 요청은 대부분 사양해야 할 듯 싶다. 사실 내가 아니어도 더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셜의 힘', 그리고 '집단지성'과 '블로그 미디어의 특성',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이해'에 대해 힘주어 강조해왔다. 그것이 100% 진실이고, 내가 모두 맞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바라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믿음이 있다.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전이란 것을.

그동안 강의를 마무리하는 장표에서 그런 흐름에 대해 강조하고 내 믿음을 설파하려 했다. 이것은 흐름이며 역사는 역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깜짝 놀랄만큼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봅시다~'라는 말로 마무리하곤 했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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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활동을 줄인다고 말하지만 '어차피 부르는 곳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더 신빙성 높아 보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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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7/01 09:41 2010/07/01 09:41

경찰의 월권, 포털의 반격

Column Ring 2010/07/01 01:29 Posted by 그만
복잡할 수 있다. 우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신하여 주장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

어떤가. 우리에게 기본권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 아니냐'고.

이런 경우를 상상해보자. 나는 진실을 모른다. 나는 또 다른 진실이라는 것을 들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내 안의 확신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거짓말이나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나의 확신은 잘못된 것이 되거나 다수에 의해 소수 의견으로 판명날 수 있다.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수많은 진실은 어떠한가. 수 차례의 쿠데타, 민간인 학살, 공권력 남용, 민간인 사찰과 감금 폭행. 의심만으로 우리는 이야기 할 수도 없었고 그런 의심을 한다는 것 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자, 나는 말할 수 있는가. 말할 권리가 있는가.

책임론자들은 '일단 입 다물라'고 할 것이고 인권 옹호론자들은 '일단 말하고 싶다면 말하라'고 할 것이다.

자기 안의 확신과 자기가 믿으려 하는 것(또는 굳게 믿는 것)을 발설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권리'라고 하여 '보호 받아야 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법은 이상하다. 이중잣대다. 말하는 것이 범죄인 경우의 수를 만들어 놓았다. '의견'은 말할 수 있으나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진 '허위의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공익을 해할 목적'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가. 그리고 그 '허위'가 밝혀지기까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그래서 전통적인 언론계 인사라면 '일단, 말하라'고 하고 '그리고 따져라'고 한다. '따지기만 할 경우', 우리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 모르는 복잡하고 숨겨진 사안의 경우 우리는 '현상'과 '사실'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 진실은 밝혀낼 가능성이 없는 일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자, 우리는 유추할 권리를 갖는가. 그 유추를 남에게 말할 권리를 갖는가.

말할 수 있는 자유는 기본권
분명히 말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말할 권리'는 '침묵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포털의 자율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 25일, 경찰청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불법콘텐츠'라며 삭제를 요청한 인터넷 글에 대해 자체 심의를 거쳐 "삭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스스로 '언론'임을 부정하면서까지 정부의 삭제 명령과 이용자 정보 제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포털 사업자들이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 높은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뉴스는 현재 노컷뉴스, 경향신문, 파이낸셜뉴스, 뷰스앤뷰스, 아이뉴스24, 디지털데일리, 이데일리 정도의 인터넷 언론사 위주로 보도됐다.

포털 뉴스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던 주요 신문들 조차 침묵했고 방송사들은 예외 없이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시각도 비추지 않았다.

이 결정은 향후 포털 및 인터넷 뉴스 유통사들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과 이용자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자율기구는 국가기관의 판단에 '옳고 그름'을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이는 이 자율기구가 출범할 당시에 다짐했던 '정부 기관의 무분별한 이용자 글 삭제 요청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고 말한 것을 지킨 셈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은 누가 판단하는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지난 해 이맘 때쯤 설립되었으며 설립 당시, "앞으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공인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이번 경찰의 천안함 관련 글에 대한 삭제 조치 요구는 민간 사업자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에게 그들의 소비자인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글의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라고 명령한 셈이다.

따라서 이런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으며 더구나 이들 글이 '명백한 허위'라거나 '공익을 해할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자의 글을 차단할 법적 구성 요건 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경찰의 요구를 거부키로 한 것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 기구가 밝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보면 다음과 같다.

<13건의 결정내역문>

[결정내역] 본 게시물은 천안함 관련 정부 당국의 조사결과와는 달리 ‘미 잠수함과의 충돌설’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심의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당없음’으로 결정한다.

본 게시물은

1. 해당 게시물이 ‘불법게시물’이라는 법적 근거에 대한 소명이 없다.
2.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에 의하더라도 해당 게시물의 내용이 ‘허위사실’일 뿐만 아니라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다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나, 이와 관련된 소명이 없었다.
3. 법원이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휴교령 문자메시지 사건 등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

<1건의 결정내역문>

[결정내역] 본 게시물은 단지 정치적 관점의 비난성 게시물에 해당하고 의견을 표명하는것에 불과하므로‘해당없음’으로 결정한다.


우리는 어제 MBC PD 수첩을 보면서 대한민국 현실이 마치 상상속의 어처구니 없는 가상의 나라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공권력의 힘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과연 우리 개인들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하고 피해자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역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말할 수 있는 권리'의 실체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고 알고 있고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선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권리이다.

경찰이 월권한 것에 대해 민간 업체들의 자율기구가 명확히 법적인 근거를 들어 거부한 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 평가가 너무 오바라구? 그동안 포털들이 기성 언론과 정부 기관에 이리저리 치이며 살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건 '사건'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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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07/01 01:29 2010/07/0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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