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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0 잡스의 해명, 어딘가 구멍이 있는데... 9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고 하면 몇 가지 갖춰야 할 소양 같은 것이 있다.

일단 상대방이 누군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때와 장소, 즉 시기와 현장 분위기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사실은 상대방에게 내가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애플 스티브잡스의 평소대로의 발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늘 훌륭하고 군더더기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보다 좀 더 나은 방향의 것을 던져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기대의 충족이며, 기대 이상의 보상이다. 그래서 '애플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이들'은 애플의 스티브잡스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티브잡스는 '기대하는 이들'에게 기대에 대한 만족과 더 나은 보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스티브잡스의 메시지는 어떠했는가. 내내 지켜보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스티브잡스 특유의 냉소와 자신만만함, 그리고 변명이 아닌 해명과 나은 대처 방식, 그리고 새로운 화제 전환에 이르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매뉴얼이라할만큼 깔끔하게 대응한 느낌인데... 뭔가 부족한 구석이 느껴졌다.

'한국은 늦게 출시한다' 따위는 그냥 '기대하는 이들'에게만 중요한 것일뿐 이 발표의 전체적인 맥락의 중요성에 비해서는 상당히 하층의 논의다.

무엇이었을까. 그 부족한 부분은...?

역시 전문가는 다른 것일까. 정용민 대표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사람이나 애플 개발자들이 퍼펙트 하지 않다는 것(We’re not perfect)은 사실이다. 위기시 명확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모든 폰이 퍼펙트 하지 않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위기시 '핑거 포인팅하지 말라'는 원칙에도 어긋나지만,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다.

"
옆 정육점 고기도 상했고, 뒤 정육점 고기에서도 냄새가 나니까, 약간 색깔 변질된 고기를 우리 정육점에서 사신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런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행이다. 우리는 행복한 거야"라 생각할 일반 소비자가 누가 있을까?...(중략)...




"저희가 만든 자동차에 브레이크 장치가 가끔 잘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브레이크는 세계 최초로 무선작동하고 기름튜브로 제어되는 시스템이니 만족 하실 겁니다"하는 메시지와 다름 없지 않나.

스티브 잡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 누가 퍼펙트 하지 않은 건가? [Communications as Ikor]




그래 이 느낌이었다.



잘난 척의 느낌이라거나 교만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스티브잡스에게 그런 식의 느낌을 받기에는 이미 그는 IT계의 록스타이지 않은가. 그 정도의 자만심과 당당함은 용인해줄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번 메시지에서 잘못한 점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문제를 일반화시켜 비교한 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극소수 사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비교에 있어서는 달랐다. 다른 휴대폰들도 그러지 않느냐고.

대체 뭔 이야기인가. 이것은 자기 모순을 담은 발표였다는 것이고 이는 '해명'이 아니라 '국면 전환'을 노린 엔지니어로서의 '꼼수'로 비쳐지는 이유다.

더 엽기적인 것은 이렇게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받아들여질 것을 간청하는 자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끝까지 도도했으며 '사기 싫으면 사지 말라'고 했다.

미국에서 사실 IT 전문 기자들 역시 애플과 구글은 애증의 대상이다. 이들은 폐쇄적이며 종잡을 수 없고 성과는 지나치게 좋으며 기자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나 예단을 조롱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언론인(여기에 블로거들도 포함된다)은 애플과 구글의 홍보담당자들의 태도에 불만이 많다.

몇 년 전 "구글의 홍보담당은 전세계에 5명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하는 글로벌 인터넷 회사에서 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애플의 홍보담당은 '투명인간'이거나 '토막나무' 취급을 받는다. 언론인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으며, 노코멘트로만 일관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수집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재앙과 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회사냐, 그것도 아니다. 언론인들은 이들의 성과를 추종해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을 홀대한다고 기사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티브잡스가 이들에게 우군을 만들어 주었다. 내심 '걸리기만 해봐라' 하고 있는데 덫에 걸린 것 처럼 말이다. RIM, 노키아, 모토롤라, HTC에서 한마디씩 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비교당한 것이 '기분 나쁘다'는 메시지고 이는 언론인들의 감성코드와 일치한다. 물론 언론인들의 감성코드는 그저 기사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정서일 뿐, 이를 수치화하거나 정량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금 애플의 어찌보면 크게 흠잡기 힘든 해명이 논란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평소에 잘해야 한다'. 그리고 말할 때는 여러 번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뜬금 없지만 지난 번 회사 MT 때 우리 회사 경영지원팀이 직원들에게 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제게 뭔가 요청할 때는 막 던지지 마시고 수십번, 아니 수백번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 미리 말씀드리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입니다. 괜히 '다른 곳은...' 어쩌구 하는 반응은 달갑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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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09:23 2010/07/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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