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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31 대박 성공한 사람의 또 다른 유전자 9

대박 성공했다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요? 한 방에 20억원짜리 로또 맞으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1억원 연봉이 내년에 2억원으로 책정 됐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이군요. 소위 말하는 '성공'한 분을 만났습니다. 벤처기업을 시작해 10년만에 흔히 'EXIT'라고 표현하는 기업 공개를 통해 자산이 순식간에 200억원 자산가가 되셨으며, 매년 최고의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기업의 회장님(지금은 이사회 의장 역할)이 되신 50대를 목전에 두신 분이라면 앞에서 말한 '대박 성공'의 주인공으로 설명해도 손색은 없을 겁니다.

몇 년 전 IPO 대박을 일궈내신 그분이 한 2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최근 암암리에 시장 참여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계시더군요. 성함은 나중에 공개토록 하겠습니다만, 그 분과의 대화(라기보다 초짜 기업 대표로서 대박 성공한 분의 강연이라고 생각하고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가운데 몇 마디를 기억에 남겨두려고 적습니다.

이 분은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성공은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돈이 목표가 되어선 안돼요"라고 말이죠. 에이, 왜 이러시지? 당신은 200억원이나 쥐고 있으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 아닙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제 눈치를 느끼셨는지 설명이 이어집니다.

"내 주변에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분들의 몇 년 후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망가져 있거나 끔찍할 정도로 이상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지요."

무슨 말일까요? '끔찍할 정도로 이상한 괴물의 형상'이라.

"얼마 전 70대 기업 회장을 만나고 나서 이런 생각이 굳어졌어요. 무식하고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데다 자기 돈을 이용해 남을 하인 부리듯 하더군요"

그렇군요. 괴물이군요. 그가 어떻게 살았든 지금의 그 모습만으로도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그를 졸부라고 폄훼하고 싶을 정도로 보기 안 좋은 모습이군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라고 돈을 그만큼 벌면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 우리네 바람 아닌가요?

"수십억, 수백억 대박을 터뜨린 경우에도 이혼과 별거, 도박, 정치 등으로 자신의 자리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우울한 인생이 되거나 남 위에 군림하여 평생토록 사장이나 회장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인생을 낭비하게 되지요."

인생을 낭비한다. 더 이상 생산적인 삶이 아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버리며 사는 인생이라... 그렇군요. 그들에게 무슨 낙이 있을까요? 아니 그건 그렇고 당신은 200억이란 재산으로 그렇게 살면서 덜 낭비할 자신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무엇을 하겠다는 겁니까?

"이제 50을 앞둔 내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돈이 있으면 내 인격이나 실력, 성품과는 상관 없이 내 전체를 돈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다만 그런 사람들보다 아직 내 경험과 경륜과 나의 통찰이나 조언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아, 벤처를 육성하려는 사업을 하시려나보죠? 은근 기대되는데요. 돈도 많으시니...

"돈으로 시작하진 않으려고 해요. 비슷한 또래의 파트너들과 함께 각자 독립적으로 젊은이들을 발굴하고 완전히 초기 벤처(보통 얼리벤처라고 하죠)를 도와줄 겁니다. 그들이 나 처럼 기업공개를 통한 대박 성공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벤처 창업과 운영을 통한 경험으로 좋은 곳으로 취직하는 것도 성공이죠.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기업에 팔고 새로운 도전이나 공부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성공이죠. 투자자로서 큰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본전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그것이 목표에요"

벤처 캐피탈의 개념이 아닌 벤처 멘토링을 생각하시는거군요. 드디어 벤처 멘토링이 시작되는군요. 그것도 벤처 1세대에 의한 연륜과 경험 지원을 중심으로 한 멘토링 말이죠. 단순히 돈 집어 넣고 간섭하는 것이 아닌 젊은이를 '키워내는 것'이 목적이고 목표인 1인 벤처 벤토인 셈이군요.

맞습니다. 그런 분이 필요했습니다. 근데 그런 벤처는 어떻게 찾아내실 건가요?

"제가 여기저기 강의와 강연을 많이 다녀요. 우리 파트너들도 그렇고요. 그러다보면 우리 눈에 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할거에요. 벤처 창업 경진대회니, 언론에서 주는 상을 받은 사람이니 하는 것은 우리들의 기준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창업의 의지가 없는 친구들을 창업하라고 등 떠미는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겠죠. 일단 지나친 목표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잡고 시작해보는 겁니다. 그래서 직원이라고 해도 도움주는 알바생 한 명 정도면 될 거 같아요. 거의 혼자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의 눈에 띄는 젊은 친구에게 희망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땅의 왜곡된 창업 문화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제가 고민하고 있는 얼리 벤처를 대상으로 한 전문 미디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은 어차피 이제 조직과 지역 등 그룹 중심에서 개인별로, 다시 개인의 차별화된 캐릭터별로 쪼개지고 새로운 가치 창출은 가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뭉쳐지고 흩어지기를 반복할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서 우리 인간이 보유한 DNA가 내장한 인류의 생존과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기억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는 뻗어나갈 겁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 일은 내 인생이 돈으로 인해 망가져 괴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백신과 같은 것"이라고.

대박 성공을 이뤘음에도 또 다른 창의적 유전자를 찾아나서는 그의 DNA 안에도 어쩌면 인간이 꿈꿔오던 '바르게 살고 싶고 돕고 싶은' 기억을 담은 유전자가 꿈틀거리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이미 그의 몸 속에는 괴물이 되려는 이드를 억제할만한 충분한 백신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분의 건승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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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01:35 2009/12/3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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