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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2 [책] 고향 사진관, 울고 싶을 때 쳐다보자
  2. 2009/03/12 英 가디언, 오픈플랫폼으로 간다 8
고향 사진관 - 10점
김정현 지음/은행나무

가끔 울고 싶다. 가끔 울적하다. 나도 모르게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그냥 속이 상한다. 세상에서 난 버려진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울한 날. 정말 끝장나게 울어버리고 싶을 때 이 책을 권한다.

확실히 10년 전 소설 <아버지>로 나를 제대로 울렸던 김정현 작가는 이번에도 화끈하게 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남을 화나게 하는 글이 가장 쉽다. 남을 웃게 하는 글은 좀 어렵다. 남을 펑펑 울게 만드는 글은 확실히 어렵다. 단순히 스토리가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는 소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은 몰아치듯 눈물을 쏟아내라고 자극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그래서 더 여운이 길다.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나이지만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읽어보라고 권하며 보내온 책을 무심코 집어든 순간 난 결국 울 것이란 걸 직감했다. 웬만해선 소설을 자주 안 읽는 이유는 지하철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내 집중적인 독서 시간이다.

어제는 외근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결국 울컥하며 책을 덮었다 다시 펼쳤다를 반복해야 했다.

10년 전 <아버지>의 억지 설정보다 훨씬 나긋나긋하고 잔잔하다. 주변에 있을 법한, 어쩌면 우리네 4, 50대 무감각한 아저씨들, 삼촌들, 형님들의 모습 그대로일 수 있겠다. 아니 아버지의 아들,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로서 세상이 짊어져야 할 모든 짐을 스스로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어깨에 올려놓은 이 땅 남자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

아니다. 억지로 그렇게 끌어다 맞출 필요 없다. 적어도 부모를 보내고 주변 친구와 형제의 장례를 치러본 누구라도 정말 그들을 생각하며 울고 싶을 때, 펑펑 속상해서 눈물을 쏟아내야 할 때 이 책을 들고 찬찬히 읽어나가면 된다. 거창하게 가족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자세한 죽음에 대한 묘사에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소설 <남자의 향기> 처럼 막판의 긴 대사에 감동 받을 필요 없다. 많은 것이 생략되어서 더 슬프다. 우리네 인생살이 처럼 정말 많은 중간의 일들이 생략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일이든 찾아올 때의 먹먹함만 느끼면 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꺼이꺼이 소리내지 않고 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렇게 남정네들의 슬픔은 내색하면 안 되는 타부다. 불알 달고 나와 인생 세번만 울라는 잔인한 소리를 듣고 이해할 정도의 나이 때 사실은 수천 번을 울고 나서였음을 정말 나중에야 깨닫는 멍청한 우리 남정네들을 울려주는 이야기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10대의 서글프고 가난한 어린 감성을 자극해 나를 울렸던 것 처럼, 지금 내게 이 책은 마치 나에게 내 주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준비해왔던 것만 같다. 어쩌면 이 주인공이나 주인공 친구의 인생 속에 내가 변두리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폭풍같이 휘몰아치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이 아니다. 뒤죽박죽 그냥 잔잔한 다큐멘터리 한 편 보는 것만 같다.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동네 사진관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만 같다.

** 온라인 서점의 표지와 내가 들고 있는 책의 표지가 다르다. 아마 4쇄 정도 찍으면 표지도 다르게 찍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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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23:40 2009/03/12 23:40

英 가디언, 오픈플랫폼으로 간다

Ring Idea 2009/03/12 10:08 Posted by 그만

미디어 2.0 책을 쓰면서 부제로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라는 말을 달았을 때 내심 고민이 많았다.

기술업계는 미디어가 무슨 플랫폼이냐고 할 것이고 미디어 업종에서는 플랫폼과 미디어를 어찌 묶을 수 있냐고 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중이다. 책 안에서 애그리게이션(Aggrigation)이란 말을 등장시키고 신디케이션(Syndication)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포털 플랫폼이 오픈되는 상황을 전망했다. 결국엔 콘텐츠(Content)가 왕임을 주장했다.

오픈소셜을 통해 내 친구와 엮이고 남들이 읽거나 올린 글을 따라 읽고 네이버의 오픈캐스터들이 보여주는 편집판을 구독하고 마이크로탑텐에서 발행되는 이메일을 받아본다.

영국에서 가장 온라인화, 또는 디지털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가디언이 다시 한 번 미디어 실험을 감행한다.

가디언의 '오픈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가디언이 갖고 있는 기사, 동영상, 음성, 갤러리 인터랙티브 등 콘텐츠를 비롯한 키워드, 투표, 블로그, 기사 타입 등 유형 분류까지 구분한 API를 공개한 것이다.

이로써 누군가 뉴스 사이트를 만들고 싶을 때 가디언의 자료를 손쉽게 재조합해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사이트를 선보일 수 있다.

뉴욕타임즈와 함께 가디언의 뉴스도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발상에 동참한 결심을 환영한다. 그들의 경영 환경과는 별개로 말이다.

아직도 플랫폼은 커녕 RSS가 뭔지도 개념 못잡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새로운 발상 전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미 정부에서도 '국가정보자원 공개', 즉 공공 오픈API를 추진중이다. 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이 글은 아래 글과 쌍을 이루는 글이다.

2009/03/04 포털의 오픈 전략, 단지 유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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