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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Column Ring 2009/03/24 01:19 Posted by 그만

조금 강하게 말해야겠다.

정신 나갔나? 행여나 내가 낸 돈 한 푼이라도 신문을 살리기 위해 쓴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이 기가 막힌 제목을 보라.

[토론회공지]신문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 더 늦출 수 없다 [moonsoon씨네 블로그]

보도자료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이 긴급 토론회에 평일 낮인 관계로, 그것도 월요일에 참석할 수 없어 갈 수 없어 기사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덧붙여 그 내용을 추측할 뿐이다.

신문 지원 요구에 문화부는 ‘시큰둥’ [미디어스]
“신문산업 무너지면 여론다양성 파괴” [한겨레]
"신문 산업 뿌리째 흔들려 공멸 위기" [미디어오늘]
“신문위원회 구성 제도적 지원을” [경향신문]
“신문산업, 완전 붕괴 직전" [뷰스앤뉴스]
신문 망해가는데 국민혈세를 투입한다고? [데일리안]
자금난 처한 신문사에 공적 자금 투자?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공공의 적?...신문산업 위기 어떻게[프레시안]

한결같이 '신문이 어렵다, 공멸 직전이다' 그러므로 '추경을 편성해 올해 3000억원, 내년에 2조원을 편성 집행해야 한다'는 최 의원 주장을 실었다. 여기에 데일리안은 제목만 의문부호를 달아놓고 내용은 건조하게 보도했으며 조선일보는 마지막에 약간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자금난에 처한 신문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상당하다. 진입장벽이 없는 신문 업계에서 경영을 잘 못해 위기에 처한 신문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자금난 처한 신문사에 공적 자금 투자? [조선일보]


조선의 경우 나름 자신감 있다는 눈치다. 물론 은근히 중앙일보의 판형 변화와 윤전기 도입 후 막대한 손실 사례를 소개하고 난 이후라서 그닥 객관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어찌됐든 MBC 사장이었고 방송협회 회장이기도 했던 평생을 방송인으로 살아온 분이 신문을 살리자고 나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거창하게 미디어 다양성이고 나발이고, 민주주의의 발전이고 어쩌구 간에 과연 신문은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산업인지를 좀 따져봐야겠다. 이러다 최 의원 말대로 매년 공적재원 2조원씩을 투자해 무가지 찍어내자는 말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신문산업은 생존 가능한 산업인가.

신문 산업 붕괴? 구조적 문제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거의 참기 힘든 시기에 다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말할 것도 없이 어렵다. 나머지 신문사는 아예 드러내놓고 '우리 어렵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급하다.

최근 모 경제지가 자사의 윤전기로 대신 인쇄해주던 큰 고객(무료신문)이 다른 중앙 일간지의 윤전기로 옮겨갔다는 소문이다. 일간 종이 신문을 발간하려면 윤전기를 소유하거나 윤전기를 임대했다는 보증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일간지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윤전기를 들여오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종이 신문의 고질적인 문제는 '장치 산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패달을 돌려야 하는 비즈니스다. 끊임없이 없는 사건이라도 지어내야 할 정도로 광고 지면 대비 콘텐츠를 찍어 내야 한다. 생산되는 콘텐츠는 어쩔 때는 남아 돌기도 하고 어쩔 때는 모자란 상황이 반복된다. 즉 종이 신문에게 있어서 재료인 '기사'의 경우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 넘치면 빼고 모자르면 통신사 것을 베끼든 아예 눈에도 안 들어오던 뉴스라도 우겨 넣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인력은 적정 수준보다 조금 많거나 적게 운영을 하면서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면은 손쉽게 조절이 가능하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건을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IMF 이후 전통적으로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아래마저 좁아지는 마름모꼴로 인력구조로 바뀌면서 점차 인력 비용이 과다해지는 것도 문제다. 얼른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사람이 재산이고 사람이 재료인 곳이라 함부로 구조조정 이야기 나오면 다른 경쟁사나 경쟁 매체에 빼앗기기 일쑤다.

종이값 또한 엄청난 변수다. 종이든 윤전기든, 심지어 잉크까지 수입(반제품 수입까지 포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환률은 신문사의 경영에도 치명적이다. 요즘 종이값이 점점 갈피를 못잡고 있다. 조만간 세계 종이 수요가 정점을 찍으면서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종이는 점점 귀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종이 신문의 경영상의 문제는 신문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는 금방 적자 도산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에 있다. 미국에서 속속 신문사의 도산과 파산보호신청 소식이 들리는 이유다. 뉴욕타임즈 마저 자사 빌딩을 매각하고 멕시코 자금을 거의 정크본드 수준으로 끌어들여 이제는 목숨이 두 세달 밖에 안 남은 이유다. 오죽하면 심지어 2달러면 뉴욕타임즈를 인수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물론 부채를 모두 가져갈 경우).

그나마 연명하는 것은, 딴 짓과 보급소 빨아먹기 때문
결국 종이 신문의 힘과 브랜드를 이용한 사업꺼리를 광범위하게 벌리게 된다. 이런 경우는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더 성행하는데, 예를 들어 히트상품 선정이라거나 광고주 유치를 위한 포럼, 컨퍼런스, 00페어, 전람회 등등... 온갖 군데에서 '지면을 통해 알려주겠다'며 부대 사업을 펼친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업, 취업 중개, 교육업, 문화원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멀티 브랜드 사업을 펼친다.

여기에 대리점과의 관계 속에서 물량을 배당하고 마케팅 홍보비는 보급소에 떠넘기게 된다. 그나마 지역 경기라도 나으면 보급소에서는 지역 정보지, 또는 지역 광고지를 끼워주는 조건으로 겨우 연명할 수 있지만 보급소 역시 지금 아주 죽을 맛이다. 불법 조중동을 욕해봤자 소용 없다. 거의 모두 보급소장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니까.

조선일보와 ABC의 광고주 사기극 [미디어오늘]
[이사람] ‘빚잔치 신문경품’ 진실 앞에 울다 [한겨레]

그렇게 신문은 연명하고 있다.

이런 신문을 막 살려야 할 이유를 다시 살펴보자.

http://blog.daum.net/moonsoonc/8494226 <- 여기서 한글 문서의 내용을 보자.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신문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신문법은 민주적 여론형성과 민주주의의 실현, 생활정보의 제공과 국민문화의 향상 등과 같은 공익적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방송과 차이가 없으며 동일한 기능을 함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문이 비록 사기업이지만, 제조업과는 구별되는 뭔가 특별한 사기업이다. (조준상, 2008년 11월 27일 기획토론1 ‘신문산업 위기, Press Fund가 대안이다’ 발제문 5-6쪽 인용)


그리고 나서는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는데 도대체 광고총액이 연간 2조원도 안 되는 시장에 공적재원 2조원을 들여서 어떻게 돕겠다는 것인지가 나와 있질 않다. 다양성을 확보를 위해 신문발전기금이나 지방신문발전기금을 일부 증액시키거나 좀더 앞당겨 시행하자는 말은 그런대로 일리가 있다고 봐야겠지만 도대체 왜 2조원인지 알 길이 없다.

2) 신문기금 2조원 조성 필요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이 추진하는 추경 예산과 내년 예산을 통해 2조원 정도의 신문기금을 편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신문사들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광고수입 총액은 1조8천여억원이었다. KBS 연간 예산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2조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 우리나라 전체 신문을 지원하고 육성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재원이 마련되면 오랜 숙원인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고, 더불어 복잡하게 얽혀있는 뉴미디어시대 신문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기금을 통해 인터넷 언론에 대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인터넷 매체는 인쇄매체와 방송매체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진흥정책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조원 누가 누구에게 주나. 밑 빠진 독에 물은 왜 붓나?
이 무슨 시나락까먹는 소리인가. 재원이 마련되면 오랜 숙원인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데? 결국 공적 재원이 들어가니까 경영상태를 반강제로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이쪽이나 저쪽이나 권력자들이란!) 그건 그렇고 돈을 투자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뉴미디어 시대의 신문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도록' 왜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차라리 블로거 육성 지원 및 보호법이나 만들어라! 아니면 뉴미디어 벤처 자금 지원에나 적극 나서라!

신문발전위원회를 두자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은 또 어떠한가. 이러다 다시 출판발전위원회, 잡지발전위원회, 라디오발전위원회, DMB발전위원회, 포털발전위원회, 토론방발전위원회, 블로그발전위원회가 차례대로 만들어져야 정상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신문발전위원회를 두는 이유는 신문을 살리기 위해서다. 근데 신문을 살리는 이유는 그냥 망해가기 때문이라고 하면 어이 없어 할까봐 '민주주의'가 어쩌구 '여론의 다양성'이 어쩌구 하면서 신문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국가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다른 나라도 지원하니까(그렇다고 그 산업의 규모 전체를 지원하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지원하잔다. 나와 국민들 세금으로.

당신들 국회의원 세비 모아서 신문 사줘라. 그러면 돼. 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나. 그것도 공적자금으로, 더구나 신문으로 들어간 돈은 빛 갚느라고 제대로 회전도 안 되는 돈이다. 차라리 국회의원들이 돈 내서 봐주는 신문이니 바깥에서도 힘 께나 쓸거다. 어때 군침 돌지 않나?

장치 산업 마지막 발악, 몸집 불리기 '죽어도 죽지 않게'
본격적인 '장치 산업'의 마지막 발악은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제조업들의 막장 생존 몸부림이 무차별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눈치도 보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모를 뿐, 이미 신문사들은 막바지 튜닝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방송사와의 결합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역시 거대한 '장치 산업' 중 하나다. 이들 기업들의 합병은 거대한 자본의 결합이자 사회적 인프라의 결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결국 사회적인 기능을 하다가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국고에 손을 벌리겠단 심산이다.

그렇다. 신문은 지금 급하다. 얼른 무슨 명분으로든 남의 돈을 끌어와서라도 몸집을 키우든가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동안 다른 미디어 산업, 예를 들어 공중파 방송 같은 큰 건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너지가 나니까.

다시 말하지만 장치 산업은 결국 몸집 산업이다. 몸집을 제대로 키우고 나면 가격과 메시지 수위 조절은 내맘대로다. 적어도 몸집이 크면 은행이 함부로 죽일 수가 없다. 게다가 언론사라니... 임기제 은행장이든 은행 직원들은 눈 질끈 감고 '설마 망할까' 하고 돈을 못 받아도 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모 신문사 처럼 담판을 지어 수십억원의 이자를 탕감 받든가 말이다.

아니라구? 어이쿠 그러셔? 세계적인 미디어로 거듭나겠다는데 뭔 말이 많냐고?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나 망해먹지 마시지. 그 정도의 경영 능력으로 세계는 커녕 물 건너 대만이나 홍콩의 미디어 기업에 먹힐 수도 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행여나 내 세금으로 그것도 2조원씩이나 망해가는 신문에 투입하지 말기 바란다. 이유나 명분도 불분명하고 오히려 당장 급해서 변신을 시도하는 신문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정말 정부에 구걸하는 관보와 다를 바 없는 언론만 남을 것이다. 오히려 실패한 경영을 뒷받침해주고는 뒤통수 때려주는 센스를 발휘한 미국의 AIG 꼴이 날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자금이 신문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독극물로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자본에 종속되고 정부 공적 자금에 종속되는 언론은 이미 그 가치가 상실되고 그렇게 걱정하는 신뢰 조차 완전히 바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언론은 배가 고파도, 당장 망하더라도 정부미를 먹으면 안 되는 거다.(차라리 햇반을..? 쿨럭!) 그게 독립 언론의 자세다.(프레스 펀드는 약간 관심이 간다)

** 덧,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전달되기 힘들 것 같아 다섯 줄 요약 들어간다.
1. 2조원을 투입하는 근거가 미약하다. 너무 많다. 신문발전기금으로 뭐하고 있나?
2. 공적재원이 들어가는 순간 신문의 독립성은 훼손된다.
3. 최 의원 입장에서야 반드시 살려야 할 신문이겠지만 국민들에게 그렇지 않다면?
4. 왜 실패한 경영에 뒷 돈 대주나?
5. 지원만 하고 규제는 없다? 제정신인가? 공적재원이 들어갔는데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닌가. 그게 바로 언론탄압의 빌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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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4 01:19 2009/03/2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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