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새해 들어서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를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자못 비장한 각오로 네이버의 미디어 영향력이 분산될 것이라고 말한다. 블로거들은 3월에 있을 정식 서비스에 앞서 하루에 몇 만, 아니 수십만의 트래픽 유입을 기대하며 오픈캐스트에 매달린다. 그리고 네이버를 향한 '닫힌 포털'이라는 비난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네이버가 메인의 편집권을 파트너들에게 넘기면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잃은 것은 자사 사이트로의 페이지뷰였으며 얻는 것은 전문가들의 또 다른 노력 봉사와 폐쇄적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평가 받아야 할 일이며 1등 포털이 개방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다만, 네이버의 메인 개방은 여전히 자사 서비스에 종속되어 수작업을 거치도록 하게 하는 반쪽짜리 개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포털의 개방화 움직임을 이렇게 단순하게 메인 페이지를 열고 닫는 것에서 멈추면 그저 비전문 언론의 피상적인 접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난 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네이버의 오픈 정책에는 사실 메인 페이지 개방이 전부가 아니다.
네이버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사의 솔루션과 기술을 시장에 과감하게 내놓았다. 시장 독점적 회사가 자사 솔루션을 오픈소스화 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으로 데이터를 열어 놓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 오픈API나 작은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오픈소스와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가 오픈소스로 개발자 진영에 내놓은 소스는 크게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인 큐브리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기능을 사용하기 편라하게 웹으로 묶은 협업 개발 플랫폼인 nFORGE, 또한 콘텐츠를 손쉽게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툴인 Xpress Engine, 대규모 리눅스/윈도우 서버 장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개발된 MySQL 기반의 웹도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서버용 솔루션인 dist, neptune, coord 등은 개발자들에게 그동안의 대용량 기반의 서버와 솔루션을 운영해왔던 네이버가 주는 종합 선물세트라고 봐야 할 것 같다.
nhn 개방형기술팀을 맡고 있는 권순선 팀장은 "네이버가 내놓은 것은 거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구글도 이 정도로 자신들의 자산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nhn은 그동안 축적해왔고 비싼 돈을 들여 인수한 솔루션을 다시 기술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의 개방화, 일단 다 열어 놓고 다시 시작하자
미국 야후는 작년 하반기 Y!OS(Yahoo! Open Stratagy)라는 개방형 플랫폼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Y!OS는 지구상 가장 커다란 포털이기도 한 야후가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전세계 5억명의 사용자들에게 좀더 편리한 도구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야후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후! 역시 자신의 메인페이지 역시 타사 서비스 내용이 전면적으로 보여지고 사용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의 성공이 가져다준 플랫폼의 성공 모델을 다분히 의식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포털인 네이버나 미국의 대표포털인 야후가 메인페이지부터 개방하려는 움직임은 정치적인 면과 마케팅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뉴스를 열어놓거나 직접 링크로 변환하는 등의 움직임은 다분히 정치적인 움직임이었으며 웹 2.0 트렌드에 따른 데이터 플랫폼 공유를 위해 오픈API를 시장에 내놓은 것 역시 마케팅적인 움직임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일고 있는 다양한 개방화 바람에는 자못 심각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바로 생존이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생태계는 네이버를 선두로 하여 다양한 포털사들의 수익구조로 집중되는 모습을 모였다. 이는 자본이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이 상호 데이터가 소통되며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정치권과 기성 미디어의 포털에 대한 집중 견제가 시작되었고 정부마저 신흥 인터넷 기업들이 싹을 키우지 못하는 원인으로 포털의 독과점에 초점을 맞추는 등 부작용이 정점에 와 있다는 점을 인터넷 업계 스스로가 인지하게 된 시기라고 봐야 한다.
인터넷의 개방화, 또는 플랫폼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터넷 전문가들이 예측해 온 것으로 이에 대한 기술적, 사업적 준비를 마친 포털들이 본격적으로 개방화의 방법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지도 플랫폼 경쟁은 이러한 개방화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60cm급 위성사진을 선보인 야후!코리아와 더불어 50cm급 위성 및 항공사진을 선보인 네이버와 다음은 상호 혁신적인 서비스 플래폼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서비스들은 향후 오픈API의 영역으로 다른 서비스 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오픈API는 신규 시장 참여자가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 때 자신의 자산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점에 착안해 대규모 콘텐츠와 플랫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와 상호 데이터 교환 및 표현을 맞춰주기 위한 방법이다. 네이버, 다음, 야후, 구글 등은 자사의 검색 기술 및 지도 플랫폼 등을 타 사업자나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API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범위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픈API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자산들이 곧 사회적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오픈API를 통해 공공 정보를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공개하는 추세는 일반화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행정안전부가 파급효과 및 활용 수요가 높은 정보자원을 오픈API 방식으로 공유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2008 공유서비스 발굴ㆍ개발 과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다음과 구글, 야후, 마이스페이스, 파란 등이 오픈소셜 진영을 이루면서 각자 보유한 회원들 사이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서비스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픈소셜이란 각 개인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상관없이 상호 연결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회원 연동 서비스 플랫폼의 일종이다.
단 예전처럼 서비스와 회원이 단단하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다양한 서비스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이 회원간 연결성을 강화시키면서도 타 서비스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오픈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방, 무한 경쟁과 지독한 의존의 다른 말?플랫폼이 열린다는 것은 무한 경쟁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이 좀더 새로운 서비스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야후!코리아, 네이버, 구글코리아, 다음, 파란 등이 펼치고 있는 지도 경쟁은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성행했던 좋은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좋은 플랫폼으로 서비스 운영자들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여 궁극적으로는 좋은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가 주도권을 갖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포털들이 기술회사인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펼치는 플랫폼 강화 정책은 그동안 웹 1.0이 고수해왔던 웹 페이지 방식으로 무한 루프(한 곳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거의 모든 콘텐츠를 쏟아 붇는 방식)를 지향했던 웹 서비스 업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포털이 이런 개방화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포털의 성장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한정 자신들의 강점을 제외한 서비스를 모두 품에 안을 수도 없고 기술인력을 무한대로 뽑을 수도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반대로 결국 이런저런 서비스를 조합하여 매시업 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터넷은 새로운 시장 동력을 잃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새로운 사업자는 기존의 독과점 사업자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온 것이다. 포털의 '개방화'는 '지독한 의존성 강화'의 또 다른 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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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미래> 2월호에 기고한 것이므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해당 잡지의 편집교열을 통해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1월 중순이므로 현재의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까먹고 있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