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꾸리님의 '이수일과 심순애' 원작이 일본? 아타미 '오미야 소나무'에 가다. 라는 글이 화제가 되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작이 일본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수일과 심순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한몽은 일본 작가 오자키코요(尾崎 紅葉)의 콘지키야샤(金色夜叉)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어려서 고아가 된 하자마 칸이치(이수일)가 사랑하는 사람인 오미야(심순애)를 부호인 토미야마(김중배)에게 뺏긴 후, 고리대금업을 통해 재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콘지키야사나 장한몽이 모두 신문에 연재 되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내용은 그만 역시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원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 내용이 일치하는지 관심은 없었다. 어쨌든 이 글로 인해 한일 문학이나 애니메이션의 번안과 표절에 대한 경계 자체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보였다.
도꾸리님의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 발굴과 블로그를 통한 전파, 주제 환기 역시 재미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에 달린 댓글로 보아하니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더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다. 이글루스에 있다가 다음 블로그에 자리잡은
아까짱 블로그를 운영중인
kori2sal의 댓글이다.
kori2sal
콘지키야샤도 본래 일본 소설이 아닌 영국 소설을 가져와서 일본 배경으로 각색한 소설이었으니까, 본래는 영국 소설이죠.
버샤 M. 크레이(Bertha M.Clay)의 WEAKER THAN A WOMAN(여자보다 연약한 것)이라는 소설이 금색야차의 원전입니다.
http://www.amazon.co.jp/Weaker-Than-Woman-Bertha-Clay/dp/1436639867
이 작품이죠.
일본에서는 꽤 오랫동안 부정해오다가 1980년대에 와서 평단에서 표절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오자키 코요우는 일본 문학계에서도 상당히 말이 많은 작가인데요. 영어실력이 매우 뛰어나서 일본에서 브리태니커 사전이 최초로 수입되었을 때 가장 먼저 산 사람이 오자키 코요우였다고 할 만큼 영국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인물입니다.
그와 더불어 당시 영미권 문학을 거의 접할 수 없던 시절에 영미권 작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그 작품들의 네타를 적당히 섞어서 자기 작품으로 써냈던 것으로도 유명해서 논란이 많은 작가죠.
장한몽의 모태가 되었던 콘지키야샤 역시 영국 소설을 번안 각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까짱 kori2sal님의 이야기는 아예
백과사전 장한몽 항목에도 드러나 있지 않은 사실이다.
블로그는 본문과 트랙백, 그리고 댓글까지 모두 한 세트로 콘텐츠라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