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대학 때 봤으니 벌써 십수년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사서 읽었다.
killereco님이 추천한 책이다. 아마도 제레미 리프킨의 팬이신가보다.^^
2008/08/08 읽을만한 책 추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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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세종연구원 |
이 책은 이미 우리나라에 번역된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가운데 4번째 책이다. 1980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난 다음 전세계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자연주의자와 반문명주의자들에게 마치 경전처럼(?)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현대 고전이라 할만하다.
이 책이 설명하고자 하는 엔트로피는 과학적 상식이라기보다는 "유용한 것에서 무용한 것으로 흘러가는 에너지의 흐름"을 설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사회 각 분야, 특히 후기 산업화 시대의 자연 파괴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는 세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열역학 제 2법칙으로 명명된 엔트로피 법칙을 원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엔트로피는 여러 백과사전에서 나와 있듯이,
열역학·통계역학 분야의 용어. 열현상 등 열역학적 현상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을 수량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도입된 상태량의 하나로, 분자의 열운동 등 입자의 미시적(微視的;microscopic)인 운동 상태의 무질서한 정도(disorder)를 나타내는 양... 야후 백과사전 : 엔트로피
이 책이 말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종말론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 과학의 역사를 훑어주는 서두와 희망적인 메시지랍시고 말미에 이야기하는 '노동집약화' 따위는 구색에 불과하다. 인류는 지구의 사망을 앞당기고 있고 석탄 연료를 사용하면서 석탄 에너지 고갈 위기가 가져다줄 인류의 미래는 끔찍함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
인류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종말론적인 예언은 매우 끔찍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이 쓰여진대로 25년 정도면 고갈될 석유는 아직도 덜 고갈된 상태이고 일부에서는 매장량을 산유국들이 속이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엔트로피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들 역시 과학자들은 매우 격앙된 어조로 과학을 오염시켰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에너지의 출입이 가능한 ‘닫힌 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물이 얼거나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슬이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엔트로피가 감소한다.그러니까 리프킨의 ‘엔트로피 법칙’은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고,경제학자인 죠르제스크 레겐이 처음으로 제창했다는 ‘열역학 제4법칙’도 당연히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출처 :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 비판적 서평 :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문명비평가로서 과학의 원리에 심취했다기보다 과학의 일부 법칙을 제멋대로 인용하고 확대해석했다는 비판은 납득이 간다. 그리고 과학적으로도 헛점투성이인 셈이다.
제레미 리프킨 자체가 사실은 저술가이자 선동가이기 때문에 작은 것이 중요하진 않은 사람이다. 큰 대 원칙과 거대한 흐름을 끄집어 내면 그에 준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야 뽑아내면 그만이다. 그의 <노동의 종말>도 그러했고 <소유의 종말>도 그러했다. 모든 것이 종말이었다. 말하자면 <엔트로피> 역시 현대문명의 종말, 또는 에너지의 종말 같은 이름으로도 충분한 책이다.
엔트로피를 다시 읽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는 것은 혹여나 제레미 리프킨의 선동(사실은 선의라고 본다) 자체가 지나치게 반문명주의로 경도되어 읽히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이 책, 과학 서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제목에서 언급한 "과학계 종말론"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과학계는 이 책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추천도서로 삼은 사람들은 절대 과학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은 과학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 그럼에도 읽어볼만 하다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