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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4 언론의 삼성 다루기-와전-꼬리 자르기 2

요즘 삼성 사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뭐 삼성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재수없다'할 수 있겠지만 삼성의 모양새가 어찌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 일단 언론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단계별 홍보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예상이 딱 맞아 떨어졌다고 본다. 그럼 도입부니까 내 멋대로 예상 한 번 해주는 것도 재미있겠다.

1. 양심선언 -> 무대응

양심선언이 있으면 일단 반짝하고 뜬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이 클수록 진중해지는(?) 우리 언론의 특성상 '아무것도 확실한 것 없으니 닥치고 대기해' 자세가 이어질 것이 뻔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처음에 아예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신중한 자세였고 사제단 역시 이러한 완전한 폭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점을 예상했을 것이다.

사제단은 당연히 조금만 말하고 지켜보면 된다. 아마 다 예상했을 것이다.

2. 원하는대로 행동하고 말하기 -> 관심 조금 보이다 미시적인 접근으로 태도 돌변

머, 여지껏 '뇌물'이라고 말해달라고 그렇게 말해도 '떡값'이니 '리스트'니 하는 관행적 어휘를 써대는 것을 보면 참 언론들 너무 빤하다.

일단 검찰에서 수사하려면 고발해달라고 하니 고발하고 리스트 없으면 수사 못하겠다고 했으니 리스트 흘린다.

자, 이제 언론의 관심은 '증거'와 '근거'가 될 것이다. 증거 있냐? 증인 있냐? 근거 있냐?로 몰고 가다가 '공방' '논란' '의혹' 등의 어휘를 동원해 미시적인 접근의 디테일을 겸한 소설을 써대기 시작할 것이다. 장사 좀 될 거 같긴 하거든. 머, 뻔하지..ㅋㅋ

3. 조금씩 더 내놓기 -> 언론 쏙 빼고 검찰 비리에 초점 맞춰 정치 공방으로 싸움 붙이기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회 전체의 비리와 부정 부패가 한 기업의 총수에 의해 저질러졌고 그러한 폐단이 어디까지 이어졌으며 얼마나 깊숙히 이 사회를 병들게 했는가에 모아져야 하는데 사실 그러면 그럴수록 언론은 미시적인 접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슬슬 삼성을 뒤로 한 채 '검찰 수뇌부' 등을 주어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 조금 있으면 어차피 정치 공방이 벌어질 것을 예상한 채 '정관계 인사'로 확대시키면서 삼성과 언론은 슬그머니 옆으로 치워둘 것이다. 당연히 특검 이야기 나오고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나. 모든 정치인, 대변인들의 말이 두 세 면, 온라인으로는 열 댓 꼭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만들어줄 것이다.

여기에 명단 내놓으면 각개 전투로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으로 일관할 것이고 그러면서 세월아 내월아 '공방' 이야기로 관중들 하품 나오게 할 것이다.

4. 완전 전투 모드 -> 익명 처리, 꼬리자르기

결국 어떻게 되냐고? 당근 시민사회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삼성 이야기로 몇 년을 더 싸워야 할지 기약이 없는데 아예 이번에 뿌리를 뽑기로 작정하고 달려들 것이고 다양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다.

이를 중계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검증 능력을 상실한 언론은 검찰의 입을 기다리고 있다가 일부 인사의 소환조사, 밤샘조사, 기소, 영장청구 등 식상한 릴레이 보도 할 것이다. 중계차 돌리는 발전차 에너지가 아깝다. 대략 4, 5분 동안 불켜진 창문만 찍고 있을테니...

그러다 '아쉬움을 남긴 채 꼬리자르기'에 들어갈 삼성에게 의구심 한 방 날려준 채 다른 취재처로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5. 연타석 안타 폭로 -> 질질 끌려 다니다 대선에 올인

근데 사제단도 만만치 않고 경실련도 만만치 않은데다 인터넷 민심도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다.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는 연타석으로 폭로를 이어갈 것이고 검찰 수사를 압박할 것이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 쓸 것이다.

질질 끌려다니기 귀찮은 시점에 다다르면 삼성을 누를 수 있는 대형 이슈인 BBK, 대선으로 지면 배분을 급속도로 늘려 놓을 것이다. 삼성은 그렇게 잊혀지길 기다리며...

안타깝지만 그만 역시 그동안의 패배의식을 인정한다고 치고 이번 사건으로 언론인 단 한 명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 사제단도 협조를 구해야 할 언론인 명단은 내놓지 않을 것이고, 내놓는다고 해도 언론들이 그 훌륭한 동업자 의리를 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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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여기에 대미를 장식할 장면은 이미 우리가 다양한 모습으로 경험했다. 해외에 좀 나갔다 오실 때 준비하실 그것!

만능 트랜스포머인 휠체어 등장이닷!

중간 중간 등장하실 경제 전문가의 기명 칼럼이나 사설 등에서 사용할 '가족 책임 경영(경영세습을 곱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에 대한 장점', '누가 삼성만큼 애국하느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일상적 관리 처벌할 수 있나'식의 헛소리 칼럼 아이템들도 눈에 선하다.

아, 물론 '삼성 휘청, 국가 경제 위기', '반기업 정서 위험 수위', '대기업, 젊은이 안 뽑는다' 등등의 협박성 위기 조장식 기획 기사는 뭐 너무 빤해서... 설마 이번에도 써먹을라나?

핵심은 이번 기회에 사회 전반적인 부패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 고리가 구리로 만들어졌는지 철로 만들어졌는지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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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01:29 2007/11/1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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