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0일,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개인 메일 주소로 이메일이 한 통 배달됐다. “운동은 잘 하고 다니니? 사귀던 그 애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너 많이 좋아했었잖아.”
깜짝 놀래 보낸 사람을 확인해보니 다름아닌 나. 바로 10년전의 내가 보낸 이메일이다.
이처럼 10년, 아니면 20년 뒤의 나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몇 년 전에 유행처럼 불어 닥쳤던 타임캡슐처럼 지금 쓴 이메일이 10년, 20년 뒤의 나에게 배달되는 것이다.
퓨처미 웹사이트 화면.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입력할 수 있다 |
퓨처미(Futureme.org)라는 이 웹사이트는 맷 슬라이라는 29세의 한 젊은이가 4년 전 처음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하루하루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습 상태를 환기하다가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31살의 제이 프티리키오스와 공동으로 퓨처미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슬라이는 이 웹사이트를 보도한 AP 통신에 퓨처미가 단순한 환기 서비스가 아니며 사용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퓨처미 웹사이트에서는 30년 뒤까지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슬라이는 대다수 사용자들이 3년 이내에 이메일을 받도록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라이는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와 목표, 그리고 꿈과 희망, 공포까지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른바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퓨처미”라고 설명했다.
퓨처미만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최근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모션인 “이메일 타임캡슐”을 제공했으며 6주 동안 무려 14만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20%에 달하는 이메일이 20년 뒤에 정해진 수신자에게 발송된다. 포브스는 야후!, 코드픽스 컨설티오가 이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했다.
이메일로 구현된 '디지털 노스텔지어'
이처럼 이메일을 사용하는 타임캡슐 서비스는 현대인의 일상 생활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메일의 경우 10년, 20년 뒤에도 똑 같은 주소를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퓨처미와 같은 서비스 업체들은 데이터 백업이나 이메일 주소를 바꾸지 말도록 권고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퓨처미 웹사이트에 지금까지 접수된 이메일 메시지는 11만 2000건을 넘어가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나에게 이메일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또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련 상황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사람들의 감성은 존재한다. 이메일을 이용한 타임캡슐은 하루종일 컴퓨터와 맞대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자 시대에 걸맞는 따스함을 제공함으로써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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