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수난시대다.
나름 마이너 매체를 전전하며 기자질 좀 해본 그만으로서는 그동안 기자질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고 짜증나고 역겨운 짓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반면에 얼마나 명예로우며 영향력이 큰 직업이었는지도 몸소 깨달은 바 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선배 기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기자 조직에 편입되면서부터 시작되는 고된 글쓰기를 이겨내고 있는 기자들은 솔직히 존경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직업 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가려는 초짜 기자부터, 이제 막 기자 어려운 거 알고 글쓰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중간급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 정말 기자질 힘들게 됐다. 이제 어느 언론사에 들어가 언론사의 브랜드를 등에 업고 피하고 숨을 곳이 있었던 때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전문기자라는 타이틀도 조심스럽게 달아야 한다. 또는 어느 분야에 대한 고급 정보를 전달할 때 여러 번 심사숙고할 필요도 있다. 심도 있는 정보와 가치 있는 소식, 그리고 독자와 시청자들이 진정 알아야 할 정보를 가공해 전달할 때 내 이름 석자(네자도 포함)를 부끄럽게 하지 않아야 한다.
타성에 젖어드는 기자들은 특히 이 말을 뼛속 깊이 새기기 바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왜 기자가 되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기자는 프로 정보 전달자.
기자는 블로거와 달라야 한다. 물론 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만큼의 지위와 권위를 갖고 시작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너와 메이저 역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시작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권위는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근 미디어 다음의 새로운 서비스에 눈길이 많이 간다. 과연 이런 기사를 누가 읽을까? 했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서비스 '이 기사, 누가 봤을까?'란 서비스다.
기자라면 자신이 쓴 기사를 과연 누가 봤으며 누가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은연중에 상처도 받고 기운도 나고 '무플'에 속이 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 다음의 이 서비스는 매우 구체적인 통계치를 보여준다. 1000명 이상이었을 때부터 통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니 오래도록 이 서비스가 붙어있지 않으면 더 좌절이겠다.^^;
이 기사 누가 봤을까? 서비스 소개 [미디어 다음]최근 더 재미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기자들은 이미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지 않고 여전히 신문만 뒤적이는 기자들은 이 서비스를 알지 못할 것이다.
기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기자별 기사 검색'!
예를들어 미디어 다음에서 '디-워'로 검색했을 때
[000기자의 관련기사보기 | 전체기사보기]라는 링크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독자들은 왜 이 기자는 이런 기사를 쓸까? 또는 이 기자는 정말 특정 이익만 대변하거나 특정 인사나 단체를 유독 싫어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특정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도 있고 그 깊이도 탐색해 볼 수 있으니 기업 홍보실이나 홍보대행사 분들도 도움이 좀 되겠다.
정작 기자들은?
이 서비스의 존재 여부만으로 매우 껄끄럽다.
기자 2.0 시대, 기자질 해먹기 힘든 시대?그만은 이런 서비스가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기자질을 더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핫..^^;
그만이 전문성 없는 분야의 기사쓰기를 요구받았을 때 기자질을 그만두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미 이러한 서비스의 등장을 미리 예견해온 바, 그동안의 전문성을 포기하고 엉뚱한 곳의 수준 낮은 기사를 양산할만한 낯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자위하고 있다.
최근 모 업체도 이러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명 '기자 2.0'서비스란다. 기자 이름으로만 기사가 분류되는 서비스. 최근 경력 기자들의 잦은 이동에 따라 명망 높고 특정 분야에 대한 탁월한 이해도를 갖춘 기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이야기하면, 대충대충 설렁설렁 확인 취재 없이 대충 쓰는 기자, 또는 드문드문 엉성한 기사 하나씩 올리면서 면피하는 기자들에게는 매우 곤혹스런 서비스가 될 것 같다.
사실 이런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변화는 일찍이 감지되고 있었다. 다만 조직 안에서 그 흐름을 읽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흐름을 읽은 이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이름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기자 2.0의 시대. 기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심도 깊고 넓은 분석력과 해설력, 전달력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