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랬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혀꼬이는 소리 하는 것이 그렇게 창피했었다.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면서도 이상하게 그 나라 말을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 창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의 나라 말을 우리나라 사람끼리 배우니 서로 누가 더 많이 알고 적게 알고를 판가름하기도 힘드니 서로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도 웃겼다. 그래서 고작 문법 맞추기 어디서 평생 두 번 정도 써먹을 거 같은 단어 맟추기, 그리고 틀린 문장 골라내기만 익숙해졌다. '닥치고 책이나 보자'는 것이 묵독 수련법으로 점철된 우리네 영어 공부법이었다.
아마도 30대 이상의 연령대라면 비슷한 고민을 해보았으리라. 오죽하면 외신을 줄줄 직독직해 해내는 블로거도 외국인 앞에서 말을 더음으며 아무 소리 못하고 있을까.
나 역시 미칠 것만 같다. 외국계 기업을 세차례나 다녔음에도 자유는 커녕 영어라면 이제 질색팔색할 정도로 끔찍한 대상이다. 더구나 너무 바쁘지 않은가. 잠 잘 시간도 모자르다!
.... 맞다. 다 핑계다.
이런 핑곗거리를 충분히 갖고 있는 평범한(?) 의대생이 뉴욕에서 직업 의사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영어에 대한 애환이 블로그와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자신의 공부법의 실패와 성공을 그대로 보여주어 자신을 더 독려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나보다. 그의 블로그는 영어 학습과 뉴욕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어느새 가장 인기 있는 블로거의 반열에 올라섰다. [
뉴욕에서 의사하기 블로그 가기]
그는 일찍이 이 책을 내기 전에 PDF로 자신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영어 공부법을 나눠준 바 있다.
블룩(Blook:Blog+Book)이란 것이 만화 요리 생활 쪽에서 정착되었지만 좀더 실용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나온 책이라 더 반갑다.
아, 멀리 돌아왔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영어 공부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휙 집어들고 휘리릭 목차와 중간중간 띄어가며 읽고는 10분만에 내게 책을 돌려준 동료가 말한다. "아, 꾸준히 매일 열심히 하라는 거구나. 책도 소리내며 읽고"
맞다. 그거다. 그 이상은 없다. 소리내어 책 읽기, 영화 보기, 노트 적기, 문법책 보기, 일기 쓰기, 라디오 듣기, 원어민 학원 다니기. 그게 전부다. 솔직히 뭐가 더 필요한가.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공부법' 책은 '동기부여용'이다. 동기부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읽으면서 뭔가 특별한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초인적인 노력을 들여 쌓은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 책은 동기를 부여하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일단 '영어 공부엔 왕도가 없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 나는 과연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