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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2 한글.한글 도메인, 다른 시각으로 보기 7

한글.한글 도메인이 도입된다는 소식이다. 일견 환영한다는 소리가 대세고 일부는 기업들의 도메인 선점을 서둘러야 한다며 호들갑이다.

세상사 마냥 비뚫어지게 보려면 어느 것 하나 정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한글.한글' 도메인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 추종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한글.한글'이라기보다 자국어 최상위 도메인에 대한 이야기는 ICANN에서 심심하면 다뤄지던 주제다. 예를 들어 '中國.中國'이나 기타 아랍권 등 소위 제 3세계 나라에서도 최상위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행사 진행 기간 동안 우리나라 언론들은 다들 미적지근하더니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폐막식 이후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의 역사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한결같이 '한글.한글' 도메인이 마치 우리나라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증거인 마냥  신기해 하며 보도하고 있다.

물론 언론의 보도대로 '한글.한글' 등 자국어 최상위 도메인이 도입된다는 소식은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렇구나' 정도이지 대대적으로 환영할만한 '사건'이라고 보긴 힘들다.

독자 입장에서는 왜 '인터넷 40년 역사상 최대의 혁명적 변화'라는 조치에 이렇게 시큰둥한지 이상하게도 보일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지역간·국가간 정보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인터넷진흥원의 일방적인 해석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세와 다른 시각을 강조해볼까 한다.

ICANN, 중국의 독자 행보에 화들짝 놀라다.
지금까지도 '한글.com' 등을 자국어 도메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한 자국어 도메인을 갖추려면 최상위 도메인을 자국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물론 비영어권 국가, 그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입김이 가장 거셌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비영리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인 ICANN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상위 도메인을 각국의 언어로 쓸 수 있게 되면 도메인 체계가 언어 수의 몇 제곱 만큼 복잡해지게 되어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점이 이유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5년 ICANN의 영어 중심적 사고방식에 일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된다. 바로 중국의 도발이었다. 중국의 인터넷 관리 최고 기구인 CNNIC는 2005년부터 '.CN' 도메인 최고급 연결점에 대한 개선작업을 추진하여 2006년 3월 '.cn', '.com', '.net'의 도메인 명을 중국어 '.中國', '.恭喜', '.網絡' 등으로 호환 연결시키는 작업을 마치기에 이른다.

이 사건으로 자국어 도메인의 도임에 미온적이던 ICANN의 기술적 상황적 변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중국을 따르자니 다른 나라의 언어 모두를 인정해줘야 하고 인정 하지 않자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모양새여서 ICANN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당연히 ICANN 입장에서는 중국을 아우르는 전세계적인 중립 기관으로서의 위치로 되돌아 와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런 순서로 부랴부랴 자국어 도메인의 허용을 기정사실화 하고 실무적인 처리를 위해 그동안 논의를 해왔으며 지난 달 그 오랜 동안의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실행 단계에 이른 것이다.

여차 하면 미국의 상무부 주도로 세워진 ICANN의 권위에 먹칠을 하고, 아예 별도의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준 중국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도발이었던 셈이었고 그동안 ICANN만 붙잡고 자국어 도메인을 도입해 달라고 했던 주변국들만 머쓱하게 된 것이다.

ICANN의 미국 기업 편향적인 정책 결정
ICANN의 움직임은 국제 정치질서는 물론 경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2006년 4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에서 .xxx 최상위 도메인에 대한 승인 여부가 회의석상에 올랐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물론 세계 최대 도메인 레지스트라(최상위 도메인 등록 관리권 위임인)인 베리사인 등 미국 기업의 반대에 봉착했다.

.xxx 등록 승인이 그동안 막혀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com' 도메인을 관리하고 있는 베리사인 입장에서는 포르노 업체들이 모조리 자신들의 관리 대행이 가능할지 모르는 .xxx 도메인으로 이전할까봐 우려했던 것이었다. 포르노 업체들의 막대한 도메인 등록 비용은 이들에게 낙전 수입과 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2006년 3월 ICANN은 2012년까지 베리사인의 닷컴 도메인 운영권을 보장하고 향후 4년간 닷컴 도메인 등록 도매가격을 매년 7%씩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합의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xxx 도메인을 둘러싼 복잡한 논쟁에서 이미 ICANN은 권위를 실추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기업들 도메인 관리 부담 가중, 도메인 등록업체들 보관 수수료 장사
물론 음모론적인 시각일 수 있겠지만, 자국어 도메인까지 가세하면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와지고 있는 도메인은 글로벌 기업에게 있어서 재앙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도메인 등록업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점'이 우선이라고 도메인 등록을 부추켜왔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넷피아와 디지털네임즈의 자국어 주소창 키워드 방식 특허 분쟁이나 KT돔, 파란의 열린주소창 등 한글을 사용한 도메인 전환 서비스들이 난립하면서 표준화보다는 장삿속에 속는 중소 상인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어 왔다.

더구나 ICANN은 틈만 있으면 도메인 주소의 부족 사태를 들어 최상위 도메인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내년 결정이 나겠지만 ICANN이 심사를 하고 도입을 결정하게 될 최상위 도메인은 현재 사용 가능한 .com, .net 을 포함한 21개 최상위 도메인 외에, .film, .love, .food, .news 등의 일반명사는 물론 .samsung, .lg, .sk 등 기업 브랜드까지도 신규 최상위 도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상상해보라. 이게 기업들 입장에서 몇 만원짜리 도메인 하나, 또는 사용자의 오인으로 인한 유사 도메인 몇 개로 해결되던 것이 앞으로는 수십개, 또는 수백개를 등록해 관리해야 한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이라면 자국어 도메인은 물론 예상 가능한 경쟁사나 기타 악의적이든 상업적이든 도메인 선점 회사들과 도메인을 놓고 선점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부분은 대표 도메인 이외에는 포워딩용으로 방치되기 일쑤인 도메인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득일 것인가. 여기서 답을 굳이 말하진 않겠다.

다만 대기업이면 모를까 중소기업들은 물론 소상공인들까지 도메인 선점 경쟁에 뛰어들 정도의 매력이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인터넷 사용자들은 도메인 주소를 기억해 직접 입력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러한 도메인 확대 정책을 지금껏 미뤄오다 중국과 아랍 등 제 3세계의 인터넷 인구가 폭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 허용하고 있는지 역시 생각해 볼 일이다.

◆ 링블로그의 도메인 관련 내용.
2006/09/06 유사 도메인 서비스 난립 '복잡하네~'
2006/07/13 '한글.한글' 도메인 도입 곧 된다
2006/05/11 .xxx 도메인 도입 무산 '美 정부 입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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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1/02 02:03 2009/11/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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