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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1 [책] 그거 알아? 박찬호가 광고 했던 PC말야 5
  2. 2009/11/11 [책] 막연한 전략이란 없다 4
대한민국 IT史 100
김중태
한국은 어떻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통할 수 있었을까?

이 만큼 재미있게 대한민국 정보통신 분야 역사를 엮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찌보면 옛날 이야기에 푹 절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어지간히 미래 이야기에 매몰돼 있던 사람이다. 김중태 원장이 어린 학생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너 알아? 세종대왕이란 컴퓨터 브랜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또는 '너 그건 아니? 박찬호가 컴퓨터 광고를 했었다는 사실을' 하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라고 하기엔 그 일천함이 아쉽고, 그렇다고 약사(略史)라고 하기엔 너무 광범위한 분야가 정보통신 분야가 아니던가. 기술업종은 물론 의학, 문학, 공연, 영화, 방송, 음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명이 바꿔놓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겠는가. 이미 IT는 강력한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구태여 알 필요도 없을 정도 아닌가.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나라 IT 역사가 잘 정리돼 있지도 않다는 데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아마도 저자는 도전 정신이 부풀어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도 작용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아니 아련한(?) 그때 그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만 정확한 이름과 정확한 모델명이 기억나지 않을 뿐이다. 이 안주거리만 있어도 지금은 40대, 그리고 30대 디지털 키드들은 밤을 새우고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청계천과 세운상가, 그리고 용산으로 이어지는 전자상가의 이동에 따른 다양한 에피소드는 디지털 키드들의 손 끝에 감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마당] 8비트키드와 하드웨어
021. 이만영 박사가 만든 한국 최초의 전자계산기
022. 디지털 컴퓨터 1호 ‘세종 1호’
023. 컴퓨터 독립 타이콤 프로젝트
024. TDX 개발과 전화기 보급
025. 자동차 한 대 가격이었던 벽돌폰
026. 부의 상징인 위성 안테나와 무선 인터넷
027. 삼보컴퓨터에서 시작된 한국의 PC산업
028. 8비트 키드를 만든 애플과 MSX
029. 교육용PC로 만든 SPC-1000
030. 그린컴퓨터로 뒤집힌 컴퓨터 시장
031. 인터넷PC로 전국에 PC보급
032. 세진컴퓨터의 부도로 깨진 진돗개의 약속
033. 컬러의 충격, 흑백TV에서 LCD까지
034. 반도체와 광드라이브 불모지에서 세계 1위가 되기까지
035. 수돗물 소리가 그리운 다이얼업모뎀
036. PC 없이도 PC통신이 가능했던 하이텔 단말기
037. 아파트 한 채 가격이었던 워드프로세서
038. 새한 엠피맨에서 아이리버까지
039. 셀빅으로 개척한 한국 PDA 시장
040. 닌텐도에 맞서려는 한국산 게임기
[모든 목차 보기]

아마도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 책을 처음부터 펴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이 책은 드문드문 목차를 펴보며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앨범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의 사인까지 적혀 있는 책을 받아든 입장에서 책을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책을 건너띄며 읽는다는 것이 미안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모르게 계속 건너띄며 읽게 되는 것을.

그러면서도 정말 놀라울 정도의 꼼꼼한 자료 수집이고 희귀한 자료들이 줄지어 나올 때면 '이걸 과연 어디서 구했을까'라는 경외감까지 든다.

헌데 별점은 따로 줄 필요가 없겠다. 자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의 감상평을 보여주는 별점은 굳이 매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아, 제목에서 살짝 언급한 박찬호가 광고 모델로 활약했던 삼보 컴퓨터의 체인지업 광고를 기억하는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2년 후에 메인보드와 CPU를 업그레이드시켜준다는 약속으로 유명했던 마케팅이었다. 그 이야기는 [한국의 PC광고.12] 스포츠스타 박찬호가 최고의 모델료를 받으며 등장하다.에서 읽을 수 있다.

그나저나 '루저' 사건도 요즘 상황 봐서는 몇 년 후에 '된장녀'와 함께 책에 등재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김중태의 IT문화원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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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1/11 22:02 2009/11/11 22:02

[책] 막연한 전략이란 없다

Ring Idea 2009/11/11 21:57 Posted by 그만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배리 네일버프 공저/이건식
TV 프로그램부터 역사 속 이야기, 경쟁사 간의 가격 책정전략, 그리고 핵무기 협상이나 전쟁과 같은 흥미진진한 실제사례를 바탕으로 전략지능을 향상시킬 강력한 도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책이다.

실무에서 타사, 또는 타인과 협상을 진행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 게임인지 인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공평한 룰이 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보지만 결정권자가 2명, 혹은 그 이상일 경우에 그 복잡한 상호 이해에 대한 절충은 불가능에 가까와진다.

그러다가 어느 덧 사람들은 평형을 찾아가기도 한다. 컨텐츠 가격에 대해 어떠한 룰도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콘텐츠 유통사와 생산자 사이에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더구나 이들 주위에는 더 다양한 경쟁자들이 각 단계마다 포진돼 있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공급 가격을 정해야 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유일무이한 선택의 대상인가 평범하고 대체 가능한 대상에 불과한가. 끊임없이 사고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결정 내리는 프로세스는 '무작위성'에 가깝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라도 이 선택을 되돌아보며 괴로와 하지는 말자. 무작위, 또는 랜덤 전략도 전략이니까. 다만 그것을 전략으로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확신이 있다는 전제에서 랜덤도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위, 바위, 보 게임에 전략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랜덤'일 수 밖에 없다. 가위를 4번, 바위를 4번, 그리고 보를 2번 내기로 마음을 먹고 문득 초시계를 보면서 무엇을 낼지 정한다면 상대는 패턴을 읽기 힘들 것이다.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낼지 예측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급적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낼지 예측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내는 수 역시 읽히지 않는 것이 평등한 조건을 만드는 길이다. 어차피 매번 수를 낼 때마다 이길 확률은 1/3로 같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전략적'이란 말을 허투루 쓰지 못하게 하는 후유증
'전략'이란 말을 참으로 많이 써왔던 사람에게 이 책은 조금은 난감할 수 있겠다 싶다. 죄수의 딜레마라든가 공공재의 비극 등의 사례는 웬만한 경제, 경영 서적에서 단골로 등장하니 그러려니 하는데 가위바위보 게임이라거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숫자게임, 경매, 직원 관리, 또는 투표행위와 같은 매우 심리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역시 수치화시켜서 왜 어떤 것이 전략적으로 우월한 선택인지 설명한다.

이 책은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 서평이 칭찬 일색인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어려운 책을 읽었고 잘 이해했다고 스스로 납득시키려는 똑똑한 사람들이 이 책의 독자일 수도 있겠고 적어도 무려 25000원에 달하는 책을 사놓고 '잘 모르겠다'거나 '어렵기만 했다'고 말하기에는 창피해서 긍정적인 서평을 올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 바 심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 처럼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능력이 우리 모두에겐 있으니까.

하지만 내겐 정말 졸립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쉬운 사례를 숫자와 도표를 통해 어렵게 만들었다. 놀랍지 않은가. 되돌아보면 간단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고 지루하고 복잡하게 엮어놓았고 말을 베베 꼬아놓아서 '아닌 것이 아니라 결국 아닌 것은 아닐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식으로 읽혔다.

미안하지만 함부로 덤비고 가볍게 읽을 요량이라면 다른 좀더 쉽게,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좀더 싼 책을 골라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이론' 책은 많으니까.

아, 그럼에도 이 책에 난 별 네 개를 달아줘야겠다. 나중에라도 이 책에 복수하는 길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여야 하니까 말이다. 더구나 이 책은 내게 만원 지하철을 탈 때도 열차 하나를 그냥 보낼지, 두 번째 열차를 타야 할지 선택할 때는 물론, 차 안에 어느 자리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지 고민하게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책 내용이나 서술 방식이 짜증스러울 정도로 답답했지만 이 정도 자극이면 최소한 조금은 매사에 영리하게 생각하며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 정도로도 이 책의 가치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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