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무턱대고 선언할만큼 그리 만만한 단어가 아니란 거다. 기계적 중립성에 대한 그만의 줄기찬 비판은 그 용어가 가진 '허상'에 있었다.
네이버는 구글의 '악이 되진 말자'는 구호를 생각하고 자꾸 '공정', '중립' 따위를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00년을 가봐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지.
애정어린 비판을 해온 그만이 조금은 헛헛한 마음에 이 이슈에 매몰되는 것은 동종업종이라는 동병상련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이 오랫동안 써왔던 토종 포털로서 나름 잘 한 점도 있고 잘못한 점도 있었던 한 성공한 벤처가 '존경받지 못하는 덩치 큰 악동'으로 포지셔닝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미디어 1.0 세력의 모순을 반복하지 말기를 바래서였다. 당근 오지랖 넓은 그만이 좀 우습게 보이긴 했을 거다.
물론 그만 처럼 하찮은 사람이 주절 거리는 것에 귀를 귀울이지 않은 네이버에게 '쌤통'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네이버에 대한 애증(?)을 멈추기에는 어쩔 수 없이 내 주종목인 미디어 2.0의 중요한 챕터를 그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귀찮겠지만 이 글 하단에 네이버의 기계적 중립성에 대해 그동안 우려해왔던 글을 연결해 놓겠다. 리바이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오랫동안 애정어린 시선으로 네이버에게 제발 중립성 따위를 선언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안 들어준 대가로 다시 읽어봐주기 바란다.
오늘 공지를 보면서, 그리고 수많은 글을 외근을 다녀와서 틈틈히 탐독하면서 이런 사태를 왜 내다보지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네이버가 잘못한 것은 고객들이 부여한 지위에 대해 '거부'한 것이다.
남들이 언론에 준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때 '우린 미디어가 아니다'라는 헛소리 하다가 줄기차게 그만을 비롯한 수많은 블로거들과 논객들, 학자들이 말할 때는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기자들이 비난 기사 좀 쏟아내면 '기존 미디어와 다르고 적어도 언론은 아니다'라는 생뚱맞은 소리를 해댔다.
'당신들이 힘이 있소'라고 하면 '정말요? 그렇게 보시나요? 아,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오히려 낫다. '무슨 소리세요.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약자에요. 잘 봐주세요'라는 이야기는 네이버의 덩치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허무함만 느끼게 만든 것이다.
또 네이버가 잘못한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의 공지는 정말 압권이었다.
하지만 공지글에서 '해명' 따위의 단어를 언급한 것을 보아하니 기자 출신, 또는 홍보담당이 작위적이고 고전적인 작법을 차용해 작성한 글이란 것이 분명해졌다. 글쓴이도 최고 경영진, 또는 TFT의 임원 등 개인 캐릭터를 동원하지 않고 '네이버'라고 뭉뚱그린 것 역시 미디어 1.0식 '사고'방식이다.
결론은 '억울하다'였다. 게다가 '당신들은 모른다'는 식의 어이없게도 '오해'라는 용어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공지'였다. '당신들은 모르는 게 있어. 솔직히 난 억울해'.. 이건 친구에게나 써먹는 화법이다.
주목받는 기업의 위기관리라면 최고 임원이 나와 '무조건 잘못했다' 정도의 '액션'은 취해야 정답이었을 것이다. 동영상을 통해 큰 절을 올리진 못할 망정 수천만 사용자들을 '무식쟁이' 취급했으니 당연히 역풍에 당황할 수밖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저희들의 크고 작은 실수로 사용자 여러분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이며 겸허히 수용합니다. 다만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만 저희 입장을 밝힙니다..." 식으로 두괄식 사과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 긴 글을 미괄실 사과로 써놨으니 더 답답하게 된 것이다.
또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미디어 1.0식(또는 1.5 정도?) 소통 방식을 보여왔던 네이버를 비판하는 마지막 글이 되길 빈다.
■ 관련 글 :
2008/06/13 네이버, 동작 빠른데!
2008/06/13 네이버 공지를 보면서, 역시 네이버!
2008/05/29 네이버의 블로그에 대한 이중잣대
2008/05/08 미디어 1.0 세력이 문제를 키웠다?
2008/04/14 한국 인터넷 벤처의 딜레마
2008/03/28 Complain 2.0
2008/03/03 발 빠른 SK컴즈, 공정거래 프로그램 가동
2008/01/21 '네이버는 언론' 판결, 언론 역차별 받을라
2008/01/10 [그만의 뒷담화] 네이버가 상을 거부하는 이유
2007/12/17 언론사-포털 '기사 하청 시스템' 가동
2007/11/06 네이버 파워 블로거의 고백?
2007/11/04 언론 위기의 본질은 신뢰성 추락 때문
2007/10/30 침묵하는 언론 [깜이 안 돼서?]
2007/10/15 포털의 편향성 논란 [유권자는 구경꾼?]
2007/10/11 네이버는 한나라당편, 다음은 민노당편?
2007/08/19 네이버 정치 댓글 차단과 기계적 중립성
2007/05/17 그만이 보는 검색사업자법은 '만드나 마나'
2007/02/22 포털, 불공정은 없다?
2006/10/20 트래픽을 버려야 인터넷 언론이 산다
2006/07/12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몇 가지
TRACKBACK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
네이버는 '공정성'에서 손 떼라
Tracked from 거다란 geodaran.com 삭제네이버가 최근 자사에 대한 몇가지 의혹에 대해 공지문을 띄웠다. 공지문에서도 밝혔듯 직접 대응하는 일이 거의 없는 네이버로선 이례적인 일아다. 많이 억울해하는 것 같다. 자신들은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데 그걸 사용자들이 몰라준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은 데이타상 맞다. 많은 네티즌들이 네이버의 친여성향에 분통을 터뜨리지만 그것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적은 없다. 느낌은 맞는데 그 느낌을 뒷받침할 데이타가..
2008/06/14 02:00 -
네이버 조작/편향성 논란
Tracked from 안락의자 삭제요즘 2mb 때문에 네이버까지 도매급으로 조중동 취급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조작 논란과 메인 뉴스 편집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매우 거세다. 네이버에서 광고 보는 걸 차단하는 방법들이 떠돌고 있고, 탈퇴하겠다는 글도 종종 보인다. 여론이 너무 안 좋게 돌다보니 네이버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 아래와 같은 배너까지
2008/06/14 02:06 -
네이버가 정말 언론기관인가?
Tracked from # mcfrog weblog 삭제글이 길면 안 읽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미리 요약할게요. 읽기 귀찮으신 분은 이것만 읽으시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세줄 요약"이죠. ;; 1. 네이버는 언론기관인가?- 언론기관을 넓은 뜻으로 해석할 때만, 네이버는 언론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2. 네이버는 여론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 네이버 뉴스의 영향력은 유통자(네이버) 뿐 아니라 뉴스 생산자(기존 언론)도 같이 행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네이버의 영향력은 과장되었을...
2008/06/14 15:00 -
사과광고와 해명광고
Tracked from Communications as Ikor 삭제마법의 위기관리 법칙을 기억하자<?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위기가 발생했다. 상황을 파악했다. CEO를 포함한 사내 위기관리팀이 소집됐다. 현 위기상황에 대한 각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을 브리핑 받았다. CEO를 중심으로 자사의 대응 포지션을 정했다. 홍보담당자들은 그 포지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상질의응답과 핵심메시지들을 개발한다. 외부로 커뮤니..
2008/06/14 17:16 -
내가 네이버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삭제얼마 전 모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네이버가 서비스하고 있는 한게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 분께서는 우리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이버 환전상이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습니다.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네이버가 정말 한게임과 관련된 그 문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을까요? NHN,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지속 작년에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1조의 매출을 그리고 4,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
2008/06/1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