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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네이버 중립성 타령

Ring Idea 2008/06/14 00:19 Posted by 그만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나는 네이버에 중립성을 요구한 적도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중립이 좋다고 말한 적도 없다. 그걸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물론 중립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무턱대고 선언할만큼 그리 만만한 단어가 아니란 거다. 기계적 중립성에 대한 그만의 줄기찬 비판은 그 용어가 가진 '허상'에 있었다.

네이버는 구글의 '악이 되진 말자'는 구호를 생각하고 자꾸 '공정', '중립' 따위를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00년을 가봐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지.

애정어린 비판을 해온 그만이 조금은 헛헛한 마음에 이 이슈에 매몰되는 것은 동종업종이라는 동병상련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이 오랫동안 써왔던 토종 포털로서 나름 잘 한 점도 있고 잘못한 점도 있었던 한 성공한 벤처가 '존경받지 못하는 덩치 큰 악동'으로 포지셔닝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미디어 1.0 세력의 모순을 반복하지 말기를 바래서였다. 당근 오지랖 넓은 그만이 좀 우습게 보이긴 했을 거다.

물론 그만 처럼 하찮은 사람이 주절 거리는 것에 귀를 귀울이지 않은 네이버에게 '쌤통'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네이버에 대한 애증(?)을 멈추기에는 어쩔 수 없이 내 주종목인 미디어 2.0의 중요한 챕터를 그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귀찮겠지만 이 글 하단에 네이버의 기계적 중립성에 대해 그동안 우려해왔던 글을 연결해 놓겠다. 리바이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오랫동안 애정어린 시선으로 네이버에게 제발 중립성 따위를 선언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안 들어준 대가로 다시 읽어봐주기 바란다.

오늘 공지를 보면서, 그리고 수많은 글을 외근을 다녀와서 틈틈히 탐독하면서 이런 사태를 왜 내다보지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네이버가 잘못한 것은 고객들이 부여한 지위에 대해 '거부'한 것이다.

남들이 언론에 준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때 '우린 미디어가 아니다'라는 헛소리 하다가 줄기차게 그만을 비롯한 수많은 블로거들과 논객들, 학자들이 말할 때는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기자들이 비난 기사 좀 쏟아내면 '기존 미디어와 다르고 적어도 언론은 아니다'라는 생뚱맞은 소리를 해댔다.

'당신들이 힘이 있소'라고 하면 '정말요? 그렇게 보시나요? 아,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오히려 낫다. '무슨 소리세요.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약자에요. 잘 봐주세요'라는 이야기는 네이버의 덩치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허무함만 느끼게 만든 것이다.

또 네이버가 잘못한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의 공지는 정말 압권이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네이버 내부에 최근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가 생겼다고 한다. 그들의 작품일 것이다. 촛불문화제 이미지 갤러리라거나 해명 공지 글, 그리고 연이은 여론 수렴 게시판 등은 분명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위층이 포함된 태스크포스팀의 실행력이었을 것이다.(네이버에서 사실 무근이라네요.) 발빠르게 움직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공지글에서 '해명' 따위의 단어를 언급한 것을 보아하니 기자 출신, 또는 홍보담당이 작위적이고 고전적인 작법을 차용해 작성한 글이란 것이 분명해졌다. 글쓴이도 최고 경영진, 또는 TFT의 임원 등 개인 캐릭터를 동원하지 않고 '네이버'라고 뭉뚱그린 것 역시 미디어 1.0식 '사고'방식이다.

결론은 '억울하다'였다. 게다가 '당신들은 모른다'는 식의 어이없게도 '오해'라는 용어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공지'였다. '당신들은 모르는 게 있어. 솔직히 난 억울해'.. 이건 친구에게나 써먹는 화법이다.

주목받는 기업의 위기관리라면 최고 임원이 나와 '무조건 잘못했다' 정도의 '액션'은 취해야 정답이었을 것이다. 동영상을 통해 큰 절을 올리진 못할 망정 수천만 사용자들을 '무식쟁이' 취급했으니 당연히 역풍에 당황할 수밖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저희들의 크고 작은 실수로 사용자 여러분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이며 겸허히 수용합니다. 다만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만 저희 입장을 밝힙니다..." 식으로 두괄식 사과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 긴 글을 미괄실 사과로 써놨으니 더 답답하게 된 것이다.

또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미디어 1.0식(또는 1.5 정도?) 소통 방식을 보여왔던 네이버를 비판하는 마지막 글이 되길 빈다.

■ 관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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