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소수의 힘 있는 매체의 기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었던 PR은 최근 들어 폭증하고 있는 매체사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다고 봅니다. 마케팅에서 분화되기 힘든 인하우스(본사소속) 홍보담당자의 경우 특히 온라인 홍보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 고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러 가지 컨설팅 업체나 대행사, 또는 에이전시들이 발빠르게 고문역을 자임하면서 기업체들에게 접근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블로그까지 더해져서 온라인 PR 영역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모처에서 온라인 PR 강의를 해온 제게도 간간히 이러한 고민으로 문의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현업에 계신 PR 담당자들이 원하시는 답변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1. 온라인 기자들은 어떤 보도자료를 좋아하는가.
2. 온라인 여론이 형성되는 곳에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3. 온라인 트래픽과 관심도는 실제 영향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4. 온라인 뉴스 통로와 활용은 어느 정도인가.
5. 포털과 블로그, 어떻게 메시지를 통제할까.
대부분의 현업 PR의 고민이 어디 한 군데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제가 봤을 때 대부분의 PR 담당자들의 이러한 질문들은 바로 '메시지 통제 가능성', '메시지 확산 효용성'이란 지점으로 모두 모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바로 우리나라(꼭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도 마찬가지) PR인들의 행동패턴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PR의 영역이 미디어 릴레이션(언론사 관계 개선)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도자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PR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죠. 즉, 메시지를 통제하기 쉬운 방법으로 광고를 동원하거나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접촉, 기자들에 대한 혜택 증대로 초점이 맞춰졌으며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유력지 위주, 통신사 위주, 방송사 위주의 홍보 작업에 주력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기자들의 메시지 뒤에는 이러한 PR인들의 숨은 노력들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많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70%가 넘는 신문의 신뢰도는 거의 10%대로 추락하고 있고 온라인의 정보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입소문에 의한 의사 결정과 브랜드 충성도가 인위적인 메시지 통제가 아닌 소비자로부터의 메시지 발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방식의 PR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PR 작업의 기본 설정은 '중간에 메시지 발신자가 있다'입니다. 이들이 그동안 언론사들이었고 이들과의 관계 개선과 지속적인 긍정적 관계 유지에 집중을 해온 것이었는데 인터넷에서는 중간의 메시지 발신자가 너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 PR인들의 고충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메시지 발신자의 역할이 굳이 '제 3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왜 직접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발신하지 못합니까? 왜 자신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개하지 않습니까. 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피드백 메시지를 듣지 않습니까? 왜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자료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까? 왜 블로거와 포털은 관리 대상에서 배제시키나요?
어떤 PR인이 그만의 강의가 끝나고 제게 묻습니다.
PR인 : "어느 포털에서 우리에게 안 좋은 기사가 계속 떠 있더라구요.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그만 : "그 기사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겁니까? 기자와 언론사가 송고한 기사와 다른 버전입니까?"
PR인 : "아니요. 머 사실은 사실인데. 너무 억측이 심한 기사라서 나중에 언론사에서 기사를 내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언론사에서 기사를 나중에 내렸는데 포털에서는 그대로 있더라구요."
그만 : "그러면 언론사에 부탁을 하든가 포털에 직접 연락해서 빼지 그러셨어요?"
PR인 : "포털은 언론사도 아닌데, PR에서 굳이 포털까지 연락을 해야 하나요?"
그만 : "PR인들은 언론사만 상대하시나요? 결국 메시지 수용자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 언론사를 상대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포털이 관리 대상에 배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PR인 : "포털은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잖아요"
그만 : "그러면 언론사는 콘텐츠 생산자인가요? 언론사 기자들은 전달자 아닌가요? 뉴욕타임즈 조차 기사의 70% 이상이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진짜 생산자는 여러분 아닌가요?"
PR인 : "...."
PR인 여러분, 기성 언론사들 조차 바뀌고 있으며 블로거들과 협업 취재를 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최근 경향신문이 다음블로거뉴스 기자단과 공동 취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역할을 너무 한정지어 놓는 것은 아닌지요. 과거 역할을 거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 추가되는 역할을 거부하지 말라는 겁니다.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는 시장이 바로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가 나온 뒤 시장이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직도 기자들에게 술 먹이고, 기자들에게 맘에도 없는 안부 전화 한번 쭉~ 돌리는 것으로 자기 업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시는 PR인이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좀더 넓게 설정해볼 것을 권합니다.
제가 가끔 이런 말도 합니다. 시장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사람은 '광고인'이며 그 다음으로 아는 사람이 '홍보인'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체감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언론인'입니다.^^
어떤 분야든 역할이 확대되면서 전문화되고 분화되다 다시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지금은 확대되고 전문화되는 단계입니다. 추후 전문화를 기반으로 한 통합과정이 필요하게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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