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문화일보에 게재된 사진과 기사를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문화일보 사이트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접속이 차단됐으며 선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편집인들의 판단으로 인터넷과 PDF 서비스에는 사진 게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절하게 문화일보에 게재된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린 다른 언론매체에 의해 이 누드 사진을 접하게 됐다. 블로거들도 이 사진이 게재된 언론사 사이트를 화면으로 캡처 받아 실었다. 사진 게재에 비판하는 입장이든 아니든 이 사진이 실린 신문을 세밀하게 찍어 올려뒀다.
거의 모든 신문사닷컴의 메인 화면의 헤드라인은 '문화일보에 따르면'이란 문구를 사용한 소개 기사와 '문화일보 지면 직접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문화일보를 보지 않아도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누구나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사진 게재 자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포털들은 사진과 댓글에 대한 조치에 들어갔다. 그동안 선정성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는 네이버와 다음은 관련 뉴스에서 사진을 노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작위적으로 기사를 편집하지 않는다고 항변해온 포털까지 언론사에서 보내온 기사 노출을 의도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네이버는 신정아씨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폐지하고 토론 게시판으로 넘기기도 했다.
다음날 지하철에 배포되는 무료신문인 AM7에서 더 엽기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모회사인 문화일보 지면을 사진으로 찍어 반영한 것. AM7 역시 PDF 서비스에서 이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 인터넷 광장서 벌거벗고 릴레이 하는 인터넷 신문
신정아씨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에 대해 언론의 흥미진진한 추적보도는 세인들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문화일보의 이번 누드 사진 게재는 그들의 말처럼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라기보다 황색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도였다고 봐야 한다.
문화일보는 지면에 실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선정성 논란을 의식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다른 인터넷 신문은 문화일보에 나온 사진을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며 무자비한 인격살인을 도왔다. 이렇게 실린 기사는 대부분 실명이 없는 '인터넷 뉴스부', '인터넷 뉴스팀', '디지털 뉴스부'라는 정체불명의 익명 기사로 처리돼 있었다.
특별한 사실관계 규명이 없는 무책임한 릴레이 보도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고 '논란'이라고 이름 붙일 가치조차 없는 이번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에 대해 문화일보 데스크의 변명이 소개되면서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종 이슈를 따라가다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언론의 오버'가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몸통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하고 사진의 배경이 흐릿하게 처리했다거나 다른 사진이 더 있지만 게재한 사진은 노멀한(평범한) 것이었다는 문화일보 데스크의 해명에 다시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보도사진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실토했으며 끝까지 선정적인 사진을 게재한 것에 대한 후회 없이 앞으로 더 이상한 사진을 게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작 그 사진이 문화일보 자체에 실릴 것이란 우려보다 이번 사건처럼 다른 익명의 기자가 그 사진들을 직접 찍어 나르고 포털로 실시간 중계해줄 것이기 때문에 더 걱정이다. 이를 비판한답시고 다시 화면을 캡처해 실어 나를 블로거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날까봐 불안하다.
인터넷을 통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개인의 벌거벗은 사진을 언론이 과연 특별한 사실 관계 규명 없이 게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이를 무책임하게 '~에 따르면' 식으로 받아쓰는 뻔뻔한 언론의 인터넷 전략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다. 말초적인 네티즌의 반응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고고한 척 하는 언론의 뒷짐진 모습이 역겹기까지 하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 대한 블로거들의 맹렬한 비판의식에 안심이 될 정도다.
이날 문화일보에 실린 다른 모든 기사는 이 특종(?) 기사에 의해 평가 절하되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 독자들과 해당 언론사 기자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저질 사진이 '기사'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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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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