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2비트 체계인 인터넷 주소 체계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6월 14일, 15일 양일간 개최된 ‘글로벌 IPv6 서밋 코리아 2007’ 행사에 참석한 라티프 라디드 IPv6 포럼 의장은 “현재의 인터넷 주소 체계(IPv4)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IPv4 방식의 인터넷 주소는 현재 19% 정도만 남아 있으며 이마저도 2009년이면 주소가 고갈되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IPv6 인터넷 주소체계를 조속히 도입 확산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IPv6 서밋 코리아 2007’에서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각국의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준비상황이 논의됐으며 각종 IPv6 호환 장비들이 전시됐다.
IPv6 도입 선택이 아닌 필수
2000년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연도를 두 자리 수로 표시하던 컴퓨터 시스템이 대거 오류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됐다. 이른바 ‘Y2K 오류’는 2000년에 임박하면서 등장했던 다양한 사회적 종교적 아노미 현상을 컴퓨터에 의존한 정보통신업계에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우려는 닷컴 버블과 비약적인 하드웨어 장비 판매 증가에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Y2K는 예상과 달리 조용하게 지나갔다.
2000년이 지나고 정보통신 업계는 폭발적인 정보 증가로 인해 도메인 부족 현상에 따른 2차 도메인 보급이 발빠르게 진행됐으며 우려만큼 대혼란은 아직 없었다. 따라서 IPv4체계에서 IPv6체계로의 전환 역시 이러한 경험들 때문인지 업계와 일반 사용자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 문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IPv6로의 전환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라티프 라디드 IPv6 포럼 의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넷에서 “이전 주소체계(IPv4)에선 개인이 개인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사업자, 이를테면 유튜브를 통해야 했지만 IPv6를 도입하면 개인이 유튜브가 되어 직접 정보,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IPv4가 가진 주소 자원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 외에 IPv6로 얻어지는 정보통신 미디어 업계의 전체 구도가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IPv4체계는 192.128.100.123 처럼 구두점(.)으로 구분된 3자리 숫자 4개 묶음을 기본 단위로 2의 32제곱의 조합이 가능하다. 이는 약 43억개의 주소이며 이중 한국에 배정돼 있는 수는 약 3400만 개 정도이다. 2004년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전체 인터넷 주소 가운데 약 40% 가량이 남아 있었으나 2007년 현재 19% 이하로 급격히 남은 주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1994년 IETF가 표준으로 채택한 IPv6체계로 바꾸면 2의 128제곱의 조합이 기능하기 때문에 지구상 대부분의 육상 면적에 각각 다른 IP주소를 할당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람 주변의 모든 전자 장비에 IP주소를 할당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이는 모든 곳에 컴퓨터가 존재하는 가상의 유비쿼터스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IPv6로의 체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IPv6의 주소 체계는 2001:0db8:85a3:08d3:1319:8a2e:0370:7334 처럼 16진수가 사용되는 8묶음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매우 기술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IPv6가 도입되면 냉장고, TV, 가스레인지 등 가전은 물론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DMB수신기, 휴대폰 등 모든 기기에 IP주소를 할당해 각 기기를 식별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IPv6 도입은 이른바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곳에 인터넷 주소 할당(All-IP), 미디어 인프라 대변혁 예고
IPv6로의 이전이 완료가 되면 인터넷 주소가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된다. 또한 고정된 하드웨어에 인터넷 주소를 할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하는 기기에 인터넷 주소를 할당하는 세분화가 이뤄지게 되면 인터넷은 새로운 차원으로의 변신이 가능해진다.
라디드 IPv6 포럼 의장이 말한 개인이 유튜브가 되어 직접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바로 이러한 환경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IPv4가 현재의 거대한 브로드캐스트(방송)의 역할을 설정해 고안된 구조라면 IPv6는 모바일 개별 콘텐츠 유통, 즉 P2P 멀티캐스트를 상정해 고안된 것으로 전송 방식 자체가 효율적이고 매우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주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은 물론 전송방식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접속 환경이 빨라지고 전송 주체와 대상이 명확해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IP주소를 가진 기기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 및 타 기기로의 연결과 제어가 손쉬워진다.
이는 미디어 개념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IPTV가 모든 TV의 인터넷 접속을 가정한 채 발전되고 있으며 휴대폰에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기능이 탑재돼 나오고 있다. IPv6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기존의 서버에서 클라이언트로 정보가 전송되는 방식이 붕괴되고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 역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무선으로 연결하게 됨으로써 모든 기기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에서 벗어나 아예 모든 기기에서 정보가 전송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예전보다 손쉬운 개인 멀티미디어 방송국의 출현이 가능해지고 개인간 통신이 명확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다.
지금은 특정 사업자의 서버에 자신의 정보를 올려 놓고 도메인을 임대 받아 이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매개 전송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IPv6는 개인이 곧 서버를 여러 대 운용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부여해줄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에도 IP 주소가 할당돼 있고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에도 IP주소가 할당돼 있다면 이 두 기기는 서로의 IP주소만 찾아 보안 설정을 하고 나면 불필요한 중간 매개 과정 없이도 서로 제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냉장고에서 추가로 필요한 식료품을 설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상점 주문 단말기에 주문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IP주소와 위성항법장비가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면 오차율 없는 지리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종자 수색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와이브로 등 무선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보급됨에 따라 휴대폰은 달리는 차 안에서, 혹은 한 꼭데기에서 실시간 인터넷 방송 장비로 둔갑할 수도 있으며 이는 진정한 개인 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해줄 중요한 기술적 배경이 될 것이다.
IPv6의 경우 인증과 보안에 대한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개인간 통신이 좀더 안전해질 수 있다. 개념적으로는 휴대폰으로 블로깅을 하고 개인간 중고상품을 팔면서 개인이 상품을 설명하는 홈쇼핑 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국내 IPv6 전환 시기 예측 빗나가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IPv4 주소체계에 의존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시스템 등은 한꺼번에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주소 체계와 기존의 주소 체계가 혼용되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며 이 중복 운용 시기가 예상보다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IPv6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업체들의 장비 교체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한 필요성이 제대로 확산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는 Y2K 때의 정서적 불안감이 오히려 문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해석보다 공연히 호들갑을 떨었다는 푸념이 더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IPv6 서밋 코리아 2007 행사에 참석자는 물론 정책 입안자, 관련 업계와 학계는 우리나라의 IPv6로의 전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좀더 서둘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보통신부는 2003년 9월에 발표한 ‘IPv6 보급 촉진계획’에서 오는 201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서 All IP 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IPv6를 확대 적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까지 2단계에서 예상된 백본망, 액세스망, 단말기에 IPv4·IPv6 듀얼 스택을 도입하고, 대부분의 상용서비스에 IPv6를 도입하리란 예측이 상당 부분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마지막 3단계가 완료되는 2010년 모든 백본망, 액세스망, 단말기에 IPv6만을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그리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계획대로라면 2013년까지 국내 모든 상용통신망이 IPv6체계로 바뀌어야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주소가 고갈되어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인터넷 주소가 고갈되는 순간 일반 사용자들은 그다지 크게 느끼지 않겠지만 인터넷 사업자는 물론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주소 자원을 할당 받거나 이전 받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근본적인 인터넷 강국의 지위를 고수하려는 한국의 차세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인터넷 주소 자원 고갈에 대한 홍보뿐만 아니라 향후 유비쿼터스 환경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반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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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미래> 7월호 기획의 일부분으로 기고한 것이므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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